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상옥리 꽃길 따라 환종주
솔길 남현태
모두가 잔인하다고 하는 4월의 마지막 주말이 신록의 계절이요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로 접어들어, 1일 근로자의 날로 이어진 3일간의 연휴를 모두 출근을 하고 나니, 3일 석가탄신일과 5일 어린이 날에 이어 9일 임시 공휴일인 대통령 선거일까지 퐁당퐁당 연휴가 '일삼오칠구'로 기분 좋게 이어진다.
이번 5월 9일 장미 대선은 3년 전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초기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좌파들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다가 이어 터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촛불집회의 빌미가 되어 결국 탄핵의 길을 걷게 된다. 이번 세월호 대통령 선거는 세월호와 함께 허무하게 좌초하면서도 서로 배신과 비방으로 분열된 보수에서 감언이설로 꼬득이고 있는 친북 좌파세력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최대 11일간의 황금연휴라고들 하지만, 오랜만에 쉬게 되는 석가 탄신일에 그 동안 진행해오던 원거리 정맥산행을 접고, 근교 산행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보기 위해 갈만한 곳을 찾다가 보니, 두 번이나 다녀온 적이 있는 고향 상옥리 환종주 길을 떠올리고 오랜만에 다시 한 번 걸어보기로 한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내 고향 상옥은 예로부터 '오강지두 팔령지하'라고 하여, 다섯 강의 발원지이고, 이웃 마을로 왕래를 위해 둘러싸인 여덟 고개 중에 하나를 넘어야 하는 분지로 오막한 형성된 산간 오지마을이다. 고향 상옥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봉우리와 능선을 한 바퀴 돌아오는 약 30 Km의 산행 길은 오르내림이 심하여 갈 때마다 마지막에 체력이 고갈되어 무척 힘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아침에 평상시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마눌이 준비해주는 도시락을 챙겨 넣고, 꽁꽁 얼린 얼음 물 다섯 병과 함께 느긋하게 산행 준비를 하여 7시 20분경에 집을 나선다. 5월 15일까지는 산불예방 기간이라 산불 감시원이 출근하기 전인 아침 8시 10분경에 수목원 앞에 도착하여 서둘러 준비를 하고, 아직 이른 시간이라 조용한 수목원 안으로 들어서면서 고향 땅 환종주 길은 이어진다.
수목원 안으로 들어서니 아직 수목원이 개원전인 이른 시간이라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수목원의 아침 공기 상쾌한데, 수목원 안에 걸린 '산림교육 전문가(숲해설가) 양성과정 교육생 모집' 현수막에 눈길이 간다. 수목원 초록길 따라 주차장가에 핀 겹벚꽃 앞에서 걸음 멈추고 몇 장 접사를 해본다.
수목원 뛰쪽에 오뚝 솟은 매봉이 손짓하며 반기고, 수목원 관람 안내도 앞을 지나 장승 사이를 걸어 매봉으로 향한다. 고요한 수목원의 아침 정취를 듬뿍 담아가며 매봉으로 향하는 길 수목원에 피어 있는 초여름 꽃들을 사진에 담아본다. 가침박달, 박태기나무, 병아리꽃나무, 소영도리나무 꽃, 미스김라일락 수목원 안을 지나 입산통제 현수막을 통과하여 매봉 오르는 등산로에 들어서니 초록 속에 철쭉이 화사하게 피어 길손을 반긴다.
깨끗한 연초록에 아침 햇살 튕기는 신갈나무 새순이 고와도 너무 곱다. 눈이 아린다. 연달래 피어나는 오르막 길은 따가운 햇살에 바람기 하나 없는 날씨가 얼굴에 거미줄을 칭칭 감기어 무덥게 느껴지더니 정상석 두 개 놓여진 호젓한 매봉(833m)에 올라선다. 매봉에서 건너다 본 웅장한 괘령산은 저녁 때 하산을 하는 길이다.
