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집 맛난 얘기]
찬바람이 불면 사무치게 그리운 맛, 곱창전골
신선한 곱창과 양질의 재료가 좋은 국물 맛의 시작
냉장시설이 발전하지 않은 예전에 곱창전골 집은 도축장 인근에 많았다. 신선한 내장을 금방 공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방도시의 도축장 인근에는 소의 내장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과 함께 곱창전골 집들이 모여있다. 지방과 달리 대도시에는 직장인들이 많은 사무실 밀집 지역의 뒷골목에 포진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 근처의 ‘양대명가’는 이미 양과 대창 전문점으로 알려져 있는 식당이다. 이 집은 국내산 한우곱창으로 만든 한우곱창전골(200~220g, 1만8000원)을 선보이고 있다. 좋은 식재료만 고집하는 주인장의 음식 철학이 곱창전골에도 반영되었다. 한우 곱창 1kg정도 삶으면 전골 재료로 쓸 수 있는 양은 약 170g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곱창의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도 문제지만 구매 단가가 워낙 비싼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수입산 곱창에 대한 유혹을 받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주인장은 꿋꿋하게 한우 곱창을 쓰고 있다.
이 집 주인장 황의환 씨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으로 퇴사한 후 얼떨결에 시작한 것이 식당이었다. 그러나 외식업에는 문외한이었다. 식재료를 구매할 때 고르는 안목이 부족하다 보니 무조건 가장 비싸고 좋은 것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이것이 고객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고 식당도 성공적으로 운영해올 수 있었다. 이때부터 식재료는 무조건 최고 좋은 것으로 쓰는 것이 황씨의 몸에 배었다고 한다.
핵심 조미료인 고춧가루는 경북 청송의 친척이 농사지은 태양초를 직접 구매한다. 어떤 음식도 그 기본은 밥이라는 황씨는 쌀도 철원 동송농협의 비무장지대 소출 70% 이상인 철원오대쌀을 쓴다.
깐양과 곱창의 쫄깃함에 사골육수의 진한 국물 맛 더해
곱창전골의 육수는 보통 세가지다. 곱창을 삶을 때 나오는 국물이나 고기국물, 또는 사골을 쓴다. 그런데 이 집은 한우 사골과 잡뼈를 8시간 정도 우려서 육수를 낸다. 사골육수는 아무래도 고소한 맛이 깊고 진해 곱창전골과 잘 어울린다.
주재료인 곱창과 함께 깐양이 들어간다. 깐양은 4개의 소 위장 가운데 첫 번 째 위장의 깃머리 다. 위의 근육질 부위여서 담백하고 씹으면 쫄깃한 맛이 좋다. 배춧잎, 당근, 미나리, 대파,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호박 등의 채소에 우동 사리를 넣고 미리 만들어둔 사골 육수를 붓고 끓인다.
배추 등 채소에서 우러나는 달고 시원한 국물 맛과 곱창의 고소한 지방이 녹아 퍼진 풍미가 결합해 곱창전골 특유의 진한 감칠맛이 난다. 아무래도 곱창전골은 뒤로 갈수록 국물 맛이 진해진다. 우선 익은 우동사리를 건져 먹는다. 맛있는 국물을 충분히 빨아들인 우동이 잔뜩 긴장한 입 속과 위장으로 들어가고, ‘곱창전골면’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우동의 맛이 곱창전골의 맛을 충실하게 반영해준다.
우동을 다 먹을 때쯤이면 국물이 완전히 농익는다. 육수의 단맛과 고소함이 훨씬 강렬해졌다. 이쯤이 소주 한 잔 비울 타이밍이다. 소주와 함께 쫄깃한 곱창과 깐양, 그리고 맛이 배어 나온 진한 전골 국물을 마신다. 뜨거운 것들이 식도를 타고 연신 넘는다. 따뜻한 열기가 온몸에 퍼진다. 몸은 살짝 느슨한 해방감과 함께 작은 행복감에 젖어 든다.
지금은 대개 양이나 대창구이를 주문하고 마무리로 곱창전골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찬바람 불면 소주 한 잔과 먹었던 곱창전골의 맛을 찾는 이들도 늘 것이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덜컹대는 유리문에 거미라도 내려올 듯한 우중충한 곱창전골 집은 이제 없다. 이 집만해도 실내 인테리어가 매우 세련되고 깔끔하다. 환경이 깨끗해진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왠지 예전의 곱창전골 식당의 꾀죄죄함이 그립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자주 내린다.
<양대명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문의 02-3448-9292
기고= 글 이정훈, 사진 변귀섭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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