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수필

한남금북정맥 1구간 (속리산 천왕봉~ 길목재~ 말티고개)

호젓한오솔길 2017. 9. 30. 09:52

 

한남금북정맥 1구간 (속리산 천왕봉~ 길목재~ 말티고개)



                                                                           솔길 남현태



총부리를 마주 겨누고 기회만 엿보고 있는 북한이 연이은 핵실험과 핵미사일 개발로 세계를 위협하고 여차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끔찍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와중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세월호 일곱 시간이 궁금하다 하여 대통령 탄핵 소추로 표류 중인 대한민국은 때 아닌 대선 열풍에 술렁인다. 하는 꼬라지들로 봐서는 이러다가 북한이 핵개발을 끝내고 위협을 가하면 나라를 고스란히 김정은에게 가져다 바치며 목숨을 구걸하는 꼴이 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된다.


북한 김정일의 장남이고, 김정은의 이복형이면서 해외를 떠돌던 비운의 왕세자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콸알라움푸르트 공항에서 김정은의 지령을 받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살해되어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형제간에 무지막지한 인간 살육을 일삼는 미친 김정은이 지배하는 북한을 곁에 두고 보면서도 정치권에서 누구 하나 국가안보 걱정을 하는 사람 없이 대권에만 열을 올리고 있으니 나라 꼴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끄러운 정국 속에 계절은 어느덧 겨울 끝자락에 걸리어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토요일인 2월 셋째 주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 주에도 토요일은 출근을 하고, 일요일은 부대표로 몸담고 있으면서 작년에 금남정맥과 대동금남정맥을 함께 완주한 고운산정 산악회에서 올해는 '한남금북정맥'과 '금북정맥' 종주를 위한 첫 산행에 참여하기로 한다.


올해부터는 북구에 살고 있는 대원들의 편의를 위해 차량 운행을 구간을 개선하여, 아침 5시에 포항시 북구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출발하여 부산프라자,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천령산 막걸리, 양학 육교, 한방병원, 승리아파트, 공대정문, 지곡 롯데마트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니, 첫 산행이라 탑승이 조금 지체되어 5시 50분이 조금 지나서 고속도로에 진입을 하게 된다. 임원진과 회원님들의 자기 소개를 마치고 인원을 파악하니 오늘 첫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21명이라고 한다.


지난 연말에 대동금남정맥을 마친 후 오랜만에 서로 만나 안부와 정담들 나누고, 새로 오신 대원들을 위해 자기 소개도 하면서 45인승 초대형 관광버스에 21명이 앉아서 가니, 조금은 할랑한 기분은 들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여유로워 보이는 듯하다.

차안에서 새기를 꼬아 정자솔 고문님이 적어 오신 소원을 기원하는 소지 아래 각자 이름을 적어 걸어놓으니 시산제 산행을 가는 분위기가 새롭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휴게소에 1번 들리고, 모두 아침 일찍 잠을 설치고 나온 터라 잠시들 눈을 붙이고 나니, 아침 9시경에 오늘 산행의 들머리 충북 보은군 대목리에 속리산 아래 대목리에 도착한다. 주차장 입구에서 조금 올라간 천황사 뒤쪽 계곡 입구에서 속리산 천왕봉을 향하여 제수를 차려놓고 한남금북정맥의 무사 완주를 기원하는 시산제를 올리는데, 춥다고 했던 오늘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퍽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대표님이 개인사정으로 산행에 참여하지 못하여 부득이 부대표인 내가 주제자가 되어 고문이신 정자솔님의 축문과 도움으로 시산제를 올린 후 간단하게 음복을 나누고 천황사 입구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9시 20분경에 속리산 천왕봉을 향하여 한남금북, 금북정맥 종주를 다짐하는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이곳 마을 이름이 '도화리'임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을 뒤로하고, 속리산 천왕봉을 향하여 골짜기를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농가 몇 채 있는 골짜기 시멘트 도로를 따라 잠시 올라가니, 멀리 고개를 든 속리산 천왕봉 모습이 보이고 바람 고요한 골짜기는 춥지도 덥지도 않는 것이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인 듯 기분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얼음 녹은 물소리 흐르는 골짜기 따라 올라 잠시 가파른 오르막길 밟아 오르니, 천왕봉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에 올라선다. 잔설이 남아 있는 목쟁이 안내판 앞에 잠시 머물던 걸음은 가쁜 호흡을 가다듬고, 미끄러운 눈길 밟아 천왕봉을 향하여 오른다. 출입금지구역 안내판 세워져 있는 뒤쪽 길이 오늘 가야 할 한남금북정맥 이다.


