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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3구간 (운암삼거리~ 성옥산~ 구절재)

호젓한오솔길 2018. 10. 25. 22:30

호남정맥 3구간 (운암삼거리~ 성옥산~ 구절재)


                                 솔길 남현태 


* 위 치 : 전북 임실군 운암면- 전북 정읍시 산내면                                   

* 일 자 : 2018. 10. 11(목)

날 씨 : 맑음
* 동 행 : 호젓한오솔길 홀로
* 산행코스 : 운암삼거리- 삼계봉(370m)- 묵방산(538m)- 배남재- 가는정이- 성옥산(387.9m)- 소리개재- 방성골-

 

                   왕자산(442.4m)- 장치- 구절재

* 산행거리 : 18.65Km (호남정맥: 18.65Km)
* 산행시간 : 7시간 24분 소요(이동시간: 약 7시간 02분)


팀산행으로 진행한 호남정맥이 종주를 9월 말에 완료하기는 하였으나 개인적으로 중간에 회사 일로 같이 산행을 하지 못하여 꺼림칙한 숙제로 남겨놓은 네 구간을 세 구간으로 줄여 이달 안으로 산행을 하여, 10월 셋째 주에 마지막 구간을 산행을 남겨 놓은 금북정맥과 함께 두 개의 정맥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로 한다.


포항에서 정읍까지 약 300Km 거리를 혼자서 운전하고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다 가까운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이틀간 산행을 하고 오는 것이 졸음 운전도 예방되고 경비 면에서도 오히려 절감이 되는 것 같아 주말에는 결혼식도 있고 하여 번잡하지 않은 평일에 산행 계획을 세워본다. 

 

수요일 밤에 산행을 출발하려고 아침에 준비를 하고 있는데, 손목을 다쳐 인천에 계시는 어머님이 시골에 들깨를 베야 한다고 걱정을 하시기에 "예 알았니더" 하고는 서둘러 시골에 가서 들깨를 베어놓고, 오후에 포항으로 나오는 길에 야간 산행 길을 위해 자동차에 경유를 만땅으로 넣었더니 94,000원어치나 들어간다.

 

이틀 분 점심 도시락과 간식거리 준비를 끝낸 마눌이 잠을 못 자고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일찍 가는 것이 한 사람이라도 편하게 자겠다 싶어, 가다가 졸리면 아무 휴게소나 들어갔어 눈을 붙여야겠다고 하면서 밤 11시경에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어차피 빨리 가도 날이 밝아야 산행을 하니 서두를 필요도 없이 고속도로 규정속도 100Km 이하로 안전운전을 하면서 정읍으로 향한다. 


가다가 지리산 휴게소에 들러 차를 세우고 잠을 자려고 뒷좌석에 쪼그리고 누웠는데, 옆에 트럭이 추워서 시동을 걸어놓고 잠을 자고 있는지 덜덜거리는 소리에 잠이 오지 않는다. 한 시간쯤 뒤척이다가 다시 시동을 걸고 산행들머리인 운암삼거리에 도착하여, 뒷좌석에 쪼그리고 누웠다가 잠이 오지 않아 조수석에 반듯이 누워서 작은 담요와 바람막이를 덮고 새벽녘에 깜박 잠이 든다.


어제부터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한 날씨가 바깥 기온이 영상 7.5도까지 내려갔는데, 잠결에 발목이 시린 느낌이 들어 잠을 깨니 어느덧 사방이 어슴츠레 밝아온다. 마눌이 준비해준 아침을 차 안에서 먹은 후 찬찬히 산행 준비를 하여, 아침 6시 42분에 트랭글을 켜고 어부집 뒤쪽 언덕길을 올라가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운암삼거리 어부집 좌측으로 난 시멘트 농로를 따라 언덕 위로 올라가니, 사유지에 택지를 개발하여 금방 길이 없어지고 여기 저기 달린 리본을 쫓아 다니다가 결국은 좌측으로 돌아 올라오는 농로(임도)를 만나고 마지막 택지개발 석축 앞에서 좌측으로 등산로를 찾아 잠시 비탈길 오른다. 능선에 올라서니 작년 5월초에 산행을 한 우리 팀의 노란 리본이 반갑게 맞이하고, 잠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모악지맥 분기점인 삼계봉(370m)에 도착하여, 살살한 날씨에 겉에 껴입었던 반팔 티 하나를 벗는다. 


삼계봉에서 리본에 주렁주렁 달린 쪽으로 좌회전하여 내려서는 길은 우거진 가시넝쿨이 전신을 할퀴며 달려들고, 묵방산 쪽으로 오르는 우거진 길은 바닥에 골이 많이 패여 있다. 묵방산 오름길에서 돌아본 삼계봉과 모악지맥 능선에는 가을 빛이 물들기 시작하고, 이어지는 낙엽 비탈 오르막 길은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묵방산 삼거리에 도착하니 우리팀 리본이 달려있다.

