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리 베틀봉 곰바위산
솔길 남현태
작년 봄에 산나물 산행을 다녀오고 나서 오랜만에 베틀봉을 찾는다. 포항에서 출발할 때 맑은 날씨가 기계를 지나 구지리에 이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운주산엔 안개가 자욱한 것이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그냥 돌아갈까. 망설이며 차를 몰아 죽장에 들어오니 하늘이 개여 있다. 무학사를 지나 무학 대 길옆에 얌전하게 주차를 하고 산행 준비를 하는데 느닷없이 맑은 하늘에서 소나기가 제법 많이 쏟아진다. 옛날에는 이런 비를 호랑이가 오줌을 싼다고 했다.
무학대 주변 두마리로 들어가는 한적한 길가에 얌전히 주차를 하고, 산행 안내판이 설치된 길을 따라 개울에 내려서니 폭포 소리가 요란하다. 여러 개의 폭포 중에 제일 큰 곳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사진에 담아본다. 여름 피서지 골짜기 경관이 아름다운 풍경이 흐르고, 맑은 계곡물이 건너기 어려울 정도로 물이 불어난 계곡 상부로 잔잔한 폭포들의 연속이다.
시원한 개울을 건너 바위 너덜길로 들어선다. 기웃기웃 야생화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가며 곰바위산으로 오른다. 벌레가 풀잎을 갉아먹으면서 그린 그림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올라가다 돌아본 풍경은 고사목에 걸린 구름 모습 시원하다. 멀리 기룡산 위에도 뭉게구름 두둥실 떠 있고 길은 온통 싸리나무로 우거져 이슬이 자욱하다. 노란 야생화가 어쩜 이리도 고울까. 꽃송이가 아니라 꽃 나무다. 노란 모습에 카메라 눈이 부신단다.
하늘이 참으로 맑기만 하다. 기룡산과 작은 보현산풍경 구름 아래 포근하다. 잡초에 맺은 열매가 가을이 다가오고, 고사목 사이로 보이는 보현산 아름답다. 곰바위산 정상(895M)에서 바라본 베틀봉 쪽 전경 구름 풍경이 참 아름답다. 보현산과 면봉산 쪽 풍경은 볼록한 두 개의 젖가슴 봉우리 위에 뭉게구름 떠올랐다.
죽장면 두마리와 보현산 모습 구름 아래 정겹다. 망덕 고개에서 쳐다본 베틀봉 위로 구름이 힘겹게 넘어다닌다. 가는 길은 역시 싸리나무 숲 풀에 이슬이 맺혀 있다. 망덕할매 바위 전설을 말해주듯 홀로 외롭다. 오름길은 군데군데 초록 어우러진 오솔길이 있다. 소주병을 잘라서 만든 샘물폭포, 소주 샘물은 마시면 무지 취하겠다. 하얀 광대버섯 참 예쁘게도 생겼네요. 서로 살 속을 파고드는 상수리나무들의 사랑 이야기 애잔하다. 바위 구멍을 통과하는 구멍 바위 길을 지나니 층층이 운지버섯의 자태 아름답다.
드디어 베틀봉 정상의 모습 눈에 들어온다. 우~ 와~~~ 이럴 수가. 세상에 구름이 이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베틀봉 정상에서 확 트인 시야. 하얀 구름 가득 덮으니 산봉우리와 구름 사이로 바라보는 가슴이 탁 트인다. 보현산과 면봉산 위에도 뭉게구름 두둥실 떠있고, 사방이 온통 구름 천하로구나.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껏 들이키자.
아~ 하늘아~~ 하늘아~~~ 아무도 없는 고요한 산 위에 서서 사방팔방 둘러보며 연방 셔터를 눌러 대지만. 파랑은 하늘이요. 하양은 구름이어라. 흥분된 마음을 감당할 길이 없어 그냥 가슴이~~~ 벌렁 거린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파랑 바탕에 하양 물감을 뿌려 그린 그림이 몽실몽실 솜털처럼 피어나고, 곰바위산과 건너편 수석봉 위에도 뭉게구름이 몽실몽실하다. 이 작은 카메라로 오묘한 자연의 신비함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으리오.
내려오는 발걸음은 한결 가볍다. 길가엔 물봉선화가 지천이다. 예쁘기도 하여라. 접사로 이쁜이 집중적으로 분석해본다. 활활 타오르는 칡꽃도 이제 끝물이 다 되어 가나보다. 두마리로 내려와 곰바위산 쳐다보니 구름 뛰노는 모습 정겹기만 하다.
죽장면 두마리를 지나면서 여러 가지 시골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종종걸음으로 자동차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오늘 산행은 뜻하지 않는 소나기 때문에 우거진 수풀 길에서 이슬을 헤치며 다니다. 온몸을 이슬에 함빡 적신 축축한 산행이 되어버렸지만, 마지막 베틀봉에서 창공을 바라보며 흥분되었던 그 기분은 영원한 추억으로 남으리라. 산행 중에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해 혼자 보기 아까웠던 아름다운 풍경들이 못내 아쉬움이 남는 호젓한 산행길을 갈무리한다. (2006.09.02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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