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안압지 주변 연꽃 나들이
솔길 남현태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는 7월 둘째 주에는 모처럼 주말에 비가 그친다. 장거리 산행이 없는 이번 주에는 토요일 오후에 약간 미끄러운 동네 뒷산을 오르내리며 땀을 흘리고 왔어 일요일 아침에 마눌에게 근교 산으로 가벼운 산행이나 갈까 했더니, 마눌이 미끄러운 산에 가지 말고 경주에 연꽃 구경이나 하러 가자고 하여 함께 다녀오기로 한다.
십여 년 전부터 경주 안압지와 반월성 주변에 넓게 조성된 연꽃 단지에는 그간 매년 구경을 가다시피 여러 번 다녀오고, 작년에는 어머님과 어린 손녀까지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온 곳이라 이제는 어느 정도 실증이 날 때도 되었는데, 그래도 연꽃이 피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마음이 끌리고 짬을 내어 다시 찾게 된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간단하게 준비하여 집을 나서니 금방 비라도 올 것처럼 날씨가 잔뜩 찌푸리고 있다. 안압지 주변 연꽃 단지에 도착하여 길가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니, 긴 팔 티를 입고 왔는데도 으실으실 추위를 느낄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아직 연꽃도 한물이 조금 이른 듯 하고 이렇게 바람이 부는 날에는 흔들리는 연꽃들을 접사 하기가 어려워 오늘도 날을 잘 못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조금 일찍 왔어 인지 아직은 연꽃이 예년처럼 많이 피지를 않은 것 같다. 멍석 깔린 관찰로를 따라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연꽃들 사이로 들어가니, 제각기 카메라와 휴대폰을 들고 연꽃 사진을 찍고 있는데, 바람이 거칠게 불어 연꽃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 꽃잎을 오므린 붉은 연꽃의 자태와 가까이 있는 하얀 연꽃들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붉은 연꽃 꽃망울이 솟아오르는 곳 연꽃단지 주변에 이제 한창 피어나기 시작하는 접시꽃도 아니고 무궁화도 아닌 이 꽃이 무슨 꽃일까 하며, 사진을 찍으면서 이리저리 살펴보니 멀리 안내판이 보이는데, 다가가 보니 중국에서 건너온 '부용화'라고 한다. 부용화 밭에서 바라본 연꽃 단지 풍경 연꽃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은 간혹 보이고 대부분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오늘 같이 바람에 흔들리는 연꽃을 접사를 하기에는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바람이 조금 덜 부는 언덕 쪽으로 가서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려가며 부지런히 몇 장 접사를 해본다. 아직은 연꽃이 초물이라 다음 주부터 더욱 많이 피지 않을까 싶다. 더 곱게 느껴지는 붉은 연꽃 쪽으로 관심이 끌리게 되고 다가가서 카메라를 더 많이 겨누게 되는 것 같다.
예초기 칼날을 피하여 논두렁에 피어 있는 '메꽃'은 주인공은 아니지만, 모여 앉아 연꽃 구경을 하고 있는 연분홍 메꽃 가족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하얀 연꽃 단지에는 벌써 사그라진 연밥과 이제 막 수 없이 솟아 오르는 꽃들의 함성이 들린다. 순결한 모습으로 활짝 피어 있는 하얀 연꽃 모습 바람의 눈치를 살펴가며,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서서 몇 장 접사를 해보니, 꽃 속에 노란 연밥과 수술들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하얀 연꽃과 분홍 연꽃의 조화 속에 연꽃 사이를 탐색하는 사람들이 곱다. 고운 옷 차려 입고 연꽃 사진을 찍으러 나온 듯한 외국인 가족들 마냥 즐겁기만 한 표정들이다. 순박하고 고귀한 하얀 연꽃들이 피어 있는 연꽃 단지를 걸어 나오니, 이 곳에도 언젠가는 유료화를 하려는지 울타리와 매표소까지 설치해 놓았다.
