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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탄 3리 샘치골과 절골 합수점을 지난 계류 암반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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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상의 885m봉에서 분기된 화악지맥은 경기도 가평군 북면 적목리와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 경계를 이룬다. 화악지맥이 약 6km 거리에서 석룡산(1,147m)을 빚어 놓은 다음, 약 3km 거리에 이르면 남한에서 10번째로 높은 화악산(華岳山 · 1,468m)을 빚어 놓는다.
화악지맥은 동으로 약 3km 거리인 응봉(鷹峰 · 1,436m)에 이르면 남으로 방향을 꺾는다. 응봉에서 화악지맥은 촉대봉~몽덕산~가덕산~북배산~계관산을 지난 가평읍 보납산(330m)에 이른 후 여맥을 가평천과 북한강으로 가라앉힌다.
화악산 동쪽 응봉에서 북으로 가지 치는 능선이 있다. 이 능선이 약 2.2km 거리인 1,285m봉에 이르면 동쪽으로 꺾여 약 1.8km 거리인 1,025m봉에서 능선이 두 가닥으로 나누어진다. 1,025m봉에서 북으로 갈라진 능선으로 약 1km 거리에 빚어진 산이 샛등봉(895m)이다. 1,025m봉에서 계속 동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약 0.7km 거리에 자리한 산은 신선봉(1,011m)이다.
샛등봉을 일으킨 후 급격하게 고도를 낮추는 잔릉들은 지촌천(일명 용담계곡)으로 가라앉는다. 신선봉에서 동으로 계속 이어지는 잔릉들은 약 9km 더 나아간 다음 여맥들이 북한강으로 스며든다.
샛등봉이란 산 이름과 해발 높이는 국립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에는 표기가 안 되어 있다. 그러나 샛등봉은 옛날부터 용담리 주민들이 불러온 산 이름이다. 샛등봉 정상으로 치는 895m봉에서 북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을 중심으로 서쪽엔 큰물안골, 동쪽에는 망단리계곡이 있다. 즉 큰물안골과 망단리계곡 ‘사이’에 솟은 산이므로 ‘사이’의 모음축약된 ‘샛’과 능선의 순수한 우리말인 등성이의 ‘등’을 합해 샛등봉이라 이름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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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샛등봉 남쪽 전망바위에서 북서쪽으로 본 사창리. 2 용정쉼터 동쪽 56번 국도에서 지촌천(용담계곡) 건너로 본 망단리계곡 들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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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등봉 북단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지촌천으로 가로막혀 있다. 지촌천은 남서쪽 화악산과 석룡산, 서쪽에서 시계 방향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상의 도마치봉과 백운봉 상해봉 복주산 두류산 등에서 발원한 수십 가닥에 달하는 물줄기들이 합수되어 흐르는 제법 큰 물줄기다. 이 물줄기는 104년 만이라는 금년 극심한 가뭄에도 마를 줄 모르고 동쪽 북한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서쪽 산간지역에서 동쪽 북한강 방면으로 서출 동류(西出東流)하는 지촌천 일원은 비경지대가 연속적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옛날에는 시인묵객들로부터 곡운구곡(谷雲九曲)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 곳이다.
샛등봉 일원 남쪽은 민간인 출입금지구역인 화악산 줄기에 가로 막혀 있다. 샛등봉 북으로는 지촌천이 가로막혀 산으로의 접근이 쉽지 않다. 이렇듯 그동안 접근이 쉽지 않았던 만큼 천혜의 자연미가 거의 완벽하게 살아 있는 곳이다.
지촌천은 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다. 여기에다 안방으로 비유되는 지촌천을 건너가야만 접근이 되는 샛등봉 산줄기 사이사이로 패어 내린 큰물안골, 망단리계곡, 샘치골, 절골 등은 냉장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더위쯤은 아랑곳없이 여름산행을 즐길 수 있다.
샛등봉 등산은 북쪽 지촌천에서만 가능하다. 지촌천변으로는 춘천과 화천 방면에서 사창리로 연결되는 56번국도가 나 있다. 이 국도에서 지촌천을 건너 샛등봉 방면으로 다리가 있는 곳은 한 곳이다. 샛등봉 북서쪽 용담리 물안교가 그것이다.
