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단석산
솔길 남현태
어제 토요일 산악회에서 월악산으로 가는 산행을 개인 사정으로 포기한 아쉬움에 오늘은 2년 전 이맘때쯤 다녀온 서라벌에서 제일 깊다고 하는 단석산으로 가기 위해 경주시 건천읍 우중골로 찾아든다. 언제부터 인가 혼자 산행을 갈 때는 장거리 운전이 마음에 걸려 될 수 있는 대로 가까운 곳을 즐겨 찾게 되는 것은 그만큼 몸이 늙어 간다는 증거인가 보다.
아침에 일찍 서두른 관계로 08시 50분에 우중골에 도착하니 골짜기가 한산하여, 길옆에 적당한 장소를 골라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우중골 입구에서 주차하고 이어지는 좁은 찻길을 그냥 걸어서 올라간다. 단석산 안내 표지판이 서 있는데 서라벌에서 가장 깊은 산이라고 하며 김유신이 어쩌고저쩌고하며 적혀 있다.
길가에서 폭포 소리가 요란하게 맑은 물이 흐른다. 건너편에 팔뚝 만한 촛불을 여러 개 켜고 기도를 했던 자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제법 영험스러운 곳인가 보다. 비포장도로를 조금 지나니 신선사로 올라가는 길이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다. 찻길을 따라가다가 질러가는 산길에는 개울물 소리가 어쩐지 서늘하게 느껴진다. 작은 폭포 옆에서는 계절은 어느덧 한기를 느끼는데 길옆에는 온통 물봉숭아 등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이 깊은 골짜기에도 민가가 두 채 있다. 오두막집 주위에서 텃밭을 일구고 집 뒤쪽에 커다란 바위 아래 기도를 올리는 자리가 보인다. 정상 부위에서 둘러본 조망 멀리 낙동정맥 길의 OK 목장이 보인다. 오늘은 운무가 뿌연 것이 조망이 가히 좋지는 못한 데 우측에 낙동정맥 길 당고개가 보인다. 정상석 뒤에는 김유신 장군이 칼로 잘랐다는 바위가 명물로 자리 매김 하고 있다. 뒤쪽에서 바라본 단석의 모습과 단석산 정상에서의 조망을 사진에 담아본다.
오늘 산행은 땀도 제대로 흘려보지 못하고 정상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한참을 노닐다 보니 바람이 서늘하다. 한기를 느낄 정도로 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들을 바라보다. 단석산 정상을 뒤로하고 능선길 억새들 속에서 커다란 불개미 집을 발견했는데,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본다. 스틱으로 쿡쿡 찔렀더니 금방 바글바글 온 동네 난리가 났다.
산비탈에는 이름 모를 버섯들이 즐비한데 이상하게 생긴 버섯들이 많아 모조리 카메라에 쓸어 담으면서 내려온다. 신선사 쪽으로 내려오다가 디귿 자 모양의 벽면에 온통 불상 그림이 새겨져 있는 국보 제199호 단석산 신선사 마애불상 군을 둘러본다.
최근에 지붕을 만들어 쉬어져 있는데 바위 면에서 풀이 자라고 있다. 고요한 신선사를 지나 하산길에 탱글탱글 영글어 가는 밤송이를 사진에 담으면서 성큼 다가온 가을을 느껴본다.
우중골 입구에 석탑이 세워져 있는 작은 암자에 입구에서부터 온통 수십 개의 대형 플라스틱 물통에 연꽃을 심어 놓았었는데,
아직 수련이 몇 송이 피어 있기에 열심히 카메라에 주워담았다. 암자 안에 세워진 배불뚝이 돌부처는 무슨 의미일까. 화분에 국화가 가을 향기를 풍기고, 이름 모를 하얀 꽃들이 너무나 아름답다. 익모초꽃을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으면서 오늘 단석산 산행길을 마무리한다.
하산 길에는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무척 붐비었으며 신선사 까지 구경오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밀려 들어와 좁은 길이 무척이나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서늘한 날씨에 비교적 짧은 산행길이라 등에 땀도 제대로 흘려보지 못하고 끝난 싱거운 산행이었다. 그러나 천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서라벌의 깊은 산중을 오르며, 여기저기서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어 보람이 있었던 산행으로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2006.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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