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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산의 낙엽길

호젓한오솔길 2009. 10. 7. 21:53

 

 

운주산의 낙엽길 

 

 

                         솔길 남현태

 

 

내일(일요일) 장거리 청옥산으로 산행 계획이 있어 오늘은 가벼운 워밍업 정도로 다녀올 수 있는 산행 하고자, 어제저녁부터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일단 차를 몰고 시외로 빠져나오면서 핸들을 운주산 쪽으로 돌린다. 운주산은 이번이 일곱 번째이고 금년에 세 번째로 찾아든다. 어느 명산들처럼 아기자기한 볼거리는 별로 없어도 포항 근교의 듬직한 육산으로 봄에는 야생화와 산나물,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의 능선길, 가을에는 단풍과 낙엽길이 좋아 편안한 마음으로 즐겨 찾는 산이다.

 

오전 10시 30분경에 하 안국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상 안국사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려다. 산행 거리도 짧고 계곡 정취도 즐길 겸 하 안국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하 안국사로 들어가는 아늑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올라가니 하 안국사 주차장에 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다.

 

벌써 이렇게 많은 산꾼이 찾아왔나 의아해하면서 차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는데 안국사에서 들려오는 염불 소리가 "사십구재~~ 안국사~~" 들린다. 아~ 하 안국사에서 어느 고인의 49재가 열리고 있는가 보다. 그래서 찾아온 차들이구나. 올라가며 하 안국사 전경을 사진에 담아본다. 법당 안에서는 49재 염불 소리가 구성지게 들린다.

 

아늑한 시멘트 포장길을 걸어서 올라가니 개울 가엔 가을빛이 완연하다. 약 40분쯤 걸어서 안국사에 다다를 즈음 길가에 낙엽들이 소슬바람에 날리어 시멘트 길을 굴러다니며 "자르르~~~자르르~~"  애처로운 가을 노래를 연주한다. 안국사 주차장에 달랑 한 대만 주차되어 있다. 고요한 골짜기 말 그대로 절간처럼 조용하다. 안국사의 전경들 요모조모 카메라에 담아보고는, 안에서 사람 소리가 소곤소곤 들리는 안국사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계곡에서 만난 단풍들은 때깔이 별로다. 그나마 가을 햇살을 받아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그중에 고운 놈들을 골라서 카메라에 담아본다. 돌아보니 벌써 낙엽길이 이어진다. 가문 날씨에 단풍은 물들자 바로 말라 들어가고, 그나마 아침 이슬을 맞아 촉촉한 낙엽을 밟으며 올라가다. 고운 단풍을 만나면 사진 찍어주고, 가을 햇살이 단풍을 물 들이고 있는 장면을 즐기며 올라간다.

 

그럭저럭 하다 보니 어느덧 낙동정맥 안부능선이 보인다. 이정표 주저리주저리 달린 정맥 길을 따라가니 능선 길 역시 낙엽으로 융단을 새로 깔고 가을 단장을 하고 기다린다. 나무는 이렇게 낙엽을 한잎 두잎 지우면서 서서히 겨울 채비를 하는가 보다. 운주산 정상에 도착하니 오늘은 너무 설렁하니 아무도 없다.

 

운주산은 항시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있어 이름 그대로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산"처럼 올려다보이기도 한다. 운주산은 포항과 영천의 경계를 이루는 낙동정맥의 산으로 정상은 정맥의 마루금에서 200m 정도 살짝 빗겨나 영천 땅에 속해 있다. 

 

"임진왜란 때는 산세 덕에 외적을 방어하기 좋아 김백암 장군이 이곳에 성을 쌓고 진을 설치하기도 했으며 이로 말미암아 산 남쪽 아래의 영천시 임고면에는 수성리(守城里)라는 마을이 있고, 구한말에는 의병조직인 산남의진(山南義陳)이 이곳을 근거지로 일제에 대한 항쟁을 펼쳤으며 임진왜란과 6.25때는 주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던 전흔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땅에 깊숙이 박힌 운주산 정상석 모습을 올 때마다 담아본다. 원래 운주산 정상은 숲으로 가려져 조망이 어렵다. 그런데 오늘은 안개까지 끼어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 하여 별로 찍을 것도 없고 주위가 너무 호젓하다. 그래서 옛날 손버릇이 또 나온다. 오랜만에 자작으로 내 모습이나 한번 담아보자.

 

돌아오는 낙동정맥 동릉길은 낙엽이 더 많이 쌓여 있다. 빨리 걸어가기가 아까운 길이다. 융단 같은 낙엽 위에 퍼지고 않아 가져 온 도시락과 사과 한 개를 해 치운다. 바싹~ 바싹~ 새로 깔린 낙엽을 밟으며 가는 그 기분 무엇으로 표현할까. 안국사에 내려와 돌 거북이 입에서 흘러나오는 약수에 목을 축이고, 고개를 들어보니 부처님의 자비로운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빙그레 웃으시기에 카메라를 겨누어 답례한다.

 

오래된 낡은 출렁다리가 궁금하여 가까이 가 보니 출입 금지라고 적어서 막아두었는데..과연 명필이네..ㅎ 출렁다리 입구에서 바라본 계곡 바깥풍경은 은천지 저수지가 조금 보일 뿐 골짜기가 오막하다. 안국사를 뒤로하고 포장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길가에 흐드러진 가을꽃들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길가에 쌓은 돌탑의 모습을 찍는데, 맨 꼭대기에 뾰쪽한 돌을 세워 놓은 거시기 모양에 절로 모습이 웃음이 나온다.

 

길가엔 가을 들꽃들이 많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길을 따라서 하 안국사까지 걸어나온다. 나비와 벌들이 열심히 꿀을 빨고 있는 야생 황국화가 즐비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토종 벌들과 나비는 떠날 줄을 모르고 정신없이 마지막 꿀까지 알뜰히도 빨고 있다. 야생 황 국화 향기가 그윽한 안국사 골짜기를 빠져나오면서, 오늘 운주산 낙엽산행을 마감하고, 또다시 내일 청옥산 산행을 준비해 본다.

(200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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