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조립식으로 뚝딱… 반값 한옥이 뜬다
대들보 등 사전 제작해 조립… 3.3㎡당 700만원이면 OK
건축기간도 1개월로 단축… 소재 개량해 단열·방음 해결
3년새 한옥 수요 62% 늘어… 거주용 단독주택으로 각광
'한옥(韓屋)의 단점은 비싼 건축비. 저렴하고 부담이 적은 한옥 짓는 노하우는 없을까.'
한옥이 인기를 끌면서 한옥 대중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값싼 한옥 짓기가 그 첫째다. 5월 하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 콘크리트로 지은 강의실과 기숙사 옆에 아담한 한옥 3채를 짓는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기와지붕 아래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내 다듬은 노란 서까래와 어른 몸통만한 대들보에서 향긋한 소나무 냄새가 났다.
명지대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전통을 살리면서도 현대에 맞게 개량 중인 실험용 주택들이다. 측면에는 반듯하게 다듬은 전통 나무 창살이, 뒤뜰로 난 창은 갈색 알루미늄 섀시 창이 설치됐다. 연구단 김상협 박사는 "한옥에 어떤 창호를 끼웠을 때 단열·외관·방음이 제일 나은지 실험하기 위해서 알루미늄 섀시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이 경기도 용인시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에 현대식 한옥기술 개발을 위해 실험용 한옥을 짓고 있다. 공장에서 기둥·대들보·서까래 등 자재를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모듈형 공법’을 적용했다. /이석우 기자 yep249@chosun.com
한옥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은 비싼 건축비. 한옥 공사비는 3.3㎡당 1200만~1400만원. 대량으로 짓는 아파트의 3배 수준이다. 낮은 냉·난방 효율, 소음 등도 불편한 점으로 지적됐다.
현대식 한옥은 모듈형 건축기법, 신소재 개발로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명지대의 실험용 한옥은 건축비를 3.3㎡당 700만원 수준으로 낮췄다. 기존 한옥의 '반값' 수준. 비결은 '모듈형 공법'. 설계가 결정되면 대들보·서까래·기둥·문·바닥·벽까지 대부분의 건축 자재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다. 이후 현장에서는 자재를 옮겨와 조립만 하는 방식이다. 모듈 공법으로 건축기간도 기존 8~10개월에서 1개월로 대폭 줄였다.
새 건축소재(素材)도 개발 중이다. 대들보에 비싼 원목 대신 나무 4겹을 압축해 붙인 집성재(集成材)를 사용해 안전성을 강화하면서도 자재비를 낮추고 있다. 진흙을 발라 만드는 벽체는 황토 패널과 단열재로 만들면 냉·난방 효율이 높아지고 공사 기간이 단축된다. 국토부 건축문화경관팀 관계자는 "건축비를 3.3㎡당 600만원 선까지 낮추면 중산층의 한옥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8년 5만5000채이던 한옥은 지난해 8만9000채로 3년 사이에 62%(3만4000채)가 늘었다. 한옥이 관광상품으로만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주택 상품'으로 한옥을 찾는 수요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목재(木材)는 2~3년간 충분히 건조하지 않으면 완공 후에 뒤틀리거나 갈라져 집 곳곳에 틈이 생긴다. 소음, 단열에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아직 명확한 목재 건조(乾燥)기준이 없다. 또 한옥을 20채 이상 지어 분양하려면 주택법 적용을 받아 아파트 청약처럼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도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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