 

정맥길에서 우측으로 잠시 벗어나 앉은 묵방산으로 향하는 걸음은 민두룸한 능선 끝에 신갈나무 괴목에 달린 묵방산(538m) 안내판 앞에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삼거리로 돌아 나와 소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내리막 길 내려선다. 좌측으로 운암호와 마을이 보이는 길 따라 농가 옆으로 난 마을길로 내려서고, 우측으로 폐가가 있는 언덕으로 올라 폐가 옆으로 리본이 달린 숲 속으로 들어서면서 끊어질 듯 어렵게 이어지는 마루금을 따라 간다.


칡넝쿨 우거진 언덕길은 운암호를 바라보면서 묘지 옆 길을 따라 시멘트 도로가 가로 놓인 여우치에 내려서니 이 곳이 배남재 라고 하는 안내판에는 섬진강과 동진강의 확실한 물 가름을 알린다. 좌측에는 늙은 감나무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린 빨간 감들이 군침을 삼키게 하고, 우측에는 노란 은행이 징그럽도록 많이 달린 늙은 은행나무 아래에는 길 바닥에 떨어진 은행이 노랗게 깔려 있고 아직도 나무에 달린 은행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든다.


물크덩거리는 은행을 밟으며 걷는 길을 지나 잘 단장된 묘지 옆에서 돌아본 걸어온 호남정맥 마루금과 배남재 아래 새터마을 풍경 가을 빛으로 물들어가고, 묘지 뒤에 산행 들머리에서 바라본 운암호와 운암대교 건너 우측으로 나래산 풍경 평화롭게 펼쳐진다. 이어지는 야산 능선 길은 오래 전에 태풍으로 쓰러진 소나무들이 길을 막고 널브러진 길은 뚜렷한 등산로가 없어지고 여기저기 달린 리본을 따라 길을 찾아가니 발걸음이 더디어진다.


좌측으로 운암호를 끼고 내려서는 길은 가지런한 묘지 옆을 지나 '가는정이' 고개를 건넌다. 고개를 건너서 돌아본 가는정이 풍경을 뒤로하고, 시멘트 골목길 따라 오르는 걸음은 옥정호 산장 앞에서 좌측 길을 따라 오르고, 시멘트 도로가 끝나는 지점에서 감나무 농장을 가로 질러 올라간다.


관리가 되지 않는 듯한 감나무 농장을 오르면서 걸어온 묵방산을 돌아보고, 이어지는 정글 숲 속을 올라서 빼곡한 참나무 숲 길을 따라 낡은 콘크리트 전봇대가 쓰러져 있는 곳을 지나 오색 리본들이 주렁주렁 달린 성옥산(388m) 정상에 올라선다. 우리 팀 리본이 달려있는 성옥산을 뒤로하고 칡넝쿨 우거진 길을 따라 소리개재를 향하여 내려서는 걸음은 묘지 앞에 감나무가 있는 곳에서 까치들이 먹다가 남겨놓은 빨갛게 익은 홍시가 보여 몇 개 따먹으며 쉬어간다.


소리개재 삼거리에 내려선 걸음은 2차선 도로의 좌측 언덕으로 난 농로를 따라 올라 잘 단장된 묘지들 뒤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에서 돌아보니, 소리개재와 운암호 풍경이 아련히 멀어져 간다. 전기 철선이 둘러진 밭 사이를 걷는 무시무시한 길 좌측 아로니아 농장에는 까맣게 익은 아로니아가 그대로 버려져 있다.


다시 칡넝쿨과 가시넝쿨이 우거진 길을 찾기가 어려운 능선에 가마득한 포플러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커다란 말벌 집 저렇게 높은 곳의 흔들리는 가지에다 집을 짓고 태풍에 어떻게 견디었을까 싶어 살짝 당겨보니 누런 말벌들이 소복이 붙어 기어 다니고 있다. 다시 가시넝쿨 우거진 흐지부지해진 등산로는 소나무들이 쓰러진 장애물들을 헤치면서 축사 옆을 지나서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방성골에 내려선다.


커다란 당산나무 아래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당산나무를 뒤로하고 능선을 따라 고추 밭을 건너가야 하는데, 고추 밭에서 주인이 고추를 따고 있는 터라 차마 울타리가 쳐진 밭을 가로 질러 가지 못하고 우측으로 돌아 산등성이로 붙어 올라가서 합류하려 길이 없는 고사목 쓰러진 밀림 속으로 접어들어 한참을 헤매다가 하는 수 없이 잠시 내려와 좌측으로 정맥능선에 올라 붙는다.


