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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덕골, 뒷골 환종주(마두봉- 향로봉- 삼지봉- 동대산)

호젓한오솔길 2017. 8. 27. 15:22

 

 

내연산 덕골, 뒷골 환종주(마두봉- 향로봉- 삼지봉- 동대산)



                                                       솔길 남현태



포항 불빛축제가 열리던 지난 주에는 토요일에 자전거를 타다가 빗길에 나동그라지는 사고를 당하여, 특별한 계획이 없는 산행을 접고 한 주를 건너뛰고 나니, 일주일이 찌부퉁하고 지루하게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경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와서 일요일 아침에 어머님이 시골에 들어가신다고 하여. 모셔다 드리는 길에 내연산 쪽으로 간단하게 산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함께 출발을 한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를 하루 앞둔 오늘도 날씨가 무덥다고 하여 냉장고에 꽁꽁 얼린 얼음물 6병을 도시락과 함께 챙겨 넣으니,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어머님이 이 더운 날씨에 혼자 얼마나 걸으려고 물을 그렇게 무겁게 챙기노 하시며 걱정을 하신다. 행여 하산 길에 알탕을 하기 위해 반바지와 반팔 티를 하나 비닐봉지에 싸서 배낭에 꾸겨 넣는다. 


아침 8시 20분경에 시골집에 도착하여, 어머님이 타 주신 커피 한 잔 마시고 산행을 출발 하려고 하니, "깻잎 좀 따 놓을 테니 갈 때 가지고 갈래" 하신다. "아래 따 오신 것도 집에 많이 남아 있는 것 같고 하니, 날씨도 더운데 그만 두시고 시원한데 놀러 나 가시소, 나갈 때 집에 안 들리고 바로 가니데." 하면서 차를 몰고 하옥계곡 쪽으로 향한다.


하옥 계곡은 여름철이면 몰려드는 피서 인파들로 붐비고, 좁은 도로변에 피서객 차량들이 주차되어, 하옥까지 내려가던 노선버스는 한 달간 운행하지 않고 상옥에서 돌려 나간다고 한다. 둔세동 쪽으로 내려가니, 향로교 주위에는 이미 만차가 되어 도로 한쪽은 주차장이 변해 있고, 마두밭 앞 길과 마두교 주위에도 개울물과 가까운 곳에는 자동차들이 빼곡히 세워져 있다.


도로변에 주차할 곳을 찾으면서 내려가다가 마두교를 건너니, 개울과 조금 떨어진 주차장에는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자리가 많이 비어 있다. 바람기 하나 없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따갑게 내리 쪼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둘러 산행준비를 하여, 아침 8시 40분경에 가파른 마두봉 자락으로 접어들면서, 덕골, 뒷골 환종주 산행은 시작된다.


마두교 건너 도로변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행준비를 하여, 올라 갈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마두교를 다시 건넌다. 마두교에서 바라본 수풀이 우거진 하류 계곡은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피서객들이 보이지 않고, 덕골 계곡에는 오랜 가뭄 끝에 며칠 전 내린 단비로 졸졸 흐르는 물에 피서객들이 모여든다.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주차장 앞을 지나 산자락을 오르면서 돌아보니 잠깐 사이에 마두교 위에도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잠시 우거진 숲 속으로 너덜겅 비탈을 밟아 올라가다가 덕골 쪽으로 바라보는 바위에 앉은 고목 아래서 아차 싶어 걸음을 멈추고 깜빡 잊은 트랭글 GPS를 켠다.


바람기 하나 없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햇살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아침 8시 40분경부터 길이 없는 너덜겅 비탈을 더듬고 올라서니, 초반부터 숨이 탁탁 막히는 것이 전신에 비지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초반 1Km 정도 오르는 비탈길에서 약 1시간이나 소요되면서 몸이 축 처지는 것이 오늘은 왠지 산행을 끝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냥 가는데 까지 가다가 힘이 부치면 좌측 덕골 계곡으로 떨어져 계곡물에 알탕이나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먹이를 찾는 멧돼지가 이리저리 마구 헤집어 놓은 숲 속은 행여 뱀이 있을까 하는 염려를 덜어주는 듯하다. 멧돼지와 뱀은 상극이라서 독사의 독은 멧돼지에게 통하지 않으므로 멧돼지가 뱀을 만나면 모조리 잡아 먹어 버린다고 한다.


