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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12> 영덕 팔각산

호젓한오솔길 2011. 8. 6. 10:06

 

[산&산] <312> 영덕 팔각산
암봉 타는 재미에 동해 보고 계곡도 즐겨… 여름에 딱이네
전대식 기자

 

 

강원 홍천의 팔봉산(八峰山·309m), 전남 고흥의 팔영산(八影山·608m)은 숫자 '8'과 인연이 있다. 팔봉의 '봉', 팔영의 '영'자는 봉우리가 빼어나다는 의미다. 봉우리가 그 산을 대표할 만큼 예사 봉우리가 아니란 말이다.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바위 봉우리가 쭉 이어지고, 날카로운 암봉이 빚은 산세가 돋보인다. 경북 영덕 팔각산(八角山·633m)도 이 산들과 비슷하다. 암봉이 빚는 예각이 장관이다. 그 모습이 뿔처럼 생겼다 해서 '각' 자를 붙였다. 뿔 모양의 암봉이 톱니바퀴처럼 날등을 이룬 팔각산이 이번 산행지이다.


팔각산은 낙동정맥의 한 줄기인 내연지맥의 허리춤에 있다. 낙동정맥의 709.1봉에서 불거진 내연지맥은 동대산, 바데산을 거쳐 경북 영덕군 강구면 바닷가로 떨어진다. 지맥은 42.9㎞로 산줄기는 짧지만 동해의 너른 품에 선을 대는 뚜렷한 마루금이다. 팔각산은 이 지맥과 어울리지만, 맥을 섞지는 않는다. 지맥을 마주한 채 여덟 개의 멧부리를 곤두 세워 옥계계곡을 감싸 안고 우뚝 서 있다.


내연지맥 마주보고
옥계계곡 감싸안은 산

1~8봉 기암 이어지고
걸음마다 색다른 조망


혹시 기억하시는지! 팔각산은 지난 2004년 5월 6일 '산&산' 제1회 때에 소개된 산이다. 당시 코스는 팔각산과 산성골을 잇는 5시간짜리 산행이었다. 7년 2개월여 만에 다시 찾은 팔각산. 그때나 지금이나 까칠한 암봉과
수려한 옥계 계곡이 빚은 비경은 여전했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됐다. 산행팀은 암봉 타기와 동해를 보는 조망미, 옥계 계곡을 다 맛보는, '3박자를 골고루 갖춘' 코스를 꾸몄다. '알짜'만 빼먹고 재미와 보람은 배가 되는 코스라 자부한다.

산행은 옥계 계곡 팔각산장 앞 주차장을 출발해 철 계단을 밟고, 제1봉에 오른다. 이후 연봉을 순서대로 밟거나 우회하면서 정상인 제8봉에 닿는다. 삼거리 이정표를 돌아 기점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쉬는 시간을 포함해 3시간 40분가량. 기점~제1봉 사이가 된비알이다. 위험천만한 제3봉은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 다른 구간은 밧줄과
스테인리스 설치 구조물을 활용하면 무난하다.

들머리 주변에 '선경옥계(仙境玉溪)'를 새긴 비석이 있다. '신선이 살 만큼 경치가 신비스럽고 그윽하다'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선 광해군 때 선비 손성을(孫聖乙)도 일찌감치 이곳이 '별유천지'인 줄 알았다. 그는 옥계의 비경을 보고 계곡 입구에
침수정(枕漱亭)을 지었다. '흐르는 물을 베개 삼아 돌로 양치질을 하며 세월을 잊겠다'는 심사였다. 중국 진서에 등장하는 '침류수석(枕流漱石)'에서 따왔다.

연일 30도가 넘는 된더위에 산행팀도 '침류수석' 하며 노닐고 싶었다. 아쉽지만 그 유혹을 뒤로 하고 팔각산으로 들어서는 첫걸음을 뗐다. 들머리에 있는 팔각산 등산안내도 옆에 '등산길' 이정표가 있다. 이 길을 따라
나무다리를 건너 철 계단까지 간다. '백팔번뇌'를 뜻하는 걸까? 계단 숫자가 108개였다. 첫 술부터 계단이라 발은 편했지만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계단에 올라서니 푸석돌이 지천이다. 조심해서 걷는다. 119구조안내판을 지나면 첫 번째 묘가 나온다. 표고는 벌써 210m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된비알이었다. 묘에서 5분 거리에 표석이 있다. '팔각산 1.9㎞'라고 적힌
대리석이다. '정상까지 1.9㎞밖에 안 된다'고 얕잡아 보다간 낭패를 당한다. 제1봉부터 제8봉까지 톱니 모양의 마루금이 여간 사납고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정표를 지나면 이제부터 흙길 대신 돌길이다. 길은 경사를 품고 조금씩 산 높이를 높인다. 10분 만에 첫
전망대(332m)에 올랐다. 팔각산의 암봉들이 잿빛 이빨을 하늘로 치켜세우고 빛난다. 뒤를 돌아보니 내연지맥의 동대산~바데산 산줄기가 녹음에 잠겨 있다. 장맛비가 그친 뒷날이라 창공 빛이 눈에 부시다.

