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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707> 울산 무룡산

호젓한오솔길 2010. 12. 31. 21:40

 

근교산&그너머 <707> 울산 무룡산


정자해변 너머 수평선에 새해가 떠오른다
간절곶과 새해 일출 시각 비슷한 해맞이 산행지
효문운동장 남쪽 굴다리서 8㎞ 원점회귀 3시간
정상 부근 헬기장 인근 산불초소가 일출 포인트
하산길엔 용 전설 깃든 용당골 서당골 거쳐


또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올 때 산꾼들은 자연스럽게 일출산행을 생각한다. 새해 첫 해돋이를 산 정상에서 맞이하며 힘차게 솟는 불덩어리를 향해 새해 소망과 안전 산행을 기원하고 싶어서다. 부산 울산 경남의 산꾼들은 그런 의미에서는 행복하다. 바다에서 가깝다 보니 그렇게 높지 않은 동네 뒷산에만 오르더라도 웬만하면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새해 첫 태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울산 무룡산 정상 인근 산불감시초소 앞에서 북구 정자동 해변을 바라보고 있다. 새해 첫 날 새벽 산행에 나선다면 해맞이를 하기에 가장 좋은 위차다.
일출 산행지로 택할만한 곳은 부산 시내와 그 주변에 부지기수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을 비롯해 기장 달음산, 장산, 황령산, 백양산, 가덕도 연대봉, 영도 봉래산 등은 일출 산행지로 이미 이름난 곳이다. 그뿐인가. 부산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예외 없이 해맞이 산행에 좋은 곳이 많다. 게다가 최근 개통된 거가대교를 통해 부산과 거제도가 심리적으로 가까워지면서 거제도의 망산, 가라산, 노자산, 대금산 등도 새해맞이 산행지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근교산 & 그 너머' 취재팀은 이 같은 부산 인근 산들 가운데 새해 첫 일출 산행지로 울산 무룡산(舞龍山·450.7m)을 선정, 답사에 나섰다. 취재팀이 굳이 무룡산으로 향한 이유도 있다. 한반도 해변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울산 울주군 간절곶으로 알려진 것을 고려해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고 해안선에서도 가까운 무룡산 정상부 역시 간절곶과 비슷한 시간에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게다가 해운대~울산 간 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부산에서 출발해도 1시간 정도면 산행 들머리에 도착할 수 있고, 등산로도 넓고 정비가 잘돼 있어 산행시작 1시간 안팎이면 정상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해맞이 산행지로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다. 무룡산 정상부에서 정자 해변 쪽을 바라볼 때, 검푸른 동해의 수평선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로운 희망의 불덩어리의 벅찬 기운을 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무룡산은 아홉 마리 용이 정상부의 연못에서 춤을 추고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서 예부터 가뭄이 들 때마다 기우제를 지낸 산이기도 하다. 근래에는 새해 1월 1일 아침이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산행 코스는 무룡산 정상의 서쪽에 해당하는 울산 북구 연암동의 효문운동장 남쪽 상방 굴다리를 기점으로 삼는 원점회귀 방식으로 구성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굴다리~테니스장 갈림길~효문운동장 방향 갈림길~매봉재(팔각정 쉼터)~매봉재 음수대(사거리)~울산MBC 송신소~무룡산 전망대(KT 송신소 유적지 앞)~KBS UBC 송신소~헬기장(53사단 비석)~무룡산임도 쉼터~갈림길~서당골 계곡~동화재~용당골 계곡 돌탑 4개~체육시설~돌빼기재(돌벽재)~화동못~화봉교회~산길가든(울산컴퓨터과학고)~상방 굴다리 순이다. 총거리 8㎞ 정도지만 걷는 시간은 3시간이면 충분하다. 일출을 감상하고 여유 있게 산행해도 4시간가량 걸린다. 특히 들머리에서부터 매봉재까지는 많은 사람이 산행을 즐기는 무룡산의 여러 코스 가운데 그나마 한적한 길이어서 조용히 새해 계획을 되새기며 걷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매봉재 인근 무명묘 옆의 기묘한 모양의 소나무.
들머리인 상방 굴다리를 통과하면 '매봉재 1.9㎞' 이정표가 있는데, 이곳이 본격적인 산행 출발점이다. 계곡 쪽으로 난 비포장길로 들어서 3분쯤 가면 Y자 갈림길. 왼쪽 11시 방향의 무덤을 보면서 직진한다.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그렇게 힘들지 않다. 20분쯤 오르면 '테니스장' 표시가 된 이정표가 선 갈림길. 잠시 뒤돌아보면 울산 시가지와 그 뒤로 문수산과 남암산 연화산 옥녀봉 국수봉 치술령 등 울산의 대표적인 산들이 대부분 눈에 들어온다. 멀리 왼쪽부터 대운산, 그 뒤로 천성산과 영남알프스의 신불산 간월산 가지산 등의 1000m급 고봉들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다. 매봉재 방향으로 직진한다. 주변에 큰 나무가 거의 없고 줄기 앙상한 묘목들만 다시 생명의 싹을 틔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에서 지난 2004년 2월 약 10㏊를 태우고 7시간 만에야 겨우 진화됐던 무룡산 산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해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테니스장 갈림길에서 10분 정도 가면 왼쪽 능선을 따라 효문운동장으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을 지난다. 매봉재까지는 이제 0.3㎞ 남았다고 이정표가 말해준다. 여전히 큰 둥치의 나무를 볼 수 없는 능선길. 능선의 방화선 역할을 겸하는 길이어서 넓고 편하다. 우측으로는 울산 석유화학공단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등이 시야에 잡히기도 한다. 7분 후 산불감시초소와 팔각정 쉼터가 있는 매봉재 만당 삼거리에 닿으면 왼쪽 돌탑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북동쪽 멀지 않은 곳에 방송국 송신 안테나가 설치된 무룡산 정상도 눈에 들어온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은 영남에서 가장 수질이 좋은 석간수가 난다는 옥천암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10여 년 전 첫 무룡산 답사 때 취재팀은 옥천암에서 출발해 무룡산을 거쳐 동대산까지 산행한 바 있다.

