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대간, 9정맥 완주 ♥/백두대간산행기

설렌 마음 추억이 된 백두대간(6차)-6구간(육십령~ 덕유산~ 신풍령)

호젓한오솔길 2014. 11. 18. 22:36

 

 

설렌 마음 추억이 된 백두대간(6차)- 6구간

(육십령~ 덕유산~ 신풍령)

 

* 위   치: 경남 함양군, 거창군, 전북 장수군, 무주군

* 일   자: 2014.11.16 (일요일)

* 날   씨: 맑음

* 동행자: 백오동 백두대간 종주대 19명

* 산행코스: 육십령- 할미봉(1,026m)- 서봉(1,492m)- (남덕유산 1,507m)- 월성치- (삿갓봉 1,410m)- 삿갓골재-

                 무룡산(1,491m)- 동업령- 백암봉(1,503m)- 귀봉(1,455)- 횡경재- 싸리등재- 못봉(1,302m)- 월음령-

                 대봉(1,263m)- 갈미봉(1,211m)- 빼봉(1,039m)- 빼재(신풍령)

* 대간거리: 30.5 Km

* 산행거리: 30.5 Km

* 산행시간: 10시간 50분 소요(후미 약 14시간)

 

입동을 지난 날씨가 지난 주까지도 포근하기만 하더니, 목요일(11/13) 대입 수능 시험일을 맞아 전국이 영하 권으로 떨어지는 강추위로 한파 주의보까지 발령되니, 수능 시험일 16년 만에 가장 추운 입시 한파라고 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곳곳에 느긋하게 남아 있는 가을 여운은 아랑곳 없이 문득 옆구리 시럽은 겨울 속으로 깊숙이 접어든 느낌이다.

 

이번 주 백두대간 6차 산행은 육십령에서 신풍령까지 약 30Km의 만만치 않는 거리에 고도 차가 심하여 조금 까다로운 코스인 관계로 무박으로,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온다는 덕유산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금요일(14일) 새벽 서울에 첫 눈이 내리고, 산행 예정인 덕유산에는 눈이 5Cm 가량 쌓여 영하 12도의 강추위에 하얀 상고대가 장관을 이룬 사진인 인터넷을 달구었다.

 

갑자기 한겨울 같은 강추위가 몰아친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밤중에 무박 산행을 떠나려니 무엇보다 입고 갈 복장이 걱정이 된다. 바로 지난 주처럼 얇은 옷으로는 차가운 새벽 바람을 견디기는 어려울 것 같고, 차가운 밤 기온에 맞추어 겨울 옷을 입고 갔다가 한낮에 날씨가 확 풀려버리면 장거리 산행에 거추장스러운 복장은 더위로 컨디션이 난조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소백산에서 단체 산행을 갔60대 등산객 두 명이 길을 잃고 실종되었다가 한 사람이 추위에 동사하였다는 뉴스가 있었고, 일요일 오후에는 서해안으로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있으니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아이젠과 춘추복에 이것저것 껴입을 옷을 챙겨 넣다가 보니 배낭이 빵빵 해진다.

 

자정에 남구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15분에 연하재에서 타기 위해 일찌감치 배낭을 챙겨 밤 11시 40분경에 집을 나선다. 연하재 주차장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리다가 도착한 버스에 오르니, 두 좌석에 한 사람씩 앉아도 자리가 남을 정도로 훌빈하다. 잠시 후 인원 파악을 하니 총원이 19명이라고 한다. 날씨가 춥고 산행코스가 조금 힘들어 보이는 무박 산행이라 슬며시 꼬리를 내린 대원들이 많아 보인다.

 

별일이 없으면 도중에 세우는 것 없이 육십령까지 바로 달리기로 하고, 잠시 뒤척이다가 잠 속으로 빠져들었는데, 잠결에 인기척이 여기저기 들리는 것 같더니, 육십령이 다 와간다고 모두 일어나서 준비를 하라고 한다.

 

예정 보다 빠른 새벽 2시 50분경에 육십령에 도착하여, 기사 아저씨가 바깥 기온이 영하 2도 라고 한다. 생각보다 포근한 날씨인 것 같아 겉옷 모두 벗어 배낭에 넣고, 아침을 먹을 겨를도 없이 산행 준비를 하여, 주차장에 내려 어둠 속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우측 할미봉 자락으로 오른다.

