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사랑방 ♥/건강 이야기

골프, 치지 말고 즐겨라

호젓한오솔길 2012. 12. 8. 22:47

Golf

 

골프를 흔히 인생에 비유한다. 맞다. 환희와 탄식의 연속이 바로 골프다. 필드에는 평평한 페어웨이뿐 아니라 산과 계곡이 있고, 벙커와 해저드도 있다. 장애물의 연속이다. 어떤 때는 하나하나를 교묘하게 피해야 하고, 또 어떤 때는 과감하게 극복해야 한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황 판단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대로 샷을 했다고 해도 그 결과가 다를 수 있는 것이 골프다. 볼이 엉뚱한 바람을 타고 터무니 없는 방향으로 날아가 버리거나,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날아간 공이 디봇에 들어가 울상짓는 경우도 많다. “아! 이렇게 해야 했어” 하는 식으로 후회가 뒤따르지만 이미 늦었다. 그래서 골프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것이 아닐까.

 

골퍼들은 플레이를 하는 도중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로운 사람은 그 성격대로 느긋한 플레이를 한다. 하지만 교활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활함이 플레이에 배어 나온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동반자가 홀 아웃을 하기도 전에 그 홀을 떠나버리는 매너 없는 짓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스스로는 무서울 만큼 느끼지 못하고 대부분 상대방이 느낀다는 것 또한 인생과 비슷하다.

 

그런 까닭에 골프로부터 배우는 것, 얻는 것은 끝이 없다. 그 중에서도 골프를 통해 확대되는 인간관계는 가장 귀중한 것이다. 하루 종일 자연 속에서 이뤄지는 인간 상호 간의 접촉은 좀처럼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골프와 인생을 결합시키는 이상일지도 모른다.

 

주변에 골프를 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실력과 함께 골프채나 의상 등을 남에게 보여주려고 나서는 ‘과시형’. 두 번째, 자신이 프로인양 스스로 골프실력에 만족하는 ‘자뻑형’. 세 번째, 내기골프에 목숨을 거는 ‘전투 싸움닭 형’. 네 번째, 그저 자연이 좋아 필드에 나가는 ‘자연과 숨쉬기 형’. 다섯 번째, 못 치는 실력, 모든 것을 포기라도 한 듯 돈을 다 잃어주는 ‘물주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기왕에 비싼 돈 써가며 하는 것, 잘하면 좋겠지만 잘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근본부터 알고 가야 한다.


 

 

자연스런 스윙 위해선 욕심 버려야

 

골프는 스포츠다. 건강을 위해서 자연 속에서 하는 운동이다. 자연 앞에서 자신의 지력과 기술, 힘과 멘탈을 구사해서 도전하는 것이 바로 골프다. 작전을 세우는 것도, 실제로 코스를 공략하는 것도 바로 골퍼 자신이다. 그래서 골프가 재미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골프를 재미없게 하는 것이 바로 ‘욕심’이다. 흔히 골프란 완벽에 가까워질 수 없다고 한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주말 골퍼들은 완벽에 가까워지려고 부단히 애쓴다. 오늘의 스윙과 내일의 스윙이 다른 스포츠가 골프라는 것을 알고 즐기는 골퍼도 있지만, 의외로 여기서 스트레스를 받는 골퍼도 많다.

이번에 체험한 장시형 <이코노미조선>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10년이 넘는 구력의 장 기자가 스윙하는 모습을 보자 한숨부터 절로 나왔다. 그의 스윙에서 욕심을 넘은 욕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더 멀리 공을 보내겠다는 그의 욕망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게 하고, 그래서 스윙이 무너졌다. 고작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연습장에 간다고 하면서 그런 욕심을 부리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프로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똑같은 샷 연습을 수만번 했다거나, 샌드웨지의 헤드가 단 5일 만에 닳아 없어졌다는 프로골퍼의 얘기는 거짓이 아니다. 그렇게 연습을 해도 완벽한 샷을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 주말골퍼가 타이거 우즈의 동작을 따라 한다고 해서 그와 같은 스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아마추어가 완벽한 샷을 바라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실력에 맞는 코스공략과 마음가짐이 골프를 치는 동안 즐거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말 골퍼들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 보니 필드 나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도 동시에 초조해하고 불안해한다. 막상 필드에 나가면 마음만 너무 앞서고 스윙이 뜻대로 되지 않아 화만 내다 스스로 자멸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제 파악’을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단점을 보완하기보다 장점을 살리는 편이 낫다. 그렇게 자신의 몸에 맞는 골프를 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초보 골퍼 대부분은 스윙을 할 때 마음만 앞선다. 힘이 잔뜩 들어가다 보니 스윙의 템포도 잃고 원활하게 몸이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앞서다 보니 다운스윙 때 체중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깨나 머리가 먼저 나가는 샷을 해버린다. 체중이동이 뜻대로 안 되고 하체가 스윙을 리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드레스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어드레스 때 어깨, 골반, 무릎이 평행을 유지하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때 왼쪽 어깨가 많이 열려 있다면 백스윙의 궤도가 아웃사이드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을 치기 전 가장 중요한 자세는 다운스윙을 할 때 하체를 원활하게 리드할 수 있는 어드레스부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더 멀리 공을 보내겠다는 욕심이 어깨에 힘을 잔뜩 들어가게 해 스윙을 무너뜨린다. 스윙이 안될 땐 어드레스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어드레스 교정 후 백스윙의 테이크어웨이 동작이 달라졌다.

