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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아장성능

호젓한오솔길 2009. 1. 17. 08:54

 

 

용아장성능

 

 

             솔길 남현태

 

 

칠흑같이 어두운 바위 능선

등 뒤 오세 암 불빛 아련할 때

아찔한 뜀바위 넘어

침침한 개구멍 바위 을씨년스럽다

좌측 어슴푸레 낭떠러지

아차 실수 황천길 사색되어

삶의 애착은 바위틈 파고들다

바동대고 기어 나온 개구멍 위에

섬뜩한 추모 동판 오금 저린다

 

멍하니 고개 든 하늘가 

오색 비늘 구름 여명 알리는데

서슬 퍼런 바위틈 마다

골수에 뿌리 감추고 연명한 노송들

조용히 속삭이듯 말 걸어온다

나 이제 그만 숨 거둘까

조금만 더 참고 살아야 하나

나약한 자신 추스르며

수백 년 인고의 세월 살아왔단다

 

지나온 능선 아찔한 장관이요

걸어갈 봉우리 두려운 경관인데 

노송의 고된 삶은 죽어 

세월 허공에 고사목 활개 짓 

새처럼 생겨 새 바위라는지 

용아 단풍 조화를 하나하나 타고 넘어

건들면 톡 하고 떨어질 암봉들

모양도 갖가지 만물상

위태로운 자세 더 아름답다

 

천 년 불변 바위라면 더 좋고요

천수를 다 못한 고사목이라도 좋아요 

이곳에 영원히 머물 수만 있다면 

나 여기서 호젓이 살고 싶다 

천 년 바위 위용 가던 걸음 멈추고

용아에 붙은 단풍 양치질 논할 제

수직 암벽 삼십 미터 내려갔다 오르니

용아장성능 아스라한 종점

아늑한 봉정암 바위 끝에 걸려있다.

 

 

 (200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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