 

* 어둠이 짙은 육십령

   주차장에 모여서 기념 사진을 찍는다.

 

육십령(734m)은

영남 선비들의 본 고장이라는 경남 함양과

너무나도 산간 오지라 울고 왔다 울고 간다는 전북 장수 두 마을의 경계에 있는 고개로

옛 이름은 '육십현'이며, '육복치'라고도 불렀다.

육십령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이자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주요 교통로의 하나다.

 

육십령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첫 번째, 안의와 장수 읍에서 60리라는 것이고,

두 번째, 60개의 작은 구비를 넘어와야 육십령이 이른다는 설이다.

세 번째, 이 고개를 넘어가기 위해서는 장정 60명이 함께 넘어가야 도적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육십령이라고 전한다.

 

* 육십령 도로를 건너

   할미봉 자락으로 오르면서 6차 대간 길이 열린다.

 

오늘 처음 걷는 낯선 구간이고 어두운 밤 길이라 중간이 끼어서 천천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앞에 두 사람을 보내고 세 번째 서서 잠시 올라가는데,

맨 앞에 가던 총산행대장님이 길 옆으로 나가옷을 벗으면서

먼저 올라가라고 하니, 두 번째로 가던 거사님이 머뭇거리기에 내가 맨 앞으로 나서면서 걸음대로 그냥 올라가버린다.

 

* 깜깜한 어둠 속에서

  잠시 걷기 좋은 오르막 오솔길이 길이 이어지더니,

  할미봉이 가까워질수록 까다로운 바위 길과 랜턴에 비치는 것은 이정표뿐이다.

 

* 할미봉 오르는 바위 길은,

   좌측 발 밑은 높이를 알 수 없는 섬찟한 벼랑이 자주 보이는 것이 오르기 까탈스럽은 곳이 자주 등장하고,

   돌아 보니 따라 오던 랜턴 불빛은 점점 멀어져 간다.

 

* 할미봉 정상석 사진을 찍고

   사방을 돌아 보아도 깜깜한 암흑 속은

   사람 사는 곳을 알리는 불빛 만 여기저기 무리 지어 반짝일 뿐이다.

 

   지난 주 5차 산행시

   구시봉 하산 길에서 건너다 보았던 멋진 바위 봉우리 할미봉,

   밝은 날 할미를 찾았더라면 사방으로 트인 조망이 참 아름다울 것 같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깜깜한 바위 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할미봉(1,026)

'할미봉'은 잘못된 지명 이름으로 '합미봉'으로 써야 한다는 설이 있는데,

옛날 한 도승이 이 산속에 우리나라 군사가 수십년 동안 먹을 쌀이 쌓여 있는 격이라 하여

합미봉으로 부르게 되었다는 지명의 유래가 있다는 것이다.

 

* 할미봉에서 잠시 내려서니

   대포바위 일명 남근석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대포로 오인하고 놀라 달아났다 하여 대포바위라고 했으며

생김새가 남자의 성기와 같아 남근석이라고 부르는데,

옛날부터 사내아이를 갖지 못한 여인들이 이 바위에서 절을 하고 치마를 걷어 올린 채 소원을 빌면

사내아이를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지금도 대포바위 보다는 남근석 혹은 좆 바위라 부르고 있다.

 

* 대포 바위는 대간 길에서

   반송 마을 쪽으로 430미터 벗어나 있다고 한다.

 

* 어둠 속에

   할미봉 내려서는 급경사 계단 길은,

 

* 바닥에 눈이 깔려 있어 미끄럽고,

 

* 여기저기 밧줄로 이어지는 바위 벼랑은

   눈이 없으니 다행이지 급경사에 험한 바위 길이 어둠 속에서 섬찟한 느낌이 든다.

 

* 혼자 할미봉을 내려와서

   서봉으로 향하다가 돌아 보니, 할미봉을 내려오는 일행들의 불빛이 이어지기 시작하고,

   너무 멀리 떨어진 것 같아 잠시 기다리며 쉬어간다.

 

* 깜깜한 허공에 랜턴 불빛이 늘어난다.

