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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래 최대 사기 사건

호젓한오솔길 2007. 4. 10. 18:27

 


** 단군이래 최대 사기 사건 **


얼마 전 지방의 한 여교사가 부부싸움 끝에 남편으로부터 폭행치사당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이유야 어쨌건 남편의 행동은 용서받지 못하겠지만, 애초 부부싸움의 원인은 부인으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교사가 발을 잘못 들인 '제이유 네트워크'라는 희대의 다단계 사기업체가 이 부부를 파멸로 이끈 원흉이었다.

세상물정에 다소 어두웠던 그 여교사는 다른 수많은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손쉽게 큰 돈을 벌수 있다"는 주위 누군가의 꼬드김에 빠져 거대한 사기피라미드를 떠받치는 눈먼 일원이 되었다. 그 결과는 곧 수억원의 빚이 되어, 남편의 폭력이 되어, 그리고 죽음이 되어 돌아왔다.


요즘 매스컴에는 제이유로부터 사기당한 피해자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넘쳐난다.

1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지체장애인 딸의 장래를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평생 모은 2억원을 날린 50대 여인, 부모가 함께15억원을 다 날리고 눈물로 밤을 새고 있어 앞날이 캄캄하다는 중학생, 군 제대 후 직장을 잡지 못해 애태우던 중 친구 따라 발을 디뎠다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되버린 청년 등등...


이런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도 물론 전혀 일말의 책임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누가 이들에게 탐욕에 눈이 멀었던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이 사람들은 단지 돈 좀 더벌고 싶었던 소박한 바람을 가졌을 뿐이었고, 철저히 집단 사기행각에 말려든 피해자일 뿐이다. 검찰은 이들의 숫자가 전국적으로 35만명이며 피해액수는 4조원대라고 밝혔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검찰총장은 이를 두고 "단군 이래 최대규모의 사기사건"이라고 말했다. 과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어떻게 사기쳤나


사기꾼들이 늘상 그렇듯, 이 회사도 손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사람들을 꼬드겼다.

일반 사기꾼들과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주 그럴듯하게 합법적인 네트워크 마케팅인 것처럼 정,관계 인사나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을 총동원하여 교묘하게 속였다는 것이다.


제이유는 회원들에게 자사의 물건을 구입하면 수당을 구매액의 최대 250%까지 돌려준다고 현혹했다. 즉 1천만원어치를 사면 최대 2천5백만원을 벌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인데도 이게 먹혔다.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투자했다. 뭘 믿고 그랬을까?


제이유는 21세기를 선도할 혁신적 마케팅 기법을 개발했다고 자랑했다.

즉 '소비생활 공유 마케팅' 이란 것으로 자기 회사의 말만 믿고 열심히 물건을 사서 팔면 지속적으로 수당창출이 가능하다고 사기를 쳤다. 그리고 처음 얼마동안은 회원들의 통장에 수당을 꼬박꼬박 넣어줬다. 당연히 '미끼'였다.

이 미끼를 덥석 문 사람들은 차츰 투자액수를 늘렸고, 정말 돈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전재산을 올인했다. 하지만 기쁨과 설렘은 잠시뿐이었다. 어느날 부턴가 약속된 수당은 들어오지 않았다. 고가의 화장품, 건강 보조식품 등 팔지도 못한 물건들만 집에 잔뜩 쌓아둔채 일이 잘못된 것을 깨달았지만 때는 너무 늦어 버린 것이다.


 


#제이유는 어떤 회사인가


제이유그룹은 1999년 12월 주수도라는 사람이 만든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다.

제이유피닉스, 제이유백화점 등 25개 계열사, 관계사를 가지고 있고, 매출액은 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4조7천억에 이른다.

이 기간동안 제이유는 '공유마케팅'이란 그럴듯한 전대미문의 환상마케팅을 이용해 세계적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인 암웨이를 따돌리고 동 업종 국내매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려막기식 경영은 당연히 오래가지 못했다. 작년 이 회사의 매출액은 1조2341억이었으나, 후원수당으로 1조459억을 지급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버린 것. 그룹의 총부채도 총자산보다 2900억 많아 회사 존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빈껍데기뿐이 이 회사가 파산하면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기에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도 거의 힘들 것으로 보인다.

평소 1조원대의 재산이 있다며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사비를 들여서라도 보상해주겠다며 큰소리치던 감방의 주 회장은 지금은 보상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

만약 있어도 내놓을 리 없지만 거의 모든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


 

#주수도는 누구인가


그는 1956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났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던 그는 청운의 꿈을 품고 상경해 학원가에서 ‘칠판닦이’를 하며 학업과 생계를 이어갔다.

여기까지는 아주 고생스럽긴 하지만 평범한 삶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마음은 지긋지긋했던 가난의 추억을 벗어버리고 무슨 수를 쓰서라도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는 머리가 좋았다.

