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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버섯 찾아간 화산곡지 환종주

호젓한오솔길 2017. 8. 27. 15:24

 

 

영지버섯 찾아간 화산곡지 환종주



                                         솔길 남현태



계절은 어김없이 이번 주에 입추, 말복을 지나고 나니 극성을 부리던 무더위도 이제 한풀 꺾이는 듯하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8월 전쟁 위기설로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장거리 핵 미사일을 개발에 성공한 북한의 김정은이 8월 중순에 미국의 군사 기지인 괌을 포위사격 하겠다고 하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 운운하면서, 핵 위협을 느낀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예방전쟁으로 북한의 핵 시설을 선제타격을 하겠다고 한다.


이어 북한의 김정은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이 공격을 할 기미가 보이면, 먼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며, 이미 대통령이 싸울 의지도 없이 꼬리를 내리고 있는 남한을 볼모로 잡고 미국과 흥정을 하겠다고 한다.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하여 막 나가는 북한은 어느덧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덩치 큰 고래가 되어 미국과 자웅을 겨루겠다고 허세를 부리고 있으니, 싸울 힘도 없는 남한은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세우 꼴이 되었다.


북한이 몰래 핵개발을 하는 동안 햇볕 정책이니 뭐니 하면서 자금을 마구 퍼다 주며 우쭐대다가 뒤통수 맞은 한심한 꼴이 되어버린 남한은 이대로 가다가 김정은 앞에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와중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지 대통령과 외교 안보관련 장관들은 휴가를 떠나는 허세를 부리고, 유사시 국민의 목숨을 지켜 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반미 집회를 열고 있는 종북 좌파 세력들을 좌시하며, 남한을 대화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을 향해 원론적인 남북평화 회담만을 주장하는 얼빠진 정부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거리 산행계획이 없는 이번 주에는 마눌과 가볍게 근교 산행을 가려 했는데, 마눌이 일요일 일찍 서울에 가야 되고, 날씨도 더워 따라가기 힘이 든다고 하면서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매년 이맘 때쯤이면 영지버섯을 따러 가던 금곡산을 떠올리며, 올해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아 영지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나서는 길에 화산곡지 환종주를 하고 오기로 한다.


경주시 안강읍에 위치한 화산곡지를 둘러싼 무릉산, 금욕산, 금곡산 능선을 한 바퀴 돌고 원점회귀 하는 약 17Km 거리의 화산곡지 환종주는 오래 전부터 여러 산님들이 다녀온 산행기를 보았지만, 봄철에는 화산곡의 야생화 산행을 즐기고, 초가을엔 영지버섯 산행을 하면서 이곳 저곳 뻔질나게 다니던 곳이라 종주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오늘 어중간한 시간에 영지버섯을 살피면서 한 바퀴 둘러보기로 한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마눌이 준비해놓은 도시락을 물리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빵으로 바꾸어 미숫가루 1병과 얼음물 5병으로 배낭을 꾸린 후 오전 10시가 가까워지는 늦은 시간에 출발하니, 바깥 기온이 29도까지 올라가는 것이 오늘도 약간 더운 산행길이 예상된다. 10시 40분경에 경주시 안강읍 두류공단 안에 도착하여, 두류 1교 옆 커다란 느티나무 곁에 주차하고, 배낭을 챙겨 두류1교를 건너면서 산행 길은 시작된다. 


올라갈 산봉우리 바라보며 화산골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잠시 올라가다가 좌측으로 보이는 산봉우리를 향해 가는데. 여기저기 컨테이너에 매어둔 개들이 짖어대니, 어느 한 놈이라도 고리가 풀려 달려들까 신경이 쓰인다. 산으로 오르는 들머리를 찾아 잠시 어슬렁대면서 좌측으로 돌아가니, 리본이 몇 개 달린 등산로 입구가 나타난다.


산행 들머리에서 돌아본 풍경 담아보고,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잠시 가파르고 깊이 패인 것이 오래된 옛 길이다. 능선에 산소가 여러 기 있는 것으로 미루어 옛날부터 조상님 산소를 찾는 성묘 길이고, 마을 사람들이 산에 나무를 하러 지게를 지고 다니던 길인 듯하다. 오르막 길에서 돌아 본 두류공단 풍경, 좁은 산골 두류리 마을은 공단으로 변해있고 멀리 삼성산이 오뚝하다. 


바람 고요한 가파른 오르막 길에서 잠시 땀 흘리며 바람 불어주는 능선에 올라서니, 평온한 낙엽 길이 이어지고, 낙엽 위에 고개를 내민 오늘의 첫 수확 영지를 만난다. 이리저리 주위를 살피며 걷는 느려진 발걸음은 불로초 영지가 보이면 등산로를 이탈하면서 걷는다.