 

* 어둠 속에서 급경사 바위 벼랑길

 

* 나무계단 길

   혼자 오르고 내리면서 서봉으로 향하는 길,

 

* 긴 오르막 길 치고 올라

   서봉 바위 능선에서 돌아보니 따라 오는 불빛이 몇 개 보인다.

 

* 육십령에서 약 2시간 정도 달려

   서봉 정상부 바위 능선에 올라서니,

 

여기저기 솟은 바위와 어둠 속에서

랜턴 불빛 하나로는 바위 길이 구분이 잘 안되어

이러다가 한발 잘디디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선두팀을 기다렸다가 함께 가기로 한다.

앞에 오는 랜턴 몇 개가 오늘의 선두팀이 될 모양이다.

번 그렇이 초반에 한 시간쯤 달리다 보면 맨 앞에 나서는 몇 사람이 저절로 그날의 선두 팀을 이루게 된다.

 

* 서봉 이정표,

   여러 명이 함께 걸으니, 어둠 속에서 길을 찾기가 훨씬 수월하다.

 

* 드디어 오늘의 선두 팀 서봉(1,492m)에 올라선다.

   알파인님, 산이좋아님, 괭이갈매기님, 거사님, (호젓한오솔길)

   뒤를 돌아보니 가까이 따라오는 불빛이 보이지 않으니 이렇게 5명이 오늘의 선두 팀으로 구성된다.

 

* 산이좋아님 덕분으로 나도 인증샷 한 장 남긴다.

 

* 차가운 바람이 몰아치는

   서봉의 바위 능선을 내려서서 남덕유산 삼거리를 지난다.

 

남덕유산(1,507)은

경상남도 거창군의 북상면, 함양군 서상면, 전북 장수군 계북면 사이에 위치한 산으로 덕유산의 최고봉인 향적봉의 남쪽에 위치한 덕유산 제 2봉이다. 조선시대에는 황봉, 봉황산, 봉황봉으로 불렀으며, 지리산 다음으로 넉넉하고 덕이 있다고 하여 덕유산이라 하고, 덕유산 연봉들이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다고 하여 남덕유산 이라고 하였다.

 

* 남덕유산 하산

  다져진 눈이 미끄러워 잠깐 방심하면 넘어지기 일수다.

  신발 바닥이 닳은 산이좋아님은 연신 넘어졌다 오뚝이처럼 일어나고,

  알파인님은 넘어지면서 손가락을 꼬불쳐서 통증을 호소하더니, 백암봉에 도착했어야 참을 만 하다고 한다.

 

* 미끄러운 남덕유산을 내려선 걸음은

  황점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바람 고요한 월성치를 통과한다.

 

* 삿갓골재로 내려서는 길에

   여명이 밝아오면서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에,

 

* 오늘 멋진 일출을 보려나 했는데,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 탓으로 잠시 붉어지다가 말아버린다.

 

삿갓골대피소 안으로 들어가 아침으로 도시락을 반씩만 먹은 후 

절반을 점심에 먹으려고 남겨두고,

잠시 쉬었다가 무룡산으로 오르는 길은 배를 덜 채웠더니 걷기가 훨씬 수월하다.

 

* 삿갓골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잠시 쉬었다 나오니

  날이 훤하게 밝아 있고,

  무룡산 오르면서 돌아본 음지 방향 삿갓봉과 남덕유산에는 눈이 하얗게 붙어있다.

 

* 무룡산으로 오르는 길,

 

* 음지에는 아직 눈이 제법 남아 있는 길을 따라,

 

* 흔들리는 무룡산을 바라 보면서 걸음을 재촉하는 길,

 

* 돌아보면 남덕유산에서 가지를 친 하얀 진양기맥 너머로,

    가물 가물거리는 구름 속에 솟은 천왕봉과 지리 능선이 보인다.

 

* 우측 황정마을 건너 월봉산 모습이 오뚝하고,

 

* 동녘 하늘 아랜

   크고 작은 봉우리와 능선들이 겹겹이 쌓여간다.

 

* 민수룸한 능선을 따라 무룡산으로 가는 길,

 

* 작은 바위 봉우리를 오른다.

