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다이빙 투어] 제 1편 에콰도르의 만년설과 만나다
제 1편 에콰도르의 만년설과 만나다.
※ 글·사진 : 이민정(액션스쿠바투어 대표)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갈라파고스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번 일정은 전체 22일간의 여정으로 17회 비행기 탑승과 탑승시간 약 50여 시간의 이동이 포함된다. 쉽지 않은 여정으로 막상 출발하려고 하니 너무 무리한 일정이 아닌가 걱정도 되었지만 아무쪼록 여행 마지막까지 아무 탈 없이 마무리되기를 기원했다. 투어 인원은 전체 4명이다. 이 중 리버보드 일정에 합류하는 한 명을 제외한 세 명은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그리고 페루까지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꿈에만 그리며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날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6월26일 인천출발 : 갈라파고스를 향한 첫발을 디디다.
컨티넨탈 항공을 이용해 6월26일 12시40분 인천을 출발해 일본 나리타, 미국 휴스턴을 경유하여 에콰도르 퀴토에 당일 23시 도착할 예정이다. 장장 19시간 30분의 이동을 하는 여행이지만 날짜 경계선을 넘어, 시간을 거꾸로 넘어가게 되는 여행이다 보니 당일인 26일에 도착하는 일정이 되었다.
정시에 인천을 출발한 비행기는 나리타를 거쳐 미국 휴스턴에 도착했다. 미국은 처음이라 입국심사가 걱정이 되었는데 환승하는 경우에는 사전여행허가(ESTA)를 미리 신청하면 신고서 한 장만 작성하면 쉽게 입국이 가능하다. 물론, 외부로 나가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걱정했던 입국심사가 쉽게 끝나고 에콰도르 퀴토로 출발하기 위해 게이트로 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발생했다. 탑승하기 위해 게이트를 통과하여 통로로 접어드니 보안요원이 아주 커다랗고 시커먼 개를 데리고 검색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마약이 문제가 되는 남미로 가는 비행기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보안요원이 승객 한 명씩 다시 체크를 하고 있었다. 뭐지? 하는 사이에 내 차례가 되었다. 갑자기“현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라고 묻는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라 약간 당황스러웠다. 현금? 이번 투어에서 관광에 사용할 경비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기억을 더듬어 대략적인 금액을 이야기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멤버 중 한 분이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약간은 농담 식으로 대답을 했던 것이 빌미가 되어 일행전체가 짐 수색을 받게 된 것이다. 다행히 일행들이 대충 이야기 했던 금액과 비슷한 현금들을 가지고 있어서 별 문제 없이 마무리가 되었지만 이면에 깔린 다른 의도가 느껴져 찜찜함을 버릴 수가 없었다.
다시 5시간 15분을 날아서 지구 반대쪽에 있는 남미 대륙의 에콰도르 퀴토에 도착했다. 퀴토 공항은 생각보다 정갈하고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남미의 첫 느낌이 나쁘지 않다. 순조롭게 입국 심사를 하고 나와 출구 바로 옆에 있는 첫 번째 택시회사로 갔다. 호텔이름을 말하고 좀 큰 차가 필요하다고 하니 택시비가 $8이라고 한다. 엥?? 한 명당 아니면? 후후.. 다행히 세 명 다 합쳐서 $8이란다. 야호~~!!
예약한 호텔은 뉴타운 쪽에 위치한 곳으로 택시로 약 15분정도 걸렸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밤 11시가 넘었다고는 하나 도시가 너무나 조용하니 이상했다. 하지만 출발 전에 지인들이 에콰도르는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말이 생각났지만 너무나 피곤하고 정신이 없어 다른 생각은 없이 얼른 쉬고픈 마음뿐이었다. 이렇게 길고도 긴 첫날이 저물어 갔다.
6월27일 시티투어 : 에쿠아도루의 시내를 접수하다
이곳 에콰도르는 해발 3,000m, 즉 고산병을 느낄 수 있는 높이에 도시가 세워져 있다. 고산병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하였으나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어젯밤에 좀 어지럽고 숨이 차기는 하였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고 너무 피곤하여 약을 사먹을 정신도 없이 그냥 자버렸는데 자면서 조금은 고도에 익숙해졌는지 곤하게 잠을 잤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하고 조금씩 움직이다 보니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앞으로의 일정을 예약하고 간단히 시티투어를 할 예정이다. 마침 숙소 바로 옆에 여행사가 있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투어를 예약할 수 있었다. 먼저 간단한 영어 가이드가 가능한 기사 아저씨와 더불어 시티투어를 하기로 했다. 소요시간은 약 3시간 정도의 일정으로 광장과 성당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
퀴토는 7개의 화산으로 둘러싸여 협곡이 길게 늘어서 있는 형태를 하고 있는 도시이다. 도시의 길이가 약 35km, 폭 3~5km정도 되었다. 그래서 화산을 따라 높은 곳까지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고 외곽을 잇는 도로는 탈출할 수 없는 외통수 길이 대부분이다. 남미의 언어는 스페인의 영향을 받아 스페인어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많았고 광장 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광장을 중심으로 궁전, 성당, 재판소 등이 모여 있어 자연스럽게 이정표 역할도 하게 된다. 도시는 크게 올드타운과 뉴타운으로 나눠지는데 대부분의 볼거리는 올드타운에 모여 있다고 하였다.
