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진단까지 2달? 치료 늦어지면 실명할 수도
김기훈(59세, 회사원) 씨는 최근 들어 회사에서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눈의 압력(안압)이 높고, 시신경 사진 촬영에서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밀검사가 필요하다고 들은 후 유명 대학병원의 교수에게 진료를 받으려 하였으나, 전화접수 직원은 초진까지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였다. 진료 후 검사 일정을 따로 잡아야 하고, 판독 또한 날짜를 다르게 잡아야 한다는 설명도 들었다. 김씨는 답답한 마음에 지인이 소개해 준 녹내장 전문 클리닉을 며칠 후 찾았다.
김씨의 시신경은 지속적인 높은 안압으로 시신경 대부분이 손상되어 있었고, 보이는 부분이 매우 좁아져 있었다. 담당의사는 진행이 빠른 녹내장으로 치료가 지연되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받았을 거라고 했다. 약물치료와 레이저 치료의 병합 치료를 받고 두 달이 지난 지금, 김씨의 안압은 정상 범위로 돌아갔고, 시신경의 손상도 멈춘 상태이다. 두 달 전을 생각하면 김씨는 아직도 머리가 아찔하다.
녹내장으로 말미암은 손상은 회복 불가능, 조기 진단이 중요
녹내장은 눈에서 머리로 신호를 전달하는 통로인 시신경이 망가지면서 보이는 부분(시야)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40세 이상 인구의 4% 정도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질환이 진행하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으므로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눈 안의 압력이 높아지거나 눈의 혈류가 불안정해지는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병될 수 있다.
암을 예를 들자면, 예후가 좋은 암과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처럼 녹내장도 마찬가지다. 어떤 녹내장은 매우 서서히 진행하지만, 어떤 녹내장은 몇 달 만에 급속히 진행되어 실명에 이르게 된다.
정확한 진단은 시신경의 손상 정도를 계측할 수 있는 시신경 3차원 분석검사(눈 CT), 보이는 부분을 평가하는 시야 검사 등 정밀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녹내장 전문의가 판단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약물치료, 레이저 치료 혹은 수술을 녹내장의 유형별, 정도별로 찾아내어 시도한다.
진단 시 녹내장의 정도, 환자의 나이, 유형이 예후 결정
녹내장이라고 하면 흔히 실명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녹내장 때문에 실명하는 경우는 5% 내외이다. 녹내장의 예후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들은 진단 당시 녹내장의 정도, 환자의 나이, 녹내장의 종류이다.
많이 진행된 단계에서 늦게 발견되는 녹내장은 예후가 좋지 않다.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므로, 녹내장이 같은 정도라고 하면 젊은 사람에서는 남아 있는 여생이 길어서 더욱 주의 깊게 치료해야 한다.
녹내장의 유형별로는 안구 내 염증(포도막염)이나 진행된 당뇨성 눈질환과 관련되는 경우 진행이 더욱 빠르다.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녹내장은 말기가 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녹내장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담당의사에게 이러한 부분들에 대하여 반드시 설명을 듣고, 환자 본인이 숙지하고 있어야 치료의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다.
안압조절이 가장 중요… 건강보조식품 과신은 금물
처음 녹내장을 진단받는 환자들은 각종 유혹에 빠지곤 한다. 가장 흔한 것은 한약재나 건강보조식품을 과신하는 것이다. 경험담이나 치료 후기 등으로 녹내장 환자들을 유혹하여 근거가 부족한 건강보조식품 등을 판매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에서 은행잎 추출물 제제 등이 일부 녹내장 환자에서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지만, 현재까지 녹내장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압의 조절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녹내장 전문의들의 학술 모임인 세계녹내장학회의 보고서를 보면, 현재까지 모든 의사에게서 인정받고 있는 유일한 치료방법은 안압을 적정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적정 안압 수준은 개인별로 다르다. 성분이 불분명한 건강보조식품 일부에서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검출되기도 하며, 이는 오히려 안압을 상승시켜 녹내장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은 "녹내장은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이다. 녹내장이 의심된다고 들었을 때 가능한 빨리 적절한 장비를 갖춘 병원에서 녹내장 전문의를 만나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이에 따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한국녹내장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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