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의 추억
유난히도 무더운 날씨가 꼬리를 길게 드리우니 여름의 끝자락에 달린 듯한 9월에 맞이하는 철 이른 추석,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에는 때아닌 기습 폭우로,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 광화문 도로가 물에 잠기어 자동차들이 둥둥 떠내려가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등 수해로 말미암아 풍요로워야 할 추석 민심이 조금은 혼란해진 듯하다.
다른 곳은 비가 많이 온다지만 화창한 포항은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다. 몇 달 전에 서울로 동생들 집으로 두루 다니러 가셨던 어머님께서 춘천에 사는 남동생 가족과 시골로 돌아오시고, 우리는 시간에 맞추어 시골로 향한다. 매년 그렇듯이 추석 전날, 오후에는 남 동생과 같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님 산소에 벌초하러 간다. 내일은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청송으로 증조부부터 8대조까지 산소에 벌초와 성묘를 하러 가야 하니 늘 추석을 바쁘게 보내야 한다.
추석 전에 날을 잡아 조상님 산소에 벌초는 끝내고 여유로운 기분으로 한가위를 맞이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모두 먹고살기 위하여 타지에 흩어져 살다 보니 일부러 벌초하러 많이 모이기 어렵다고 하여, 언제부터인가 집안 어른들이 벌초에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추석날 오후에 모여서 산소에 성묘 겸 벌초를 하기로 정하여, 늘 그렇게 하여 왔지만, 추석 전에 산행을 하다 보면 깔끔하게 벌초를 해놓은 산소를 보면 왠지 마음이 초조해지고 죄스러운 기분이 들곤 한다.
* 추석 전날(2010.09.21) 시골집에 도착하여 삽지껄에서 바라본 향로봉 쪽 풍경... 점심 먹고 예취기와 낫을 챙겨서 정골로 산소에 벌초하러 간다.
*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도착하여 벌초한다.
* 오랜만에 만난 사촌 간에 정겹다.
* 바람기 없는 무더운 날씨.. 창공에 뭉게구름 두둥실.
* 산소 주변에 아름다운 버섯이.
*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벌초를 끝내고.. 아버님 산소에 내려오니 근처에 핀 하얀 억새가 아름답다.
* 산소 근처의 야생화.
* 하얀 들국화가 한창이다.
* 석양은 서쪽 산봉우리 위에 걸터앉아 구름과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 바람기 없는 무더운 창공을 하얀 억새가 부채질한다.
* 산소 옆에서 바라본 동녘 하늘.
* 산소 주변 밭은 온통 들국화와 잡초가 어우러져 있다.
* 억새와 창공.
* 가을 노래 부른다.
* 성묘 준비하는 아들.
* 석양이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을 때.
* 벌초와 성묘를 마치고.
* 양배추 거두어 간 빈 정골 밭에서.
* 향로봉 위에는 아직 석양이 비친다.
벌초를 마치고 집에 오니 저녁부터 비가 내려 내일 청송에 벌초 하러 갈 걱정을 하는데, TV에서 서울 중부 지방에는 비가 많이 와서 가옥이 물에 잠기는 등 수재민이 많이 발생하고, 서울 광화문에 도로가 물에 잠기어 자동차들이 물 위로 헤엄치며 다니고 하수구 뚜껑이 털썩거리면서 물이 역류하는 기막힌 장면의 뉴스를 보면서 한가위 전야가 깊어만간다..
추석날(2010.09.22)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계속 내린다. 오전에 우리 집과 재종 형님네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동갑내기 조카와 둘이 내 차를 타고 청송군 현동면 월매리에 있는 조상님 산소에 벌초하러 간다. 8대조와 6대조 산소에 먼저 모여서 벌초하고, 눌인리 콩밭 골에 있는 7대조 산소에 갔다가 능남에 있는 증조부와 고조보, 5대조 산소에 벌초를 하면, 성묘를 열 번 해야 한다. 비가 하도 내려서 카메라는 가지고 갈 수가 없고, 우의를 입고 낫 만들고 보텀산소에 올라가 벌초를 한다.
