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호남정맥 2구간 (수분재~ 팔공산~ 삿갓봉~ 신광재)
솔길 남현태
동장군에 꽁꽁 얼어붙은 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에 의한 대통령 탄핵을 빼고 나면 이야기 거리가 없는지 언론들은 경쟁하듯 부풀리고 비꼬아 비방하는 보도를 해대니 TV 보기가 짜증이 난다. 헌법재판소 판결도 나기 전에 이미 탄핵이 된 것처럼 헌재에 압박을 가하며 기회를 잡으려는 대권주자들은 서로 인격 살인에 가까운 중상모략을 일삼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나라인 모양이다.
탄핵정국 속에 몰아치던 대한 추위도 차츰 누르러 들어 계절은 어느덧 봄을 알리는 입춘을 맞이하니, 자연은 어김없이 때가 되면 다시 봄이 돌아 오건만 토라진 민심은 차갑기만 하다. 지난 주에는 설 명절이라 산행을 접고, 연휴 내내 먹고 마시기만 하였더니 몸이 많이 망가진 듯한 이번 주에는 토요일은 출근을 하고, 일요일에는 지난해 6월에 첫 산행을 다녀오고 한 동안 중단되었던, 금남호남정맥을 다시 이어가기로 한다.
백두대간 종주 이후 쉴새 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너무 급하게 이어가는 듯한 정맥 길은 고운산정에서 2월부터 매월 셋째 주에 금북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을 열어가기로 하였고, 지난 달에 낙동정맥을 끝낸 팀산행은 2월부터는 금남호남정맥과 호남정맥을 이어가자고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2월 중에 금남호남정맥까지만 종주를 끝낸 후 호남정맥은 잠시 접어두고 봄부터는 옛날처럼 꽃 따라 물 따라 어울렁더울렁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마 산행이나 다니고 싶은 마음이다.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고, 산행지인 전북 장수군에는 종일 눈비가 온다고 하여 산행을 다음으로 미루자고 하였지만, 모두가 눈이 오더라도 일단 출발을 하고 보자는 눈치였어 하는 수 없이 따라 나선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금남호남정맥 2구간은 지난해 현충일에 산행을 마친 전북 장수군 수분재에서 시작하여 신무산, 자고개, 합미성, 팔공산, 서구리재, 오계재, 삿갓봉, 홍두깨재, 시루봉, 신광재, 성수산을 거쳐 마이산 앞 30번 국도까지 약 27Km 거리의 조금은 빡신 산행이 예상된다.
새벽 3시 30분에 이동사거리에서 동시에 만나 출발하기로 하여, 일찌감치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 2시 50분에 느긋하게 집을 나선다. 태워주겠다는 마눌을 만류하고 내 차로 가겠다고 하니 제발 음주 운전을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들으며, 일찌감치 약속 장소에 도착하여 차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도착 하는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가는 도중에 24시간 식당 운영을 하는 함양휴게소에 들려서 쇠고기 국밥과 김치찌개로 아침을 시키며 산행을 간다고 하니, 식당 아줌마가 밥을 모두 고봉으로 담아주어 든든하게 아침을 먹는다. 아침 6시 50분경에 수분재에 도착하니 안개비 내리는 날씨가 아직 사방이 깜깜하여,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날이 훤하게 밝아온다.
오늘 산행의 출발점인 수분재에 도착하여 뜬봉샘 기사식당 앞에 주차하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오니, 사방에 안개가 자욱한 축축한 날씨가 어제 입춘을 지나서인지 그리 춥지 않게 느껴진다. 수분재에 세워진 금호남정맥 종합안내판을 잠시 드려다 보고, 각자 느긋하게 우중 산행 준비를 마친 후 아침 7시 25분경에 골목길을 따라 오르면서 제 2차 금남호남정맥 산행 길은 시작된다.
잠시 후 신무산과 자고개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잠시 가파른 눈길 치고 오르니, 속은 얼어있고 겉은 녹은 비탈길이 미끄럽다. 신무산이 0.26Km 남았음을 알리는 삼거리 봉우리에 올라서니, 하얀 안개 속에 가지마다 물방울 조롱조롱 매달려 있고, 갑자기 풀린 날씨로 음지에 쌓인 눈이 겉만 살짝 녹아 미끄럽기만 하다.