시티투어는 사람 좋게 생기신 마르코(Marco) 아저씨와 같이 우선 높은 곳으로 올라가 도시 전체를 보기로 했다. 미로처럼 생긴 좁은 길을 지나다 보니 건물들이 정말 특이하여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특히 형광색으로 칠해진 별과 유럽의 성 분위기를 내는 건물들은 내 눈을 즐겁게 해 주었고 새로운 곳에 와 있다는 것을 다시 실감나게 해 주었다. 첫 번째 도착한 곳은 도시를 내려다보는 바실리카 대성당! 한눈에 보기에도 웅장한 이 성당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까지 올라가면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종탑까지 가볼 수가 있었다. 화려한 성당의 외관에 비해 내부는 많이 부서져 곳곳이 흉하게 보이는 곳도 있었고 성당구석구석에서 내부 복원공사를 하고 있었다. 특히 건물 외벽을 장식하는 조각들이 굉장히 독특하였고 갈라파고스에서 볼 수 있는 거북이, 이구아나, 독수리 등도 조각되어 있었다.
성당을 떠나 산 위에서 키토를 지키는 성모상으로 이동을 했다. 리우의 예수상처럼 도시를 수호하기 위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3,000m 도시에서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오니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오는걸 느낄 수 있었다. 다시 광장으로 내려와 대통령궁, 성당(Cathedral) 등을 구경했는데 이 중에서 예수회 성당은 별도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르네상스양식과 바로크양식이 혼합되어 지어진 이 성당은 외벽은 돌로 장식되어 있으나 내부는 천정까지 황금으로 뒤덮인 황금성당이다. 사진촬영을 허락하지 않아 눈으로만 보고 나와서 아쉬웠다. 남미는 가톨릭이라는 종교를 빼면 유적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곳곳에 종교가 일상화 되어 있었다. 스페인 점령으로 받아들이게 된 가톨릭 신앙은 순수한 그들의 영혼에 뿌리 깊게 자리를 잡아 금은보화를 아낌없이 내어 놓았고 스페인인들은 그것으로 더 크고 더 화려한 성당을 지었다. 화려한 성당을 뒤로 하고 나오는 길이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6월28일 / 오타발로 투어
오늘 인디오마을 오타발로 여행 가이드를 해줄 Eustavo는 작은 체구에 동그란 얼굴을 가졌다. 출발하면서 고산지대인 만큼 오늘 이동경로를 이야기해 주었다. 고도가 2,800m인 퀴토를 출발하여 약 2km 정도 걸으면 고도가 2,000m이고, 다시 3,000m 고산지대로 이동하고, 다시 고도가 2,800m인 오타발로 가는데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단다. 이동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일정은 약 1,000m의 고도를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괜찮겠냐고 걱정스럽게 말씀하셨다. 괜찮을까 약간 의심???
가는 도중에 화산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었다. 처음 듣는 지명과 산의 이름들이 귀에 잘 들어오지를 않았다. 에콰도르 전역에 걸쳐 65개의 화산이 있다고 한다. 미리 공부 좀 하고 왔으면 조금 더 흥미 있었을 것인데 조금 아쉬움이 밀려왔다. 어제 가이드해 준 마르코가 퀴토를 둘러싸고 있는 것도 7개의 화산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많기는 많다. 저기 멀리 만년설이 보인다. 내일 가게 될 Gotopaxi와 오늘 가는 길에 보이는 Gayambes 화산에 만년설이 있다.
날씨는 아주 맑고 깨끗하여 파란 하늘이 가득이다. 가이드인 구스타보가 더 흥분했다. 오늘처럼 구름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만년설이 있는 산꼭대기를 볼 수 있는 날이 거의 없는데 아주 lucky하다고 연신 감탄한다. 이번 여행에 신의 보살핌이 있어 날씨도 좀 협조를 해주려나 보다고 생각하니 기대감이 한층 높아진다.
오타발로 가는 길에 가얌베스 화산과 코타카치 Cotacach 화산이 번갈아 보인다. 산꼭대기가 조금 뾰족하기는 하지만 눈이 쌓여 있지는 않다. 코타카치 아래쪽에 우리의 목적지인 오타발로가 있다고 했다.
