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292> 고성 구절산 |
폭포 얼어붙은 암릉 위로 구름 모자 쓴 봉우리 |
전대식 기자 |
경남 고성군 동해면 구절산(九節山·559m)은 벽방산(650m), 거류산(571m)과 함께 고성 3대 명산이다. '구절'은 길이 꼬불꼬불하다는 '구절양장'이 아닌 한 도사와 관련 있다. 옛날에 도력이 상당한 구절 도사가 살면서 마을에 닥친 자연재해를 막았다고 하는데, 전설일 뿐 확실치는 않다.
정상에 서면 당항포 관광지와 주변 조선소 등의 경관이 묘하게 대비되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거제, 창원 땅의 큰 산들도 볼 수 있다. 날씨만 허락하면 부산까지도 보인다. 육산이지만 정상 주변 암봉 타기도 산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번 산행에서는 심한 안개를 만나 정상에서의 경관을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대신 '산&산' 팀은 구절산∼철마산(396m)~수양산(419m)을 잇는 새 코스를 열었다. 날씨가 좋으면 정상에 오른 뒤 넉넉하게 산행까지 즐기라는 뜻에서다.
코스는 외곡리 효열문에서 출발해 폭포암~구절산~철마령~수양산을 거쳐 동해초등학교로 내려오도록 잡았다. 10.3㎞,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효열문은 외곡리 정류장 옆에 서 있다. 진양 강 씨 부인의 효와 정절을 기려 세운 것이다. 10분 정도 걸어 외곡리 큰고랑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 '심우(尋牛)'라는 소가 살았는데 울음이 '똑똑똑' 목탁 소리를 닮아 TV에 출연하는 등 유명세를 탔다. 2004년 경기도로 1천만 원에 팔려간 뒤 행방이 묘연하단다.
100살이 넘은 포구나무가 마을 입구에 서 있다. 5분 정도 걸어 용문저수지를 지나갔다. 잠시 뒤 폭포암 주차장과 사찰 해우소가 나타났다. 기점에서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비로소 그쳤다. 폭포암까지는 1분 거리, 시멘트 포장도로이다. 정월 대보름이라 신도들이 택시를 타고 올라왔다.
폭포암 대웅전 왼쪽에 흔들바위가 있다. 승천하려는 용이 여인들의 알몸을 훔쳐보다 꼬리가 잘려 바위가 됐다는 설화가 내려온다. 서너 살배기 아이가 밀면 금세 떨어질 것처럼 바위는 위태했다. 하지만 장정 스무 명이 밀어도 떨어지지 않는단다. 몇 해 전 주지 스님이 안전을 염려해 인부를 동원해 흔들바위를 치우려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흔들바위를 한 번에 밀어서 조금이라도 '까닥'하면 소원성취가 된다고 한다. 취재팀이 애를 써서 밀어 보니 흔들리는 느낌이 미세하게 느껴졌다.
통상 산꾼들은 흔들바위 뒤편 등산로를 택한다. 하지만 이 길은 너무 알려졌고, 짧고 단순해 산행 기점까지 돌아가는데 3시간이 채 안 걸리는 단점이 있다. 용두폭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용두폭포는 건물 4층 높이. 양쪽 단애에서 포효하듯 내리는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단다. 하지만 이번 강추위에는 못 견뎠는지 폭포수가 얼고 말았다. 용두폭포 돌다리를 건너 오른쪽 산허리로 전진했다. 10분 정도 올라 '산신각'에 도착했다. 예전에 흰색 호랑이가 동굴에 살았다고 해서 '백호굴'로도 불린다.
산신각에서 15분 정도 올라 430봉을 통과했다. 전망 좋은 암릉이 곳곳에 나타났다. 안개가 자욱해 어느 곳도 조망이 안 된다. 건너편 철마산이 어렴풋이 보였지만, 시야는 답답했다. 산행을 재촉해 501봉에 다다랐다. 안개와 구름이 여전히 지천이었다. 더욱이 해빙기의 산길은 질척하고 미끄러웠다.
구절산 정상 방향 이정표를 잇달아 만난 뒤 10분 정도 올라 암릉 구간을 만났다. 화강암 지대인데 제법 돌 모양새가 날카로워 주의가 필요했다.
암릉에서 정상까지는 120여m.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안개와 구름이 걷힐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를 때까지 흐린 날씨는 여전했다. 정상에는 감시초소와 정상 표석이 있다. 산행대장의 설명에 따라 동서남북을 가늠해 보았다. 안개 너머로 서쪽에 당항포가 보였고, 북쪽으로 창원 땅과 조선소 몇 곳이 보였다. 정상에서 보이는 전망 사진을 찍기 위해 한참을 머물렀지만, 오히려 안개와 구름은 더 심해졌다. 취재팀은 후일을 도모하면서 철마산으로 산행을 이어나갔다.
정상에서 철마령까지는 1시간 정도. 내리막길이지만 땅이 질어 조심해야 했다. 철마령을 가로질러 철마산성 초입을 만났다. 철마산성(경남 문화재자료 제91호)은 철마산 8푼 능선을 따라 축조된 산성. 당항포를 감시하던 군사요충지였다. 자연암벽을 이용해 성을 쌓았다. 임진왜란 때 방패로 철마 수십 마리를 만든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오르막 곳곳에 산성의 흔적이 보였지만 대부분 붕괴했다. 안내판에서 20분 정도 무난한 능선을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주변에 성곽을 쌓을 때 썼던 돌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대개 구절산 산행은 철마산을 보고 다시 철마령으로 돌아와 하산한다. 취재팀은 여기서 수양산 방면으로 가기로 했다. 수양산 방면 이정표는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던 산길도 흔적이 희미했다. 소나무 숲길과 참나무 지대를 통과해 50분가량 전진했다. 억새로 뒤덮인 공터가 나타났다. '산&산' 산행리본을 달고 왼쪽으로 걸었다. 10여 분쯤 걸어 수양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종점 방면으로 하산길을 열었다. 등산로를 정비하는지 간벌한 잔가지가 널브러져 있다. 내리막 경사가 다소 심했다. 40분 정도 내려와 청암사를 만났다. 청암사에서 종점인 동해초등학교까지 10분이 소요됐다.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42-6608.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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