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삼겹살 구이를 찾아서
생식을 하던 인류가 어느 순간 화식을 했다. 그때 처음 익혀먹던 방법이 불에 직접 굽는 직화구이였다. 가장 간편하고 쉬운 방법이다. 별다른 도구 없이도 식재료의 수분과 미생물을 제거해주고 맛과 식감을 높여주었던 조리법. 조리의 역사는 계속 진보했지만 수십만 년 동안 인류의 유전자 속에 각인된 직화에 대한 본능은 여전히 유효하다. 더욱이 직화 불고기인 맥적(貊炙)의 역사를 보유한 우리나라 사람은 더욱 그렇다. 인천의 ‘가연생고기’는 직화적육 천하일미(直火炙肉 天下一味)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두툼한 삼겹살을 참숯에 구워낸다.
인간의 미각이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조리법, 직화구이의 추억
동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이 쓴 『요리본능』이라는 책이 있다. 인류가 불에 음식을 익혀먹은 화식의 기원에 대해 쓴 책이다. 여기서 저자는 화식의 역사가 생각보다 아주 오래 되었다고 한다. 또 인류가 불에 음식을 익혀 먹으면서부터 지금과 같은 인지능력을 지닌 인간의 특성이 완성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화식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의 모습으로 진화하게 된 획기적인 계기가 아닌가 싶다.
그 기나긴 화식 기간 가운데 직화구이는 가장 보편적이고 오랫동안 식재료를 익히는 방법이었다. 자연발화에서 시작되었을 화식의 열원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진화했다. 전문 음식점이 아닌 일반 가정의 주방에 들어가 봐도 아주 편리하고 다양한 가스나 전자레인지가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식의 방법도 세분화되었다. 직화구이 뿐 아니라 찌고 삶고 끓이는 방법 등이 생겨났다.
그러나 육류의 맛은 어떤 익혀먹는 방법도 직화(直火)구이를 이길 수 없다. 지구상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직화구이 고기 맛에 가장 오랜 기간 길들여졌다. 그러다 보니 인간은 직화구이 고기에 대한 유전적인 본능이 있다.
그 동안 삼겹살은 대개 가스레인지 위에 불판을 얹고 구워먹었다. 삼겹살도 직화로 구우면 맛있지만 워낙 기름이 많이 나와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굽다 보면 기름이 밑으로 떨어져 곧바로 불기둥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통 소고기 생등심 같은 부위만 직화로 구워먹었다.
화탄육 전문점(火炭肉 專門店)을 표방하는 ‘가연생고기’는 전국에서 거의 드물게 삼겹살과 목살을 직화로 완벽하게 구워내는 집이다. 삼겹살을 직화로 구울 때, 기름이 숯불에 떨어져 불이 붙는 난점을 극복했다. 이 집은 황동 재질의 화로와 석쇠에 참숯으로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낸다. 구리 화로와 석쇠가 보기에도 좋지만 고기질의 신뢰감을 높여준다.
잡내 없고 부드러운 암퇘지 원육과 갈치속젓의 찰떡궁합
생삼겹살과 생목살 모두 180g(1인분)에 1만1천원인데 생목살은 지리산 흑돼지를 쓴다. 버크셔 계통의 지리산 흑돼지를 먹어본 사람은 일반 돼지고기를 먹으면 싱겁다고들 한다. 지리산 고원지역의 흑돼지는 퍽퍽하지 않고 차진 식감과 넉넉한 풍미를 갖춰, 일반 돼지보다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생삼겹살과 생목살은 잡내와 기름이 적은 암퇘지로만 제공한다. 소고기도 그렇지만 돼지고기도 암컷의 육질이 수컷보다 났다. 빈돈(牝豚)은 암퇘지의 옛말이다. 노자 도덕경에 빈상이정승모(牝常以靜勝牡)라는 구절이 있다. ‘암컷은 항상 고요함으로써 수컷을 능가한다’는 말이다.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만물을 품고 살려내는 여성성과 모성성의 위대함을 나타낸 글로 해석할 수도 있다. 품고 보듬는 여성성은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남성성과 대조된다. 작가나 미래학자들도 인류 평화와 구원의 대안을 인간의 여성성과 모성성에서 찾는다. 돼지고기도 예외가 아닌 듯 하다.
‘가연생고기’는 돼지고기와 찰떡궁합인 갈치속젓을 제공한다. 갈치속젓은 일반 고깃집 갈치속젓과 달리 염도를 낮춰 짜지 않다.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게 주인장이 배려한 것. 상추와 깻잎이 쌈채로 나온다. 그렇지만 삼겹살과 목살의 불향과 진한 고기 맛을 제대로 보려면 아무래도 다른 부재료 없이 오직 갈치 속젓하고만 먹는 것이 좋다. 갈치속젓은 리파아제 성분이 들어있어 육류 단백질을 분해해 소화 흡수를 돕기도 한다.
3cm 가까운 두툼한 삼겹살과 목살은 원육 본래의 맛과 육질을 극대화시킨다. 적당한 칼집을 내고 숙성을 시켜 참숯에 직화로 굽다 보니 고기가 두툼해도 빠른 시간에 익는다. 생고기 숙성을 통해 최고조에 이른 고기 속의 아미노산과 젓산이 고기 맛을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육류에는 첨가액을 전혀 뿌리지 않아 좋은 원육의 오리저널 맛에 직화의 불향을 담았기 때문에 삼겹살 등 돼지고기의 풍미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맛이라고 업주는 자부한다.
- 토하젓 비빔밥과 선지해장국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찬류 구성은 고기 먹고 난 후 뒷맛을 개운하게 헹궈준다. 산나물인 곤드레로 만든 곤드레 장아찌, 아삭한 식감을 살린 알타리 무 장아찌는 맛 좋은 돼지고기를 더 맛나게 해준다. 특히, 후식으로 먹는 토하젓 비빔밥(3000원)이 일품이다. 민물새우인 토하젓은 구하기 쉽지 않은 남도 향토음식 식재료다. 아련한 흙내가 살짝 풍기는 맛은 어려서부터 토하젓을 먹어본 사람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서비스로 나오는 선지해장국은 무, 대파, 우거지를 푸짐하게 넣어 시원하고 청양고추가 들어가 개운한 맛을 낸다. 이 집의 모든 식재료는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어 안심 먹을 거리라는 인상을 준다.
요즘처럼 돈육 가격이 폭등했을 때는 가치가 높고 맛과 질이 뛰어난 고깃집을 찾게 된다. ‘가연’이라는 말은 경사스런 잔치(佳宴), 아름다운 인연(佳緣)이라는 의미를 모두 포함하는데, 제대로 된 직화 삼겹살 맛을 꼭 한 번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가 누구더라도 함께 한다면 ‘가연’의 자리가 될 것이다.
‘가연생고기’ 인천시 서구 봉수대로 032-565-7732
[화보] 삼겹살 구이
글·사진: 월간외식경영 이정훈 기자, 변귀섭 기자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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