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사랑방 ♥/건강 이야기

식당의 천덕꾸러기 된장찌개 예찬

호젓한오솔길 2012. 11. 6. 22:54

 

[식당밥 일기]

식당의 천덕꾸러기 된장찌개 예찬

 

 

날씨가 아주 덥다. 내심 시원한 냉국수가 당기지만 이렇게 더운 날은 오히려 이열치열이 나을 듯싶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된장찌개를 선택했다.

얼마 전 블로그를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상호가 특이하게도 ‘부기식당’이다. 된장찌개가 괜찮다는 평가다. 부기식당은 사무실에서 걸어가기에는 좀 멀고 차를 타고 가기에는 좀 그런 어중간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일기가 워낙 후덥지근해서 불과 2km 거리를 차를 타고 가는게으름을 저질렀다.

직원하고 둘이서 각각 오징어볶음과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시간이 일러서 오징어볶음은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한다. 그래서 된장찌개 2인분을 주문했다. 된장찌개 5000원, 찌개는 모두 5000원 균일이다. 주방에서 된장을 끓이는 구수한 냄새를 맡으니 분명한 집 된장이다. 직접 된장을 담그냐고 물었더니 바로 가게 뒤편에 장독대가 있다고 한다. 실례를 무릎 쓰고 장독대를 몇 컷 찍었다.

 

된장찌개는 식당의 천덕꾸러기

종업원에게 어떤 식사메뉴가 많이 나가냐고 물었더니 단연 된장찌개라고 한다. 사실 된장찌개는 시중 식당에서 많이 판매되는 메뉴가 아니다.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를 선택할 때 된장찌개보다는 김치찌개에 대한 구매가 훨씬 높다.

취업 포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점심 선호도 조사를 하면 된장찌개는 김치찌개에 이어 선호도 2등을 차지하지만 사실 이것은 선호도지 진짜 구매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직장인들이 된장찌개를 선택한 이유는 식당에서 구매하는 선호도가 아니고 집에서 먹는 가정표 된장찌개를 연상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식당에서 된장찌개는 주로 고기를 구워 먹은 후 후식용으로 많이 먹는다. 즉 식당의 된장찌개는 공짜 혹은 서비스 성격이 강한 음식으로 손님은 인식하고 있다. 일반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된장찌개는 대체로 콩보다는 밀의 함유량이 많은 제조된장을 사용한다. 이 제조된장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된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싸구려 된장이다.

큼직한 냄비에 된장찌개가 푸짐하게 나왔다. 열무와 참기름도 같이 나왔다. 종업원이 열무와 참기름을 먼저 넣고 된장을 넣고 밥을 비벼 먹으라고 친절히 안내한다. 그러나 맛에 좀 예민한 직원은 열무 맛에 된장이 가린다고 따로 먹는 까다로움을 보인다. 하여튼 필요 이상으로 깐깐하다. 그러나 사실 그 이야기가 맞다. 된장찌개만 넣고 비빈 것이 더 된장의 구수한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열무의 강한 풍미가 된장의 맛을 가린다.

싹싹한 종업원 아주머니가 참기름은 직접 짠 거라고 했다. 직접 담든 재래된장에 직접 짠 참기름... 기본 이상은 하는 식당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식당 참기름치고는 고소한 맛이 한결 더하다. 더 달라고도 안 했는데 공깃밥을 한 그릇 더 가지고 온다. 양재동도 강남인데 이 식당은 시골밥집의 퍼주는 인정이 여전히 살아 있다.

 

진짜 된장이 먹고 싶다

나는 된장찌개를 정말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만 선택하라면 된장찌개가 가장 앞 순위에 있다. 심지어는 주말에 집에서 하루 3끼를 모두 된장찌개로 해결하는 날도 있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특유의 구수한 맛과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는 원초적인 미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건강을 스스로 챙겨야 하는 중년남자의 서글픈 본능도 한 몫 한다. 대한암협회에서 발표한 암 예방 15개 수칙에는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있다. 어떤 의학전문가는 된장은 항암효과 외에 암세포 성장 억제효과가 있어 암환자에게 적극 추천한다고 한다. 얼마 전 병원에서 피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헬리코박터균이 없었다. 앞으로 된장을 좀 더 자주 먹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00% 콩으로 만든 재래된장이다. 대부분 시중식당에서 제공하는 밀 중심의 발효식품인 의사(擬似) 된장이 아니고 100% 콩으로 만든 진짜 된장을 원하는 것이다.

부기식당의 싹싹한 종업원 말에 따르면 일부 젊은 손님은 된장찌개가 좀 짜다고 하지만 이렇게 조선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를 50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음식과 식품을 좀 아는 손님 입장에서는 썩 괜찮은 일이다. 그러나 찌개에 화학조미료는 좀 줄였으면 좋겠다.

계산을 하고 주인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된장에 들어가는 콩이 국산 콩인지 수입산 콩인지. 아주머니는 솔직하게 수입 콩이라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갔다. 국산 콩 가격은 정말로 비싸다.

“수입 콩이라도 좋다, 진짜 된장찌개만 먹을 수 있다면”

서울 서초구 양재동 317번지 (02)577-5176


글,사진 제공 /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