 
  고성능 망원경이 설치된 무룡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해 쪽 전경.
매봉재 만당에서 일단 왼쪽 50m 지점에 있는 돌탑을 지나면 억새밭 사이에 설치된 나무 덱을 통과한 후 이어지는 내리막을 탄다. 작은 무덤 옆에 발목 높이부터 새총처럼 Y자 모양으로 둥치가 갈라진 멋들어진 소나무가 길손을 반갑게 맞아준다. 이 나무의 양쪽 큰 둥치 사이로 무룡산 정상부가 보인다. 무덤을 지나면 임도를 만나는데, 무룡산 정상 방향인 우측(매봉산 음수대 0.3㎞ 이정표 참조)으로 직진한다. 임도를 따라 왼쪽으로 갈 때 돌빼기재를 거쳐 동화못까지 내려가게 되니 주의하자. 우측으로 50m가량 임도를 따른 후 왼쪽으로 휘어지는 임도를 버리고 곧바로 내리막 등산로로 들어서면 3분 후 다시 임도와 만난다. 운동기구와 휴식용 의자가 설치된 매봉재 음수대다. 사거리인 이곳에서 '무룡산 1.0㎞' 이정표가 가리키는 동북쪽 등산로로 길을 잡는다. 이 길 역시 넓기는 하지만 네 갈래 길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산행로 분위기가 나는 길이다.

솔숲의 향기를 맡으며 서서히 오르다가 나무계단을 마저 통과하면 15분 후 울산MBC 송신소를 통과한다. 왼쪽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 임도를 따라 5분만 가면 정자 해변과 동해 등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이층 구조 팔각정인 무룡산 전망대에 닿는다. 전망대에는 고성능 망원경이 있어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까지 자세하게 볼 수도 있다. 전망대 왼쪽에는 커다란 파라볼라안테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KT 스캣터통신시설유적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사실 무룡산 정상석은 이 유적지 뒤편의 봉긋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무룡산 정상석은 지난 답사 때 이미 확인한 바 있는데다 이번 답사는 일출 산행 안내가 주목적이므로 취재팀은 전망대 옆 등산로 안내판을 잠시 살펴본 뒤 30m쯤 더 진행해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이정표의 '헬기장' 표시 방향인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1분 후 KBS와 UBC 송신안테나 시설 앞에 닿으면 담장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2분쯤 진행, 군부대 장병이 진지 구축을 기념해 설치한 기념비가 서 있는 헬기장에 닿는다. 이번 산행에서 사실상 가장 높이 올라온 지점이다. 하산 방향은 왼쪽 '진달래 군락지' 방향이지만 일단 일출 최고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오른쪽 산불감시초소 쪽으로 간다. 동쪽의 정자해변과 동해가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는 초소 주변 공터는 새해 첫 태양을 영접할 장소로는 더는 좋은 곳을 찾기 쉽지 않을 만큼 탁 트인 조망을 가진 곳.

