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71> 경주 장육산
여섯 장군 다섯 손가락·말발굽 자국… 발 닿는 곳마다 전설 서려
▲ 하산저마을을 거쳐 내칠리로 흐르는 계곡은 비에 불어 곳곳에서 작은 폭포를 만들고 있다.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걷는 하산길 후반부는 단조로울 틈이 없다. |
경북 경주시 산내면과 청도군 운문면에 걸쳐 있는 장육산(將六山·686m)은 낙동정맥과 비슬지맥의 분기점인 사룡산에서 남쪽으로 짧게 곁가지를 친 능선상에 있다. 정상의 동쪽은 산내면 신원리와 내칠리, 북쪽은 운문면 봉화리, 평지말과 접하고 있다. 장육산은 북쪽에 있는 정족산과 연계 산행을 하거나, 사룡산에서 구룡산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출발점으로 산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라 천년고도 경주와 접한 만큼 여러 전설이 서려 있고 문화재도 산재해 있어 단독 산행지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산 이름에서 감을 잡았겠지만, 장육산의 이름은 신라 때 여섯 장군이 무술을 연마한 곳이라고 해서 지어졌다. 장육산 주변에는 여섯 장군 전설에 얽힌 지명이 여럿 있다. 장육산 아래를 흐르는 산내천에는 여섯 장군들이 밥을 짓기 위해 솥을 걸었다는 솥바위와 장군들이 걸터앉아 놀았다는 놋다방구가 있다.
육장굴 인근서 화랑들 수련한 듯
높이 1.5m 마애여래 좌상 눈길
정상 부근에 버섯 재배 농가 많아
하산길 '계곡 폭포' 보는 재미 쏠쏠
또 청도 운문면 방면 9푼 능선에는 육장굴이 있다. 여섯 장군이 거처하면서 심신을 수련했다는 곳이다. 이런 전설들로 미루어 이곳 주변에 옛 화랑들의 수련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어느 장수가 어느 시대에 무술을 연마했는지 이름과 연대를 알 수 있는 문헌은 없다. 전설은 세월이 흐르면서 살이 붙기 마련이다. 언제부터인지 여섯 장군 중에 김유신 장군도 포함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장육산 정상은 숲에 싸여 청도 방면으로만 조망이 트인다. |
장육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는 어느 방향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동쪽으로는 산내면 내칠리, 남서쪽의 신원리, 북쪽으로는 운문면 봉화리나 평지말 쪽이 산행 기점으로 애용되고 있다. '산&산'은 물이 불어 풍만해진 산내천을 끼고 산행할 수 있는 내칠리 방면을 들머리로 잡았다.
구체적인 코스는 산저교~하산저마을~갈림길~갈림길(주의)~묘~능선 갈림길~임도 합류점~임도 갈림길~임도 갈림길~마애여래좌상 갈림길~정상~마애여래좌상 갈림길(두 번 지남)~버섯 재배지~임도 이탈~묘~갈림길~묘~계곡~임도 합류~하산저마을~원점 순이다. 모두 12.7㎞로 4시간 30분 걸렸다.
들머리는 산내면 내칠리 제2내칠교에서 50m 정도 떨어진 산저교다. 산저(山楮)마을과 연결되는 산저교를 건너 왼쪽의 완만한 시멘트 포장 임도를 따라 전진한다. 마을 이름으로 보아 하니 옛날에 닥나무가 많았을 것 같았다. 고추를 따던 동네 어른에게 물어보니 십수 년 전만 해도 온 동네에 닥나무 천지였다고 한다.
임도를 따라 30분 정도 오르니 10가구 정도 띄엄띄엄 살고 있는 마을이 다가온다. 하산저마을이다. 여기서 마을 왼쪽으로 난 비포장 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산에 붙는다.
산에 안기자 숲이 싱그럽다. 새벽부터 내린 비를 맞고 수분을 충분히 머금은 나무들이 음이온을 마구 뿜어댄다. 막 걷히기 시작한 구름도 산자락에 걸려 신비감을 더 한다.
5분 정도 올라가면 길은 두 방향으로 갈린다. 왼쪽은 오르막, 오른쪽은 평평한 길이다. 평평한 길을 따라 6~7분 전진하자 우거진 수풀에 막혀 길이 갑자기 끊어진다. 수풀 너머 오른쪽으로 뚜렷한 길이 보인다. 하지만 이 길을 따라가다가는 엉뚱한 곳으로 들어서게 된다. 지팡이로 풀과 관목을 헤치며 왼쪽으로 급선회한다. 5m가량만 전진하면 시멘트 포장 임도가 보인다. 수풀에 가려 길이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촘촘하게 산행 안내리본을 붙였으니 잘 보고 전진한다.