 

* 바위 봉우리에서

   돌아본 남덕유산과 서봉 능선이 하얀 날개를 펼치니,

 

* 서쪽으로 전북 장수군, 무주군 풍경은

   안개 위에 등을 보인 올망졸망 작은 능선들이 꿈틀거리고,

 

* 동남쪽 경남 거창군, 함양군 풍경은

   티미한 아침 해가 올라오다가 구름 장막 속으로 숨어버렸다.

 

* 산죽 어우러진 눈길 따라 무룡산을 오른다.

 

 

무룡산(1,492)은

경남 거창군 북상면 상수리와 전북 무주군 안성면 죽천리 사이에 위치한 산으로

지명은 용이 춤추는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으며,

조선시대에는 불영봉, 불영산이라고 불렀는데,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 무룡산에서 돌아본

    남덕유산 방향으로는 하얀 눈이 쌓여있으니 겨울 맛이 나고,

 

* 가야 할 백암봉과

   향적봉 방향은 눈이 녹은 은은한 회색 능선에 봄 기운이 감도는데,

 

경남 거창군 방향으로 드리운 덕유산 자락이 펄럭인다.

 

거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걸어온 길 돌아보니,

 

* 남덕유산 너머로

   뿌연 구름 속에 아스라한 지리산 능선이 깜박거린다.

 

* 구름 속에 허우적대는

   올망졸망한 산줄기들을 둘러보고,

 

* 선두팀 기념 사진을 찍은 후,

 

* 나도 인증샷 한 장 남긴다.

 

* 이제 백암봉을 향하여 하얀 눈길을 밟으며,

 

* 미끄러운 계단 길을 따라 내려선다.

 

* 잠시 능선을 따라

   무명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니,

 

* 돌아본 무룡산은

   마치 거대한 용의 머리처럼 보이고,

 

* 꿈틀대는 용의 등줄기 너머로

   일렁이는 산줄기들 중에 유난히 밝은 햇살이 비치는 곳에

   가물거리는 뾰쪽한 바위봉우리가 아마도 전북 진안군에 있는 '마이산'인 듯하다.

 

* 당겨 본 마이산과

   지난 주에 걸어 온 영취산에서 뻗어나간

   금남호남정맥에서 멀리 늘어뜨린 금남정맥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련하게 펼쳐진다.

 

* 일렁이는 물결 위에 돛단배처럼 떠 있는 유아독존 마이산은,

   솔직히 아직 못 가본 곳이다..ㅎ

   마이산은 산행 코스가 조금 단조로운 것 같아

   관심 밖에 있었는데, 조만간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봐야겠다는 숙제로 남겨둔다.

 

* 오르락 내리락 백암봉으로 가는 길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니, 양지 쪽 언 땅이 녹으며 길바닥이 질퍽거리는 곳이 생기고,

 

* 무명 바위 봉우리에 올라 바라본

   지친 똑딱이 눈 속에

   멀리 향적봉과 중봉 그 앞에 오늘의 갈림 길 백암봉과 우측으로 늘어진 대간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 흐렸던 하늘이 맑아지면서 

   누리에 햇살이 비치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 바로 앞에 동업령과

   이어지는 역동적인 덕유 능선에 생기가 도는 듯하다.

 

* 가벼운 발걸음은 동업령에 도착한다.

 

 

업령은

전북 무주군 안성면 공정리 통안에서 경남 거창군 북상면 월상리로 넘어다니는 고개이다.

 

* 좌측, 전북 무주군 안성리 풍경,

 

* 우측, 경남 거창군 북상면 풍경,

 

운동 삼아 등산을 다니는 우리들과는 달리

옛날 조상들이 호구지책으로 무거운 등짐지고 짚신발로 한발한발 걸어서 넘기에는

어느 한쪽도 만만치 않은 눈물 고개로 보인다.

 

* 동업령 나무 데크에 앉아 괭이갈매기님이 가지고 온

   안주 감인 문어 고기를 초장에 찍어 먹는데,

   선두 팀에는 술을 가지고 온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달콤한 소주 생각이 절로 난단다.