 

좋은 어드레스는 사람마다 위치와 각도가 다르다. 팔이 짧고 다리가 긴 사람은 무릎을 기본적인 어드레스보다 많이 구부려야 한다. 팔과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사람은 상체를 많이 굽히면 안 된다. 사람의 신체조건이란 제각기 다르다. 그러니 치는 법, 자세 또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스윙에 걸맞은 리듬도 찾아야 한다. 스윙은 물 흐르듯 막힘없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스윙을 하면서 어느 한 곳이라도 막혀서는 안 된다.

 

거리를 많이 내려면 골프채와 내가 한 몸이 돼 부드럽고 리듬있게 돌아가야 한다. 힘으로 하는 억지 스윙은 결코 도움이 안 된다. 여유있게 클럽과 내가 한 몸이라 생각하고 리듬을 타며 연습해야 한다. 부드러움과 유연함 속에 자연스럽게 비거리가 늘어난다.

 

좋은 리듬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이 어떤 타입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자. 만약 천성적으로 활기차서 모든 것을 빨리 하는 경향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활발한 스윙리듬이 이상적이다. 반면 차분한 성격이라면 한 템포 죽인 느린 스윙이 적합할 것이다. 무조건 스피디하게 스윙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다. 본인의 신체조건이나 성격, 성향에 걸맞은 리듬을 찾는 것이 그래서 가장 중요하다.

 

‘어떤 스윙이 좋다’ ‘어떤 클럽이 좋다’ 라는 원칙과 기준은 사실 없다.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것이 가장 좋은 스윙이며 가장 좋은 클럽이다. 그러니 클럽이나 스윙에 너무 많이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또 시간이 없어 연습을 하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샐러리맨이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연습을 제대로 못했으니 뜻대로 샷을 구사할 수 없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또 연습을 못했다면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노력이 부족했다면 스코어에 집착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골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더 멀리 보내겠다’ ‘더 좋은 스코어를 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골프는 엉망이 된다.

 

 

원리 알고 연습해야 실력 늘어

 

장 기자는 혼자서 골프를 배웠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것이 독학으로 배운 골프다. 책이나 케이블TV에서 보고 배워 무조건 열심히 연습한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이 골프다.

 

골프는 스윙의 기본 원리를 알고 연습을 해야 한다. 또 레슨을 받더라도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반드시 물어보고, 그 원리를 깨달아야 한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 골프가 지루해지고 결국 흥미를 잃게 된다.

기본 바탕이 단단하게 자리 잡은 이후에야 스윙의 각도가 있고, 궤도도 있는 것이다.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색깔을 덧입힌다면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올 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골프 자체가 고통이 돼선 안 된다. 비싼 돈을 써가면서 고통을 받고 짜증을 낼 필요가 있는가. 건강에 좋고 사람들과 어울려 이야기도 나누고, 푸른 잔디를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는 것이 좋아서 골프를 하는 것이다.

 

더 잘하고 싶다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자신의 골프를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 자신이 무엇이 부족한지 먼저 생각해 보자. 그리고 부족한 것을 알았다면 시간을 갖고 편안하게 고쳐나가자. 즐길 줄 알아야 진정한 멋쟁이 주말 골퍼가 될 수 있다.


 

권오연 골프클리닉 대표 kristin75@hanmail.net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권오연 대표는 중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을 정도로 골프 유망주였다. 아마추어 시절 30승을 거뒀으며, 1998년 프로에 데뷔했다. 2000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무대에 진출해 박세리 선수 등과 함께 투어 생활을 했다. 권 대표는 지난 9월 경기도 곤지암에 멘탈골프클리닉을 오픈하고 기계적인 기술훈련에서 벗어나 원리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알림 <이코노미조선>은 매달 아마추어 골퍼가 체험하는 방식으로 ‘권오연의 멘탈 골프’ 코너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e-메일(zang@chosun.com)로 신청한 독자 중 한 분을 선정해 권오연 대표가 스윙과 연습법 등에 대한 원 포인트 레슨을 해드립니다. 권 대표에게 지도를 받고 싶은 아마추어 골퍼 여러분의 많은 신청 바랍니다.

/이코노미조선
 권오연 골프클리닉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