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학산 웰빙 산행
솔길 남현태
기나 긴 추석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근교산행이라도 한번 다녀오려고 배낭을 챙기지만, 아직도 지난주에 설악산 용아장성을 다녀온 들뜬 기분이 조금은 남아 있어서인지 언뜻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연휴 끝이라 차량이 많이 붐빌 것을 감안하여 집에서 가까운 신광면에 있는 비학산으로 찾아든다. 흥해와 신광을 지나 오전 10시 10분경에 법광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주차장엔 차들이 거의 들어차 있다.
"비학산은 산의 형상이 학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과 기북면과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산 정상에 봉우리가 있고 동편 중턱에 작은 산 모양의 불룩한 봉우리가 있는데 이것을 등잔 혈이라 하며, 산 정상부와 등잔 혈에 묘를 쓰면 자손이 잘된다고 하였으며, 특히 등잔 혈에 묘를 쓰고 가까이 있으면 망하고 멀리 떠나야 잘된다는 전설과 묘를 쓰면 가뭄이 든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어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비학산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정상에 올라가 암장한 시체를 찾아내곤 했다."
복잡한 주차장을 지나서 등산로 초입 솔밭 길옆에 홀로 주차를 하고 좌측 등산로를 따라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법광사 입구에 있는 비학산 숲 탐방로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가을 억새 다문다문 어우러진 사이로 멀리 안개가 머리를 살짝 가린 비학산 정상부가 보인다. 우거진 칡넝쿨 향기 물씬 풍기는 소나무 숲 길을 지나고 잡목이 무성한 골짜기 길을 지나서 능선에 오르는 가파른 길엔 안전 로프가 처져 있다.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무제 등과 신광벌의 전경을 담으며 비학산 정상에 도착하니 출발한지 50분 소요된다. 자그마한 비학산 정상석은 옛 모습이다. 비학산 정상부의 전경 사진을 찍는데, 맨 먼저 좌측에 이상한 곳으로 눈이 간다. 오가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쓰레기 무더기가 있다. 이럴 수가 널브러진 쓰레기와 마대 자루에는 "**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글귀가 선명하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 봉지를 야간에 산짐승들이 음식 찌꺼기를 찾아 파헤친 모양이다. 팔뚝 만한 뼈다귀를 비롯하여 온갖 쓰레기들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 영험한 명산의 정상에서 아예 잔치판을 벌린 모양이다. 산에 올라올 기본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자기 양심을 저버린 행동으로 말미암아 인간이 자연 앞에 무한 한 죄를 짓는 것이다. 보는 사람마다 욕을 한다.
성법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엔 안개가 자욱하다. 정상에서의 신광면 쪽 조망도 안개가 가린다. 비학산 정상의 억새 모습을 하늘을 배경 삼아 정성껏 담아본다. 들국화가 다사롭고 화사해 보인다. 눈살을 찌푸린 쓰레기 무더기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와 들국화가 피어 있는 비학산 정상을 뒤로하고 하산 길을 서두른다.
무제 등에 도착하니 돌탑이 먼저 맞이한다. 무제 등에서 바라본 비학산 정상부의 모습 아름답다. 비학산 정상부 좌측 능선의 모습과 무제등의 돌탑 모습이 어우러져 정겹다. 무제 등의 돌 제단 주위에는 쉴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무제 등에서 바라본 신광면의 조망은 가을빛이 감돈다.
무제 등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법광사 뒤편의 황톳길이 나무 계단으로 단장되어 있다. 하산을 하니 주차장에도 꽉 차있고 솔밭에도 차량으로 꽉 차있다. 산행시간 2시간 소요. 이제 겨우 12시 20분이다. 법광사 구경을 하고 왔어 점심을 먹어야지 하면서 배낭을 그냥 메고 법광사로 들어간다.
"법광사는 신라 제26대 진평왕 때 창건하여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대웅전, 금당2층과 525칸의 당우(堂宇)가 있었던 대사찰이었으나 임진왜란 때 병화로 소실되고, 이조 철종 때 다시 화재로 전소하여 약 70년간 폐사하였던 것을 1936년에 재건하여 현재의 작은 사찰로 변모하였다. 지금도 법광사지에는 석가불 사리탑, 불상, 연화불상 좌대, 쌍거북 비대등 많은 유적이 있다."
법광사의 아늑한 전경과 대웅전 및 경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는 밖으로 나왔어 담 너머로 들여다본 전경까지 담아본다. 법광사에서 70m 뒤 편에 있는 법광사지 사리탑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경상북도 기념물 제20호 법광사지 안내판이 보인다. 법광사지 사리탑 전경과 사리탑의 아름다운 모습을 정성껏 담아보고 돌아 나오니 법광사 앞길 가에도 온통 차량이다.
자동차에 돌아와 차 옆에 자리 잡고 열심히 등에 지고 다니던 도시락과 사과 한 개를 처리한다. 물은 세 병중에 한 병도 다 못 마신 채 열심히 메고만 다녔다. 산행이 길어야만 맛인가, 짧은 시간에 숨이 차도록 열심히 걸어서 가을볕에 땀을 흠뻑 흘린 것으로 "비학산 웰빙산행"을 마감한다. (200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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