학원에서 열심히 주워듣고 나름대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영어강사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다. 1970년대 후반에는 종로 학원가에서 꽤 유명세를 탔고, 이를 바탕으로 강남일대에서 알아주는 영어과외 선생으로 이름을 떨쳤다.


어느정도 부와 명성을 쌓은 그는 영재학원과 출판사를 운영하며 본격 사업의 길로 나섰다. 사실 이때부터 그는 직원의 월급을 떼 먹는 등 남 등쳐먹는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조그만 사업이 성에 안찼는지 그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기도 했는데, 아마 여기서 권력에 빌붙는 처세술과 사기치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터득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

이후 간이 크진 그는 건설회사를 인수하기도 하고, 컴퓨터 관련 네트워크 마케팅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리고 그때 이미 불범혐의로 감옥살이를 한번 했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다. (스스로 밝혔듯) 그는 감옥에서 불철주야 새로운 사기 사업을 구상했다. 그리고 감방을 나와 마침내 지금은 제이유로 명칭이 바뀐 UPN이라는 다단계판매회사를 만들어 몇 달 전 구속되기 전까지 7년간 승승장구했다.


그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멀쩡한 외모와 빠른 두뇌회전도 물론 보탬이 됐겠지만, 무엇보다 큰 힘이 됐던 건 거의 신의 경지에 오른 거짓말 실력이라 판단된다. 사기극이 백일하에 다 드러난 지금도 그는 감옥에서 “난 잘못이 없다. 모든 게 음해다”라고 주장하며 또 “제이유는 곧 정상화 된다” 며 큰 소리를 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 내뱉었던 헛소리들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버거울 지경이다. 그를 잘 아는 어떤 사람은 “그 인간은 숨쉬는 것 빼 놓고는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기극의 조연들


아무리 뛰어난 사기꾼이 설쳤다지만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엄청난 규모의 사기극이 가능했을까. 당연히 우리사회에 사기극을 도와주는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이유를 감싼 그 네트워크는 아주 방대했고 탄탄했다. 힘깨나 있고, 방귀깨나 뀐다는 사람들이 상당수 포진돼 있었기 때문이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정점으로 전,현직 국회의원, 검찰-경찰간부, 경제인, 유명 탤런트 등 각계를 총망라한 저명인사들이 사기업체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돼줬을 뿐 아니라 훌륭한 홍보도우미 역할까지 해줬다.

그리고 그 댓가로 그들은 짭짤한 떡고물을 받아먹었다. 직접적으로 뇌물을 받은 사람도 있고, 전산조작을 통해 지급하는 과다한 수당을 챙긴 사람도 있었다. 이 돈들은 물론 제이유가 35만 회원들에게 줄 것을 제대로 안주고 떼먹은 돈의 일부다.


제이유에 연루된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도 잘 몰랐며, 피해자라며 발뺌하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정말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긴가민가 하다가 소위 지도층이란 사람들의 그 잘난 얼굴과 명성을 믿고 제이유에 발을 디딘 사람들한테도 그런 변명이 통할까?

공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생각과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애써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애초 그 정도라도 되는 사람이라면 탐욕에 눈이 뒤집혀 사기극의 조연역할을 맡지도 않았겠지만...

 

 

 

# 맺는말


주수도 회장은 지난 6월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개의치 않고 감방경영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에너지가 살아 넘치는 모양이다.

짐작컨대 그는 형이 확정되고 이번엔 다소 긴 감방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먼 장래를 위해 또 다른 획기적 사업을 구상할 것이다. 아니 지금 바로 자신의 추종자들을 이용한 ‘원격통제 다단계 사기 사업’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엔 출판의 자유가 있으니 감방에서 심심풀이로 책을 하나 쓸수도 있겠다.

꿈과 미래, 애국심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그가 늘 사기쳤던 말을 대충 버무리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재수 좋게 그 책이 잘 팔리게 되면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 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가 여전히 이렇게 비뚤어지고 탐욕에 물들어 있다면 그의 컴백은 더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그를 너무 과대평가하거나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그는 단지 일개 사기꾼일 뿐이다. 그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엔 그 비슷한 사람들이 널려 있다.

다단계 판매 사기도 십몇 년 전부터 지겹도록 되풀이돼온 것들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것들은 겁낼 필요가 없다.

정말 조심스러워 해야 할 것은 허황된 욕망앞에 너무도 나약한 인간의 이성과 판단력이리라.

                                                            < 영남일보에서 >

 

 

 

지나간 신문기사 내용입니다만..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분 중에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있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한번 올려 봅니다...너그러운 마음으로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허황된 욕망앞에.. 인간의 이성과 판단력이 너무나 나약하다"는 말 세겨봅니다.

베란다에 붉은 꽃 무리 속에서 이상하게 흰색으로 피어 난.. 달랑 한송이 꽃으로 화면을 잔뜩 어지럽힌 것 또한 일종의 사기극이라 할수도 있겠네요..ㅎㅎ

2007.04.10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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