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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산, 주왕산 대궐령

호젓한오솔길 2009. 9. 27. 10:35

 

 

갓바위산, 주왕산 대궐령

 

 

                                  솔길 남현태

 

  

오늘은 원래 멀리서 단체 산행을 오는 블로그 친구를 만나러 주왕산으로 산행할 계획이었으나 마눌의 반대 의견에 따라 2004년 12월에 다녀오고 그동안 가보지 못한 갓바위산(주왕산 대궐령)으로 가기로 하고 출발한다. 영덕군 강구면 삼사 해상공원을 지나  첫 번째 신호등에서 좌회전하여 옥계 쪽으로 가다가, 삼거리에서 우측 달산 쪽으로 따라가다 또 삼거리에서 좌측 청송 주왕산 쪽으로 올라가다가 오른쪽 용전2리에서 용암사 가는 길을 따라 용전지 상류까지 차로 진입한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용전지 상류에 얌전히 주차를 하고 슬슬 준비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 찜찜했던 기분은 산행과 함께 훨훨 털어 버리고, 용암사 입구로 난 시멘트포장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길가엔 온통 칡꽃의 진한 향기가 진동한다. 올라가는 용암사 입구의 계곡은 바닥이 청석으로  되어 있는 길 위에 맑은 물이 졸졸 시원하게 흐른다. 물 흐르는 계곡 옆의 바위들이 신기하게도 층층이 시루떡 모습을 하고 있다. 촉촉한 바위틈에는 이끼 풀들이 싱그럽게 자라고, 암사 쪽으로 올라가다가 길옆 개울을 건너서 산비알 길로 올라붙어야 한다. 상수리나무에 이상한 꽃이 피어 있는 것은 처음 보는 기이한 현상이다. 

 

위험한 오르막길에는 밧줄이 튼튼하게 매어져 있는 제법 험한 바위길도 더러 있고 맞은편 능선의 암봉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튼튼한 밧줄에 의지하며 올라가다가 "경주 밧줄은 약하고 영덕 밧줄은 튼튼하다."라며 따라오는 마눌이 경험에서 얻은 결론을 내린다. 온통 돌과 자갈이 깔린 길을 올라가다 보니 영덕 쪽 전경이  산 위에 하얀 뭉게구름이 동동 떠다니다 동해로 흘러간다. 

 

능선 위를 쳐다보니  초록 위에 갓바위 머리가 보인다. 호젓한 소나무 숲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 건너다보이는 암릉이 초록 옷을 입어 속살이 잘 안 보이니 아쉬움에 조바심이 난다. 오르고 또 오르는 길가엔 곡선미가 대단한 미인 소나무가 가랑이를 벌리고 있다. 돌아보는 동해 쪽은 올망졸망 봉우리 위에 떠다니는 구름으로 조망 좋은 곳에 갓바위의 위용이 보인다. 주위엔 공을 들인 돌탑들도 보이고 영덕 군수님이 보증한 갓바위 인정서(안내 표지판)가 설치되어 있다. 

  

 " 갓바위 :  태고 때부터 있었다는 이 바위는  세 개로 나란히 위치해 있고 맨 앞 바위가 멀리서 보면 마치 갓을 쓰고 있는 것 같아 갓바위라 불러왔다. 일명 관암이라 불러지기도  하였으나 이 바위에 공을 들이면 액운을 떨치고 소원이 성취된다고 하여 옛부터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바위였으며 근래에는 외지인들이 찾아와 소원을 비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저수지로 수몰되었지만, 마을 이름을 갓바위골 이라 하였고 현재 행정마을 명이 용전리지만 옛 이름은 입암이라 하였다. 또한, 마을에 정자를 짓고 모암정 이라 이름을 붙였으니 특별히 이 갓바위와 인연이 있는 지역임을 말해준다."

 

오늘의 주인공 갓바위의 당당한 위용과 돌탑 위로 보이는 창공의 뭉게구름 아름답다. 갓바위 아래 쌓아올린 돌탑 누구의 정성인지 갓바위 턱밑에서 쳐다본 모습 우람하다. 갓바위에서 영덕 쪽으로 아름다운 조망은 하얀 뭉게구름 아래 아름답다. 갓바위에 돋아난 부처손 빼곡히 싱싱하다. 바위에 붙어서 자라난 부처손과 풀들이 퍽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갓바위를 지나 대궐령으로 오르는 경사길 이백 미터는 갓바위의 뒷모습과 앞쪽의  확 트인 조망이 조화를 이룬다. 영덕 달산 오십천이 보이고 계곡에 용암사도 보인다. 풀잎이 드리운 바위의 으슥한 곳은 여자의 그곳처럼 생겨 설명이 곤란한 모습이다. 바위 너덜길을 따라 대궐령에 올라 정상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어주고 찍혀본다. 

 

대궐령에서 내려다본 갓바위와 주변 조망들 주왕산의 위용을 말해주는데, 조금 끄집어 당겨서 바라보니 갓바위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낙동정맥의 휴식처 대궐령에는 별바위로 가는 정맥 길 오솔길이 멋지다. 옛 사연을 간직한 대궐령의 평화로운 모습은 나무 아래 널따란 초원이다.

 

"대궐령  : 옛 이야기 속에 나오는 중국 당나라 때 진의 후손인 주도가 진의 회복을 도모 코져 스스로 후주천왕을 자처하고 군사를 일으켰다가 패하여 이곳 주왕산으로 숨어들었을 때 영덕지방 사람들과 물물교환을 하였던 곳이 바로 이곳 산상 분지인 대궐령이다. 정상부는 넓은 산상 분지의 초원을 이루고 있고 갓바위 전망대에서 동편 자락을 굽어보는 마음은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맑은 날이면 동해의 푸른 물결을 볼 수 있고 해맞이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정상부는 축구장만큼 넓은 평지에 마치 부드러운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넓은 풀밭을 이루고 있다. 대궐령은 임금이 계신 곳을 둘러서 이어진 산봉우리를 가리키는 것이라 하며 일반적인 고개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산줄기의 높은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법하다."

 

주왕산 왕거암으로 가는 정맥 길에 온몸에 상처투성이 커다란 혹을 덕지덕지 붙인 신갈나무는 고통의 나날을 보내며 푸름을 뽐낸다. 대궐령에서 출발지 용전지가 보인다. 산초에도 하얀 꽃이 곱게 피고 바위를 다 덮은 이끼 풀들은 완전한 불멸의 세력을 구축하였다. 하산길에 바라보는 동해 위에 구름 화사한 조망이 경이롭다. 

 

계곡 청석 길 위로 흐르는 맑은 계곡 물에 세수를 하고 나니, 대롱대롱 칡꽃들도 마지막 등불을 화려하게 밝힌다. 자동차 옆 맑은 햇살에 알차게 영글어 가는 밤송이들을 사진에 담아보고는 힘차게 애마의 시동을 건다. 당초 계획에 어긋난 오늘 산행이지만,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산에서 산꾼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호젓한 을 즐기게 되었다. 오랜만에 찾아본 갓바위의 위용과 포근한 대궐령의 모습은 간직한 체, 마음 한편으로 미안한 여운을 남기며 오늘 산행기를 마감해본다. (2006.09.03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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