낙엽 위에 고개를 내민 동그란 달걀버섯과 고운 갓처럼 피어난 달걀버섯을 카메라에 담으며 오르는 가파른 비탈길에 올려다 본 녹음 짙은 창공은 산천을 울리는 매미소리만 처량하게만 들린다. 나뭇잎 흔들리면 행여 바람이 찾아올까 슬며시 곁눈으로 창공을 쳐다보지만, 수줍은 잎새 사이로 짓궂은 햇살이 파고든다.


비비추꽃 무리로 피어나는 길이 없는 숲 속은 거친 너덜겅과 멧돼지 헤집은 낙엽 능선이 이어진다. 비비추꽃 곱게 핀 곳에서 카메라 겨누어가며,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며 점차 고도를 높여간다. 뱃속이 다 썩어 문드러져도 근육을 키워가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울울창창 고목의 삶은 살을 녹이는 고통 그 자체를 즐기는 듯하다.


거친 바위들이 토그리고 있는 고개 넘어 낙엽 떨어져 부토가 된 숲 속을 오르니, 초록 융단 헝클어진 부드러운 능선 길 지나 이어지는 오르막에서 마두봉을 알리는 GPS 알람이 울린다. 썩은 속을 텅텅 비우고 껍질로 연명하는 구차한 고목의 삶을 지나 수목이 둘러싸인 마두봉 정상에 올라선다.


호젓한 마두봉(867m) 정상에서 배낭을 풀어놓고 잠시 휴식을 취한 걸음은 외로운 각시원추리 사진에 담아보는 약간의 여유를 가지며, 녹음 우거진 길 잠시 내려서니 둔세동 향로교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난다.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한 사람의 산꾼이 쉬고 있는 삼지봉 삼거리에 도착하여,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향로봉 정상에 올라서니, 한 사람이 향로봉 정상석 사진을 찍고 있다가 시명리 쪽으로 내려간다.


멀쑥한 향로봉 정상석을 사진을 담아보고, 노란 각시원추리 사진에 담아본다. 헬기장 시멘트가 열을 받아 후끈거리는 향로봉 정상은 수목이 자라서 동해의 조망을 가리어간다. 파란 하늘에 떠 다니는 하얀 구름 정겨운 향로봉 정상에서 막힌 사방을 둘러보며 잠시 머물던 걸음은 향로봉 정상을 뒤로하고 삼지봉으로 향한다.


녹음 융단 길 따라 야생화를 찾아가며 내려서는 길, 삼지봉 삼거리에 흐드러지게 피던 동자꽃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은 왠지 하나도 보이지 않고 가는장구채만 여기저기 피어 있다.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서 삼지봉으로 향하는 부드러운 능선 길을 걸으니, 이제 서서히 컨디션이 회복되어가는 듯하다.


밤나무등 삼거리를 지나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 길 노란 각시원추리 피어 있는 곱기만 하던 초록 융단은 어느덧 서서히 갈색으로 퇴색되어 가고, 창공에 아우러진 녹음은 가뭄 끝에 내린 단비로 생기가 더해지는 듯한데, 귓전을 때리는 앙칼진 갈매미 소리는 가는 계절이 아쉬운 듯 애절하게 울어댄다.


밤새 공연이 끝난 광장처럼 널브러진 초록 융단을 바라보며, 호젓한 오솔길 오르내린 걸음은 숲 속에 산님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삼지봉에 올라선다. 내연산의 주봉인 삼지봉(711m) 정상석을 사진에 담아보고, 서둘러 내려서는 길은 포크레인으로 잘 단장되어 있다. 삼지봉에서 문수봉 쪽으로 잠시 내려가다가 삼거리에서 좌측 동대산 쪽으로 방향을 틀어, 좌측 덕골과 우측 동지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내려서니, 시원한 계곡물이 기다리고 있을 덕골 쪽으로 난 오솔길이 나를 유혹한다.


그냥 덕골로 하산하여 계곡물에 알탕이나 즐기다 갈까 하다가 마두봉에서 향로봉을 거처 오는 동안에 능선 바람을 맞으면서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것 같아 처음 계획대로 가는데 까지 가보기로 하고 동지봉 쪽으로 걸음을 이어간다. 녹음 우거진 동지봉 오르는 길은 주위가 막혀 바람기가 없어지면서 답답하게 느껴지더니, 잠시 멈추었던 땀 구멍이 다시 열리는지 전신에 비지땀을 쏟아낸다.


