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프리미엄 막걸리란 무엇인가요?
불과 수년 전까지도 생각지도 못했던 프리미엄 막걸리들의 등장은 세련미 있는 한식을 즐길 수 있는 막걸리 바 등에서 선을 보이며 막걸리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해 왔다. 때로는 서민들의 술, 저가의 술이란 이미지로 가득 차 있던 막걸리의 격을 높이기도 했고, 다양한 지역 막걸리를 선보임으로 다양성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다른 외국주류와의 비교로 막걸리의 정체성을 알게도 해 주기도 하였다. 동시에 이러한 막걸리 바의 모습은 CNN을 비롯한 외국언론에 등장하면서 막걸리 한류를 한층 드높인 결과도 가져오기도 했다. 이제까지 1~2종류밖에 모르던 막걸리가 어느덧 지역의 문화로써 등장할 수 있었던 계기를 가져오기도 했으며, 이러한 것을 통해 발 빠른 일본 여행사들은 아예 ‘막걸리 여행’이라는 여행상품까지 만들었다.
- CNN에 소개 된 홍대 막걸리 바 ‘월향’ 출처 CNN GO
이러한 현상이 지속하기를 2~3년, 시장은 뭔가 변화를 요구하는지, 막걸리 바에서 판매하는 프리미엄 막걸리에 관한 기준이 무엇이냐는 이슈가 나왔다. 프리미엄 막걸리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그 논쟁의 중심에 서보았다.
막걸리의 변화는 쌀막걸리의 재등장부터
시대가 바꿔서 이젠 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것은 당연해 졌다. 이젠 어떤 쌀을 썼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국산쌀이라고 다 같은 쌀이 아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정부미부터 햅쌀, 유기농쌀 가격의 차이는 무려 수십 배에 이른다.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 입장에서 저렴한 쌀이 아닌 햅쌀이나 지역의 고급쌀을 사용하는 것은 저렴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막걸리 시장에서는 무척이나 위험한 도전이다. 그만큼 고민을 거듭하고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막걸리 시장의 현실이다.
- 하얀연꽃 백련 막걸리에 쓰이는 당진의 해나루쌀, ‘조은술 세종에서 쓰이는 임금님표 이천쌀
막걸리의 발효숙성시간에 따라
막걸리는 만들어진 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막걸리 이름에도 알 수 있듯이 막걸리는 마구, 그리고 이제 막 걸러진 신선한 것이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막걸리에도 긴 숙성시간을 가지고 태어난 막걸리들이 있다. 일명 ‘슬로우푸드 막걸리’. 일반적인 막걸리가 5일~10일 전후의 발효숙성시간을 갖는 것에 비해, 15일, 20일, 30일, 제일 긴 것은 3달 이상도 숙성을 시키기도 한다. 숙성을 길게 하면 거친 맛이 빠지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주를 이룬다. 빠른 회전이 필요한 막걸리 산업에 있어서 5일을 더 숙성 시키는 것만으로도 양조장의 부담은 커지게 된다.
- 슬로우푸드 막걸리 중 하나인 자희향
항아리 숙성인가, 스테인리스 숙성인가도 봐야
일반적인 막걸리는 보통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를 시킨다. 항아리에 발효를 시키기에는 많은 양을 옮기기도, 섞어주기도 힘들어 업무효율이 무척 떨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항아리에 고집하는 이유는 토기로 빚은 항아리의 특성으로 온도변화에 민감하지 않고, 항아리 자체가 숨을 쉬다 보니 보다 술 자체가 좀 더 자연스러워 지고 풍미도 있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업무효율이 떨어지다 보니 지금은 극히 적은 곳에서만 항아리로 막걸리를 빚고 있다.
50년 역사로는 명함도 못 내미는 유서 깊은 양조장
대한민국의 오래된 맛집을 찾아가면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30~40년만 지나도 상당한 역사를 가진 곳이 된다. 이것에 반해 막걸리 양조장은 100년 가까이 역사가 있는 곳이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경기도 양평의 ‘지평 양조장’, 고양시의 ‘배다리 술도가’, 충남의 ‘신평 양조장’, 진천의 ‘덕산양조장’, 그리고 부산의 ‘금정산성토산주’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한 세기에 가깝게 막걸리에 몰두 해 온 이곳들의 막걸리는 그 역사만으로도 감히 프리미엄이라고 말할 수 있다.