화천군 사내면 용담리 방면에서는 물안교~큰물안골~큰폭포~샛등(북릉), 큰물안골~샛등, 용정 쉼터~망단리계곡~북동릉 경유, 샛등봉에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샛등봉 북동쪽 춘천시 사북면 오탄리 방면에서는 우레골(오탄 3리) 시내버스 종점을 등기점으로 명류동~샛등봉 북동릉, 샘치골~샛등봉 남릉 경유 샛등봉에 오르는 코스가 전부다.
신선봉은 샘치골~샛등봉 남릉~1,025m봉, 절골 갈림길~정상 신선봉 북동릉(샘치골과 절골 사이 능선) 경유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상기 코스들을 물안교~큰물안골 코스부터 시계 방향으로 소개한다.
유의점은 샛등봉과 신선봉을 이어주는 1,025m봉에서 서쪽 화악산 응봉 방면 능선과 신선봉에서 남쪽 원평리 사자골 방면은 군사시설로 출입금지구역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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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샛등봉 전망바위에서 본 큰 물안골 입구 46번국도와 물안교(오른쪽 아래). 물안교 오른쪽 능선은 샛등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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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교~큰물안골~큰 폭포~샛등봉 북릉(샛등)~정상〈약 3.8km · 2시간 30분 안팎 소요〉
큰물안골은 계곡 전체가 햇빛이 들지 못할 정도로 짙은 숲 터널로 뒤덮여 있다. 여기에다 규모는 작지만 폭포와 소(沼)와 담(潭)들이 줄줄이 이어져 여름철 더위쯤은 느껴볼 겨를이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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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큰폭포를 지나 5분 거리에 있는 새(鳥)바위. 바위 가운데서 큰 나무가 자라고 있다. 2 새바위 직전에서 보게되는 큰폭포. 이 계곡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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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물안골 백미인 큰폭포 아래에 이르면 갑자기 계곡 길이 막힌다. 폭포 높이라야 10m가 채 안 되는 와폭이다. 그래도 이 가뭄에 폭포 물줄기가 굉음을 토해 내고 있다. 이 폭포 아래 작은 연못 왼쪽 바위벽에 통나무가 걸쳐져 있다. 통나무를 밟고 바위벽을 스쳐 폭포 상단부에 이르면 다시 계곡 길이 이어진다.
큰 폭포를 뒤로하면 곧이어 거대한 새(鳥)를 닮은 바위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기암인 새바위 허리춤에서는 큰 괴목이 자라고 있다. 단단한 바위에 괴목이 뿌리를 내린 모습이 신기하게 보인다.
새바위를 뒤로하고 20분 거리에 이르면 나오는 공터는 옛날 약초꾼들 움막터다. 큰 물안골 초입 계곡길부터 움막터까지는 계류를 11번 건너게 된다. 움막터에서 왼쪽 급경사 길은 지그재그 길이다. 샛등까지 의외로 한참 올라간다.
56번국도 물안교-(약 100m)→화악산 가든-(7분)→입산통제 안내판-(8~9분)→ㅓ자 삼거리(왼쪽은 정상 북릉 방면 길)-(25분)→큰폭 하단부-(1분)→큰폭 상단부-(4분)→새바위-(22분)→공터(움막터)-(3분)→지그재그 급경사길 진입-(30분)→북릉T자 삼거리-(5분)→샛등봉 정상.
물안교~큰물안골~샛등(북릉)~정상〈약 3.7km · 2시간 30분 안팎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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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샛등봉 정상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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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통제 안내판에서 8~9분 거리 갈림길에서 왼쪽 샛등으로 오르기 전 계류에서는 식수를 충분히 준비할 일이다. 갈림길에서 샛등으로 오르는 길은 급경사에다 밧줄이 전무하다. 여기에다 샛등까지 오르는 시간이 큰물안골 상류 움막터에서 샛등으로 오르는 소요시간보다 더 걸린다. 이 급경사 오르막길은 오를 때 보다 이곳으로 하산할 때 등산용 스틱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곳이다.