따가운 햇살이 파고드는 녹색융단 오솔길, 바람 잠잠한 능선을 따라 오르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고, 겨울에 쌓였던 낙엽이 흙으로 변해가는 오르막 길 차곡차곡 밟아 오르니, 낡은 헬기장이 있는 동지봉(778m)에 올라선다. 시멘트 바닥 헬기장에 그늘이 드리워진 동지봉에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사방이 수목으로 막혀서인지 바람기가 없는 것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하여, 가다가 그늘과 바람을 겸비한 시원한 곳이 있으면 점심을 먹기로 하고, 주위를 살피며 걸음을 이어간다.


덕골과, 뒷골의 갈림 봉을 등산로를 따라 우회하여 지나니, 이제부터는 좌측으로 내려서면 덕골이 아닌 뒷골이 되는 샘이다. 잠시 후 좌측으로 우회하는 봉우리를 우회하지 않고 그냥 올라가니 정상에 무덤이 있고 바람이 시원하여, 어디 점심 먹을만한 곳이 없나 하면서 걷는데, 오른 발을 내디디려다 깜짝 놀라 억! 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니 가슴이 콩닥거린다.


낙엽 위에 또아리틀고 있는 살무사 두 마리가 낙엽색과 비슷하여 구분이 잘 안 된다. 카메라를 뽑아 들고 겨누어도 미동도 하지 않은 체 노려보며 눈치만 살피고 있다. 들고 있는 쇠물푸레 스틱으로 한 방에 두 마리 황천길로 보내버릴까 하다가 오늘 점심이 맛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사진 몇 장 찍고 못이긴 체 내가 우회하여 가기로 한다.


다시 등산로에 내려서고 동쪽에서 불어 오는 바람이 시원한 그늘에서 조금은 늦은 듯한 점심 도시락을 펼치지만, 날씨가 더운 탓인지 배는 고픈데 입맛이 영 땡기지는 않는다. 이어지는 걸음은 동대산 아래 쟁암리 삼거리를 지나고 여기저기 돌로 쌓은 반공호가 있는 동대산으로 오르는 길, 단체 산행을 온 산님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는 곳을 지난다.


바람 고요한 동대산에 오르니, 뙤약볕 아래 드러난 산정은 뜨거운 열기가 피어 오른다. 동대산(791m) 정상석 사진에 담아보고, 동대산에서 바라보이는 유일한 조망은 파란 하늘 아래 피어 오르는 더운 열기로 동해가 아련하게 펼쳐진다. 더운 동대산을 뒤로하고 뒷골과 마실골의 갈림봉까지 오던 길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내려서는 길, 단체산행을 위해 사전 답사를 온 산꾼 3사람이 경방골로 올라왔다고 하면서, 바데산으로 가는 길과 동대산에 올라오는 가까운 길을 물어보기에 쟁암리에서 올라오는 길과 바데산으로 가는 주위 산세를 설명 해주고 돌아선다.


마실골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 돌아오는 능선 길에서 올려다 본 하늘은 며칠 전 단비에 생기를 얻은 녹음이 따가운 햇살에 푸르름을 더하고, 그늘 속에서 울어 재치는 참매미와 갈매미의 구성진 노래 소리는 멈출 줄을 모른다. 누군가 나무 가랑이 마다 돌을 끼워놓은 이 곳이 뒷골과 마실골의 갈립봉 인데, 정상은 커다란 돌무더기로 이루어져 있다.


갈림봉 정상에서 잠시 내려서면서 이어지는 능선은 좌측은 뒷골이고, 우측은 마실골 인데, 희미한 옛 길이 있다가 없다가 한다. 구들장처럼 생긴 편석이 흩어진 봉우리 지나고,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은 대부분 우거진 참나무 숲이다. 구들장을 차곡차곡 포개놓은 듯한 바위를 지나고, 길이 있다가 없다가 하는 거친 능선길, 낙엽을 밀치고 오른 차만 광대버섯 카메라 겨누어 본다. 