- 1934년도에 지어진 구 신평양조장건물과 당시 쓰이던 철심으로 꿰매진 항아리 발효제에 대한 고민
발효제에 대한 고민
아쉽게도 아직은 많은 양조장이 대량생산을 위해 입국이란 방식의 발효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대한민국 대표 발효제인 누룩과는 차이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의 방법으로는 이 누룩으로 대량생산이나 일정한 맛을 술을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이러한 상황에도 전통누룩만을 사용하여 빚어지는 막걸리가 있다. 자희향, 복순도가 등이 대표적이며 이러한 막걸리는 일반 막걸리보다 손이 무척 많이 가기 때문에 가격 측면에서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첨가물의 여부와 알코올 도수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14도~16도 정도의 원주에 물로 희석하여 6도 정로도 도수를 낮게 한 만큼, 아무것도 넣지 않으면 심심하다는 맛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있어 감미료를 넣는 경우가 많다. 술 자체의 맛을 나게 하려면 물을 적게 희석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방법 등이지만 이 또한 가격이 100원만 넘어가도 경쟁력을 잃는다는 일반적인 막걸리 시장에서 진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다 보니 무 첨가 및 도수가 높은 막걸리는 자연스럽게 원가가 높아지는 것이다.
- 홍대 월향에서 판매중인 고도수 원주 막걸리(왼쪽), 고두밥과 효모로 만든 막걸리의 원형으로 화학적 첨가물은 전혀 들어있지 않은 것이 특징
상기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양조장의 고민이 녹아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
이렇듯 막걸리에 대한 프리미엄의 기준은 다채롭다. 확실한 것은 상기에 명시한 내용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된다면, 양조장의 뼈를 깎는 고민을 겪은 다음 태어나는 막걸리란 것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소비되는 막걸리 중 아직도 많은 부분은 수입쌀에 의존하여 단기간에 발효 숙성시키는 막걸리이다. 상기의 항목이 모두 가지고 있다면 정말로 특별한 막걸리가 되겠지만 하나의 항목이라도 해당한다면 고민 끝에 탄생 한 프리미엄급 막걸리라고 말할 수 있다.
소비자가 다양한 막걸리 세계를 알아야 막걸리의 진정한 부활이 성립된다
최근에 막걸리의 급등세가 완화된 원인을 어느 한 미디어에서는 양조장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언급했다.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소비자에게 막걸리를 고르는 방법, 즉 어떤 것이 양조장들의 피와 땀과 노력이 밴 막걸리인지 선택하는 방법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막걸리 바 등에서 프리미엄 막걸리를 판매는 하고 이슈는 되었다지만 아직도 소비자 대부분은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왜 비싸지는지, 양조장들의 역사는 얼마나 깊은지, 항아리 숙성인지 일반적인 숙성인지 모르다 보니 선택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저렴하게 마실 수 있는 도수 높은 주류를 찾게 되어 결국은 최근에 여러 미디어에서 주폭과의 전쟁이란 타이틀로 지속해서 대한민국의 술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주폭이라는 술 문화는 술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맹목적으로 취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 술 문화라기보다는 술 습관이며,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가 지향해야 하는 술 문화와는 다르다.
빚는 이의 정성을 알아야 하는 우리 술, 그것을 위한 알려주기 위한 등급제가 필요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의 등급화가 필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등급화가 되어야 우리 술이 어떠한 차별점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매력을 가졌는지, 양조장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소비자가 보다 관심 있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래야 전통주는 취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빚는 이의 정성을 느끼고 문화를 즐기는 하나의 매개체로써 사용될 수 있다. 결국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의 부활은 우리 소비자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며, 더불어 이슈가 되고 있는 프리미엄 막걸리에 관한 기준도 명확히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주류문화 컬럼니스트/명욱 <mw@juroju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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