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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속의 내연산 수목원

호젓한오솔길 2018. 7. 5. 23:11

 

장맛비 속의 내연산 수목원


                                  솔길 남현태


눅눅한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7월 첫째 주에는 팀 산행으로 진행하여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호남정맥 산행을 가기로 하였는데, 주말에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온다고 하여, 일찌감치 산행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된다. 하여 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에 집사람이 시골에 어머님에게 가려고 하는데 같이 가자고 하여 따라 나선다.


빗길을 달려 청하면 유계리를 지나 내연산 수목원이 있는 샘재를 올라가는 자욱한 안개 속에서 전조등과 안개등을 모두 켜고 비상등을 깜박거리며 거북이 걸음으로 재를 넘는다. 그러고 보니 나는 4월 29일에 집사람과 같이 엉개나물 끊으러 갔다 오고 두 달 만에 가는 고향 길이지만, 그간 집사람은 몇 번 더 다녀 왔으니, 어느새 상옥은 내 고향이라기 보다 집사람의 고향이 되어버린 듯하다.


고향 집에 도착하여 마당에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니, 어릴 적에 소낙비를 타고 올라가다 떨어지는 미꾸라지 잡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그간 쌓였던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잠시 머물다가 집사람이 준비한 고기와 과일들은 어머님께 드리고, 어머님이 가꾸어 놓은 상추와 채소들을 뜯어 오는 물물 교환을 마친 후 가는 길에 내연산 수목원 산책을 하기로 하고 고향 집을 나선다.


집사람이 시골에 어머님의 약과 필요한 것을 싸다 드리고, 나오는 길에 어머님이 가꾸어 놓으신 채소들을 바꾸어 오는 걸음을 자주하다 보니, 둘이 만나면 '가는 또 산에 갔나' 하시며, 서로 아들과 남편의 흉을 자주 본다고 한다. 언제부터 인지 어머님은 아들인 내가 시골에 오는 것 보다 며느리가 오는 것이 더 편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 괜스레 왕따를 당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포항에서 고향 상옥으로 가는 샘재 도로변에 2001년에 개장한 내연산 수목원은 경상북도 수목원 이라고도 하며, 어제 같은 세월이 어느새 17년이나 흘렀으니, 그 동간 고향을 오가는 길에 여러 번 들린 곳이다. 아침에 보다는 많이 엷어진 안개가 자욱하게 덮은 텅빈 수목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수목원 안으로 들어가니, 매점은 아직 장사를 하지 않는지 문이 닫혀있다.


안개비 내리는 길 따라 우산을 들고 슬금슬금 걷는 걸음은 화장실과 상수도 시설이 있는 곳에 이르니, 수도 시설은 고장으로 수리 중이라고 한다. 수목원 관람구역 안내판 앞에서 머물던 걸음은 안개 자욱한 수목원 대장군과 수목원 여장군 장승 사이를 지나 만남의 광장 주위의 옹기 화분에 심어진 알록달록한 백합꽃 앞에서 카메라 겨누어 본다.


우측으로 '수생식물원'이 있는 골짜기로 들어서니, 호수 가에 늘어진 녹음 사이로 드리워진 짙은 안개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무거운 빗물을 머금은 초록은 힘겨운 듯 안개 속으로 고개를 떨구고 예전에 수련이 자라던 연못에는 부평초 개구리밥이 파랗게 덮여 있으니, 어딘가 모르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허전한 느낌이 들게 한다.


아래쪽으로 돌아 내려온 걸음은 여러 가지 외래종 백합꽃을 심어 놓은 '백합원'을 둘러보고 '창포원'으로 향한다. 늪지 위에 나무 데크로 통로를 설치한 '창포원'에도 안개가 드리우니 운치를 더한다. 창포꽃, 왕골꽃 피어있는 창포원 늪지 위를 지나 인공호수에 안개가 드리워진 '삼미담'에 도착한다.