바로 건너오면 되는 것을 고추 밭을 둘러 온다고 건너 산으로 올라가 오지게 알바를 하고 능선에 올라서니 힘이 쪽 빠지는 허무한 느낌이 든다. 이어지는 오르막 길에서 걸어온 마루금 돌아보고 다시 소나무들이 쓰러진 밀림 속으로 들어선 더딘 발걸음을 이어간다. 


호남정맥 길의 야산은 아마도 지난 10여 년 전에 태풍 매미로 쓰러진 소나무들이 아직 다 썩지를 않고 길을 막고 있으며, 햇볕이 스며드는 숲 속은 잡풀과 산딸기 가시덩굴이 자라 할퀴고 뜯으며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길이 없는 숲 속에서 우리팀 리본을 만나니 발걸음에 다시 힘이 나고 태풍에 쓰러져 죽은 소나무의 시체들이 즐비가게 널려있는 호남정맥의 답답한 야산 길은 마치 밀림 속을 방불케 한다.


희미한 등산로를 찾아가며, 소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오르막 길 따라 왕자산 오르는 길에서 돌아본 마지막 운암지 풍경 가을 햇살에 가물가물 멀어져 간다. 방성골에서 걸어온 능선길 돌아보고 사방이 막힌 답답한 숲 속에 산님들의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왕자산(443.8m) 정상에 올라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왕자산 정상을 알리는 팻말과 오색 리본들 속에 빛이 바랜 우리 고운산정 리본이 아직 자리를 지키며 포항 산꾼을 반겨준다. 다시 소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밀림 속을 지나니, 느티나무 한 그루 지키고 있는 무명 고개를 건너고 좌측으로 황금빛 물들어가는 시골 마을 풍경 바라보며, 년 전 벌목으로 인하여 산딸기덩굴 등 가시나무 우거진 숲길을 지난다. 


올려다본 가을 하늘 속에 뭉게구름 한가롭고, 건너 가서 돌아본 가시나무 넝쿨 길 두 번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을 햇살 다사로운 '장치'에 내려선 걸음 길 위에 드리워진 느티나무 가지 아래를 지나 묘지들이 있는 언덕길을 걸어서 산님들 리본이 달린 작은 봉우리들 오르내린다.


앞쪽에 향나무가 심어져 있고, 아담한 상석이 설치된 묘지에는 몇 년 동안 자손들이 찾아오지 않았다고 사정없이 우거져가는 잡목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 낙엽을 밟으며 이어지는 능선 길은 작은 바위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다가 가을빛 한껏 내려앉은 오늘의 종점 '구절재'에 내려서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6시 42분경에 운암삼거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18.65Km의 짧은 거리에 7시간 24분이나 소요 된, 호남정맥의 특징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가시넝쿨과 고사목이 쓰러져 있는 정글 같을 길을 지나서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간에 구절재에 도착하여, 검색을 한 칠보택시에 전화를 했더니 금방 택시가 도착하고, 구절재에서 운암삼거리까지 택시 미터기 요금이 18,500원이 나와 2만원을 지불한다.


택시 기사에게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고 주위에 모텔도 있는 곳이 어디가 제일 가까우냐고 물었더니, 여기는 촌 동네라서 없고 정읍 역이나 터미널 근처에나 가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차를 몰고 정읍역 앞에 도착하여 모텔을 잡으려고 하니, 모텔 마다 주차장에 커텐이 처져있는 것이 분위기가 영 그러했어 대낮에 혼자 잠만 자러 들어가기가 어색한 기분이 든다.


정읍 역과 터미널 주위를 세 바퀴나 뱅뱅 돌다가 용기를 내어 터미널 앞에 있는 모텔로 들어가니 숙박료가 4만원이라고 한다. 모텔 아주머니에게 근처에 혼자 밥 먹을 수 있는 곳을 물어보니, 시장 안에 순대국밥집도 있다면서 옷 갈아 입고 슬슬 한 번 돌아다녀 보이소 한다.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른 것 같아 샤워를 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혼자 식당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하여, 시장 안에 있는 순대국밥 집으로 갔어 국밥 한 그릇도 주느냐고 했더니, 들어와서 앉으라고 한다. 순대국밥에 소주 한 병을 시켜먹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내일 새벽 5시에 밥 먹을 곳을 물어보니 역전으로 가면 있다고 한다.


정읍 터미널 앞에 있는 시장 안에서 순대국밥으로 든든하게 저녁을 먹은 후 산보 겸 정읍역 앞을 돌면서 내일 새벽에 아침 먹을 해장국 집을 미리 알아 두고 모텔로 돌아와 초저녁에 깜빡 한숨 자고 일어나니, 잠자리가 바뀌어서 인지 다시 잠이 오지 않아 어두운 방안에서 혼자 뒤척이기 시작한다.

(2018.10.1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