가파르게 밀고 오른 발걸음은 용을 승천시키려고 신선이 춤을 추고 있는 산이라고 하는 신무산에 도착한다. 안개비 촉촉한 신무산 정상에 도착하여 잠시 가쁜 숨소리 가다듬으며, 기념사진 찍어보고 서둘러 발걸음을 이어간다. 대축목장 철망 울타리 따라 녹은 눈과 낙엽이 미끄러운 길 잔설 남은 낙엽 능선길 질퍽거리며 달려간다.
사방이 하얀 안개가 가리어 조금은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능선 길이 고개를 숙이더니, 자동차 두 대 주차된 자고개에 내려선다. 팔공산이 6.0Km 남았음을 알리는 자고개 이정표를 지나 안개 자욱한 2차선 도로를 건너고, 이어지는 촉촉한 오르막 길 잠시 오르니, 자욱한 안개 속에 앞을 막아서는 합미성에 이른다.
일정한 크기로 다듬어진 돌로 쌓아 올린 성벽 허물어진 산성길 따라 올라가니, 산성을 쌓아 올린 축성 법이 엿보인다. 허물어진 산성길 따라 잠시 이어지는 길 산성이 보존된 곳 합미성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합미성은 후백제 때 돌로 쌓은 성으로 성안에 군량을 보관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어지는 오르막 길에서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하얀 잔설이 미끄럽게 남아 있는 길 차분하게 이어지는 발걸음 안개 속에 음지 눈길을 지나면 양지쪽에 질퍽한 오르막 길 오른다. 산죽 빼곡한 능선 길 잠시 가파른 숨소리 흘리고, 철탑이 있는 정상에 올라서니, 팔공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을 지나 올라선 팔공산 정상에는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바닥이 남아 있다.
팔공산(1,151m)을 알리는 이정표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바람 고요한 벤치에서 간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잠시 쉬어간다. 팔공산 정상 건너 헬기장 봉우리에 있는 이정표를 지나 하얀 잔설이 미끄러운 가파른 길 설매를 타듯 종종걸음으로 내려선다.
파란 산죽 사이로 잠시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미끄러운 능선 길 따라 돌아본 마루금 위에는 하얀 눈보라가 매섭게 몰아친다. 서구이재 삼거리 이곳에서 오계치 쪽으로 바로 가야 하는데, 서구이재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훤하게 트여있고 오색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있으니, 발걸음은 그냥 서구이재 2차선 도로에 내려서고 좌측 고개쪽으로 걸어 올라가니, 마루금을 연결한 터널과 우측에 별장이 보인다.
서구이재에서 터널 우측으로 오르막 계단을 따라 올라가야 하는데, 별장 안에서 짖어대던 진돗개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고리가 풀렸는지 박으로 뛰어나와 노려보며 달려든다. 스틱 휘두르고 쫓으면 뒷걸음치며 짖어대다가 돌아서면 다시 물려고 달려들어 실랑이하다가 뒷걸음으로 별장 앞을 통과하여 언덕으로 올라간다.
괜시리 서구이재로 내려갔어 진돗개와 실랑이하다가 다시 마루금 위에 올라서니, 따라 오던 일행들이 지나갔는지 궁금하여 안개 속으로 불러보니, 잠시 후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이어지는 촉촉한 낙엽길 잠시 밟아 오르니, 하얀 잔설이 용마루처럼 남아 있는 능선 길이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고, 안개 속으로 달려 나가다 보면, 꼽꼽한 파란 산죽길 이어진다.
하얀 눈바람이 거칠게 몰아치는 능선 앙상한 가지에 다시 하얀 상고대가 얼어붙기 시작하고, 창공을 휘젓는 가지마다 겨울 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하얀 안개 속으로 유령의 성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길 데미샘 삼거리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요란하다. 바람의지에서 배낭을 풀고 잠시 일행을 기다렸다가 함께 걷는다.
오계치로 향하는 길에 정자가 있는 봉우리 올라서니, '천상데미봉' 이라고 누군가 적어놓았다. 전망대 정자가 있는 천상데미봉은 조망이 좋아 보이지만, 오늘은 안개가 가리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남긴다. 다시 안개 속으로 이어지는 하얀 잔설 남은 마루금 길, 차가운 날씨에 상고대는 다시 피어나고, 산죽 어우러진 능선길 잠시 평온해지던 길이 갑자기 가파르게 고개를 숙이니 통나무 계단에 다져진 눈길이 얼마나 미끄러운지 정신을 바짝 차리면서, '오계치'를 알리는 고갯마루에 내려선다.
