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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산호초 활짝 핀 '바다정원'을 헤엄치다

호젓한오솔길 2012. 9. 15. 08:29

 

별빛 산호초 활짝 핀 '바다정원'을 헤엄치다

 

 

몰디브

인도 아래 스리랑카 남서쪽으로 650여㎞ 떨어진 푸른 바다 위에 에메랄드색·코발트블루 물감이 점점이 찍혀 있다. 새하얀 비누거품 같은 구름 사이로 가만히 들여다보니 인도양을 수놓은 물감의 정체는 해수 호수를 품은 고리 모양의 산호섬이었다. 비행기 창을 통해 바라본 몰디브는 말 그대로 바다 위에 펼쳐진 그림 한 폭 같았다.

산스크리트어로 몰디브는 화관(花冠)을 뜻한다. ‘바다의 꽃’이라 하는 산호로 둘러싸인 섬 1192개가 길이 820㎞, 폭 130㎞의 긴 띠를 이룬 모습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신혼여행객이 즐겨 찾는 ‘낭만의 섬’이란 수식어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몰디브의 산호섬에는 야자수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에메랄드빛 바다에는 각종 열대어와 산호가 살아 숨쉰다. / 파크 하야트 하다하 리조트 제공

 

휴양의 나라 몰디브에서는 유인도 200여개 중 100여개가 리조트로 개발돼 있다. 각각의 섬마다 리조트 하나가 들어서 있어 여행객들에게 섬 하나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선사한다. 관광에 대한 부담 없이 작은 섬에서 조용히 머물며 휴식과 낭만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바다와 햇살이 선사하는 치유의 시간

몰디브 수도 말레 공항에서 다시 국내선과 보트를 이용한 두 시간여 여정 끝에 목적지인 하다하섬의 파크 하야트 하다하 리조트에 도착했다. 산호가 부서져 만들어진 백사장에 야자수가 드리워져 있고 에메랄드빛의 투명한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믿지 못할 풍경에 가이드의 한마디가 비현실감을 더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은 몰디브 바다와 햇살로 시작했다. 해가 뜨는 오전 7시쯤 워터빌라의 침대에서 눈을 뜨니 빌라 바깥에서 찰랑이는 바닷물에 반사된 아침 햇살이 천장에 부딪혀 보석처럼 반짝였다. 유리문을 열고 나가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켜고 선베드에 누웠다. 에메랄드색, 터키색, 짙은 파랑 등 층층의 청색이 한데 어우러진 바다를 한동안 감상했다. 발밑 3~4m 깊이의 투명한 바닷속에서는 형형색색 열대어들이 산호 사이를 유유히 헤엄쳐 다녔다.

몰디브 하다하 섬은 해변을 따라 섬을 한 바퀴 천천히 걸어도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 이송원 기자

 

고요한 아침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산책하며 자연이 제공하는 힐링 효과도 맛보았다. 발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고운 모래의 감촉을 느끼면서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쌓였던 피로가 파도에 씻겨나가고 마음도 정화된다. 백사장 곳곳에 놓인 선베드에 드러누워 마음껏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섬은 한 바퀴를 천천히 걸어도 30여분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작아 길 잃을 염려도 없다. 야자수 숲길을 거닐다 종종 만나는 도마뱀도 반갑다. 리조트 메인 수영장 앞 레스토랑으로 식사하러 가는 발길은 언제나 가볍다.

몰디브 문화를 손끝, 혀끝으로 직접 체험하길 원한다면 리조트에서 마련한 몰디브식 요리 수업에 참가할 수 있다. 요리사와 함께 싱싱한 참치와 향료로 카레 요리를 만들면서 몰디브의 풍미를 만끽해본다. 리조트에서 스파를 받고 요가를 하면서 피로를 풀어도 좋다.

몰디브의 산호 / 파크 하야트 하다하 리조트 제공

 

◇물고기 1200여종, 산호 200여종이 숨 쉰다

무위도식이 지겨워지면 언제든지 바다에 몸을 담그면 된다. 몰디브의 반전은 바닷속에서 펼쳐진다. 몰디브 바닷속은 물고기 1200여종과 산호 200여종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빼어난 수중 환경 탓에 세계 각지에서 다이버가 몰려든다. 리조트 내 다이빙 센터에서는 스노클링·스쿠버 다이빙 장비와 카약도 대여해준다. 전문가가 상주해 있어 처음 스노클링에 도전하더라도 부담이 없다. 리조트 스태프가 "바다에 들어가면 늘 둘이 붙어 다녀 '신혼부부'라는 별칭이 붙은 샛노란 물고기 커플을 볼 수 있고, 멸종 위기에 있는 바다거북과 초대형 가오리도 만날 수 있다"며 기대감을 높인다.

스노클링을 하기 가장 좋다는 오후 3시쯤 물안경과 오리발을 끼고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오리발을 몇 번 저어 나가면 산호섬과 바다의 경계가 되는 절벽이다. 시퍼런 물빛에 순간 겁이 났다. 하지만 영지버섯 모양의 커다란 산호에 몸을 숨긴 열대어를 바라보며 수영하다 보니 공포는 사라지고 온몸이 바다의 싱그러움으로 채워지는 듯한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엔 카약을 타고 바다로 나가본다. 드넓은 바다 위에 띄운 작은 배 위에서 출렁이는 바다의 숨결을 느끼며 두 팔의 근육에 집중한다. 파도를 타고 천천히 또는 파도를 거스르면서 힘차게 노를 저어나가다 보면 마치 자연인이 된 것 같은 해방감이 밀려온다.

일몰 무렵 몰디브 전통 배 '도니'를 타고 나가는 바다낚시는 잊지 못할 풍류를 선사한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선상에 드러누우면 샴페인과 와인이 제공된다. 낚싯줄을 드리우고 석양에 붉게 물드는 바다를 바라보며 물고기의 입질을 기다렸다. 날이 어둑해지자 여기저기서 '잡았다!' 하는 일행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물고기는 종류별로 일정 크기 이상인 것만 잡고 작은 것은 다시 바다로 놓아준다. 밤바다를 가로지르며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 밤하늘에 촘촘히 박힌 별을 헤아렸다. 고기를 잡지 못했어도 마음은 한없이 풍요로워졌다.

낚시에서 돌아오자 해변에서 바비큐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모래 위에 맨발을 살포시 올려놓고 은은한 촛불 곁에서 로맨틱한 식사를 즐긴다. 몰디브에서 꿈 같은 시간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여행수첩

몰디브 국적 항공사 ‘메가몰디브항공’이 지난 8월 말부터 인천에서 직항편을 운영하면서 몰디브 가는 길이 한층 편리해졌다. 1주일에 한 번, 일요일 오전 1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9시간 뒤 말레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파크 하야트 하다하 리조트(5성급)는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400여㎞ 남쪽에 있는 북 후바후 아톨(환상 산호도)의 하다하 섬에 자리 잡고 있다. 말레 국제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1시간 날아가 카데두 공항에 도착한 뒤 다시 스피드 보트를 타고 50여분을 내달려야 한다. 수상 가옥인 워터빌라 16채와 개인 수영장을 갖춘 해변 빌라 34채로 이뤄져 있다. 한국인 매니저와 요리사가 있고 한국어 메뉴판도 비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