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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가야산 비단길 따라 개심사 청벚꽃 산행

호젓한오솔길 2019. 5. 14. 22:45

 

서산 가야산 비단길 따라 개심사 청벚꽃 산행


                                                  솔길 남현태


* 위 치 :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 일 자 : 2019. 04. 28 (일)

* 날 씨 : 흐림, 맑음

* 동 행 : 포항산마루클럽 산악회

* 산행코스 : 상가리 주차장~ 남연군묘~ 상가저수지~ 가야산(678m)~ 석문봉(653m)~ 사잇고개~ 일락산~ 개심사~

                   신창저수지~ 서해안고속도로~ 신창리 마을

* 산행거리 : 약 13.53 Km                 

* 산행시간 : 약 5시간 30분 소요 


작년 7월 15일 금북정맥 10구간 산행 길에 한티고개에서 가야산을 오르는 능선에 키가 작은 잡목들이 우거진 벌목 구간을 지나면서 싸리나무에 하얗게 맺힌 아침 이슬에 아랫도리 흠뻑 적시면서 가야산 정상에 올라 등산화에 고인 물을 짜내면서 언제 이곳에 다시 또 오랴 하던 기억이 어제 같은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사라더니 1년도 되지 않은 4월 마지막 일요일에 포항의 명문 산마루클럽에서 가야산과 개심사 청벚꽃 테마 산행을 간다고 하여 따라 나서기로 한다.


지난 달에 4년 6개월이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3,166Km의 산길을 걸어온 1대간 9정맥(금강정맥 포함 10정맥) 산행을 마치고, 이제 밤잠을 설치는 원거리 산행은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근교산으로 어울렁 더울렁 산나물이나 찾아 다니다가 지난 주 1대 9정을 마친 독수리 5형제 자축 파티에서 산마루클럽 산행 이야기가 나와 모처럼 모두 같이 가자고 하여, 작년 12월에 대청호 오백리 길 오지산행에 함께 다녀오고 4개월 만에 포항산마루클럽을 찾게 된다.


일요일 아침 5시 40분에 포항시 북구 흥해 소방서 앞에서 출발하여 포항온천을 거처서 오는 버스를 지정 장소가 아닌 집 근처로 지나는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탑승하고,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오광장 롯데마트, 이동사거리를 경유하면서 회원님들을 태운 버스는 고속도로를 진입하여 가는 도중에 휴게소에 들려서, 산악회에서 준비한 카레 국밥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간간히 비가 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려간다.


아침 10시 15분경에 산행 들머리인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가야산 주차장에 도착하여, 각자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도로를 따라 조선말기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묘가 있는 곳을 향하여 올라간다. 영화 '명당'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남연군 묘지는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찾게 되어 오늘 산행에서 덤으로 얻은 소득이라는 기분으로 발걸음을 서두른다. 꽃이 지고 잎이 한창 피어나는 벚나무 가로수 2차선 도로변 인도를 따라 시작되는 걸음은 멀리 가야산 석문봉이 바라보이는 언덕 위에 조선말기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 묘소 앞에 이른다.


'명당'이라는 영화에서는 풍수지리 상으로 이 곳에 묘를 쓰면 2대에 거쳐 제왕이 나오는 천하명당이지만, 곧 나라가 망하는 흉지라서 묘를 쓰면 안 되는 곳이기에 가야사라는 큰 사찰을 지어 그 기를 누르고 숨겨왔던 곳이다. 그런데 몰락한 왕족으로 평생 안동김씨 세력에 수모를 당하며 살아오던 흥선군이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고, 명당을 차지하여 왕위 찬탈을 노리는 안동김씨의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가야사 라는 천년 사찰을 불태우고 그 자리에 아버지의 묘를 이장함으로 인하여 아들(고종)과 손자(순종)를 왕위에 올리고 자신은 대원군으로 권세를 떨쳤으나 조선이란 나라는 멸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커다란 왕릉처럼 생긴 나지막한 언덕 위로 올라가니, 두 명의 제왕이 나오는 천하명당이라고 하여, 나라야 망하던 말던 아들과 손자를 왕위에 올리기 위해 천년 고찰 가야사를 불태우고 매장을 하였다는 흥선군의 아버지 남연군 묘소 앞에 이른다. 멀리 오늘 가야 할 가야산(678m)이 올려다 보이는 곳 뒤쪽 석문봉(653m)을 기준으로 우측에는 가야산(678m)과 원효봉(600m)이 좌측으로 옥양봉(621m)과 서원산(481m)이 삼태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 곳이 천하명당이라고 한다.