중간에 한 휴게소에 멈췄는데 왼쪽에는 오타발로가 있는 Cotacach, 가운데는 아주 커다란 SAN Pablo 호수, 그리고 오른쪽에는 이미 3,000년 전에 화산활동을 끝낸 Imbabura 사화산이 자리 잡은 명당에 위치한 휴게소였다. 이 휴게소 마당에는 알파카 3마리가 있다. 한 마리는 어미인 듯한데 아주 여유로운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상대하고 있었고 흰색의 새끼와 검정색의 새끼는 풀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 여기에는 우리 민속촌에서 볼 수 있는 전통복장 그림이 있어 얼굴을 내고 사진을 찍을 수가 있는데 돈을 내야 한다. 우리 민속촌이 생각난다. ㅎㅎ 차로 돌아오니 구스타보가 전통 인디오 복장을 한 여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뭐라 얘기하더니 자기 사진을 찍어달란다.
오타발로 가는 길에 가이드가 오타발로 인디언에 관한 이야기를 해준다. 오타발로 인디언들은 페루 잉카인들이 쳐들어오기 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고 한다. 페루에서 세력을 키운 잉카인들이 주변 국가들을 침략해 영토를 확장해 갔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잉카인들이 지나가고 스페인이 들어와 이들을 노예로 삼고 일을 부리다 보니 손재주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되어 본격적으로 공장처럼 작업장을 만들었다. 하루 종일 스웨터, 가방 등 손으로 짜고 만드는 작업을 시켰고 그들이 만든 제품들은 모두 스페인으로 실려 갔으며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다. 노예의 시절이 지나고 이후 에콰도르가 스페인치하에서 독립한 후 이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살려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지금의 오타발로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다른 지역과 헷갈린 건가? 내가 생각했던 동네 분위기와 아주 다른 인디오 시장이었다. 물론, 오늘은 주중이라서 광장 한 켠에 장이 서 있고 주말이 되면 온 동네가 전부 시장이 된다고는 하였지만 내가 본 시장은 너무 획일화되었고 상업화가 되어있는 듯하였다. 주로 판매하는 물품들로는 손으로 만든 털모자, 가방, 담요, 옷, 인형 등과 나무를 깎아 만든 장신구 그리고 그림 등이 있었다. 모두 색이 예쁘긴 하지만 사서 집에 가져오기에는 1%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파카 제품이 좋다고 해서 넘 부드러운 담요를 하나 사고 싶었지만 오늘이 첫 일정의 시작이라 거추장스럽게 들고 다닐 생각을 하여 포기…흑흑… 냉장고 자석만 2개 샀다. 잘생긴 안데스 총각을 본 것으로 만족을 하고…
이곳에 오면 정말 많은 인디오들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색색의 화려한 전통복장을 한 인디오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타발로 인디오들은 여자들은 아직까지 전통복장을 많이 유지하고 있었으며 남자들의 경우 어른들 말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젊은 청년들은 머리도 땋지 않고 그냥 조금 길러서 묶는 정도라고 하였다. 실제로 남자들의 대부분은 아직 긴 머리를 하고 있었고 주로 청바지를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여성들의 전통 복장은 파란색 슬리퍼에 진한 파랑 또는 검정 긴치마, 흰색 블라우스,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리까지 내려오는 진한 파란색의 띠. 그리고 리본을 둘러 내린 머리이며 남자들은 흰 샌달, 흰 바지, 흰 셔츠, 모자, 그리고 촘촘히 땋은 전형적인 인디언 머리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한 시간 이상 시장을 둘러보고 가죽마을로 이동하려는데 가이드가 물어본다, 산위에 호수 보러가겠냐고… 좋지! 출발하고 나서야 그런데 입장료가 $2 되는데 괜찮겠느냐고… 그럼 지금 돌아가리라고 살짝 눈을 흘겼다.
그런데 올라가보니 오길 잘했다 싶었는데 혹시 원래 포함되어 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아무튼 공원 입구를 들어가면 바로 걸어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나온다. 호수 전체를 돌아 볼 수 있는 트레킹 길인데 4~5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시간이 된다면 한 바퀴 돌아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차로 좀 더 올라가니 전망대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굽어볼 수 있는 곳이 나온다. 2,000년 전에 마지막 화산활동이 있었지만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화산이라고 한다. 분화구 호수 가운데 작은 섬이 있는데 이 섬을 도는 유람선이 보인다. 이것도 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유람선을 타고 섬 뒤쪽으로 돌아가면 아직도 물속에서 뿅뿅뿅 올라오고 있는 물방울 들을 볼 수 있는데 화산활동의 증거라고 했다. 바람에 잔잔한 호수에 물결이 이는 너무나 멋진 경치를 눈에 콕콕 담아본다.
