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 길목마다 가을꽃들이 가득합니다. 더구나 따사로운 가을 햇살 아래 다소곳 피어나 하늘거리는 들국화들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귀엽습니다. 참취꽃, 좀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도 만났습니다. 오랜만에 대하는 가을 들꽃 앞에서 발을 멈추고 숨을 고르며 향기에 취해 봅니다. 보고 또 보아도 가을 하늘을 닮아 맑고 깨끗하기만 합니다. 더욱이 태풍이 휩쓸고 간 뒷자락이라 그런지 한결 대견스럽고 애틋하게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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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마디 삭신을 자근자근 꺾어내 보이는 구절초, 가을정취가 물씬 풍겨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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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우리가 봄에 흔히 먹는 참취도 국화꽃입니다. 취나물을 뜯을 때의 참취순에서 이리 큰 키가 자라날 줄을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훌쩍한 몸매가 하늘에 닿을 듯 서늘하게 흔들거립니다. 행여나 꽃대가 쓰러질세라 잎은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작아지며 수많은 꽃들을 다닥다닥 피워냅니다. 가을 참취꽃을 볼 때마다 어린 아이들의 키가 크지 않아 성화를 부려대는 엄마들에게 '애기들의 키도 가을이 되고 때가 와야 자라게 마련이다'라고 눈웃음을 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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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가 훌쩍한 참취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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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개미취도 국화의 한 종류입니다. 좀개미취, 갯개미취, 벌개미취…. 어느 것이나 봄에는 참나물로 사람들의 입을 향긋하고 즐겁게 해주다 가을이면 들국화로 변해 세상을 환하게 열어 보입니다. 갯개미취는 바닷가 습지에서 피고, 벌개미취는 강원도 큰길가마다 정원 꽃으로 쉽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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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색을 띤 좀개미취, 사뭇 눈이 시릴 정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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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좀개미취(개미취)도 가을 국화로 북한강 상류 어디서나 개미 숫자만큼이나 많이 피어나 우리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좀개미취 꽃은 조만한 개미들처럼 꽃이 피며 개미집을 닮아갑니다. 처음엔 보라색인 듯하다 시간이 지나며 연한 자주색으로 변해 '신방꽃차례'(아래 꽃은 길고 위 꽃은 점점 짧아 둥그스름하게 평면을 이루는 모습)를 꾸며 한바탕 꽃 잔치를 열어놓습니다. 그러면 온 세상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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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한 자주색으로 물들어가는 좀개미취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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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구절초는 언제 보아도 상큼하고 고아합니다. 가을 정취를 멋들어지게 자아내는 구절초, 가지 끝마다 꽃이 딱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피어납니다. 산모롱이 돌아 나와 아홉 마디 삭신을 자근자근 꺾어내 보이는 구절초의 하얀 입술은 가을 이슬만큼이나 영롱하고 애처롭습니다. 뿐이겠습니까. 줄기와 잎을 말려 부인병(통경)에 사용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아랫도리가 시원해온다니 신통하기 그지없습니다. 특히나 음력 9월 9일에 채취한 것이 효험이 크다 하니, 이 가을에도 통경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면 '구절초'로 통증을 한 번 다스려 봄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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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절초, 줄기와 잎을 말려 들면 부인병에 호험이 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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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구절초를 보다 쑥부쟁이를 만나면 마치 구절초에서 태어난 갓난아이처럼 귀엽고 앙증맞게 보입니다. 그래서일까, 구절초를 닮아 꽃 가운데는 노란 통꽃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이 노란 통꽃이 들어 있는 꽃들을 통틀어 '들국화'라 합니다. 얼마 안 있으면 하얀 서리 아래 노란 산국들이 또 피어나 가을을 더욱 더 맑고 깨끗하게 수놓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가을은 이래서 누구나 기다려지는 계절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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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만큼이나 귀엽고 앙증맞은 쑥부쟁이, 마치 구절초가 낳은 애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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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윤희경 |
| 산국을 닮은 국화꽃을 한 번 미리 보실까요. 이 꽃은 금불초입니다. 금빛을 닮아 사뭇 노랗게 가을 하늘을 물들여놓는 답니다. 서리도 오기전에 서둘러피어나 향기가 가득합니다. 가을맞이 기념으로 국화주 한 잔 빚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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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둘러 피어난 산국, 벌써 향기가 가득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