명당으로 유명해진 남연군 묘소를 지난 걸음은 길지사 앞을 지나 상가저수지 제방에 올라서고, 저수지 물 속에 거꾸로 머리를 드리운 가야산의 초록 풍경을 바라보면서 저수지 제방 길을 따라 걷는다. 상가저수지 제방에서 남연군 묘소 언덕과 건너 서원산 풍경 돌아보고 삼거리 이정표에서 가야봉을 향하여 걸음을 이어간다.


연둣빛 피어 오르는 가야산 자락의 아름다운 풍경과 물에 잠긴 허상을 바라보면서, 상가저수지 상류 골짜기 짙어가는 녹음을 따라 이어진 걸음은 연초록 피어나는 골짜기 깊숙이 들어서고, 돌계단 비탈길을 숨가쁘게 걸어 올라 가다가 보드라운 다래 순이 피어나는 너덜겅에 조망이 트인 산중턱에 이르러 연둣빛 풍경 바라보며 잠시 걸음을 멈춘다.


다시 가파르게 밀어 올리는 돌계단 길은 아직 남은 산벚꽃이 마지막 자태를 사르는 곳을 지나, 마지막 나무계단 길 밟아 오늘의 최고봉 가야산 가야봉(678m)에 올라선다. 가야산(678m) 정상석 옆에서 돌아본 멀리 옥계저수지 너머 예산군 풍경 아련하게 펼쳐지고, 작년 여름에 안개 속으로 걸어 오던 금북정맥 바위 능선 길이 오늘은 고운 단장을 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연둣빛 짙어 오르는 가야간 자락 아래 멀리 한서 대학교와 산수저수지 풍경 눈에 들고, 작년 여름에 왔을 때는 사방에 안개가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많았던 멀리 서산시와 서해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석문봉으로 이어지는 가야 할 바위 능선에 서산시 쪽으로 드리워진 산자락은 알록달록 비단을 펼쳐놓은 듯하다.


석문봉으로 이어지는 가지런하게 보이는 아름다운 바위 능선과 방금 올라온 상가저수지와 상가리 풍경, 사방을 둘러보며 알록달록한 산자락 풍경 사진에 담아가며 회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서 점심을 먹고 정상에 올라온다고 점심을 먹으러 다시 돌아내려 오라고 하여 오던 길로 내려가서 함께 모여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정상으로 올라온다.


점심을 먹고 다시 올라온 가야산 정상에서 독수리 5형제 기념사진 찍혀보고, 석문봉을 향하여 가파른 나무계단 길 내려선다. 골짜기에서부터 들고 일어난 초록 반란군에 쫓겨 정상으로 몰려 올라온 봄의 전령사 진달래 들은 바위에 몸을 의지한 체 내년을 기약하며, 마지막 숨을 할딱이다가 애잔한 핏빛을 초록 위에 토해내고, 바위 능선 오르내리는 산님들의 가벼운 발걸음은 초록 향기에 취해 석문봉으로 향한다.


석문봉 가는 길에 돌아본 가야산 봉우리에도 연둣빛 곱게 피어 오르고, 바위를 둘러가는 나무계단 길 내려갔다가 돌계단 오르는 발걸음은 연분홍 진달래 앞에서는 저절로 발걸음이 멈추어진다. 거북바위에서 기념사진 찍혀보고, 돌아본 가야봉은 연둣빛 물결에 밀려 점점 멀어져 간다.


다투어 돋아나는 연둣빛 잎새들이 뿜어내는 열기에 속절없이 녹아 드는 붉은 진달래의 애잔한 한숨 소리 흐르는 능선 길, 발아래 초록 속에 둘러 쌓인 진달래는 체념한 듯 마지막 칼부림으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다. 돌출된 전망바위에서 걸어온 가야산 쪽으로 돌아본 풍경, 바위 능선을 파고드는 초록 물결이 일렁이는 바위 벼랑 위에서 포즈를 취하는 매화님과 산이좋아님 모습 살짝 당겨본다.


석문봉 쪽으로 거친 병풍처럼 펼쳐진 암봉들 사이에 숨어 마지막 자태를 뽐내는 연분홍 진달래들을 추격하는 초록 병정들과 꼰드랍은 사자바위 위에서 어설픈 포즈를 취하는 알파인님과 민트님 모습 살짝 당겨본다. 초록이 흘러내리는 전망바위에서 아련하게 펼쳐지는 서산시와 서해 풍경 잠시 바라보고, 아름다운 바위길 따라 석문봉을 향하여 걸음을 이어간다.


연분홍 진달래가 늙어가는 길 따라 석문봉 오르는 길에 돌아본 가야산은 능선 끝에 멀어져 가고, 바위에 피어 있는 진달래가 눈에 들어 잠시 돌아 내려가서 거칠게 갈라진 바위틈에 꼽힌 꽃다발처럼 일년에 단 한번 지나는 나그네들에게 고운 모습 보여주기 위해 한여름 뙤약볕과 겨울 삭풍을 견디며 모진 세월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진달래 모습 살며시 당겨본다.