샛등 일원은 당귀, 세신, 도라지, 더덕, 취나물 등이 많이 나는 곳이다. 예전 물안골 마을 주민들은 농사는 겨울에 먹을 식량만 약간 지을 뿐, 1년 내내 샛등봉 주변에서 약초만 채취해서 봄 여름 가을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약초와 산나물 외에 울타리역할을 하는 지촌천이 외지인의 출입을 막아주기 때문에 샛등 주변에는 멧돼지와 노루도 적지 않다.
입산통제 안내판에서 8~9분 거리인 ㅓ자 삼거리-(왼쪽 급경사 사면 길로 35분)→샛등봉 북릉 안부(513m봉 남쪽 안부)-(15분)→610m봉-(10분)→630m봉-(35분)→ㅏ자 삼거리(큰 물안골 갈림길)-(5분)→샛등봉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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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쉼터~망단리계곡~북동릉~정상〈약 2.8km · 2시간 30분 안팎 소요〉
용정쉼터가 자리한 지역은 옛 지명이 망단리로 불렸던 곳이다. 월간山 답사팀이 이곳에서 샛등봉을 처음 답사했을 때는 1989년 6월 초순(1989년 월간山 7월호에 주말산행 코스로 소개함)이었다. 이때에는 이곳 56번국도가 비포장이었다. 그 이후 세월 따라 변화가 생긴 것은 56번국도가 말끔하게 포장길로 변한 것과 여름철 물놀이객들을 위한 간이식당 한 곳이 생긴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은 지촌천(용담계곡)을 건너가는 다리가 아직도 없다는 것과 망단리계곡 태고적 자연미가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망단리계곡이 아직 전인미답의 비경지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56번국도에서 지촌천을 건너는 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요즘 같은 가뭄에도 지촌천을 건너려면 등산화나 발목을 적시기 일쑤이다.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내려 계류가 불어나는 때에는 지촌천 건너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촌천 계류가 불어난 경우에는 이곳에서 등산을 시작하거나 또는 이곳으로 하산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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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옛날 산판길이 돌밭 길로 변한 망단리 계곡길. 2 망단리계곡 방면 지능선 갈림길을 지난 곳인 Y자 괴목. 3 샛등봉 북동릉으로 오르는 지능선 갈림길 직전 삼지목(三枝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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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쉼터에서 56번국도를 따라 동쪽 방향으로 약 100m 가면 지촌천 건너편으로 흰색 입간판이 마주보이는 지점에 닿는다. 흰색 입간판이 세워진 곳 왼쪽이 방단리 계곡이다. 이곳에서 입간판 방면으로는 자연석이 징검다리를 이루고 있다. 징검다리를 건널 때에는 등산용 스틱을 사용하면 편하게 개울을 건너갈 수 있다.
방단리 계곡도 큰물안골 못지않게 숲이 터널을 이룬 곳이다. 계곡물 자체를 그냥 떠마셔도 될 정도로 오염원이 제로인 곳이다. 계곡 길로 들어서면 싱그러운 돌단풍이 반기고, 이어지는 오래된 산판길을 뒤덮은 청태들은 마치 펼쳐놓은 초록빛 비단 위를 걷는 기분이다.
산판길이 잠시 자취를 감추는 곳인 삼지고목(三枝木) 뿌리 아래로는 샘물이 흐른다. 험준한 능선 오름길에 물 걱정 안하려면 이곳에서 식수를 준비 하면 된다. 삼지목에서 가까운 거리인 숯가마 터 왼쪽 지능선 진입 길목은 잘 보이지 않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용정쉼터-(46번국도 동쪽으로 약 100m)→남쪽 지촌천 계류 건너감(군사시설 보호구역 안내판)-(안내판 오른쪽 20m 거리에서 왼쪽 길로 6분)→잣나무 숲 사면 길 진입-(6분)→잣나무 숲 나온 산판길 진입-(5분)→왼쪽으로 계류 건너감-(10분)→청태로 뒤덮인 돌밭 산판길-(5분)→삼지목(三枝木)-(오른쪽으로 약 3~4분)→숯가마 터-(왼쪽 지능선으로 진입)→흐릿한 능선 길-(35분)→급경사 너덜지대(길 없음)-(10분)→너덜 상단부-(30분)→샛등봉 북동릉 삼거리-(15분)→Y자 괴목-(5~6분)→샛등봉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