 

* 문어 고기 먹고

   안주로 냉수를 마시며 모두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 동업령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발걸음은

   앞을 막은 오뚝한 봉우리 넘어 백암봉으로 향하는 길,

 

* 음지에 숨은 하얀 눈길을 지나,

 

* 가파른 숨 한 번 토해 내고 백암봉 삼거리에 도착한다.

 

* 백암봉에서 바라본

   중봉과 덕유산의 제 1봉인 향적봉은 오늘 산행에서 제외된다.

 

* 백암봉에서 돌아보니, 

   걸어온 덕유 능선 위에 솟은 무룡산, 남덕유산 서봉이 한 눈에 펼쳐지고,

   아스라한 구름 바다 건너 천왕봉에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보일락 말락 가물거린다.

 

* 전북 무주군 쪽 풍경 돌아보고,

 

* 대간 능선을 따라 귀봉으로 향하는 길,

 

* 눈 앞에 펼쳐지는 완만한 능선과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별것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 하얀 눈이 붙은 산죽 길을 미끄러지듯 달려 나간다.

 

* 올해 첫눈 한번 신나게 밟아보는 대간 길이다.

 

* 아름다운 산죽길 따라 오르락 내리락,

 

* 이 곳이 귀봉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양지 바른 봉우리에서 괭이갈매기님이 가지고 온 순대를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가,

 

* 잠시 잔설이 녹아가는

   능선을 따라 걷다 내려선 걸음은

 

* 송계사 삼거리가 있는 횡경재에 도착하니,

 

* 오늘의 종점인

   신풍령이 7.8Km 남았음을 알린다.

 

* 다시 눈 붙은 대나무 숲길 지나고,

 

* 잠시 올랐다가

   앞이 꽉 막힌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싸리등재로 내려선다.

 

* 앞을 막은 만만치 않는 봉우리 두 개

   바로 올라서는 봉우리가 헬기장이고 우측에 높은 봉우리가 '못봉' 이다.

 

* 마른 방초 널브러진 '싸리등재' 지나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능선을 걸어 '못봉'으로 오른다.

 

* 핼기장 봉우리에 도착하여

   배낭을 풀고, 아침에 먹다가 남긴 도시락과 간식으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간다.

   우측에 조금 더 높아 보이는 봉우리가 '못봉'이다.

 

* 핼기장 봉우리에서 돌아본 걸어온 능선 풍경,

 

* 덕유산 중봉과 향적봉 풍경을 돌아보고

   건너 봉우리 '못봉'으로 향한다.

 

* 못봉(1,342m) 정상에 도착하여 선두팀 기념 사진을 찍고,

 

* 산이좋아님의 덕분으로

   알파인님과 같이 한 장 찍혀본다.

 

* 급경사 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못봉을 내려선 걸음은

   다시 까칠한 '대봉'이 앞에서 기다리는 월음령으로 내려선다.

 

* 신풍령이 4.7Km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새워진 

   월음령을 지나

 

* 가쁜 숨 토해내며

    할딱거린 걸음은 대봉에 도착하여,

 

* 돌아본 월음령과 못봉,

   걸어온 능선들이 추억 속으로 숨가쁘게 멀어져 간다.

 

* 대봉을 내려선

   무디어진 발걸음은 갈미봉으로 향한다.

 

* 등산 지도상으로는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갈미봉에 도착하여 기념 사진을 찍고,

 

* 산이좋아님과 자리 바꾸어 나도 같이 찍혀본다.

  

   갈미봉이 마지막 봉우리인줄 알고

   이제는 다 왔다고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아직도 이름 없는 뾰쪽한 무명 봉들이 여러 개나 더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어느 정도 다리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마주치는 작은 산봉우리들은 마치 태산처럼 느껴진다.

   개미 허리처럼 잘록한 목쟁이로 내려 갔다가 다시 마주치는 뾰쪽한 봉우리들은

   매정하게 우회길 배려도 없이, 모두가 하나같이 정직하게 정수리를 들이대며 밟고 넘으라고 한다.

 

*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 도착하니,

 

* 신풍령이 1Km 남은 '빼봉'이라고 한다.

 

*  이제는 진짜로 다 왔겠지 했는데,

    또 낮은 목쟁이를 지나

    작은 봉우리를 하나 더 넘으라며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 오르락 내리락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한

   무명봉들에게 시달려 후들거리는 다리는 빼재를 향해 비탈 길을 내려선다.