짙어가는 연초록 속에 철쭉이 분주하게 피어나는 매봉에서 이어지는 철쭉 길은 지난 산행에서는 진달래 꽃 길을 걸었는데, 2주를 쉬고 나니, 오늘은 철쭉 길을 원 없이 걷는 듯하다. 스멀스멀 피어나는 연초록 속에 수줍은 연분홍 연달래 무리지어 초록 속을 헤매인다. 이번 주 일요일에 어느 산악회에서 지리산 바래봉으로 철쭉 산행을 간다고 하여 함께 동참을 할까 하였는데, 오늘 눈이 시리도록 철쭉을 보고나니, 복잡하게 찾아가는 원거리 산행길이 별 의미가 없을 듯하다.
철쭉 따라 이어지는 길가에 노랑무늬 붓꽃이 여기저기 피어 눈치를 살피고 있으니, 그냥 갈 수 없어 하나하나 카메라 겨누어가며 더딘 걸음을 이어간다. 철쭉 화사하게 이어지는 길 벌깨덩굴 무리에 엎드려 접사를 해보고, 이어지는 초록 우거진 길은 얼굴에 거미줄이 감기어 스틱을 앞에 세워 들고 걷는다.
등산로는 생태관찰로(수목원 둘레길)와 만나 잠시 함께 걷는 길 늘어선 참나무에는 이제 막 연둣빛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여유로운 발걸음은 추억의 꽃밭등에 이르니, 갈래 길이 많아 복잡한 이정표와 꽃밭등의 유래를 알리는 안내판, 진달래 대신 참나무 우거진 고개 꽃밭등을 뒤로하고, 서두른 걸음은 관찰로와 헤어지는 갈림길에 도착하여 등산로를 따라 향로봉으로 향한다.
참나무 숲에는 아직 연둣빛이 여리고, 신갈나무 숲에는 연초록이 싱그럽게 하늘을 가린다. 청하골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바위에도 오늘은 아직 아무도 없으니 내가 첫 손님인 듯하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골짜기와 능선들이 겹겹이 펼쳐지는 눈 시린 초록청산 청하골, 멀리 청하골 끝에는 삿갓봉 아래 오늘의 출발지 샘재와 걸어온 매봉 능선이 우측으로 싱그럽게 이어지고, 보경사가 있는 좌측으로는 청하골 건너 우척봉(천령산)이 우람한 자태로 다가선다. 조용이 잠든 초록 청하골 넘어 가물거리는 사바세계 살짝 당겨보니 아련한 영일만 풍경이 살포시 다가선다.
연초록 연둣빛 넘실대는 방금 걸어온 능선길 돌아보고, 이어지는 철쭉 길은 오늘의 최고봉이자 내연산의 주 봉인 향로봉(930m) 정상에 올라선다. 아무도 없는 향로봉 정상에서 초여름 따가운 햇살에 졸고 있는 외로운 정상석 사진을 담아보고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지만, 길가에 흐드러진 야생화들 앞에서는 엎드려 사진을 찍느라 발걸음이 절로 느려진다.
얼레지, 양지꽃, 노랑무늬붓꽃, 향로교와 삼지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여기에도 노랑무늬붓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팔공산과 주왕산이 최남단이라고 하는 노랑무늬붓꽃이 몇년 전 청도 운문산에서 발견되었다는 TV 뉴스가 나오더니, 이곳 내연산에도 지천으로 피어있다. 골이 깊고 산세가 웅장한 이곳 내연산에 들어오면 없는 것이 없으니, 내연산은 자연생태계의 보고인듯하다.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둔세동으로 향하여 내려서는 길은 몇년 전에 큰앵초가 많이 피어 있는 것을 본적이 있어 살펴보지만 오늘은 시기가 맞지 않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보라 빛 야생화들 그녀들의 이름은 '당개지치' 라고 한다.
살며시 다가가서 사진에 담아보고,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미나리냉이에게 눈길을 주며, 초록 피어 오르는 오솔길 따라 이어지는 발걸음 숲 속에 피어 오르는 초록 융단은 짙어만 가고 창공에는 연초록들이 오월 햇살에 이글거리며 피어 오른다. 둔세동으로 향하여 내려서는 길에 만난 올라오는 두 명의 부부 산꾼이 오늘 산행길서 만난 처음이자 마지막 산꾼이 된다.
