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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목장

호젓한오솔길 2009. 9. 27. 10:37

 

 

오리온 목장 

 

 

                      솔길 남현태

 

 

포항 근처에서 유일하게 은빛 억새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오리온 목장을 작년 늦가을 오후에 출발하여 날이 저물어 도중에서 포기하고 돌아온 그 길을 억새가 만발한 시기에 맞추어 오늘 일 년 만에 다시 찾아든다. 오리온 목장은 경주시 왕산마을 쪽에서 더 빨리 올라가는 길이 있지만, 조망이 좋은 포항시 경계 능선길 산행도 즐길 겸 먼 길을 돌아서 시원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으악새 구경을 떠난다.

 

포항시와 경주시의 경계인 성황재에 주차를 하고 출발하는데 입구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엉성하게 붙어 있다. 개인 사도이므로 잔디 보호를 위해 차량은 물론 등산객도 다니지 말란다. 산소에 가는 길 같은데 인심 한번 고약 타, 그러나 달리 갈 길도 없고 발을 머리에 이고 갈 수도 없고 하여 그냥 살금살금 걸어 들어가지만, 왠지 찝찝하다.

 

잠시 후 전망이 좋은 바위에 도착하여 사방을 둘러보니 포항 쪽 전경이 쾌청하며, 쪽빛 하늘가엔 뭉게구름 두둥실 떠다닌다. 지금이 봄인가 온 산천이 붉은 야생화다. 만날 보는 꽃이지만 이름은 모른다. 초가을의 오솔길은 생기를 잃고 말려들어 가는 풀들로 몰골이 별로다. 1시간 30분 걸으니 멀리 오리온 목장이 보인다.

 

작년에 여기 삼각점까지 왔어 날이 저물어 되돌아갔다. 여기서 능선길을 둘러서 가면 오리온목장 초입까지 1시간 걸리고 왕복 2시간이 더 소요된다. 억새를 둘러보고 하려면 3시간은 더 잡아야 한다.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포항시와 영일만의 확 트인 조망이 보인다.

 

추령 갈림길이 있는 곳 소나무 아래 바위들이 정겹다. 여기서 잘 보이지 않는 우측길을 찾아서 들어가야 한다. 오늘 오른쪽 길은 보지 못하고 눈에 잘 보이는 좌측길로 들어섰다가 급경사면을 100미터 정도 내려가다가 이상하여 지도를 찾아보고 헐떡이며 다시 올라왔어 우측길을 찾았다. 경주 불국사로 갈뻔했다.

 

왠지 포항 쪽으로 자꾸 카메라가 겨누어진다. 아마도 동동 구름이 더 있는 하늘가에 우리 집이 있는 곳이라 그런가 보다. 하얀 광대버섯  예쁘기도 하여라! 둘이 양지쪽에서 데이트 하나보다. 모양이 참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이여 품위가 있다. 바짝 엎드려서 안쪽을 자세히 드려다 보자. 멋진 광대버섯의 속을 드려다 보면서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 오리온목장 입구에 도착한다

 

은빛 억새가 참으로 장관이다. 올라갈 길이 없어 그냥 억새 사이로 헤집고 올라간다. 고라니가 놀라서 달아난다.  나도 무지 놀랐다. 포항과 영일만의 조망이 참 아름답다. 약간 우측 동쪽 풍경도 만만치가 않다. 드디어 목장 길이다. 목장 길~~~ 따라서~~ 룰루랄라~~ 들국화도 억새 사이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목장을 한 바퀴 돌아보며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또 고라니 한 마리가 낮잠을 자다 놀라서 달아난다. 오늘 목장 안에서 다섯 번을 깜짝깜짝 놀란다. 고라니 세 번 장끼 두 번 저희도 불청객이 찾아와 놀라서 달아나지만, 무심코 사진을 찍으며 다니던 나는 더 놀란다. 목장이 이제는 완전히 야생동물의 생활 터전이 되었나 보다. 구석지고 물이 있어 잡풀이 나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고라니가 있었다.

 

억새 사이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노란 야생화 올라오던 길로 다시 돌아간다. 아무도 없이 텅 빈 목장을 한 바퀴 돌며 억새 풍경에 취하여 노닐면서 사진을 찍는 동안에 시간이 무려 1시간 30분이나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은빛 머리를 바람에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인들 억새의 무리에게 아쉬운 이별에 악수를 한다.

 

능선 길을 따라오는 가벼운 발걸음 위에 세찬 갈 바람이 전주 철탑을 울리는 무서운 소리를 들으며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그런데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문은 이 아름다운 오리온목장의 억새밭에 골프장이 생긴다고 하여 어쩌면 마지막 구경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더욱 정감이 가는 애잔한 억새 산행을 마무리한다. (2006.09.16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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