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호남정맥 3구간 (신광재~ 성수산~ 마이산~ 강정골재)
솔길 남현태
올 겨울은 날씨가 워낙 포근하여 양지쪽에는 이미 성질 급한 봄의 전령사 매화들이 피었다가 혹독한 대한 추위에 한바탕 곤욕을 치루었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 조용히 입춘을 넘긴 날씨가 춘래불사춘이라고 했던가 토요일이 정월 대보름인 이번 주말에 다시 전국적으로 몰아친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이번 주에도 토요일은 출근을 하고 일요일에는 팀산행으로 지난 주에 다녀온 금남호남정맥 길을 이어가기로 하였는데, 오늘 산행하게 될 금남호남정맥 3구간 산행 길은 지난 주에 하산을 한 전북 장수군 와룡리 마을에서 신광재로 올라 성수산, 복지봉, 옥산봉, 사루고개, 마이산, 봉두봉을 거처 전북 진안군 강정골재까지 약 17Km 구간을 이어가기로 한다.
산행 출발지점인 전북 장수군의 일요일 새벽 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단단하게 겨울 채비를 하고 새벽 3시에 약속 장소인 포항시 남구 이동 사거리로 나가 잠시 기다리다가 도착한 산이좋아님 차로 다섯 명이 타고 가는 도중에 지난 주와 같이 함양휴게소에 들러 쇠고기 국밥과 순두부찌개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는다.
아침 6시 20분경 깜깜한 전북 장수읍 와룡리 마을 앞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그나마 바람이 고요하여 영하 10도라고 하던 날씨가 생각보다 그리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각자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고 어둠 속으로 농장의 개소리 들으면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신광재를 향하여 오르면서 제 3차 금남호남정맥 산행 길은 시작된다.
지난 주에 하산을 한 신광재에 도착하니,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지난 주에 걸어온 시루봉엔 하얀 상고대가 덥혀있다. 신광재를 알리는 안내판 지난 주에 하산을 한 신광재 사거리에서 성수산을 향하여, 하얀 눈이 뿌려진 고냉지 채소밭 언덕을 따라 오른다. 돌아본 드넓은 신광재와 건너 시루봉 풍경, 서쪽 산 위에는 정월대보름 달이 하얗게 걸려있다.
어제 보름날 저녁에는 보지 못했던 정월 대보름 달을 사늘한 새벽 산행길에서 만나 카메라에 담아본다. 성수산을 향하여 오르는 언덕 길에서 돌아본 고냉지 채소밭으로 변한 하얀 신광재 풍경, 차츰 고도를 높인 능선에는 하얀 서리꽃이 피어 있고, 동쪽 하늘가 옅은 구름 사이로 아름다운 일출 풍경이 펼쳐진다. 구름 사이에 끼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붉은 일출을 바라보며, 곱은 손가락 움직여 열심히 카메라를 겨누어 본다.
하얀 서리꽃이 피어 있는 사늘한 능선길은 아침 햇살이 붉게 물들여가고, 잠시 가파르고 미끄러운 눈 길을 내려서니, 훤하게 트인 고개와 능선 길이 상고대 피어 반기는 성수산으로 이어진다. 넓은 고개 위에 내려서서 돌아보니, 발걸음들 미끄럽고 훤하게 트인 하얀 임도를 따라 성수산으로 향하는 걸음은 다시 등산로에 접어들고 좁은 마루금 위에 하얀 눈밭을 오르내린다.
상고대 곱게 피어 있는 능선에 들어서니, 오늘 날씨가 춥다고 하여 산행을 망설이다가 그래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얀 가지마다 카메라 겨누어가며, 감탄사 속에 이어지는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기만 한다. 차가운 설한풍이 밤새워 만들어놓은 하얀 상고대가 신비로운 길은 날씨가 그리 차갑지 않아 눈 위를 걷는 발걸음들이 부드럽다.
감탄사와 함께 걷는 하얀 설국 길에서 사방으로 카메라 겨누다 보니, 잠시 미끄러운 계단길 오른 걸음은 작은 정상석이 있는 성수산(1,059.2m) 정상에 올라선다. 오늘 산행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성수산 정상에 올라 잠시 기념사진 찍으며 머무는 동안 하늘에 짙은 구름이 몰려들어 사방이 어두워진다.
성수산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마루금 길에 눈이 산성처럼 높이 쌓여 있는 곳을 지나, 하얀 능선은 복지봉을 향하여 가파르게 고개를 숙인다. 고갯마루 이정표를 지나 잠시 오르막 길 오르니, 나무데크 전망대가 놓여진 봉우리가 복지봉이라고 하는데, 해발고도 1006.8m를 알리는 준,희님의 팻말이 달려 있다.
호젓한 복지봉 정상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엎드린 평화로운 산죽길 지나 가파르고 험한 길이 미끄러워 위태롭게 느껴지는 복지봉을 내려선다. 옥산동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옥산봉(708.4m)에 올라서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헬기장 옥산봉에서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고도를 팍 낮추는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선다.
멍석을 깔아놓은 평온한 능선 길을 지나 멀리 가야할 마이산 모습이 아른거려 나무 사이로 살짝 당겨본다. 우측으로 조망 시원한 봉우리에서 바라보니, 올망졸망한 봉우리와 야산들이 정겹게 엎드려 확 풀려진 햇살 아래 꼼틀거린다. 정겹게 이어지는 능선길 따라 걸음은 옥산재로 내려선다.
