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하여가, 단심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우리도 이같이 얽혀 백년까지 누리리라.” 고려 말, 훗날 조선 태종이 된 이방원은 이런 시조를 읊으며 정몽주의 의중을 떠봤다. 아버지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해 고려조가 바람 앞의 촛불이던 때였다. 후세에 ‘하여가(何如歌)’로 전하는 바로 그 노래다. 그러자 고려의 충신 정몽주는 ‘단심가(丹心歌)’로 답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함승희 전 국회의원이 그제 하여가와 단심가를 읊조리며 민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중도통합민주당’으로 합당한 바로 그날이다. 중도개혁통합신당 멤버들은 4년여 전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며 정치적 모태(母胎)인 민주당과 동료들을 배신하고 뛰쳐나간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국정 실패를 마치 일부 ‘친노 세력’의 책임인 양 떠넘기고 다시 민주당에 손 내미는 상황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며 그냥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함 전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1995년 권력형 비리 사건의 수사 비화를 모아 ‘성역은 없다’는 책을 내기도 했지만, 그는 당시 ‘성역에 도전한 검사’로 유명했다.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그는 새천년민주당을 선택했다. 고향(강원도 양양)이 아니라 서울(노원갑)을 지역구로 배정받아 뒷말이 없진 않았다. 그러나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만 철저히 수사했더라면 노태우 비자금 사건도 좀 더 일찍 밝혀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국회의원이 돼서도 조직폭력배라면 비분강개하던 검사의 ‘초심(初心)’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탈당 성명서에서 “정치적 입지가 불리해진다 싶으면 소속 정당이나 정파를 헌신짝 버리듯 하는 무리들이 위로는 대통령 후보, 국회의원, 도지사에서 아래로는 시군구 의원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에 득실대고 있다”고 했다. 이 말에 가슴 뜨끔할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만 이미 신경이 마비돼 태연들 한 것 같다.
<동아일보,김창혁 논설위원>
횡설수설.. 이해찬 vs 김두관
“총리로서 내세울 업적이 없다. 골프 실력 하나만 검증된 후보다. 그의 재임 기간은 참여정부의 암흑기였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김두관 씨는 지난달 27일 ‘검증된 후보론’을 앞세워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김 씨는 이 씨를 ‘민주화 기득권 세력의 대표’라고 지칭했다. 3·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직을 내놓은 이 씨로서는 얼굴이 벌게졌을 법하다.
▷배경이나 정치적 경력만 본다면 김 씨는 이 씨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 올해 55세인 이 씨는 명문대를 졸업했고, 김대중 정부 시절의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교육부 장관을 거쳐 현 정권에서 21개월간 ‘실세(實勢) 총리’를 지냈다. 48세의 김 씨는 지방대 출신으로 서울에서 재야단체인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 사회부장을 하다가 감옥에 갔고 고향 마을에 내려가 이장부터 시작했다. 남해군 이장협의회 회장을 거쳐 남해군수에 당선(재선)됐고 현 정권에서 벼락출세해 7개월간 장관을 지냈다. 도지사 2회 낙선 전력도 있다.
▷둘은 공통점도 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며 노 대통령의 전·현직 정무특보다. 노 대통령은 이 씨를 “국정운영 능력이 뛰어난 칼 총리”라고 극찬한 바 있다.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씨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학벌 없는 사회, 보통 사람의 꿈이 이뤄지는 사회, 즉 코리안 드림의 상징”이라며 “최대한 키워 주고 싶다”고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모두 노 대통령에게 큰 신세를 졌다.
▷범여권 대선주자는 ‘TV 토론을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난립하고 있다. 김 씨의 발언은 많은 후보 중에서 튀어 보려는 의도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친노(親盧) 후보 중에서 경력이 가장 화려한 이 씨를 공격함으로써 동급(同級)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씨는 김 씨의 공격에 침묵함으로써 같은 급이 아니라고 차별화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과연 무슨 일을 했는가’ 하는 잣대에서 본다면 이 씨의 국정(國政) 경험은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도 있지 않을까.
<동아일보,권순택 논설위원>
횡설수설.. 이용희 와 조순형
그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대선 관련 공방으로 고성이 오갈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다. 열린우리당 및 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은 “이명박 박근혜 씨가 선거 관련 불법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안상수 위원장이 “마치 선거운동 하는 위원회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소속의 이용희 국회 부의장이 “이런 얘기를 하면 동료 의원들한테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르겠지만…”이라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상대 당 대통령 후보에 관한 문제는 가능한 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 주는 게 옳다”면서 열린우리당 등 여권 의원들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주문했다. 상대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충고였다. 그러면서 “여야 처지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충청도 출신 특유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씨였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老)정치인의 무게 때문에 그 울림은 컸다.
▷이 부의장은 76세로 현직 국회의원 중 최고령이다. 정치 입문 47년에 4선(選) 의원이지만 총선과 지방선거에 13번 출마해 8번이나 낙선의 쓴맛을 보았다. 그러기에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 되는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안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겨라’라는 좌우명도 이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주위에서 내년 총선 출마를 권유했지만 그는 “훌륭한 후배들에게 길을 터 줘야 한다”면서 한 달 전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제 마음까지 비운 셈이다.
▷이날 민주당 소속의 조순형 의원도 ‘바른 소리’를 쏟아 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기관에 대선후보 공약의 타당성을 조사해 보고하라고 한 것은 법치질서의 위기를 초래하는 위헌, 불법적 지시”라고 질타했다. 72세의 6선이란 관록도 있지만 2년 전 ‘탄핵 역풍’으로 ‘정치적 사망’에까지 이르렀다가 부활한 터라 그 역시 정치가 뭔지를 아는 사람이다.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의 티끌만 찾으려고 안달하는 함량 미달의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두 원로 정객이다.
<동아일보,이진녕 논설위원>
동아일보에 실린 횡설수설 모음입니다..기회주의 철새 정치인들..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이 되고..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고..자신에게 조금만 불리하면 탈당하여 다른 패거리를 만들어 한때의 동지들을 비판 해가며..쥐나개나 대선주자로 나설라 카는걸 보니..어느 시골동네 골목 대장을 뽑는듯합니다..안면에 철판을 깔고도 하기 어려운 막 말들을 마주보고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마구 �아내는 저 수렁 속에서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이 나오면..새인들은 또 말한다..개천에서 용이 난거라고....
2007.07.02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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