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산성
솔길 남현태
옅은 안개 찌푸린 팔공능선 끝자락
촉촉한 겨울 낙엽 길 따라
올망졸망 바위 고개 타고 넘으니
가산 봉우리 어렴풋이 고개 들어 반긴다
여럿이 둘러앉을 아늑한 바위 동굴
쪼개진 틈 사이로 걷다 보면
길 막고 심술부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바위 굴 기어 통과하라 시네
깎아지른 절벽 위에 바위 다듬어
골짜기 지형 따라 겹겹이
민초들 원성으로 쌓아올린 가산산성
칼 찬 병졸들의 함성은
세월 속에 허물어지고
성곽에 무성한 푸른 이끼 입 모아
무정한 긴 세월 노래한다
구백 고지 가산에 작은 정상석
에게게 실소 절로 나고
안개로 흐린 시야
용바위 바라본 절경 추측만 할 뿐
족보 다른 나무끼리 배배 꼬며
끌어안고 올라가니
비아그라 먹은 바위 암벽에 불끈 솟네
돌아오는 능선길 잘못 들어
치키봉에 올라 녹초가 된 아줌마
눈길 끄는 아늑한 돌침대 바위
아래쪽 아궁이에
군불 달구면 오죽 좋으랴
희미한 팔공 그림자 드리울 제
한티 휴게소 전등 켜지고
엔진 소리 서둘러 집을 찾는다.
(2006.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