* 8대조 산소(뒤), 6대조 산소(앞).. (작년 추석사진)
올해에는 비가 많이 내린 관계로 카메라를 가지고 갈 수가 없어서 사진이 없다. 보텀산소에 성묘를 마치고 모두 능남에 5대조부터 증조부까지 산소가 있는 곳으로 바로 이동합니다.
* 눌인 3리 콩밭 골에 있는 7대조 산소...(작년 추석사진)
올해 비가 많이 내린 관계로 이곳 눌인 3리 산 중턱에 있는 7대조 산소에는 별도로 한 팀이 와서 벌초와 성묘를 하고, 능남에 5대조부터 증조부까지 산소가 있는 곳에서 합류한다.
* 능남에 있는 5대조, 고조부, 증조부 산소가 있는 곳.
* 빗속에서 벌초가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네요.
* 비를 맞으며 정성을 다해 봅니다.
* 이제 벌초가 끝나고 성묘 준비를 합니다.
* 이곳에 제일 어른이신 5대조 할아버지부터 차례대로 성묘를 합니다.
* 비는 계속 내리고 바닥은 질퍽질퍽하여.
* 비닐을 깔아가며.. 오늘 빗속에서 벌초와 성묘가 끝납니다.
성묘를 마치고 마을 회관으로 자리를 옮겨 음복하기로 하여 모두 모이는 것을 보고, 젖은 몸으로 음복하기도 그렇고 시간도 많이 늦어지고 하여 먼저 간다고 이야기하고, 조카와 함께 시골집으로 향한다. 시골에 돌아오니, 동생이 춘천에도 비가 많이 왔다고 하면서, 오늘 올라간다면서 귀가 준비를 서두르고 있어 음복하지 않고 서둘러 오기를 잘했다는 기분이 든다. 잠시 후 동생네 가족이 모두 돌아가고 시골집에는 우리 가족만 남아서 보름달이 없는 축축한 한가위 밤을 보낸다...
* 영양남씨 족보 : 큰아들 경욱이 기준으로 정리한 것이라... 내 기준으로 설명한 위의 사진들과는 차이가 있음.
추석 다음 날 (2010.09.23)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화창하다. 식전에 잠시 주위를 돌아보며 청명한 시골의 가을 풍경을 담아본다.
* 삽지껄에서 바라본 풍경.
* 낙동정맥이 흐르는.. 서쪽 하늘.
* 대추나무에도 영글어 간다.
* 가을풍경.
* 김장 채소.
* 늦게 핀 호박꽃.
* 배초향(곽향)
* 쑥부쟁이
* 들깨.
* 콩.. 아마도 속 청일 거야. ?
* 김장 배추.
* 정겨운 호박꽃.
* 파.
* 김장 무.
* 가을.. 창공이 상쾌하다.
* 안산 위에 떠도는 구름 정겹다.
* 아침 먹고 서둘러 보따리 챙겨 들고 포항으로 돌아와.. 큰아들은 내일 수업이 있다고 하여, 오후에 학교로 돌아간다.
어제 추석 날에는 저녁엔 비가 와서 아직 덜 자란 팔월 한가위를 구경하지 못하고, 추석 다음 날 진짜 보름달을 아파트 베란다에서 맞이하고 몇 장 담아본다.
* 한가위와 별.
* 싸늘한 바람같이.. 구름 한 점 스쳐간다.
* 아파트 베란다에서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면서 2010년 팔월 한가위 추억을 정리해본다.
추석 전날 벌초하는데 푹푹 찌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추석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벌초를 하고, 추석 다음 날 갑자기 싸늘해진 전형적인 가을 날씨로, 부실한 몸이 변덕스러운 날씨를 따르지 못했는지 몸살이 나버린 그런 한가위 추억 한 장 넘겨본다.
2010.09.23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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