따뜻한 옥산재 길가에 앉아 잠시 간식 나누어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 가파른 길 올라서니, 오색 리본 주렁주렁 달린 봉우리, 이곳이 옥녀봉(510m)이라고 한다. 옥녀봉에서 가파르게 내려선 평온한 능선 길 나지막한 산봉우리와 능선들 위로 덩그러니 솟아오른 마이산 모습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모습이 멀리서 바라보면 말의 귀처럼 생겼다고 하여 마이산이라고 한단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모습 바라보며, 1차선 시멘트 도로가 있는 작은 고개를 건너고 잠시 오르막길 올랐다 다시 2차선 도로(30번 국도)가 있는 고개에 내려서니, 이곳이 사루고개라고 하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사루고개 이정표 앞에서 머물던 걸음 잠시 기념사진 찍어보고 마이산을 향하여 포근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마이봉 모습 바라보며 곁으로 다가서고 수마이봉 아래에 바짝 붙어 좌측으로 따라 돌아가며, 올려다 본 수마이봉은 마치 거대한 낡은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인다. 발걸음은 마이산신제단 옆을 지나 마이산신제단 안내판 앞에 잠시 멈추었다가 은수사 뒤로 내려선다. 은수사를 한바퀴 둘러보고 탑사쪽으로 내려가려고 하는데, 입장료를 3천원이라고 하여 다시 돌아 올라가 암마이봉 쪽으로 돌아서 가기로 한다.
포근한 은수사 옆 평상에 앉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비어있던 평상에서 점심을 먹고 있으니, 오가던 산님들이 모두 평상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쉬어간다.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사이로 난 계단길 따라 오르니, 이 곳이 금강과 섬진강의 분수령 천왕문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주위에 산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데, 천왕문에서 오늘 가야 할 암마이봉 쪽으로 가는 계단길이 동절기에는 통제되어 있어 살짝 펜스를 넘어서 간다.
암마이봉 오르는 입구에 도착하니 계단 입구가 막혀있고, 안내소에는 동절기 입산 통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암마이봉 아래 고개를 넘어 정맥 마루금으로 건너가기 위해 잠시 골짜기로 내려가는 계단 길이 군데군데 하얀 눈이 얼어 붙어 미끄럽기만 하다. 잠시 내려가던 길은 움푹 패인 암마이봉 아래를 따라 돌아 다시 미끄러운 오르막길 밀고 오르더니, 암마이봉 옆 봉두봉(540m)에 올라선다.
헬기장인 봉두봉 정상을 지나 앞이 훤하게 트인 봉두봉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산봉우리들 정겹고, 골짜기 저수지에 얼어 있는 얼음은 마치 왕관을 쓴 부드러운 여인 형상을 하고 있다. 잠시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머물던 걸음은 봉두봉으로 올라와서 금남호남정맥 마루금을 이어간다.
다져진 잔설이 반들 반들거리는 미끄러운 음지 계단 길 내려서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능선 조망 시원한 바위 봉우리에 올라 잠시 기념사진 찍으며 쉬어간다. 바위 봉우리에서 바라본 마이산은 거대한 코끼리가 돌아선 모습처럼 보이고, 멀리 하늘가에 아른거리는 하얀 덕유산 마루금이 향적봉에서 남덕유까지 한 눈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좌측 합미산성으로 이어지는 능선 위에 오똑한 바위 봉우리 탕금봉 모습 눈에 들고, 멀리 연장리 마을 풍경과 고속도로와 국도가 가로지르는 것이 오늘의 종점 강정고개가 가까워짐을 알린다. 살짝 당겨본 마을 풍경 봄빛 감돌고, 앞을 막은 바위 꼭대기에 앉은 가지 많은 소나무는 궁색한 삶을 견디며 오랜 세월 독야청청 당당하게 살아간다.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포근한 야산 오솔길 음지에는 잔설 아직 남아 있고 양지쪽엔 금방이라도 진달래가 튀어나올 듯한 기운이 감돈다. 멀리 걸어온 마이산 풍경 돌아보며 걷는 길 수마이봉과 암마이봉 모습 서로 등을 마주 대고 돌아앉았다.
앞을 막은 강정고개 절개지 철망 울타리를 따라 우측 진안읍 쪽으로 내려가다가 울타리 개구멍을 통과하여 4차선 도로변으로 나오니 강정고개 위를 지나는 동물 이동 통로가 보인다. 오늘 산행은 이곳 강정고개에서 마치고 건널 수 없는 도로변을 따라 진안읍 쪽으로 걸어내려 오다가 진안읍이 가까워질 쯤에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서 타고 아침에 출발한 장수군 와룡리 마을로 향한다.
아침 6시 20분경에 전북 장수군 와룡리 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약 20Km 거리에 9시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오후 3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전북 진안읍에 위치한 강정고개에 도착하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택시를 잡기 위해 진안읍 쪽으로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택시를 세워 타고 와룡리 마을로 돌아오니 택시비가 2만 6천원이라고 한다.
금남호남정맥의 마지막 구간인 모래재까지의 남은 거리가 약 15Km 정도로 여유가 있어, 오늘은 무리한 산행을 하지 않고 일찌감치 산행을 마치고 포항으로 돌아와 대이동 참육우 식당에 들러 값싸고 맛있는 수입산 쇠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금남호남정맥 3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2.12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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