바위 봉우리와 수풀 우거진 능선 길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보니, 덕골 입구로 내려가는 마지막 능선을 놓치고 마실골 쪽으로 내려가는 것 같아 다시 돌아올라 와서 뒷터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능선이 중간에서 끊기는 것 같아 다시 돌아 올라가는 짧은 알바를 두 번이나 하게 된다. 첫 번째 알바와 두 번째 알바를 한 사이 봉우리에서 비탈로 치고내려서니 덕골 입구 마두교 쪽으로 내려가는 낯익은 능선에 올라선다. 


이 곳에서 어머님의 전화가 왔어 받아보니, "더운 날씨에 아직까지 산에 있나?, 덮제?, 점심은 먹었나?" 하신다. "예, 이제 다 내려와 가니더, 걱정 말고 놀러 나 가시소" 하니, "그래 알았다. 조심해라." 하고 끊으신다. 양쪽이 절벽에 가까운 좁은 능선을 따라 잠시 내려서면, 우측으로 마두교 앞 주차장이 보이는 전망바위에 이르고, 살짝 당겨본 주차장과 야영장에는 내일 비가 온다는 일요일 오후라서 피서객들이 많이 빠져나간 듯 하다.


골짜기로 내려서는 길은 바위가 거칠고 가팔라 한발한발 조심하여 내려 딛는다. 아까, 낙엽 위에 토그린 살무사 두 마리에 놀라고부터는 발아래 뱀이 어른거리는 것 같아 이상한 나무줄기만 봐도 놀라고, 광대 버섯만 보아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바위 틈에 뿌리내린 엉크런 참나무의 기구한 운명을 바라보며 내려선 발걸음은 고도를 낮추어 마두교가 바로 앞에 보이는 전망바위에 내려선다. 한산해진 야영장과 마두교 주위 풍경 당겨보고. 서두른 걸음은 덕골 입구 개울가로 내려서니, 위쪽은 출입금지 구역이라 피서객이 아무도 없어 보인다. 


얼른 배낭을 풀어놓고 세수를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니, 찌릿하게 느껴오는 시원한 기분을 말로는 표현을 할 수가 없다. 물속에 들어앉아 있으니 몸 속의 더위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아 잠시 후 밖으로 나와 준비해온 반바지와 티로 옷을 갈아 입고 배낭을 챙기는데, 감시원 아저씨가 올라와서 금지구역 이라고 빨리 나오라고 한다. "방금 산행을 하고, 요리로 내려와서, 요기서 목욕하고, 인자 나갈라 카니더" 하니 그냥 돌아간다.


마두교 입구로 나오니 감시원 아저씨 둘이 앉아있다가 "이렇게 더운 날 혼자 산에 갔던기요" 한다. "예, 아침 8시 40분에 이리로 올라가서 향로봉, 삼지봉, 동대산 갔다가 방금 저 봉우리로 내려왔니더." 하니 "길은 있던기요." 하며 놀라는 눈치다. "내가 상옥 사람이라 내연산은 훤하니더." 했더니 "집이 어딘기요" 하여, "지금은 포항에 살고, 고향이 먹방골 이시더." 하고는 자동차로 향한다.


아침 8시 40분경에 산행을 시작하여 마두봉, 향로봉, 삼지봉, 동지봉, 동대산을 둘러 오는 약 20Km 거리에 8시간 43분이나 소요된 조금은 지루한 산행 길이 오후 5시 20분경에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종료된다. 시골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더니 받지를 않아 경로당에 놀라가신 것 같아 고향 집에 들려볼까 하다가 목욕을 하고 갈아 입은 옷이 반바지 차림이라 누가 볼세라 차에서 내리기도 좀 그렇고 하여 바로 포항으로 달려 온다.


여름철이면 늘 막히는 7번 국도의 혼잡을 피하기 위해 청하면 유계리에서 신광면 쪽으로 둘러 오는 길로 접어들었는데, 다행히 별로 막히지 않고 순조롭게 흘러 6시 30분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집에 들어오니 어머님께서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안받으시기에 놀러 가신 줄 알고 바로 왔니더" 하니, "전화기를 집에 두고 텃밭에 나간 사이에 전화가 왔던갑다." 하시며, "그래 잘 들어갔으면 됐다." 하신다. 전주에 사는 둘째 아들은 돌아가고 혼자 기다리던 마눌과 삼겹살 구워 소주 한 잔 하면서 무더운 여름 고향산천 산행 길 하나 갈무리해본다.

(2017.08.06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