발걸음은 초록 우거진 둔세동(세상을 등지고 은둔하여 사는 곳) 부처다물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바위에 올라선다. 어릴 적엔 이 곳을 동사동이라고 불렀으며, 아직도 대부분 고향 사람들은 동사동이라고 부른다. 조용한 둔세동에 내려서니, 늘 자동차들로 붐비던 숲 속 주차장에는 자동차 두 대만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차도를 건너 개울가로 내려서니 둔세동의 물빛은 언제 보아도 맑기만 하다. 향로교 아래 개울을 건너고 오밭터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가에 잠시 여장을 풀고 머리 감고 발 씻으니 개운한 기분이 든다. 시원한 물가에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가 이어지는 오르막 길이 부담이 되어 낙동정맥 길까지 올라가서 먹기로 하고 우선 과일로 요기를 하며 잠시 쉬어간다.
멀리 향로봉에서 내려오는 알봉과 방금 내려온 연초록 봉우리를 돌아보며 가파른 오르막길 오른다. 길가에 야생 겹황매화가 피어 있어 살며시 접사를 해보고 참나무 우거진 가파른 비탈길 밀고 올라가면 잣나무 숲이 이어지다가 길이 없는 참나무 숲 능선을 따라 한발한발 올라가다 보면 낡은 헬기장이 있는 산봉우리에 올라선다. 헬기장 봉우리에서 10여 미터 내려서면 낙동정맥 길과 만나게 되고 여기서부터 성법령까지는 낙동정맥을 따라 가면 된다.
초록이 다투어 피어나는 길 따라 연달래꽃 열병 받으며 걷는 길 발아래 외로운 각시붓꽃에 눈길 주어가며, 어릴 적에 나뭇짐 지고 넘던 간장현에 내려선다. 낙동정맥 간장현을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어릴 적 향수를 그리며 시원한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은 후 간장재를 뒤로하고, 통점재를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길가에 피어난 희귀종이라는 노랑무늬붓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능선 길은 고향집 뒷산인 바가지등에 오르고 옛날에 나무하러 올라오던 바가지등(706.2m) 이정표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어릴 적 송기 꺾어 먹던 잔솔이 낙락장송이 되어버린 오솔길 따라 어릴적 소먹이러 올라오던 홈그라운드 통점재에 내려선다.
통점재에서 바라본 고향 마을은 수목에 가리어 잘 보이지 않으니, 아쉬운 마음으로 통점재를 건넌다. 어릴 적 커다란 돌배나무 서낭이 있었던 추억의 통점재 도로를 건너고, 이어지는 무시랍등 오르막 길은 좌측 발아래 고향 마을이 있건만, 우거진 수목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외증조부, 조모 산소 옆을 지나면서 선걸음에 인사 올리고 유일하게 고향 마을이 보이는 전망 바위에 올라서니, 이곳에도 훌쩍 자란 나무에 초록이 피어 고향집을 가리었다. 가파른 오르막 길에 무디어진 발걸음은 고향의 서쪽 능선 중에 제일 높은 776.1봉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고향 마을 쪽으로 깊게 드리워진 골짜기는 큰골이라고 하여, 어릴 적 향수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님 산소가 모셔진 곳이기도 하다.
776봉에서 가사령으로 향하는 길 전망바위에서 바라보이는 가야 할 능선과 건너 갈 잘록한 성법령 모습이 연초록 위에 가물거리고, 좌측으로 건너다 보이는 괘령산과 이어지는 능선 따라 샘재 가는 길이 멀어만 보인다. 초록 길 따라 오르내리는 능선 길은 팔령의 하나인 옷재를 건너고 각시붓꽃 꽃다발 받으며 오색 리본 펄럭이는 팔공기맥, 보현기맥 분기점 주위에 벌목을 해버린 고라산 삼거리봉에 오른다.
