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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따고 별 보고, 밤 낮 없이 즐긴다" 경북 영천 '별빛나이트투어'

호젓한오솔길 2011. 9. 10. 20:05

 

"포도 따고 별 보고, 밤 낮 없이 즐긴다" 경북 영천 '별빛나이트투어'

 

 

경상북도 영천을 '별의 도시'라 한다.

보현산 정상에 쏟아지는 수많은 별들과 그곳에 자리 잡은 천문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반사망원경이 있다. 만 원짜리 지폐 뒤편에 그려진 망원경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영천은 스스로를 '별의 도시'라 부르고 있다.

 

그렇다고 영천에서 '별'만 봐야하는 것은 아니다. '별' 이외에도 이곳에는 다양한 체험과 역사가 담긴 공간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영천 '별빛나이트투어'를 통한다면 여행이 훨씬 알차진다.

 

'별빛나이트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이 포도밭 체험을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체험에 참가하기 위해 영천 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점심시간에 도착한 그곳에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여름방학 때문인지 가족단위로 참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야간 프로그램이라 생각했지만 낮부터 다양한 체험거리가 준비돼 있었다. 가장 먼저 영천 포도로 만든 '와인 저장고'로 향했다. 이곳에는 영천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 와인들로 가득했다.

 

이날 해설을 맡은 전민욱 해설사는 "영천은 우리나라에서 연중 평균 강수량이 가장 적은 곳으로 포도와 복숭아, 사과 등의 여름과일의 생산량이 높고, 당도가 높아 아주 맛있어요."라며 "오늘은 여러분들이 직접 포도를 따보고, 와인을 만들어 볼 거예요."라고 말했다.

 

영천 농업기술센터 내의 '와인 저장고'에는 영천에서 재배한 포도를 이용해 만든 와인을 볼 수 있다.

 

와인 저장고를 떠나 인근 포도밭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미리 나누어준 바구니를 들고 비닐하우스로 들어갔다. 무더운 날씨 탓에 비닐하우스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등 뒤로 땀이 흐를 정도였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사람들은 가지런히 줄을 서서 포도를 따기 시작했다. 저마다 알이 큰 포도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아이들은 자기 얼굴만 한 포도송이를 들어 보이며 기념 촬영에 열을 올렸다.

 

바구니에 포도를 가득 담은 뒤 인근 '와인 체험장'으로 향했다. 마을 주민이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포도만 가지고 오면 누구나 쉽게 와인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이 포도밭에서 직접 포도를 따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온 포도를 투명한 플라스틱 병에 담고 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포도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가자 "너무 미끌미끌해서 손가락이 간지러워요."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포도가 으깨지자 주민들은 플라스틱 병에 효모와 아황산을 넣었다. 효모는 포도를 발효시키는 것이고, 아황산은 포도 속의 잡균 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체험장에 있던 전민욱 해설사는 "와인은 숙성이 가장 중요해요. 다들 집에 가시면 서늘한 곳에서 약 2주간 숙성시켜주세요. 그럼 아주 맛있는 와인이 완성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포도밭 인근 '와이너리'(와인 체험장)에서는 직접 딴 포도를 이용해 와인을 만들 수 있다.

 

와인 체험이 끝난 사람들은 영천의 자천교회와 오리장림, 옥간정, 양지마을 등을 둘러봤다. 특히 자천교회는 경상북도 권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한옥교회이다. 1903년에 건립되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는 이곳은 독특한 예배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남녀 교인들이 출입하는 문이 따로 있고, 내부에는 남녀를 구분하는 칸막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당시 유교 사회 '남녀칠세부동석'의 사상이 반영 되어, 예배 중에도 남자와 여자가 내외하여 서로 바라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교회를 둘러본 고은경(40.여)씨는 "한옥으로 만들어진 교회는 처음 봤어요. 나름 운치도 있고, 분위기도 좋네요."라고 했다.

 

경상북도 권에서 현존하는 유일한 한옥교회인 '자천교회'의 전경과 그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는 전민욱 해설사의 모습.

오후 일정이 끝난 뒤 사람들은 보현산 자락에 위치한 천문과학관으로 이동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과학관 옆으로 모락모락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몇몇 주민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에 흙을 덮고 있었다. 불을 끈 것이냐 물으니 '삼굿구이'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삼굿구이란 옛날 삼을 삶던 방식으로 땅 속에서 자갈을 장작으로 달군 뒤 수증기를 이용하여 음식을 쪄먹는 것이다. 무덤처럼 생긴 흙더미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붓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사람들은 "우와"라며 놀라워했다.

 

구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수증기와 열이 세어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멍에 물을 붓고 수증기가 피어오를 때 흙으로 재빨리 덮어야 골고루 익은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보현산 천문과학관' 야외에서 수증기의 열로 음식을 쪄먹는 '삼굿구이'를 하는 모습.

 

체험이 끝난 사람들은 천문과학관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별자리와 성운, 성단, 은하 등을 관찰했다. 1층 전시실에서는 우주에 관한 지식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었고, 2층에는 망원경을 이용해 직접 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관측실로 들어가자 지붕이 '스윽'하고 열리기 시작했다. 망원경 위로 펼쳐진 하늘은 유난히도 맑게 보였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별을 관찰하기 위해 망원경 앞으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은 망원경 속에 비친 별을 보며 "별이 저렇게 크게 반짝이는 것은 처음 봤어요."라고 말했다.

 

관찰을 끝낸 사람들은 과학관 옆 야외 공연장으로 향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위해 '별빛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평소 즐겨 듣던 가요와 팝송을 국악으로 편곡한 공연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야광 막대기를 흔들면서 공연에 빠져들었다.

 

천문과학관 2층에는 하늘의 별자리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지붕이 열리며, 망원경을 설치돼 있다.

공연장에 앉아 있던 김석진(11.포항시) 어린이는 "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아요. 방학 기간에 집에만 있었는데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와서 좋아요."라며 "포도도 직접 따보고, 별자리에 대해 공부할 수 있어서 뿌듯해요."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온 임형균(45.남)씨는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농촌의 일상을 체험하고, 별도 함께 보면서 뜻 깊은 시간이 된 것 같네요."라며 "아이들에게는 좋은 체험이 된 것 같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과학관 옆 야외 강당에서는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을 위해 가요와 팝송 등을 국악으로 편곡하여 '별빛음악회'를 개최했다.

 

영천 별빛나이트투어는 올 연말까지 매월 2, 4째 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투어는 태양계의 이야기와 4계절 별자리를 관찰하는 '별빛여행'과 포도 따기 체험과 와인 담그기 체험을 하는 '별빛와인체험', 영천의 주요 문화재를 관람하는 '보현산 하늘 길 탐방', 삼굿구이와 캠프파이어, 음악회 등을 체험하는 '별빛과 함께하는 체험', 보현산 자락에서 나는 음식을 이용한 '별빛 먹을거리 체험' 등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영천시 홈페이지 http://tour.yc.go.kr나 전화 054-330-6063으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