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주리조트서 곤돌라 이용해 손쉽게 향적봉 올라
- 진안 마이산 탑사도 눈 올 때 가면 신비로움 더해
![]() | |
전북 무주군 무주리조트에서 관광곤돌라를 이용, 설천봉까지 오르면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까지는 산책하듯 걸어 20분 만에 갈 수 있다. 눈꽃 여행에 나선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향적봉 아래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 |
갑작스러운 딸의 이 말에 잠시 어안이 벙벙하다. "허 그래? 그래도 부산은 서울보다 따뜻하잖아"라고 둘러대 본다. 그러자 딸은 "그래도 싫어요. 겨울에는 서울에서 살고 싶어요."
그렇다. 성인들이야 겨울 첫눈을 맞을 때나 잠시 반가운 마음이 들 뿐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교통대란에다 눈 치울 일 등의 걱정이 앞서는 것이 통상적이건만 자라나는 아이에게는 다르다. 그들에게 어른과 같은 걱정이 있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많이 내려도, 아무리 자주 봐도 지겹지 않은 것이 하얀 눈이다. 오죽하면 이제 갓 초등학교 저학년생인 딸 소원이 '동네에서 눈사람 한 번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갑자기 바뀌었을까.
![]() | |
설천봉의 상징인 상제루 주변에서 여행객들이 눈길을 걷고 있다. | |
■곤돌라로 오른 눈의 천국…덕유산 설천봉· 향적봉
![]() | |
덕유산 설천봉에서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 눈꽃 터널을 연상케 한다. | |
이곳에서 미니 케이블카처럼 생긴 관광곤돌라를 타고 해발 1520m인 설천봉까지 쉽게 오를 수 있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곤돌라 이용객이 많아 1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파가 붐빈다. 1편당 최대 8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곤돌라는 총 길이가 2659m에 달하고, 초속 5m의 속도로 눈 덮인 덕유산 정상부로 오르는 시설이다.
성인 1만2000원, 어린이 9000원인 왕복 이용권을 산 후 줄을 서서 10여 분 기다린 끝에 곤돌라에 올랐다. 창문 밖으로 내려다보면 스키어들이 베이스캠프를 향해 질주하며 내려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직접 스키를 타지 않는 이들에게도 짜릿한 쾌감을 준다. 난생처음 곤돌라를 타 보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발밑에서 내달리는 스키어들을 보면서 "이야, 신난다"는 말은 연방 내뱉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사실 일평생 살아오면서 곤돌라를 처음 타 본다는 할머니는 "금강공원 케이블카와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엄청나게 길기는 기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10여 분 동안 덕유산의 절경을 감상하다 보면 설천봉 곤돌라 승강장에 도착한다. 곤돌라에서 내리자마자 싸늘한 공기가 피부를 할퀴는 듯하다. 가져간 간이 온도계에서는 한낮인데도 영하 13도를 가리키고 있다.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체감온도는 그보다 더 낮을 터. 설천봉의 명물인 상제루 누각이 하얀 옷으로 갈아입은 채 손님을 맞는다.
![]() | |
덕유산 향적봉대피소 부근 고사목.뒤쪽 봉우리가 향적봉이다. | |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오르는 길은 수년 전보다 많이 수월해졌다. 산책로와 마찬가지로 길이 잘 정비됐고, 나무 덱과 안전을 위한 난간이 많아 어린이나 노약자도 별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뭇가지에 핀 눈꽃이 터널을 만들어 그 속을 걷는 사람들은 마치 눈의 천국으로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천천히 20분쯤 걸었을까. 갑자기 사방이 확 트인 봉우리다. 향적봉. 넉넉한 품을 지닌 덕유산의 최고봉이다. 인근 적상산은 물론 가야산 지리산 등 주변의 큰 산들과 남쪽으로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 등이 흰 눈에 덮인 채 모습을 드러낸다. 조망이 천하일품이다.
덕유산 정상에서는 풍경 감상을 하고 그냥 되돌아 내려와도 되지만, 이왕이면 주능선을 타고 10분쯤 더 진행해 향적봉 대피소까지 가보는 것이 좋다. 큰 산의 높은 곳에 있는 대피소 주변 풍경과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눈 덮인 산의 느낌도 향적봉 정상보다 더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피소로 향하는 길에 처연하게 서 있는 고사목들도 만날 수 있다. 내심 걱정을 했지만,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씩씩하게 잘도 걷는 아이들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신비의 마이산 탑사와 솜옷 입은 '하얀 돌탑'
![]() | |
전북 진안 마이산 탑사에 눈이 내려 신비감을 더한다. | |
마이산 입구 주차장으로 들어설 때 마침 하늘에서는 흰 눈이 펑펑 쏟아진다. 커다란 눈송이가 순식간에 세상을 하얗게 물들인다. 아이들이 노래를 부른다. "퍼~얼 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 솜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동요인가. 40대 초반에 들어선 아빠도 어렸을 적 이 노래를 간간이 부르곤 했다는 말을 하면서 함께 마이산 탑사를 향해 걷는다. 주차장 인근의 금당사를 지나 탑사로 가는 1㎞ 남짓한 길은 훤히 뚫린 넓은 도로다. 아이들이 달려가더니 길가에 쌓인 눈을 뭉쳐 순식간에 눈사람을 만들며 신 나게 논다.
![]() | |
돌을 쌓아 만든 마이산 탑사의 돌탑에 함박눈이 쌓였다. | |
이갑룡 처사가 팔진도법과 음양이치법에 따라 축조를 하고 상단 부분은 기공법(氣功琺)까지 이용해 쌓았다는 80여 개의 '하얀 돌탑' 사이로 아이들이 토끼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한바탕 술래잡기 놀이를 한다. 할머니는 "너무 뛰어다니면 못 써. 여기는 그래도 부처님 계시는 절집이야"라며 아이들을 달래 보지만 영 들을 태세가 아니다. 보다 못 한 아이들 엄마가 나서서 겨우 진정시킨다.
마이산과 탑사의 특성과 내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어때, 원 없이 눈 구경 하고 실컷 눈밭에서 뒹굴었으니 소원 풀렸어?" "아뇨. 다음 주에 또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