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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 죽는 줄 알았어요. 발은 어찌나 시리던지. 이가 맞닿을 만큼 떨었어요. 겨울엔 다신 산에 안 갈 거예요.”
겨울 산을 다녀온 뒤 이런 푸념을 늘어놓는 것은 무엇보다 준비 소홀에서 비롯된다. 겨울산은 봄·여름·가을 산과 다르다. 우선 춥다. 바람도 차고 강하다. 여기에 폭설까지 퍼붓는 날이면 설경 속의 낭만은 사라져 버리고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때문에 다른 어느 계절보다 채비를 철저히 하고 산행 방법에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깊고 높은 산을 찾을 계획이라면 더욱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우선 옷부터 챙겨야 한다. 속옷은 면 제품이 따뜻하지만 반면 일단 젖으면 잘 마르지 않아 애를 먹는다. 따라서 발수 원단의 제품을 착용하도록 한다. 그 위에 통풍이 잘 되고 신축성이 좋은 폴라플리스나 기능성 옷을 덧입으면 기본은 갖춘 셈이다. 여기에 눈과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기능성 재킷과 덧바지를 지니도록 하고, 당일 산행의 경우 얇은 패딩류의 우모복을 예비로 휴대한다면 거의 완벽한 겨울 의류 채비다. 물론 설악산이나 지리산, 한라산 같은 높고 추운 산을 갈 경우에는 보온성이 더욱 뛰어난 의류를 택해야 한다. 이렇게 예비 의류를 가지고 다니려면 다른 계절에 비해 배낭도 당연히 커야 한다.
- ▲ 깊은 눈을 헤치며 산을 오르는 등산인들. 겨울 산행은 자신의 능력에 맞춰 대상지를 선택하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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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용 스틱은 균형 잡아주고 상체 운동 효과도 가져와
모자와 장갑은 꼭 챙겨야 하고, 쉴 때는 깔개보다 바닥과 거리를 둘 수 있는 보조의자가 좋다. 눈밭에 앉노라면 아무래도 바지가 젖고 냉기가 그대로 전해져 체온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모자는 귀를 가릴 수 있는 제품이 좋다. 눈이 내릴 때에는 차양이 달려 있는 모자라야 시야가 확보된다.
장갑은 플리스 제품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예비장갑이나 덧장갑 한 켤레를 더 챙기고 목을 감싸줄 수 있는 버프와 눈보라가 칠 때 유용한 발라클라바(목출모)를 휴대한다면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당황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등산화는 목이 긴 제품이 좋다. 미끄러운 길에서 발목이 접질리는 일이 적고, 보온 면에서도 좋기 때문이다. 바닥은 요철이 많은 제품이 아무래도 눈길에서 힘을 쓴다. 단, 겨울철 등산화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신발장에 잘 ‘모셔’놨더라도 산행 중 뒤꿈치 부분이 떨어져나가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겨울에 한해 신는 등산화는 뒤꿈치를 비롯해 창과 중창을 잘 살펴 상태를 확인한 다음 신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패츠, 아이젠, 등산용 스틱도 겨울 필수 장비다. 스패츠와 아이젠은 등산화에 잘 맞는 것을 준비하도록 한다. 스패츠는 지퍼나 장식이 말썽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튼튼한 것을 구입하고 사용 후에는 혹 망가진 부위가 없나 잘 살펴, 다음 산행 때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 ▲ 발라클라바를 쓰고 마산봉으로 향하는 등산인들. 완벽한 보온방풍 장비가 겨울산의 추억과 낭만을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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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용 스틱은 두 자루를 지니고 다니는 게 좋다. 발목과 무릎 관절을 보호해 주면서 미끄러운 눈길이나 빙판 길에서 균형을 잡아주어 넘어지는 경우도 적어질뿐더러 팔과 상체 운동효과도 가져온다.
선글라스, 선블록, 립크림은 필수다. 눈에 반사되는 자외선은 여름철 바닷가보다도 강도가 세다. 심할 경우 설맹에 걸릴 수 있고 얼굴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눈 덮인 산은 다른 계절에 비해 건조하다. 따라서 입술이 마르기 전 립크림을 발라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선블록마다 ‘SPF30, PA+’와 같은 표시가 돼 있다. 숫자 ‘30’은 한번 바르면 300분간 자외선을 막아준다는 의미이고, +A는 자외선A 차단에 효과가 ‘+’만큼 있다는 표시다. 대개 +는 ‘효과가 있다’, ++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 +++는 ‘아주 효과가 있다’는 표시다. 얼굴 피부가 약한 사람은 SPF 숫자가 낮은 제품을 자주 발라주도록 한다.
점심과 간식은 어떤 것이 좋을까? 당일 산행의 경우 점심 한 끼 정도는 가볍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겨울철에 김밥 같은 메뉴는 점심 먹을 때쯤이면 차갑게 식어 손도 잘 가지 않을뿐더러 얹힐 염려도 있다. 따라서 따뜻하거나 아니면 기온과 관계없이 쉽게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뜨거운 물을 부은 뒤 10분쯤 지나면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즉석비빔밥이나 발열제가 들어 있는 즉석떡국 같은 즉석식품도 이용해 볼 만하다. 혹은 아예 우유나 물에 타 먹는 파워웰 같은 고열량 영양식도 좋다. 부드러운 빵과 수프를 만들어 보온병에 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다. 굳이 밥을 먹어야 한다면 보온도시락, 보온병과 같은 보온용기를 최대한 활용해 따뜻한 상태를 유지토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