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아장성능
솔길 남현태
칠흑같이 어두운 바위 능선
등 뒤 오세 암 불빛 아련할 때
아찔한 뜀바위 넘어
침침한 개구멍 바위 을씨년스럽다
좌측 어슴푸레 낭떠러지
아차 실수 황천길 사색되어
삶의 애착은 바위틈 파고들다
바동대고 기어 나온 개구멍 위에
섬뜩한 추모 동판 오금 저린다
멍하니 고개 든 하늘가
오색 비늘 구름 여명 알리는데
서슬 퍼런 바위틈 마다
골수에 뿌리 감추고 연명한 노송들
조용히 속삭이듯 말 걸어온다
나 이제 그만 숨 거둘까
조금만 더 참고 살아야 하나
나약한 자신 추스르며
수백 년 인고의 세월 살아왔단다
지나온 능선 아찔한 장관이요
걸어갈 봉우리 두려운 경관인데
노송의 고된 삶은 죽어
긴 세월 허공에 고사목 활개 짓
새처럼 생겨 새 바위라는지
용아 단풍 조화를 하나하나 타고 넘어
건들면 톡 하고 떨어질 암봉들
모양도 갖가지 만물상
위태로운 자세 더 아름답다
천 년 불변 바위라면 더 좋고요
천수를 다 못한 고사목이라도 좋아요
이곳에 영원히 머물 수만 있다면
나 여기서 호젓이 살고 싶다
천 년 바위 위용 가던 걸음 멈추고
용아에 붙은 단풍 양치질 논할 제
수직 암벽 삼십 미터 내려갔다 오르니
용아장성능 아스라한 종점
아늑한 봉정암 바위 끝에 걸려있다.
(200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