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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사고의 후유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호젓한오솔길 2013. 7. 10. 23:36

끔찍한 사고의 후유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평생 고통의 시간 보낼수도…심장질환 위험도 높아

조기진단과 치료 중요

호흡훈련·이완요법 도움

항우울제 등도 효과

미국 교통안전위원회가 8일 공개한 아시아나 사고 여객기 사진. 아시아나항공 OZ 214편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중 충돌사고를 일으켰다. 연합뉴스

 

인천을 출발해 6일 오전 11시27분(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에 충돌해 2명이 사망하고 18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기에는 한국인 77명, 중국인 141명, 미국인 61명 등 승객 291명과 승무원 16명 등 총 307명이 타고 있었다.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이 같은 사고는 생존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다. 이런 경험은 스트레스 반응, 불안, 자극에 대해 보통 사람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신체적인 과각성을 불러오기 쉽다.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다.

 

◆높은 자살률로 이어져

최근 미국 보스턴마라톤대회 테러와 이어진 중국 쓰촨성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속출 등 외신을 통해 전 세계의 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인은 테러와 사고 이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으며, 2008년에 이어진 지진으로 중국 국민도 공포에 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 참사, 북한의 미사일 공격, 구미 불산노출 등의 잇단 재해와 테러의 위협이 시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는 이러한 불안감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데, 실제 외상성 사건을 경험한 경우라면 그 정도가 더욱 크다고 설명한다.

생존자는 당시의 참혹하고 처절했던 상황이 잊히지 않아 잠을 자기 위해 누워서 눈을 감으면 그 상황이 다시 떠오르고 사람의 아우성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마련이다.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이 멍하고, 넋을 잃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도 없다. 사소한 자극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신경이 과민해져 쉽게 화를 내거나 흥분하고 집중이 되지 않아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사고 후유증을 의학적 용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한다. 주로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건에서 벗어난 사건으로 이를테면 자동차·비행기·기차 등에 의한 사고, 천재지변, 화재, 전쟁, 신체적 폭행, 강간, 소아 학대, 삼풍백화점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같은 대형사고 등을 겪은 뒤에 발생한다. ‘외상 사건의 재경험’ ‘외상과 관련된 자극의 회피’ ‘과도한 각성(hypervigilance)’으로 나타나는 불안 장애를 가리킨다. 최근 현대사회에서 증가하는 자연재해, 지역 간 분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병 이후의 높은 자살률로 인해 이 질병의 발병 기전에 대한 이해와 치료법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고나 재난으로 두려움이나 무력감 등과 같은 강렬한 정서적 반응을 경험하고 여러 가지 정신과적인 증상이 일어나서 개인의 직업적,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게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는 과거에 받은 심한 충격이 망령처럼 자나 깨나 따라다녀 환경이 바뀌고 나이가 들어도 사고를 당했던 그때의 고통스러운 상황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여긴다. 그 사람의 기억에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과거의 일이 정서적인 외상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 위협

미국정신과학회에서 제정한 진단기준(DSM-IV)에 따르면 이런 증상이 1개월 이내에 사라지면 ‘급성스트레스 장애’라 하고,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부른다. 미국인의 8%는 살아가면서 이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치료받지 않으면 많은 사람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한다. 세계 2차 대전 참전 용사와 나치 수용소의 생존자 중 이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은 50년 이상 또는 평생 지속된다는 연구가 있다.

증상은 1주일부터 길게는 30년 후에도 나타날 수 있으며, 착시나 환각 등의 해리 현상과 공황 발작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고 환청 등의 지각 이상도 나타난다. 심하면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장애, 우울증, 약물남용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며 정상적인 사회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 발표된 해외 연구자료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사람은 향후 심장질환 발병의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먼저 위협적인 외상 직후 이런 위기에 개입하는 것이 고통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고 고통이 지속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런 환자를 대하면 충격적인 사고 당시에 겪었던 일을 잘 이야기하도록 하고, 그때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공감해주면서 그 경험이 자신만의 특별한 반응이 아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두려워하고 피하는 일에 서서히 부딪쳐 보도록 권하며, 불안으로 인한 긴장과 신체 증상이 상당하면 호흡훈련과 같은 이완요법도 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 장애에 관한 생물학적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사용이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도움말= 김정범 동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