가죽공예마을로 내려갔다. 이 마을도 마찬가지로 오타발로 인디오들이 살고 있는 곳인데 전체 인구의 약 65%가 인디오이고 나머지가 메스티조(MESTIZO, 인디오 백인 혼열)이다. 인디오들은 손재주가 좋아 손으로 만드는 수공예품(모자, 가방, 등)을 만들고 메스티조들은 가죽공예를 주로 한다고 했다. 이 마을은 모두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범죄도 없고 굶는 사람도 없는 부자 마을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인지 가게나 오타발로 재래시장에서도 모두 자기 물건들을 소개하고 판매하려고 는 하지만 억척스럽게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는 것을 보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약간의 여유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주말이 아니라서 그런가???
6월29일 고토팍시, 만년설 : 드디어 만년설을 마주하다
드디어 만년설이 있는 산, 고토팍시에 간다. 개별투어가 아닌 다른 팀과 합류하여 가게 되었는데 차량 2대에 사람들이 나눠져 함께 이동했다. 대부분이 배낭여행하는 청년들이고 인근의 콜롬비아 등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다. 고도가 높아 춥다고 하여 접어 넣어 다니는 바람막이와 얇은 오리털 점퍼를 입고 출발했다.
산 정상이 만년설로 덮여 있는 고토팍시는 해발 5,893m의 활화산이다. 아마 가장 높은 활화산이 아닐까 싶다. 이 꼭대기까지는 시간당 가지 못하고 대피소까지 가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다. 다행히 퀴토 도착 후 조금씩 숨이 가쁘기는 했지만 고산병 증세는 느껴지지 않았다. 고도는 하루에 1,000m씩 이동하면서 적응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해발 5,000m가 되는 산도 하루에 1,000m 이내로 이동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매표소를 지나면서 중간 중간 사진도 찍고 길 자체가 구불구불 이어지기도 했지만 차량으로 갈 수 있는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해발 4,500m라고 쓰여 있었다. 단숨에 1,500m를 올라온 것이다. 음~ 생각보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날씨도 너무나 화창하였다. 주차장까지 오는 길에 파란 하늘에 선명히 대비되는 검은 산과 그 경계를 나누는 하얀 눈의 절경이 만년설을 처음 보는 나로서는 눈을 뗄 수가 없게 하였고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가이드 안내에 의하며 약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만년설은 수백 m 아래까지 덮여있었는데 이곳 남미에서도 다시 한 번 지구 온난화의 기후변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토팍시가 활화산이라고는 하지만 마지막 폭발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십여 차례의 화산 폭발로 고토팍시 주변은 검은 모래로 되어 있고 중간 중간 풀숲들이 존재한다. 사유지와 국립공원지역이 혼재되어 있고 사유지에서는 특이작물 등의 농사를 짓기도 한다.
주차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눈앞에 펼쳐진, 아니 내 발아래 놓인 멋진 세상에 새삼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일행은 다시 검은 화산모래로 뒤 덮인 길을 따라 4,800m 높이에 있는 대피소를 향해 천천히 한발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절대 빨리 가면 안 된다는 걸 느껴서 일까? 계속 사진을 찍으면서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한 200m쯤 갔을까? 몸이 이상한 건 아닌데 왠지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대피소까지 갈 수 있으리라 생각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로 만족하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우리 일행 중 킬리만자로까지 다녀오셨던 김광천씨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김창호씨는 나와 함께 차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표지판과 기념사진도 찍고 물도 마시고는 차에 올라타 편히 앉았는데 이때부터 머리가 띵하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온몸의 모든 피가 발가락 끝으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 안되는데…. 아무리 몸을 바로 하려고 해도 땅으로 꺼져버리기만 할 것 같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파오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도저히 여기서 더 버틸 수가 없어서 3,600m에 있던 산장으로 내려왔다. 이곳에서 고산병에 좋다는 코카차(Coca 잎을 넣은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한 시간 여 지나 일행들이 내려왔다. 조금은 나아졌으나 아직까지 고산병 증세가 없어진 건 아니었다. 고산병 증세는 잠을 자고 나서야 겨우 없어졌다. 고산병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조심을 하여 무조건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직도 머리가 찌끈찌끈한 것 같다.
영국에 있는 자제분을 만나고 오시느라 유럽으로 빙 돌아 먼 길을 달려오신 오상준씨가 드디어 도착했다. 이로서 갈라파고스 원정 멤버 4인이 모두 모였다. 내일이면 드디어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에 입성이다. 아~ 오늘밤 잠이 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 자료 제공: 스쿠버다이버 (www.scubadiv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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