임도는 시멘트로 포장돼 있지만 오래 묵어서 풀이 우거졌고 이끼도 끼어 미끌거린다. 그나마 포장 임도는 곧 끊기고 등산로다운 등산로가 산 사면을 따라 정상을 향해 뻗는다. 25분 정도 전진하면 무덤 하나를 지나 능선에 오른다. 이정표도 없고 안내판도 없으니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 능선에 오르면 진행 방향의 왼쪽으로 꺾어 길을 잡는다. 4분가량 더 전진하면 산 사면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비포장 임도를 만난다. 이 길 역시 오래 묵어 풀이 무성하다. 다시 왼쪽으로 길을 잡아 횡으로 한동안 걷다보면 뚜렷한 임도와 합류하서 삼거리를 이룬다. 오른쪽으로 꺾어 오르막으로 오른다.
이 지점을 지나면 임도를 만나면서 삼거리를 연속으로 두 번 더 만난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는 오른쪽, 두 번째 삼거리에서는 장육산 마애여래좌상 표지판을 보고 왼쪽으로 올라간다. 3~4분 더 전진하면 해발 600m 지점에서 마애여래좌상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마애여래좌상은 하산길에 둘러보기로 하고 20m 정도 더 치고 오르니 정상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뚜렷한 임도가 뻗었고 오른쪽으로 희미한 등산로가 수풀에 가려져 있다. 수풀이 우거진 좁은 등산로를 따라 2분 정도 더 올라가면 정상이다.
해발 686m의 정상에는 제법 넓은 암석이 누워 있다. 그 위에 주먹 크기의 자국들이 어지럽게 파여 있는데, 여섯 장군들이 타던 말발굽 자국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상은 말을 탈 수 있을 정도로 넓지 않다. 그나마 수풀에 쌓여 북쪽 청도 방면을 제외하고 전망도 나오지 않는다.
마애여래좌상으로 들어가는 길에 조성된 돌탑들이 아담하다. |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왔던 길을 되돌아 마애여래좌상 갈림길까지 내려간다. 좁은 왼쪽 길을 따라 200m 정도 가다보면 임시로 지은 무속인의 움막을 만난다. 돌탑들 사이로 조금만 더 가면 높이 5m 정도 되는 바위에 선각으로 조성된 마애여래불 좌상이 있다. 이 불상은 높이 154㎝, 무릎 폭150㎝, 몸높이 92㎝의 크기에 결가부좌를 틀고 통 견의를 걸치고 있다. 바위에 새긴 선각은 세월에 침식되고 이끼가 앉았지만 당당하다. 부드럽게 내려오는 어깨선과 목에 뚜렷하게 새겨진 삼도가 인상적이다. 이 마애여래좌상은 조선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2006년 10월 16일 경북 무형문화재 제393호로 지정되었다.
이 불상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나가면 육장굴이다. 넓이 약 30㎡ 정도의 석굴 내에는 장군들이 앉은 흔적이 있고 벽에는 다섯 손가락의 손자국이 남아있다. 동굴 천장에는 수도하던 장군이 도를 깨우쳐 벌떡 일어나다 투구가 부딪혀 생겼다는 흔적도 있다.
마애여래좌상을 둘러본 후 다시 갈림길로 돌아온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20분가량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가다 보면 버섯 재배지로 사용되는 비닐하우스들이 보인다. 장육산에 임도가 마구잡이로 형성된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산 정상 부근에 대규모로 농사를 짓다보니 길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버섯 재배지에서 두 갈래로 임도가 갈리면 왼쪽 임도를 따라간다. 10분 정도 더 전진하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이탈해 하산을 재촉한다. 자칫 넋 놓고 가다가는 계속 임도를 따라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다. 산행 안내리본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5분 정도 내려오다 무덤 하나를 왼쪽에 두고 스쳐 지나 다시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급하게 꺾어 넓은 길을 따라 간다. 산 사면을 따라 횡으로 난 오른쪽 좁은 길은 곧 끊긴다. 20여 분 더 내려오면 다시 무덤을 만난다. 무덤 너머로 길이 보이는데, 넘어진 나무가 길을 막았다. 무덤 오른쪽으로 좁은 원을 그리듯 우회해 하산길로 붙는다.
하산길 말미에 만나는 계곡. 물이 불어 조심해서 건너야 한다. |
10분가량 더 내려오면 비에 분 계곡물 소리가 시끄럽다. 산내천으로 내려가는 지류다. 이 계곡을 건너면 곧 임도를 만나 원점까지 간다. 30분 소요. 계곡은 줄곧 원점으로 가는 임도 옆으로 붙어 흐른다. 곳곳에 작은 폭포를 이루는 계곡을 구경하며 내려오는 하산길이 지겹지 않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답사대장 010-3740-9323.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경주 장육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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