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팝나무 꽃
지난 일요일 시골 아버님 산소 앞에 피어 있는 하얀 조팝나무 꽃을 담아다가 추려서 올려본다.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는 늘 조팝대(조팝나무) 꽃이 피면 보릿고개(춘궁기) 라고 말씀하시며, 어렵게 살아온 긴 세월을 돌이키시면서 조팝나무 꽃을 바라볼 때 마다. 처진 어깨 위로 긴 한숨을 내 쉬시곤 하셨다.
추운 겨울을 어렵게 넘기고 봄을 맞이하였건만, 집안에 묵은 식량은 다 떨어지고, 들판에 보리는 아직 시퍼렇게 익지도 않았고, 산천에 산나물도 아직 돋아나지 않는 시기라 먹을 것이 없어서 배를 곯아 굶어 죽는 사람이 제일 많이 나오는 시기가 바로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누리에 필 무렵이었다고 하셨다.
조팝나무 [Bridal wreath]
학명 분류 크기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
Spiraea prunifolia var. simpliciflora
장미과
분포지역
한국·타이완·중국 중부
서식장소
산야·양지바른 산기슭
높이 1.5~2m
조팝나무는 산야에서 자란다. 높이 1.5∼2m이고 줄기는 모여나며 밤색이고 능선이 있으며 윤기가 난다.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 꽃은 4∼5월에 피고 백색이며 4∼6개씩 산형꽃차례로 달리며 가지의 윗부분은 전체 꽃만 달려서 백색 꽃으로 덮인다.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꽃받침조각 뾰족하며 각각 5개씩이고 수술은 많으며 암술은 4∼5개씩이고 수술보다 짧다.
열매는 골돌(利咨)로서 털이 없고 9월에 익는다. 꽃잎이 겹으로 되어 있는 기본종은 일본산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꽃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조팝나무라고 한다. 어린순은 나물로 한다. 뿌리는 해열·수렴 등의 효능이 있어 감기로 인한 열, 신경통 등에 사용한다. 한국(함북 제외)·타이완·중국 중부 등지에 분포한다.
조팝나무
꽃이 핀 모양이 마치 좁쌀을 튀겨 놓은 것처럼 보여 조밥나무라고 했으며, 차차 그 발음이 강해지면서 조팝나무로 변했다. 조팝나무는 모두 조팝나무속(Spiraea)에 속하는데 이는 그리스어로 ‘나선’ 또는 ‘화환(花環)’이라는 뜻의 ‘스페이라(speira)’에서 비롯되었다. 이 조팝나무속의 식물로 화환을 만들었으며, 열매의 모양이 나선 모양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데, 줄기의 윗부분에 나는 곁눈(側芽)은 모두 꽃이 된다. 4∼5월에 가느다란 가지마다 휘어질 듯 흰색 꽃송이들이 달린다. 흰 눈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수백 수천 개가 무리지어 핀다. 흰빛이 너무 눈부셔 언뜻 보면 때늦게 남아있는 잔설을 보는 듯도 하다.
우리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대부분 군락을 이루어 자생한다. 꽃잎이 겹으로 된 기본종은 일본산으로 관상용이다. 우리나라에는 둥근잎조팝나무, 떡잎조팝나무, 참조팝나무, 왕조팝나무, 털조팝나무, 긴잎조팝나무, 좀조팝나무, 바위조팝나무, 남해조팝나무, 산조팝나무, 꼬리조팝나무, 당조팝나무 등이 분포하며, 북부 지방의 깊은 계곡에서 피는 덤불조팝나무의 꽃은 붉은색으로 특히 아름답다.
조팝나무를 수선국으로 부르게 된 데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에 수선이라는 이름의 효녀가 있었는데, 전쟁에 나갔다가 포로가 된 아버지를 구하러 적의 나라로 들어갔으나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수선은 아버지의 무덤에서 작은 나무 한 그루를 캐어와 아버지를 모시듯 정성을 들여 가꾸었으며, 이 나무에서 핀 아름다운 꽃을 수선국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정원이나 공원, 고속도로 가장자리 등에 관상용으로 심는다. 어린순을 따서 나물로 먹으며, 꿀이 많아서 양봉 농가에서 밀원식물로 기른다. 예부터 조팝나무의 뿌리를 상산(常山) 혹은 촉칠근(蜀漆根)이라 하였는데, 동의보감에는 ‘맛은 쓰며 맵고 독이 있다. 여러 가지 학질을 낫게 하고, 가래침을 토하게 하며, 열이 오르내리는 것을 낫게 한다’ 하였다. 조팝나무에는 조팝나무산(酸)이라는 해열제 및 진통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버드나무의 아세틸살리실산과 함께 진통제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잘 알려진 아스피린이 그 예이다.
2010.05.1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