썩은 참나무 둥치에 묵은 영지와 햇 영지가 달라붙어 있는 곳. 당당하게 한 세월 살다가 죽은 구천을 떠돌던 참나무의 영혼들이 썩어가는 육신의 영생을 염원하며, 윤기 흐르는 검붉은 꽃으로 곱게 단장하니, 신령스러운 영약으로 환생한 불로초 불로장생을 꿈꾸는 허황된 중생들의 관심이 모여든다.


등산로를 벗어나 잠시 영지를 살피면서 걷는 걸음은 참한 영지를 만나면 초상화 한 컷 찍어주고 채취한다. 화산곡지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만나고 잠시 후 임도를 따라 이어지던 걸음은 예쁜 각시원추리 사진에 담아가며,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무릉산 정상에 올라선다. 


작은 정상석 홀로 칡넝쿨과 방초 우거진 산정을 지키고 있는 무릉산 멀리 그 옛날 서라벌 모습이 아련히 펼쳐지는 무릉산의 조망을 잠시 둘러보고, 고개를 돌리니, 산불 감시원이 떠나간 산불감시 초소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칡넝쿨이 칭칭 감아 올라 기세를 떨친다. 칡넝쿨과 방초 우거져 어수선해진 무릉산 정상을 지나 낙엽 깔린 숲 속으로 들어서니 다시 영지를 살피는 눈길이 좌우로 바쁘게 흔들린다. 


영지버섯과 운지버섯이 함께 피어 있는 참나무 버섯에 항암성분이 최초로 발견되었다는 운지버섯(구름버섯)은 약용으로 쓰이며 식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죽은 참나무에 붙어 있는 붉은 색깔이 아주 고운 간버섯은 항균성분이 있어 화상염증에 유용하며, 항종양성이 있는 약용버섯으로 이용된다고 하며, 참나무에 붙어 자라는 잔나비걸상버섯은 항암효과가 있는 식용버섯이라고 한다.


불로초 영지를 살피면서 이어지는 걸음은 묵은 영지와 햇 영지가 나란히 있는 참한 영지를 만나고, 이어서 손바닥 만한 대물 영지를 만나 사진 몇 장 남기고 고이 접수를 한다. 영지가 무더기로 피어난 죽은 참나무 아래 참한 영지를 채취한다. 지나가는 소나무 숲에서 부채처럼 생긴 커다란 영지를 만나고, 감탄사를 흘리며 마지막 초상화를 찍어준다. 


화산골에서 서라벌로 넘나들던 덕고개, 잘록한 덕고개 임도를 건너는 비탈에서 방금 올라간 듯한 산님의 발자국이 보인다. 어느덧 죄피 열매가 영글어 가는 능선 길 따라 금욕산 맞은편 봉우리에 올라서니, 앞서간 산님이 이 곳에는 들리지 않은 듯 정상에 참한 영지가 피어 반기고 있다. 맞은편 봉우리에서 금욕산으로 향하는 길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는 것이 곧 비가 올 것 같은 징조가 보이기 시작한다.


봄철에 노란 복수초가 뒤덮던 능선을 올라 금욕산(476.2m) 정상에 올라 잠시 머물던 걸음은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길,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잔뜩 찌푸린 날씨가 숲 속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발걸음을 다급하게 한다. 금곡산 삼거리에서 환종주 능선 안쪽으로 벗어나 있는 금곡산을 금방 비가 올 것 같아 오늘은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그래도 오늘의 최고봉인 금곡산을 다녀오기로 하고 걸음을 서두른다. 


삼거리에서 우측 능선을 따라 잠시 오르막 길 밟아 올라 오늘의 최고봉인 금곡산(508.5m) 정상에 도착한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금곡산 정상에서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배낭을 풀고 배낭 속에 들어있던 빵과 미숫가루 1병을 출출한 뱃속으로 바쁘게 옮겨 담고 일어나 걸음을 재촉한다. 


금곡산에서 서둘러 내려선 걸음은 능선 길에서 참한 영지를 몇 개 만나면서 다시 걸음이 더디어지고 호젓한 오솔길과 낙엽 바스락거리는 길을 달려간다. 내태재 갈림길을 지나면서 수목 사이로 바라보니 좌측 건너에 어림산이 보이고, 갈림 봉인 철탑봉우리에서 돌아보니 걸어온 금곡산 능선이 보인다.


철탑봉우리에서 갈림길이 보이지 않아 그냥 지나치다가 아니다 싶어 다시 돌아와서 수풀 헤집고 나오니, 능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갈림길에 들어서면서 철탑 봉우리 풍경 한 번 돌아보고 낙엽 바스락거리는 능선 길 서둘러 가다가 영지를 만나면 걸음이 멈추어지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면 발걸음이 느려진다. 