연꽃 단지를 뒤로하고 도로를 건너 첨성대 쪽으로 향하는 길, 한물을 넘긴 끝물 접시꽃이 피어 있는 곳에서 고운 놈을 골라 몇 장 접사를 해 보고, 옆쪽에서 바라본 첨성대 모습 살짝 당겨보고 길가 화단에 피어 있는 꽃 사진들 몇 장 접사를 해본다. 바늘꽃(가우라), 붉은 숫잔대(로벨리아), 천인국 (에키네시아) 등 이름이 아리송한 꽃들은 모두 원산지가 북미 등 외국 꽃이다.
관광객 들이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여유로운 첨성대를 뒤로 하고 계림 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서늘한 날씨 탓인지 안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 보이는 조용한 계림 정문 앞 풍경 사진에 담아보고 안으로 들어선다. 계림 정문에 위치한 둘레 2m 정도 추정되고 수령이 1,300 년이나 된다는 '회화나무'는 일부분만 살아서 끈질기게 연명을 하고, 하부 그루터기는 원형을 이전 형태로 제작 복원하였다.
바람이 불고 추위를 느끼게 하는 서늘한 날씨에는 별로 인기가 없어 보이는 계림 숲을 한 바퀴 둘러보고, 정문으로 돌아 나오는 길에 향가비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어 본다. 흐리고 서늘한 날씨 관계로 사람이 별로 없는 계림 숲을 나와서 바로 옆에 있는 경주 월성 쪽으로 향한다.
신라의 궁궐이 있었던 경주 월성은 조선 시대에 반월성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우리가 어릴 적에도 반월성이라고 하여 '반월성'이 입에 익은 이름이다. 월성 안쪽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어 보이고, 예전에는 없던 전기 자전거를 빌려 타고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이 여유롭다.
옛 궁궐 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곳 철망 길을 따라 석빙고 쪽으로 다가가니, 푸른 잔디 속에 엎드린 석빙고도 옛 모습 그대로인 듯하다. 경주 석빙고 안내판 위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석빙고 앞으로 다가가서 옛날 초등학교 수학여행 왔을 때는 안으로 들어가 본 기억이 있는 석빙고 내부를 드려다 보고 사진에 담아본다.
석빙고 앞에 경주 월성 발굴조사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대대적인 궁궐 터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인 듯하다. 천 년이나 잠들어 있던 곳을 새삼스럽게 지금 들 수시는 것이 적폐 청산이 신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다. 천 년의 궁궐 터를 천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발굴 작업을 하는 것이 최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보존하여 후세에 넘겨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발굴 작업이 진행 중인 월성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니, 연못 가에 대왕의 꿈 촬영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적을 막기 위해서 넓은 물 도랑을 파놓은 곳이 연못으로 변하고 수련이 자란다. 신라의 대왕들이 어가를 타고 다니던 길을 따라 반월성 밖으로 걸어 나와 도로 변을 따라 자동차에 돌아오니, 2시간 동안 주차한 요금이 2천 원이라고 한다.
경주 안압지 주변 연꽃 단지와 첨성대, 계림 숲, 반월성을 둘러보는 약 2시간의 구경을 마치고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식 뷔페식당에 들러 배불리 점심을 먹고, 의류 아울렛 할인 매장에 들러 잠시 쇼핑도 하고 나서, 잠시 오다가 다시 경주 빵집 앞에 차를 세우니 경주 빵을 3통이나 싸 들고 오는 마눌이 싱글벙글 이다.
집으로 돌아와 점심을 너무 잘 먹었다며 저녁은 간단하게 먹자고 하여 물냉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있는데, 이웃 나라 일본에서 1,000mm 가 넘게 내린 폭우와 폭풍으로 물난리가 나서 1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는 저녁 뉴스가 흘러 나온다. 태평양 비바람을 일본이 막아주니 태풍도 조용히 피해가고, 얌전하게 장맛비가 내리는 우리 나라가 핵무기로 노략질 하려는 북한의 하마 같은 정은이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만 없으면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8.07.09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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