마지막 자태를 사르는 화사한 진달래들이 모여 앉아 가는 봄을 노래하는 길 따라 봄바람에 신이 난 듯 모서리가 닳아 없어지도록 태극기 펄럭이는 석문봉에 도착하여 기념사진을 찍은 후 고도를 낮추며 발걸음 이어간다. 마지막 진달래 화사하게 피어 있는 석문봉을 뒤로하고 내려서는 길, 지나온 가야봉과 석문봉 모습 멀어져 간다.

  

진달래 떨어지는 마디 마다 파란 잎이 피어나고, 꼬투리 오진 화사한 진달래나무 앞에서 멈추었던 걸음은 꽃길 따라 고도를 낮추며 일락산 쪽으로 향한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진달래 꽃길 따라 내려서는 능선에서 좌측으로 미련이 남아 바라본 비단으로 수놓은 가야산 자락에는 어느새 그리움이 머물고, 이어지는 발걸음은 '사잇고개' '아라메길'에 내려선다.


사잇고개 쉼터 한쪽에 설치된 "산"이라는 김승재 시인의 시비 앞에서 민트님의 도움으로 단체 기념사진 한 장 찍혀보고, 잠시 오르막길 이어진 걸음은 진달래 만발한 일락산 능선의 조망바위에 잠시 머물렀다가 쉼터 정자가 있는 일락산(521m) 정상에 도착하여 과일을 먹으면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폭이 넓고 부드러운 힐링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개심사 입구가 300m 남았다는 아라메길 이정표를 지나 사거리에서 금북정백길을 흘려보내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개심사 쪽으로 향한다. 서산 아라메길 종합 안내판이 있는 삼거리 소나무 숲 쉼터에서 좌측으로 개심사 산신각 쪽으로 향한다. 


시원스러운 숲 속으로 이어진 걸음은 개심사 산신각 앞을 지나 우리 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청벚꽃이 피어 있다는 개심사 경내로 내려선다. 사람들이 붐비는 개심사 경내로 들어서자 마자 두 그루의 커다란 청벚꽃 나무가 맨 먼저 맞이하고, 청벚꽃 이라고 하여 파란 벚꽃인 줄 알았는데, 언뜻 보기에는 흰색에 가깝다.

 

명찰을 달고 있는 청벚꽃 나무는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이곳 개심사에 만 있는 희귀종이라 매년 꽃이 피는 시기에는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고 하는데, 오늘이 청벚꽃이 만개하여 절정을 이룬 주말인 바로 그날이라고 한다. 흰 꽃이 멍이 들어 청색으로 보이는지 청색이 물이 빠져 흰 꽃으로 보이는지 하얀 무명 옷을 입고 풀밭에 굴러서 풀 물이 잔뜩 배어 든 것처럼 푸르칙칙하게 보이는 청벚꽃은 희귀한 몸이라 구경을 하러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기가 대단하다. 


가지를 넓게 펼치고 절간 마당을 덮은 청벚꽃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니, 어디 따로 숨겨둔 아름다운 매력이라도 있는가 하고, 눈 빠지게 자세히 드려다 보아도 어느 한구석에도 분홍 왕벚꽃 보다 더 예쁜 곳은 없어 보이는데, 개심사 마당을 독차지하고 명성으로 각지의 관객을 불러 모아 사랑을 받고 있다.


개심사 경내에 있는 은은하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꽃송이가 탐스러운 연분홍 왕벚꽃과 진분홍 왕벚꽃이 미스코리아처럼 더 곱고 아름답게만 보이는데, 어딘가 모르게 침침하고 슬슬 하게 보이는 이국 여인 같은 희귀종 청벚꽃에 구경꾼들은 더 관심을 가지고 몰려들고 있다.


장미 송이처럼 탐스러운 왕벚꽃은 개심사 기와집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운치를 자아내는 풍경들 개심사에서 만나기로 한 회원들이 내려오기를 기다리면서 요리조리 카메라 돌려가며 몇 장 담아본다. 왕벚꽃을 구경하러 각지에서 많이도 몰려왔다는 생각이 드는 개심사 경내 풍경을 잠시 둘러본다. 연분홍 왕벚꽃은 자태가 참 수려해 보이고 진분홍 왕벚꽃은 애련한 자태가 화사함을 극치를 이룬다.