고라산 삼거리 봉에서 좌회전하여 내려서는 능선은 벌목을 하여 앞이 훤하게 트이니, 가야 할 마루금이 성법령을 돌아 괘령산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한 눈에 펼쳐진다. 벌목을 하여 호두나무를 심어놓은 봉우리에서 바라보니, 어린 묘목이 가뭄에 얼반은 죽은 듯하고 내려와서 돌아본 호두농장 저런 산비탈에 호두나무가 자라 열매가 열리면 호두 수확이 장난이 아닐 듯싶다.
가사령 옛길 공터에는 벌목을 한 참나무들이 여기저기 쌓여있고, 껍질이 다 베껴지도록 골물이 들어 있는 참나무를 어디에 쓸까 싶다. 산불 감시원이 지키고 있는 자동차 옆으로 인사를 하고 지난 걸음은 가사령 도로를 건넌다. 무디어진 발걸음 가파른 가사령 절개지 오르니, 좌측으로 멀리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괘령산 모습이 멀게만 느껴진다.
병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길은 홀아비꽃대, 큰구슬붕이, 여기저기 무리 지어 피어난다.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초록 능선 길은 작은 골짜기 상류를 돌아 연달래 꽃 길 따라 비학지맥, 내연지맥 분기점 봉우리에 올라, 낙동정맥은 흘려 보내고 내연지맥, 비학지맥을 따라 성법령으로 좌회전 한다.
병꽃 화사하게 피어나는 길은 절개지 철망을 좌측으로 돌아 성법령 도로 위에 내려선다. 푸르름이 살아 있는 상옥 참느리 마을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연산홍 피어 있는 정자 앞 벤치에 앉아서 남은 과일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8시간 40분 정도 소요되어 시간은 어느덧 오후 5시가 가까워지는데, 어둡기 전에 약 7Km 정도 남은 샘재까지 가야 할 남은 시간이 팍팍하게 느껴져 걸음을 서두른다.
가파른 오르막길 한발한발 밟아올라 전망 바위에 서니, 굽이굽이 성법령 오름 길이 석양에 드리워지고, 지나온 성법령 건너 사관령으로 가는 낙동정맥 마루금에 초록 물결 넘실댄다. 쇠물푸레꽃, 각시붓꽃 피어 있는 내연지맥 따라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괘령산으로 향한다.
연초록 속에 연달래 화사한 길 연분홍이 초록 속을 물들이는 시원하게 트인 능선 길은 괘령으로 내려서고, 태풍 매미에 한쪽을 가지를 잃은 괘령의 늙은 돌배나무는 아련한 옛 사연을 들려준다. 늙은 돌배나무의 넋두리를 뒤로하고 비스듬하게 이어지는 지루한 오르막 길 한발한발 무겁게 밟아올라 낯익은 헬기장 봉우리 괘령산(869.1m)에 올라선다.
고도가 높은 괘령산 정상부는 아직 연둣빛이고 길가에 여기저기 피어 있는 두릅이 아직 먹을만하여 비닐봉지를 꺼내 들고 몇 줌 챙겨 넣는다. 연달래 곱게 피어 있는 괘령산 능선 길은 낙엽 밟으며 가파르게 내려서고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수목원으로 향한다.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마북골에는 짙은 그림자 내려앉기 시작하고 오늘의 마지막 햇살은 멀리 비학산 위에 걸린다. 참나무 가지에서 야들거리는 연둣빛과 신갈나무 연초록을 마지막으로 카메라에 담으면서 서두른 발걸음은 자동차가 기다리는 수목원 앞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8시 10분이 조금 지난 시간에 내연산 수목원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신록이 피어나는 초록 고향산천을 야생화들 벗삼아 어울렁 더울렁 한 바퀴 돌아보는 약 30Km 거리에 11시간 6분이나 소요된 7시 20분경에 힘겨운 걸음으로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예상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지연되어, 숲 속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아슬아슬한 시간에 자동차에 돌아와 마눌에게 전화를 하여 막걸리와 삼겹살을 준비를 하라고 한다. 서둘러 배낭을 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샘재를 달려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마눌이 준비해둔 시원한 막걸리와 삼겹살로 저녁을 먹으니, 석가탄신일 숨가쁜 하루가 그렇게 지나간다.
(2017.05.03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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