다시 헬기장으로 돌아간 후 진달래군락지 방향으로 내려선다. 8분 후 우측에 원형 극장형 쉼터가 보이는 임도에 닿으면 일단 오른쪽 동대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일명 무룡산 임도인 이 길은 사실 산 전체를 감싸듯이 휘돌아 가는 길이다. 5분 후 왼쪽을 잘 살피면 임도를 버리고 산행로로 하산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리본을 참조하자. 이 길을 따라 내려서면 김해 김씨 묘와 고령 박씨 묘를 잇달아 지나고 곧바로 서당골 계곡에 닿는다. 서당골은 옛날 도원서당이 있던 골짜기라는 뜻이다. 계곡에서는 일단 왼쪽 10시 방향으로 건넌 후 계속 10시 방향으로 난 오르막길을 따라야 한다. 10분 후 능선사거리인 동화재. 오른쪽은 동화산을 거쳐 하산하는 길이 있지만 일단 능선 반대편으로 길을 잡고 내려선다. 곧바로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비스듬히 꺾어 내려가면 돌탑 4개가 있는 용당골 계곡이다. '화동못' 방향인 우측으로 꺾으면 다시 한 차례 비스듬히 오르막이 이어지는데, 10분 후 체육시설이 설치된 능선 삼거리에서 임도와 만난다. 이제부터는 큰 어려움 없이 오른쪽으로 길을 잡고 내려서면 된다. 돌빼기재를 지나 화동못까지는 임도를 계속 따라 20분가량 걸린다. 사실상의 산행은 끝난 셈이다. 원점회귀를 위해서는 화봉교회를 거쳐 울산 컴퓨터과학고(옛 화봉공고) 인근 산길가든 식당 앞 삼거리에서 왼쪽 8시 방향으로 완전히 꺾어 골목길을 따라야 한다. 효문운동장 입구 주변에서 왼쪽 옹벽을 끼고 8분쯤 남쪽으로 직진하면 들머리인 상방굴다리까지 갈 수 있다.


# 떠나기 전에

- 아홉마리 용 춤추며 놀았다는 전설 남은 울산의 명산
- KT스캣터통신시설 유적지 국내 첫 전파 발사 추억 아련

무룡산은 비록 낮지만, 동해를 바라보는 조망과 울산 시가지 방향의 야경이 빼어나기로 유명하다. 특히 정상부에서 본 울산공업단지 야경이 '울산 12경' 중 제6경으로 꼽힐 정도다. KBS와 UBC 송신소 앞에서 왼쪽으로 가면 공업단지 야경 포인트가 있으니 참고하자. 일출 산행에 나선다면 조금 더 일찍 무룡산 정상에 도착, 해 뜨기 전에 공업단지 야경을 한 차례 감상한 후 해맞이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번 산행 중 하산길에 거치게 되는 용당골은 무룡산의 아홉 마리 용 전설과 관련이 깊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무룡산 정상의 연못에서 아홉 마리 용이 헤엄치거나 춤추며 놀았는데, 이 용들이 사는 집이 바로 용당골 깊숙한 곳에 있던 용굴이라는 것이다. 결국 용당골은 아홉 용의 안식처였던 셈. 또 서당골 역시 얽힌 이야기가 있다. 과거 무룡산은 '무릉(武陵)산'으로, 동화산은 '도화산(桃花山)'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이는 중국 동진(東晉) 때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쓴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이상향인 무릉도원을 원용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이 두 산 사이의 계곡에 도원서당이라는 서당이 있었다고 해 계곡을 서당골로 부르게 된 것. 서당은 1800년대 중반 이후 사라졌지만, 지역주민에게는 무릉산 일대가 살기 좋은 길지로 여겨졌던 것이다.

무룡산 정상부의 'KT 스캣터통신시설 유적지'는 우리나라 국제스캣터 통신시설의 발원지다. 스캣터 통신이란 대류권 산란파 통신 방식을 가리키는데 1968년 6월 3일 일본 하마다를 향해 첫 전파를 발사 국내 통신사에 새장을 열었던 것이다. 해저 광케이블의 등장으로 1991년 3월 1일 운용을 정지했다.


# 교통편

- 동해남부선 열차 타고 태화강역 하차하면 편리

부산에서 출발해 울산 무룡산 새해맞이 산행을 하려면 늦어도 새벽 5시 전에는 집에서 나서야하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 가장 좋다. 부산 울산 고속도로를 이용, 청량IC에서 내린 후 14번 국도를 따라 울산 태화강역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도로 이정표를 보면서 태화강역까지 이동한 후 경주 방향으로 진행,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명촌대교를 건너 계속 직진하면 북구청 직전 상방사거리에서 강동 정자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500m쯤 가면 효문운동장 방향으로 좌회전, 다시 500m가량 가다가 재차 효문운동장 표지판을 보면서 우측 골목길로 들어선다. 직진하면 산업도로 배면도로 공사장 옹벽을 만나는데 이곳에서 우회전, 왼쪽에 옹벽을 끼고 200m쯤 가면 왼쪽으로 굴다리가 보인다. 굴다리를 통과하면 주변에 자가용 7~8대 주차할 공간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부전역이나 해운대역 등에서 동해남부선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부전역에서는 새벽 5시40분 첫차가 출발하고 해운대역에서는 5시58분에 탈 수 있다. 태화강역(옛 울산역)까지는 1시간 걸린다. 하루 23회 운행(무궁화호 17회, 새마을호 6회)하며 요금은 부전역 출발을 기준으로 해 무궁화호 3500원. 새마을호 5700원이다. 태화강역에서는 북구 연암동 연암사거리까지 137번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연암동 효문운동장 남쪽 상방굴다리까지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요금은 5000원 안팎.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동영상=국제신문 홈페이지(http://ww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