어두워진 숲 속은 날파리와 산모기 떼가 달려들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라 풀 가지를 꺾어 양 손에 스틱과 같이 들고 걸음 마다 흔들고 가다가 잠시 길이 헷갈려 걸음을 멈추는 순간 기회다 싶은지 무자비하게 얼굴을 공격해 들어온다. 키 작은 수목들이 우거진 곳에서 희미하게 있다가 없다가 하던 길을 잃어버리고, 잡초 우거진 비탈을 따라 그냥 고지를 향하여 올라간다.


후두둑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길이 희미한 능선에 올라 좌측으로 가야 되는데, 잠시 착각하여 우측으로 걸어가다가 알바를 하고 다시 돌아 나와 좌측으로 향한다. 있다가 없다가 하는 호젓한 오솔길이 낙엽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던 걸음은 갑자기 앞이 훤하게 트인 벌목구간에 들어서니, 속에는 가시가 달린 산딸기 넝쿨이 엉켜있고 겉에는 속성수 싸리나무와 뿔나무 등이 빼곡하게 자라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을 것 같다.


한참을 들어가다 돌아보니 이미 되돌아 가기도 버거울 것 같아 그대로 한발한발 헤집으며 나가보기로 한다. 줄줄 흐르는 이슬이 순식간에 아랫도리를 적시고 등산화 안에까지 물이 들어와 물크덩거린다. 키보다 높이 자란 우거진 수목 사이를 헤집으면서, 바라본 금곡산엔 하얀 안개가 감싸고 우측 계곡은 낭떠러지 급경사라서 탈출로는 없어 보인다.


산딸기 가시와 찔레나무 가시가 뒤엉켜 야생 동물들도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은 빼곡한 가시밭 숲 길은 올 여름 동안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어 보인다. 가시와 이슬이 빼곡한 벌목 구간을 고생고생 하며 헤집고 나오니, 좌측 아래 쪽으로 둘러오는 길과 만난다. 괜스레 헛고생을 했다는 생각을 하니, 허탈한 기분이 들어 갑자기 전신에 힘이 쪼옥 빠진다.


이어지는 옛길을 따라 꼬불꼬불 급하게 내려서니, 높이 2미터가 넘어 보이는 콘크리트 옹벽 위에 내가 서있고. 아래 쪽은 고철을 분리 파쇄하는 폐기물 공장이다. 돌아보니 비는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 다시 올라가기는 너무 먼 것 같아 옹벽 위에 버드나무를 잡고 매달려 어렵게 옹벽을 내려서서 낯선 공장 안으로 들어가 정문 쪽으로 걸어 나오니 대문이 잠겨 있어 다시 안으로 들어가보지만, 탈출할 곳은 산으로 다시 올라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고, 휴일날 공장을 지키고 있던 사나운 개들만 몇 마리 눈을 부라리며 짖어댄다.


하는 수 없이 대문 쪽으로 다시 나와서 배낭을 대문 아래로 밀어내고, 위로 타고 넘을까 하다가 옆으로 난 작은 틈새로 머리를 살짝 넣어보니 통과한다. 되겠다 싶어, 다시 옆으로 한쪽 다리를 먼저 박으로 내고 몸통을 들이밀고 빼그작거리며 간신히 빠져 나와 공장 앞으로 난 도로를 따라 서둘러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자동차에 돌아오니 비가 점점 거칠게 내리기 시작하여, 우선 트렁크 문을 들어올려 비를 피하면서, 젖은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배낭에 남은 물로 머리부터 감는다. 차 안으로 들어가 반바지로 옷을 갈아입으니 조금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느긋하게 한숨 돌린 후 내리는 빗길을 달려 포항으로 향한다.


어두워지는 시간 포항에 돌아오니 포항은 흐린 날씨에 아직 비는 내리지 않는다. '어서 오십시오.' 하며 맞이하던 마눌이, 비닐 봉지에 담긴 젖은 옷과 신발을 보고 이상하다는 듯 비를 맞았느냐고 한다. 배낭을 풀고 오늘 제법 따온 영지버섯이 담긴 검은 비닐 봉지를 마눌에게 건네며 '선물이다' 했더니, '뭔데' 하면서 들여다 보더니 금방 싱글벙글 흡족해 하는 표정이다.


젖은 배낭을 대충 정리하고 샤워를 하려고 하니, 우선 배고픈데 밥부터 먹고 하라고 하여, 삼겹살 구워 소맥 한 잔 하면서 저녁을 먹은 후 샤워를 하는데, 팔다리에 어디 빠꿈한데 없이 가시에 찔리고 할퀸 상처가 전해 오는 따가운 고통을 또 즐겨야만 한다. 둘러 오는 멀쩡한 길을 두고 가시밭 길을 헤매고 와서 사지에 상처가 아물 날이 없다는 우매한 자신이 오늘 따라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영지가 있어 지루하지 않았던 화산곡지 환종주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8.13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