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291> 창원 정병산 |
기묘한 소나무들 … 각양각색 바위 봉우리 … 낙남정맥 내달리는 '창원의 진산' |
전대식 기자 |
남해고속도로에서 부산 방면으로 창원JC를 지나 진영휴게소 방향으로 차를 몰다 보면 오른편에 암릉이 돋보이는 산이 보인다. 창원 사람들의 진산인 정병산(精兵山·566m)이다. 예전에는 봉림산, 전단산, 중봉산 등으로도 불렀다. 이 산은 지리산에서 출발해 김해 분산에서 마감하는 낙남정맥의 중요 산줄기이다. 창원 외곽의 천주산(640m)과 비음산(510m), 대암산(669m), 불모산(801m)을 연결하고, 이 산에서 갈라진 산자락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진영읍 봉하마을 봉화산(140m)으로 이어진다.
정병산은 정상 주변의 다양한 바위봉우리를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능선에 있는 기묘한 모양의 소나무도 일품이다. 비음산과 연결된 능선은 봄에 진달래와 벚꽃, 철쭉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산행 코스는 봉림사에서 출발해 소목고개~정병산~촛대봉~지킴솔~용추고개~창원중앙역이다. 이동거리는 9.7㎞로 넉넉잡아 4시간 30분 정도다.
창원시 의창구 봉림동 봉림사 임시주차장에서 출발했다. 봉림사 대웅전 앞뜰에 터파기가 한창이다. 사찰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본격적으로 산에 올랐다. 5분 정도 지나 조선시대 용양위 부호군을 지낸 순흥 안 씨 가묘가 나왔다. 수호석의 위세가 대단했다. 오솔길을 따라 8분 정도 걸었다. 너비 4m, 높이 11m의 화강암 바위가 나타났다. 기도터로 사용되는지 주변에 촛불을 켠 흔적이 많다.
이 바위에서 450여m 정도 완만한 능선을 타고 걸었다. 마을 주변에 있는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총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청설모가 그 소리에 놀라 소나무를 이리저리 타면서 달아났다.
체육시설이 나타났다. 몇몇 주민이 차가운 날씨에도 기구를 이용해 운동하고 있다. 15분쯤 걸었는데 299봉이 나타났다. 이곳에도 체육시설이 있다. 체육시설 한쪽에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에 마음을 쓰고, 재능 있는 사람은 시간을 이용하는 것에 마음을 쓴다"는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말이 걸려 있다.
여기에서 12분 정도 걸려 소목고개 이정표까지 내려갔다. 이정표를 중심으로 왼쪽은 소목마을(1.2㎞), 오른쪽은 창원종합사격장(1.3㎞) 방향이다. 정병산 정상은 이곳에서 1.2㎞ 떨어져 있다.
안부를 타고 정상 방향으로 움직였다. 소나무 숲을 지나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전망 좋은 곳에 벤치에 앉았다. 창원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교과서에서 배운 '창원=계획도시'라는 말이 실감났다. 바둑판의 금처럼 도로가 명쾌하게 나 있다. 한숨을 돌린 뒤 너덜 주변 길로 올라갔다. 이 지점부터는 경사가 제법 가팔랐다. 숨이 찰 무렵, 걷기 좋은 나무 데크를 만났다. 데크에서 정상 입구 전단쉼터까지 5분 만에 올랐다. 쉼터 옆에 119구급함이 있다. 비상시 구급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면 열쇠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쉼터에서 정병산 정상까지는 90여m. 호흡을 가다듬고 단숨에 올랐다.
정병산 정상 표석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창원시내와 대산면, 김해시 진영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멀리 주남저수지에서 기러기 떼가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날씨가 흐렸지만 진해 장복산(593m), 창원 무학산(767m) 주변 마루금도 보였다. 표석 부근에 산불감시용 감시카메라가 있다. 예전 산꾼 하나가 카메라 앞에서 라이터로 장난치다가 산불감시요원이 출동하기도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정상 표석에서 진달래 군락을 따라 촛대봉(522m)으로 향했다. 촛대봉에서 남해고속도로와 진영휴게소가 시원하게 보였다. 평일이라 도로 소통이 원활했다. 촛대봉에서 1.8㎞ 정도 내려가면 용정마을이 나온다.
정상으로 다시 돌아와 산행을 이어나갔다. 개 머리 모양의 '개바위' 부근에 '조각상 소나무'가 있다. 나무껍질이 적갈색으로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 5분 정도 걸으니 헬기장이 나왔다. 행글라이더 동호인들이 활공장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능선을 따라 걷는데 왼쪽 단계리 방향 2~3푼 능선에서 전차 궤도 소리가 들렸다. 자주포와 전차가 운행 중이었다. 군사시설인 듯했다.
나무 데크를 밟고 내려오다 독수리바위 이정표를 만났다. 이곳에서 우측으로 하산하면 창원대가 나온다. 지난 2009년 6월부터 공사 발파작업 탓에 임시로 폐쇄됐다. 폐쇄되기 전까지 정병산의 주요 등산로 중 하나였다.
이정표에서 100여m 직진했다. 등산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비석이 쓰러져 있었다. 비석 중간이 동강 났다. 비문에 '봉림사수리봉'이라고 적혀 있다. 누군가 고의로 부순 것 같았다. 허리 잘린 비석을 보니 안타까웠다.
여기서 30분 정도 걸으니 '정병산 지킴솔'이 서 있었다. 안내판에는 "정병산의 신성한 기운을 뿌리에서부터 6개의 줄기로 흡입해 정병산의 모든 물체를 보호하고 있다"고 쓰여 있다. 지킴솔을 등에 지고 비음산 쪽으로 15분 정도 능선을 탔다. '내봉림봉·내정병봉(493m)'이 적힌 표석이 기다리고 있었다. 표석 옆에 한 줄기에서 두 갈래로 자란 '일심동체 소나무'가 있다. 부부 금실을 뜻한다는데 그럴 듯한 이름이었다.
능선을 따라 계속 걸었다. 길상사, 우곡사 이정표가 나타났다.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됐다는 우곡사까지는 이정표에서 500m. 시간이 있다면 우곡사에 들러 벼락 맞은 은행나무를 구경하고 피부병에 좋다는 약수를 물통에 채워 돌아 나와도 괜찮겠다.
용추고개 이정표를 만났다. 하산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여기에서 곧바로 가면 비음산과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틀면 종점과 연결된다.
이정표에서 25분 정도 상수리나무, 개옻나무가 울창한 내리막을 걸어 용추계곡 약수터(비봉샘터)에 다다랐다. 약수터 부근에 비음산 방향 이정표가 있다. 창원천의 발원지인 용추계곡로를 따라 걸었다. 등산안내도가 자주 보였다. 7분 정도 지나 '용추계곡·창원사랑·정병산 지킴이' 장승을 통과했다. 장승 부근에 등산안내소가 있다. 안내소에서 용추계곡 입구를 지나자 국도 25번 우회도로 공사장이 나왔다. 용추교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서 종점인 창원중앙역까지 7분 정도 소요됐다.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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