산수국이 피어 있는 물 속에는 큰 물고기가 없는지 자유롭게 유영을 하고 있는 민물새우들 모습이 여유가 있어 보이고, 물 가운데 무리 지은 수련 떨기에 고개 내민 노란 수련 모습 살짝 당겨본다. 저수지 물가에 오지게 핀 산수국 모습 몇 장 접사를 해보고, 버드나무 과에 새순이 하얗게 돋아나는 '무니개키버들'은 유럽에서는 최고의 정원수로 꼽힌다고 한다.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조형물이 설치된 곳과 어린이 체험 정원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안개가 드리워져 운치가 있는 호수 공원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길가에 비를 맞고 너풀거리는 '참당귀'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진짜 효능이 좋은 당귀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전시 온실이 있는 곳에 도착하여 바깥에 피어 있는 자주닭개비, 왜당귀, 수국, 사진에 담아보고 온실 안으로 들어가니, 포항시 남구 상도동에서 짧은 평생 분재를 가꾸며 살던 사람이 죽은 후 유족들이 이곳 식물원에 기증한 것으로 보이는 많은 분재들이 전시되어 있다. 기품이 있어 보이는 작은 소나무와 단풍나무 분재들이 전시실 한 칸을 가득 채우고 옆 칸에까지 진열되어 있다.


열대 식물이 심어진 온실에 피어 있는 브라질아부틸론, 호페아나브룬펠시아, 환경이 다른 외국으로 인민을 와서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외래종 꽃들을 사진에 담아보고 온실을 나선다. 숲 문화 시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 너와집과 숯가마가 있는 곳으로 들어선다. 너와집과 숯가마, 장독대, 옹기가마를 지나 언덕 위에 돌탑 두 개 세워진 곳 서낭당에 올라선다. 


서낭당에서 안개낀 수목원 전경 바라보고, 부부 관람객이 몰래 비닐봉지 가득 돌복숭아를 채취하다가 민망해 하는 유실수 원을 지나 암석원 안내판이 세워진 곳에 도착하여, 걸터앉아 쉴 수 있는 바위들이 진열된 암석원 풍경 잠시 둘러본다.

연분홍색 '섬백리향'은 울릉도에서 자라며, 식물이 키가 작아 사람 또는 동물들이 밟으면 몸에 향내가 묻어 백리를 따라 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바닷가 바위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라고 한다.


어느덧 17년 세월에 울창하게 자란 가로수원 길은 길가에 여러 개의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무더운 여름철에 땀을 식히며 쉬어가기 좋을 듯하다. 길가에 곱게 핀 '일본조팝나무'는 일본이 원산지라서 붙여진 이름이며 꽃의 색이 진하기 때문에 '붉은조팝나무'라고도 한단다.


만남의 광장으로 돌아와서 다시 수생식물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잠시 올라가다가 우측으로 활엽수원 언덕으로 올라간다. 잎이 벌레를 먹은 머위가 있는 곳에 이르니 멀쑥하게 자란 줄기가 탐이 나고, 노란 꽃을 피운 '갯취'는 해안이나 계곡, 냇가에서 자라는 취나물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곰취속 식물이지만 식용은 불가능하고, 산림청지정 희귀식물, 특산물이라고 한다. 애기나리는 나리를 닮았는데 식물체의 크기가 작다고 하여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활엽수원을 둘러서 주차장에 돌아오니 안개는 걷히기 시작하고, 주차장에는 자동차들이 점점 들어차기 시작한다.


대형 주차장에는 관광버스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고,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는 싱그러운 수목원의 숲 속은 어느새 휴일을 즐기러 나온 관람객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가득히 울려 퍼진다. 포항으로 돌아 오는 길은 오락가락하던 장맛비도 잠시 멈추고, 싱그러운 산자락에 하얀 안개가 올올이 말려 올라가는 시원스러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유계리 삼거리에서 우회하여, 신광면 쪽으로 둘러서 드라이브를 하며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러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가자고 했더니, 별로 먹을 것도 없는데, 집에 가서 상추쌈을 싸서 밥을 먹자고 하여 바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두 달 만에 집사람과 함께 다녀온 고향 나들이 길에 들린 우중의 수목원 산책길을 갈무리해본다. 

(2018.07.0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