오계치의 이정표를 지나 이어지는 억새 능선 오르막 길에서 돌아본 오계치 풍경 뿌연 안개 바람만 설렁하게 넘나들고, 불과 십여 미터 앞을 볼 수 없는 답답한 안개 길이 가파르게 이어지더니 잠시 오싹한 철계단을 타고 오른다. 철계단 올라가다가 돌아보며 불러보니, 따라 오는 일행들 소리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삿갓봉을 향한 오르막 길 올라서니, 사방에 안개와 눈보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전망대 정자에는 어느 산님들이 삼겹살을 구워먹고 있다. 전망대 정자를 뒤로하고 잠시 오르막길 걸어 삿갓봉 정상에 도착한다. 벤치가 여러 개 놓여 있는 삿갓봉 정상은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예상외로 포근한 느낌이 들어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점심을 먹는 동안 눈발은 점점 거세어지고 기온이 떨어지는 듯 하더니, 갑자기 한기가 몰려들기 시작하여 바람막이를 껴입고 아이젠을 신은 후 산행을 이어간다. 거센 눈보라가 몰아치는 능선길엔 금방 하얀 눈꽃을 피우고, 삿갓봉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휴대폰이 얼어버렸는지 배터리가 방전되고 트랭글이 꺼져버려 쪼물락거리며 걸으니 손이 얼어 마비가 되는 느낌이 든다.
파란 산죽 위에 하얀 눈가루 뿌리는 길 따라 잦나무 울창한 고개에 홍두깨재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흐트러진 행장을 고치고 잠시 걸으니, 다시 홍두깨재를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어지는 능선길 눈보라는 점점 거칠어지고, 아이젠을 찬 더딘 걸음은 시루봉 삼거리에 도착한다.
창공의 가지에 하얀 눈꽃이 피어나는 삼거리에서 대원들이 오기를 잠시 기다리니, 아직 갈 길은 먼데 모두 아이젠을 신은 발걸음이 무디어져 있고, 시루봉 삼거리에서 신광재로 내려서는 길 급경사에 쌓인 눈이 미끄럽다. 산죽 널브러진 눈길 따라 가파르게 내려서는 미끄러운 길은 하얀 고냉지 채소밭으로 내려서니, 강한 바람에 얼굴을 때리는 싸락눈이 따갑게 느껴진다.
임도를 따라 신광재로 내려서는 길에 몰아치는 눈보라에 건너 가야 할 산이 보이지 않고, 오후 3시 30분경에 신광재에 도착하니, 당초 계획했던 마이산 앞 30번 국도 까지는 아직 8.8Km정도 남아 있어 정상적인 산행을 진행해도 저녁 7시정도 되어야 도착 할 수 있는 거리지만 눈보라 속으로 미끄러운 눈길을 걷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 산행을 여기서 접고
3.2Km 정도 되는 와룡자연휴양림 쪽으로 탈출하기로 한다.
오늘 못 가는 길 쳐다보며 아쉬운 마음 다음으로 미루고, 임도를 따라 와룡리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눈보라 속의 신광재에서 기념사진을 남겨본다. 와룡리 마을로 내려오는 길 지난 번에 이용했던 택시 기사에게 전화로 예약하고, 와룡리 마을에 도착하여 와룡자연휴양림 쪽으로 가다가 마을 앞 버스 승강장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도착하는 택시를 타고 수분재로 향한다.
와룡리에서 택시를 타고 수분재로 돌아오는 길 소문 난 장수 막걸리를 싸기 위해 장수읍 양조장에 들러 막걸린 한 박스 싸고 수분재에 도착하니, 택시비가 4만 6천원이라고 하여 5만원을 지불한다. 히터를 빵빵하게 틀어 뜨끈뜨끈하던 택시에서 내리니 온 몸에 오싹한 한기가 몰려든다.
으실으실하게 춥던 몸이 잠시 후 달아오른 히터에 노곤해지면서 전신에 졸음이 몰려든다. 산이좋아님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둘러 포항으로 돌아와 저녁 7시 40분경에 대이동에 도착하여, 추어탕 집에 들러 뜨끈한 추어탕으로 저녁을 먹은 후 내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니 즐겨보는 주말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오늘 얼었던 땅이 살짝 녹아 미끄럽고, 눈보라 치는 거친 날씨 때문에 계획했던 산행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도중에 접은 관계로, 금남호남정맥이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인 목적지 조약봉까지 남은 구간을 한 번에 마무리하기 어렵게 되어버린 아쉬움을 남겨놓은 금남호남정맥 2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2.05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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