 

* 신풍령으로 내려서는 길에

 

11월 17일부터 12월 15일까지 국립공원 산불조심 기간으로

이곳 신풍령에서 백암봉까지

탐방로를 통제 한다는 커다란 현수막으로 길을 막아놓았다.

 

내일부터 산행을 통제를 한다고 하니,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오늘 덕유산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한다.

 

* 피로를 잊은 발걸음은 신풍령으로 내려선다.

 

* 신풍령에 도착하니

   길 언덕배기에 '수령'이라는 표지석이 새워져 있다.

 

수령(빼재, 신풍령)은

전북 부주군 무풍면 삼거리에서 경남 거창군 고제면으로 넘어가는 재로서 

지명은 빼어나다(秀)라는 의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지명총람'에 의하면, 말거리 용소에서 용마가 나오고, 달리밧골로 말을 달리고, 빼재로 내뺐다 하여

붙여진 지명이라고 전한다.

빼어난 경치를 볼 수 있는 고개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 수령 표지석 앞에서 선두팀 기념 사진을 찍고,

 

* 자리 바꾸어 나도 인증샷 한 장 남긴다.

 

* 백두대간 보호지역을 알리는

   표지석 앞에서 마지막 기념 사진을 찍고,

 

*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무주군 쪽에서 등장한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고맙게도 버스 짐칸에 아이스박스와 바켓스 마다 

물을 가득 싣고 올라와서

땀을 씻으라고 하여 모두 시원한 물로 머리 감고 세수를 한다.

 

포항의 여러 백두대간 산행팀을 태우고 다닌 경험이 많은 기사님은

산꾼들의 불편한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

물이 없는 고개에서는 

산행 후 땀을 씻을 수 있도록 세숫물까지 싣고 오는 깊은 배려에 감사할 따름이다.

 

* 오늘 걸은 백두대간 6차 트랙,

 

* 오늘 걸은 백두대간 6차 고도표,

 

버스 기사 아저씨가 싣고 온 물로 머리를 감고, 선두팀 5명은 기사 아저씨가 예약해놓은 전북 무주구천동 식당에서 올라 온 차를 타고 식당으로 가서 미리 하산주를 마시면서 후미를 기다린다.

약 1시간 30분쯤 지나서 중간팀 3명이 더 내려오고, 약 3시간 정도 기다려 후미 팀이 내려와 같이 하산주와 저녁을 먹었지만, 아직 한 사람은 낙오하여 도중에 탈출을 한다고 연락이 오고는 소식이 끊겨 모두 걱정을 하면서 기다리는데, 오후 다섯 시경 송계사 쪽으로 하산을 하였다는 전화를 받고, 버스가 출발하여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태우러 간다.

 

간밤에 버스에서 잠을 설친 피곤한 무박 산행에 하산주까지 제법 마시고 나니, 버스에 오르자 마자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는데, 잠결에 버스가 멈추더니 벌써 와촌휴게소 라고 한다. 노련한 기사 아저씨가 밀리는 고속도로를 피하여 빠른 국도로 요리조리 빠져 나와 예상 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포항에 도착한다.

 

저녁 8시 30분경 대체로 이른 시간에 연하재에 도착하니, 연하재에서 포항 쪽으로 가고 오는 대로를 경찰들이 막고 합동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지나기는 하여도 오늘 일찍 하산하여, 후미 대원들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때우느라 폭탄주 몇 잔 마신 터라 번쩍번쩍 음주 단속 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버스에서 내려 연하재 주차장으로 건너가 어떻게 할 것인가 잔머리 굴리면서 조용히 시동을 걸고, 좌측 바로 앞에서 음주 단속하고 있는 속으로 태연스럽게 들이대기에는 아무래도 불안하여, 주차장에서 눈치를 보아가며 바로 우회전 하여 흥해 방향으로 살금살금 돌아오는 길은 다행히 단속하는 곳이 없어 집까지 무사 귀환한다. 물론 마눌에게 음주 운전을 했다고 한 소리 들으면서 오늘 조마조마 했던 제 6차 백두대간 산행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4.11.16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