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못하는 분노” 욱하는 성격 3세때 결정된다
[화제의 질병] 분노조절 장애
지난 16일 미국의 워싱턴 한복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백악관과 의회 의사당 코앞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으로 한때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이 일대 교통이 전면 통제되면서 워싱턴 시민은 또다시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했다. 범인을 포함해 1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이 사건은 ‘분노조절 장애’를 지닌 30대 흑인 남성의 단독 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뇌변연계-전전두엽
연결시기때 환경 불안하면
이성이 감성 제어 어려움
약물치료·심호흡 등 필요
◆화 참지 못하는 사회
이처럼 분노나 화를 참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사회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술 마시고 들어왔다고 잔소리하는 아내를 홧김에 목 졸라 살해한 60대 남자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는 길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택시기사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은 ‘택시 막말녀’가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가수 박완규도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동차 앞유리를 안에서 깨뜨리고, 스케줄 조절이 안 되면 창문을 열어놓고 시속180㎞ 이상 과속을 하기도 했다”면서 분노조절 장애가 있던 과거를 고백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폭력범 가운데 ‘우발적’으로 범행한 사람은 45.8%에 달한다. ‘우발적 살인’ 혐의자는 2000년 306명에서 2005년 319명, 2010년 46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우발적 방화’도 2000년 347명, 2005년 427명, 2010년 583명으로 늘고 있다.
‘분노조절 장애(Anger Control Disorder)’는 병적으로 분노가 표출되는 것을 일컫는다. 화가 나는 시점과 화를 내는 시점이 다를 때, 화가 나는 대상과 화풀이 대상이 차이가 날 때, 화의 원인을 모를 때 모두 분노조절 장애에 해당될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가슴 속에 화가 과도하게 쌓이면 한순간에 화가 폭발하게 된다. 성장과정에서 정신적 외상이 있을 경우 분노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양극성 장애, 물질 중독, ADHD 등은 분노가 조절되지 않는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이다.
분노조절 장애는 의학계에 정식으로 등록된 질병이 아니어서 정확한 환자 통계가 없다. 분노조절 장애와 증상이 겹치는 부분이 많은 충동조절 장애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연도별 환자 추이를 보면, 2007년 1천660명이던 환자 수가 2008년 1천965명, 2009년 2천317명, 2010년 2천917명, 2011년 3천15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환자 성별을 보면 2011년 현재 남성 2천490명, 여성은 525명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4.7배나 많았다.
◆3세 전후 환경과 관련
분노조절 장애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는 것으로, 흔히 ‘다혈질’이라고 설명한다. 남들은 별일 아닌 문제로 그냥 넘겨버릴 만한 일인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분노조절 문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한결같이 “순간적으로 화가 폭발한다. 참으려 해도 조절이 안 된다. 돌아서면 왜 그랬을까 후회한다. 화를 너무 자주 내서 주변 사람과 관계도 안 좋아졌다”고 하소연한다.
‘다음부턴 꾹 참아야지’ 하고 다짐을 하건만 번번이 솟구치는 화를 참지 못해 폭언과 폭력을 일삼고, 돌아서면 후회하기를 반복한다면 한 번쯤 자신을 찬찬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다혈질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주위 사람을 황당하게 만든다면 증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분노조절 장애는 감정을 관장하는 뇌 변연계와 이성적 판단을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연결이 약해져 이성이 감정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변연계와 전전두엽은 3세 정도에 연결되는데, 이 시기에 부모가 자주 싸우는 등 주변 환경이 불안한 것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약물복용·조절 훈련
분노조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약물 복용과 분노조절 훈련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아야 한다.
분노조절을 잘 하려면 스스로의 격려가 우선이다. 멈춤 능력을 강화해 30초 안에 일어날 분노를 억제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문제를 벗어나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올린다.
화가 날 때는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것도 좋다.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제대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건강에 좋다. 화를 참고 있으면 적개심, 과민, 망상증 등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심호흡을 하거나 마음이 안정을 찾도록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화가 날 만한 긴장 상황에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억제하는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는 상태로는 배가 고플 때(H), 화가 날 때(A), 외로울 때(L), 피곤할 때(T)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HALT)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스스로 화를 절제할 수 없거나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일상생활이 황폐해지는 정도라면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도움말= 김양대 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정신과>
◆분노조절 장애 테스트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성격이 급해서 금방 흥분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반드시 마찰을 일으켜야 속이 시원하다.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이면 반드시 인정받아야 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난다.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던지는 성향이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화가 나서 그 일을 망친 적이 있다.
-내 잘못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며 화를 낸다.
-분이 쉽게 풀리지 않아 종종 우는 경우도 있다.
-게임을 할 때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화를 낸다.
-분노의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다.
-분노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 맨다.
*1~3개 : 어느 정도 분노조절이 가능한 단계
4~8개 : 분노조절능력이 부족한 위험 단계
9개 이상 : 공격성이 강하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단계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솔길 사랑방 ♥ > 건강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섯의 무한 변신 (0) | 2013.11.01 |
---|---|
고구마는 효도의 상징, 고를 땐 껍질부터 보는 걸로 (0) | 2013.10.23 |
겨울철 감기, 비염 피하고 싶다면 ‘도라지와 배, 황태!’ (0) | 2013.09.25 |
심신(心身)을 강화시키는 닭·옻나무의 궁합 (0) | 2013.09.25 |
가을철 전염병 (0) | 2013.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