여기서 5분 정도 더 오르자 두 번째 전망대(358m)가 나온다. 앉기 좋은 바위 끝에서 잠시 쉰다. 발밑을 쳐다본다. 계곡물이 은빛 금을 그으면서 옥계의 구비를 돌고 있다. 옥계리 가촌들이 물길을 따라 앉아 있다. 때마침 부는 골바람은 '천연
에어컨'이다. 삽시간에 땀이 식는다.

전망대에서 제1봉까지는 10분 정도 거리. 제1봉은 마치 '거대한 절굿공이'를 땅에 박아놓은 모양이다. 암봉 앞에 제1봉 표석이 있다. 참고로 봉우리마다 표석이 붙어 있다.

제1봉을 벗어나 3분쯤 가면 제2봉 아래에 닿는다. 우회로가 있다. 제2봉에 오르니
앞으로 만나야 할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2봉에서 나와 얼마 못 가서 갈림길을 만난다. 좌측은 일반
등산로로 흙길이다. 우측은 암반으로 된 등산로다. 둘 다 제3봉과 붙는다. 요량껏 길을 고르면 되겠다. 암봉 타는 재미는 오른쪽이 낫다. 우회전한다. 조금 오르막길이다. 절벽의 소나무가 눈에 띈다. 뿌리가 깨진 바위틈을 감았다. 희한했다. 포토존으로 손색이 없다.

잠시 뒤 길이 내리막으로 떨어진다 싶더니 이내 오르막으로 반전한다. 돌길이 까다롭다. 밧줄을 잡고 오른다. 2~3분가량 씨름해 난코스를 통과했다.

제3봉이 나왔다. 우뚝 서 있는데, 한참을 올려다봐야 했다. 영덕군이 세운 위험 경고판이 있다. 산꾼들이 이 봉을 오르려다 낙상사고를 많이 당한다. 대개 크게 다쳤다곤 한다. 산행팀은 안전산행을 위해 제3봉 위치만 지도에 넣기로 했다.



제3봉을 우회해 나무다리를 건넜다. 또다시 철 계단이 나왔다. 계단 폭이 좁고, 계단과 계단 사이 높이가 낮아 상당히 신경 쓰였다. 비나 눈이라도 오면 미끄러울 것 같았다. 주의하자.

제4봉은 제1, 제2봉과 다른 조망을 선사한다. 내연지맥과 동해 조망에다 아직 때 묻지 않았다는 산성골이 발아래로 보인다. 산성골은 '산&산' 제1회에서 답사한 코스이기도 하다. 독립문바위와
출렁다리가 유명하다.

제4봉에서 제5봉을 거쳐 제6봉까지는 약 10분 거리. 그늘이 없어서 쉴 만한 데가 마땅치 않다. 암릉을 내려섰다 올라서고 우회하길 여러 차례, 밋밋한 제7봉은 놔두고 곧바로 정상인 제8봉으로 향한다. 정상 앞에서 지나온 봉우리를 돌아봤다. 예사롭지 않은 첨봉들이 뱀처럼 기다랗게 날등을 세우고 노려보는 듯했다.

정상 조망은 골산보다 육산에 가까웠다. 앉은 자리가 넓었고 흙과 잔돌이 섞여 있다. 골바람이 양껏 불지 않았다면 섭섭할 정도로 싱거운 산꼭대기이다.

정상에서 떨어지는 길은 하나다. 산행 안내리본만 보고 무난하게 걸어내려 오면 된다. 10분 정도면 삼거리 이정표에 닿는다. 왼쪽 내리막길로 꺾는다. 소나무 굴참나무 숲 그늘을 걷는다. 다락골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점점 커진다. 삼거리 이정표에서 묘 두 군데를 지나 25분 정도 걸려 마지막 전망대를 만났다. 동대산과 바데산이 만든 헌걸찬 산줄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멀리 학소대 주변에 피서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깔깔 소리가 예까지 들리는 듯했다. 한 폭의
산수화다.

전망대에서 5분 정도 내려오면 날머리인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변에
물놀이할 만한 데가 꽤 있다. 총 산행거리 4.5㎞. 산행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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