개심사 대웅보전 앞을 지나 청벚꽃에 밀려 관객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듯한 개심사의 홍도화, 용트림하듯 비틀린 늙은 몸뚱어리에 부채 살처럼 가지를 활짝 펼치고 화사하게 꽃피운 붉은 복사꽃은 이웃 청벚꽃의 아성에 밀려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어버린 아쉬움을 토해낸다. 개심사 뒤뜰에 날개를 펼친 홍도화 아래서 잠시 머물던 마음은 개심사 뜰 아래로 내려서고, 서둘러 주차장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서둘러 개심사 일주문을 나서고, 일주문 밖의 개심사 안내판 앞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상가를 지나오면서 미리 온 회원님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곳에서 시원한 막걸리 몇 잔 얻어 마시고 나니, 오후 3시경에 개심사 주차장까지 올라 오기로 한 버스가 마을 입구에서 도로가 막혀 대형차는 못 올라가도록 경찰이 통제를 하여, 약 4Km 아래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다 기에 모두 걸어서 내려가기로 한다.


신창저수지 둘레길 인도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건너 편에 가로수 겹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도로에는 개심사 청벚꽃 구경을 하러 들어가는 소형 자동차들이 줄을 서서 머뭇거리고, 대형 버스는 입구에서 통제를 하여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눈이 부시는 초록 햇살아래 월척을 기다리는 태공들의 낚싯대에는 금방이라도 초록 물고기가 낚일 것만 같은 여유로운 마음이 머물고, 개심사로 청벚꽃 구경을 하러 가다가 밀리는 자동차들은 조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른다.


저수지 상류를 건너는 다리에 도착하여 다리 위에서 목장 언덕을 배경으로 민트님 덕분에 기념사진 찍혀보고, 평화로운 저수지 상류를 건넌다. 도로를 따라 저수지 상류를 돌아가는 길은 물이 푸르러 버들이 푸른지, 버들이 푸르러 물이 푸르게 보이는지, 저수지 맑은 물가에 발을 담근 물오른 봄 버들이 가지 마다 토해 내는 연초록이 넓은 호수를 물들이고, 개심사 벚꽃 구경을 가다가 멈춰선 자동차들은 버리고 꽃구경을 가버린 주인을 기다리느라 봄 햇살에 애간장을 녹인다. 


사방이 목장으로 둘러싸여, 평화롭게 느껴지는 신창저수지 둘레 길을 걸어서 내려오는 가벼운 발걸음은 시원한 봄 바람을 따라 저수지 제방을 지난다. 화사한 왕벚꽃 가로수를 따라 내려오는 길, 건너 목장 언덕 초지 위에 무리를 지어 꼬물거리는 것이 사람인가 소떼인가! 목장 구경을 갔던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오는 여유로운 모습이다. 왕벚꽃 가로수 화사한 길을 따라 내려선 걸음은 서해안고속도로 아래를 지나 해운로 사거리를 건너 길가에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은 종료된다.


느긋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아름답게만 보이는 듯하다. 맑은 물가에 연초록 버들이 하늘거려 신비스러운 봄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신창저수지 둘레 길을 걸어서 마을까지 내려오는 길은 버스가 멀찌감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싶다.


인간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복잡한 개심사 주차장까지 대형차는 못 올라가게 통제를 한다고 하여 신창리 마을까지 걸어 내려가야 된다고 할 때는 더러 역방향으로 잘못 왔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밀리는 버스 안에서 울렁거리며 내려오는 것 보다 훨씬 더 기분이 상쾌했던 호반 길의 마무리 산행이 개인적으로는 오늘 산행의 별미 이고 유종의 미를 거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침 10시 20분경에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가리 가야산 주차장에서 곧 비라도 내릴 것만 같은 꿀무리한 날씨에 산행을 시작하여, 연둣빛 연초록이 피어 오르는 화사한 꽃 길을 따라 약 13.5Km거리에 어울렁 더울렁 약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느긋한 산행을 마치고, 오후 3시 50분경에 개심사로 청벚꽃 구경을 하러 올라오는 자동차들이 밀리는 길을 따라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마을까지 걸어 오면서 오늘 산행은 종료된다.

 

오늘 지고 다니던 배낭 속에 남은 물로 간단하게 머리를 감고 발을 씻은 후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개운한 기분으로 잠시 기다리다가 후미들이 모두 하산을 완료하여, 포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고속도로 예산 휴게소에 들러서 산악회에서 준비해온 뼈다귀 탕에 닭 발과 여러 가지 푸짐한 안주로 저녁 겸한 하산주를 나눈다.


저녁 9시 30분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의 역순으로 시내를 돌아 집 근처에 내려서 돌아오면서, 오늘 푸짐하고 맛있는 하산 주와 멋진 비단길 산행을 안내하느라 수고해주신 산악회 임원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포항의 명문 산마루클럽과 함께한 충남 서산시 가야산 산행 길을 절찬리에 갈무리해본다.

(2019.04.28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