안내판 앞에서 산죽 어우러진 우측 길을 따라 속리산 천왕봉 정상에 올라선다. 속리산 천왕봉 정상석과 천왕봉 정상에서 멀리 문장대 쪽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암봉들 모습 장엄하게 흐르고 천왕봉 정상에는 고운산정 대원들이 머문다. 사방으로 둘러보며 풍경사진을 담아보고 후미 대원들이 모두 올라올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단체사진을 찍기로 한다.


올해 81세이신 정자솔 고문님은 80세에 1대간 9정맥을 완주하시고, 젊은 대원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체력으로 늘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계신다. 한남금북정맥의 출발점인 속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먼저 올라온 대원들의 기념사진을 찍은 후 후미에 두 사람이 아직 올라오고 있어 잠시 기다리는 동안 민트님 덕분에 알파인님과 기념사진 찍혀보고, 서리꽃 남아 있는 속리산 풍경들 카메라에 담아본다.


후미 대원이 모두 올라와 정상석 옆에 다시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천왕봉 정상을 뒤로하고, 올라온 길로 잠시 돌아내려와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 바라보며 잔설 남은 마루금 따라 발걸음 이어간다. 천왕봉 정상부에 꽁꽁 얼어붙은 잔설이 많아 아이젠을 신을까 했는데, 잠시 미끄러운 길 내려서니 평온한 능선이 이어진다.


바위와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능선길 골짜기에는 작은 저수지가 숨어있고, 고사목의 앙상한 가지들은 지난 영화를 그리며 파란 창공에 활갯짓한다. 노송들 가지 아래로 이어지는 거친 암릉길 가파른 벼랑길 올라 돌아본 풍경은 어느덧 거친 능선을 덮은 노송들이 가지 끝마다 토해 내는 봄빛이 바위 벼랑을 흘러 넘쳐 골짜기 가득 아지랑이 피어난다.


천왕봉에서 이어지는 솔 빛 푸른 능선 길 전망 바위에서 봄의 언저리를 더듬으며, 잠시 머물던 걸음은 낙엽 쌓인 내리막 길 걸어, 어느 목쟁이에 내려 서니 좌측 대목리에서 골짜기로 올라오는 한 무리의 산꾼들 뚜렷한 산행 목적지가 없는 듯 좌측으로 갈까 우측으로 갈까 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망설이고 있다.


이어지는 정맥 마루금 길 멀어져 가는 천왕봉과 속리산을 돌아보며 걷는 걸음 거친 바위길과 잔설이 남은 낙엽길 걷다가 따듯한 낙엽 능선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후미 팀들이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 동안 이미 점심을 먹은 선두팀은 먼저 일어나 걸음을 재촉한다.


부드러운 낙엽 길에도 낙엽 속에 번들거리는 복병 얼음들이 숨어 있어 앞서가던 대원이 미끄러져 넘어진다. 잔솔 푸르러 오르는 평온한 능선길 지나 가파르게 내려서는 능선길, 선두팀 재바른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내리막을 내려서면 다시 오르막을 오르고,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길 산대장님과 선돌님 세 사람이 선두로 달려간다.

 

노송들 비비 꼬고 앉은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조망은 뿌연 운무에 흐릿하게 보이고,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길 세 사람이 달려가다가 길을 잘못 왔다고 하여 한참을 돌아나오니, 좌측 비탈로 흘러 내려가는 정맥길이 보이고 뒤에 따라 오던 대원들이 앞 서간 발자국이 보인다.


잠시 가쁜 숨 몰아 쉬며 부지런히 걸은 걸음은 알바를 하는 동안 앞서간 대원들을 만나고, 작은 봉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가파른 내리막길 줄지어 내려섰다가 다시 잔설이 미끄러운 오르막 길 밀고 오른다. 하얀 오르막 길 걸어 오르니, 다시 평온하게 이어지던 낙엽 길은 고개를 숙이면서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갈목재에 내려선다. 


갈목재(390m)는 흙이 무너지고 마른 잡초가 자라있는 것으로 보아 최근에는 차량 통행이 별로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앞에 몇 사람이 지나간 발자국이 보이는 갈목재에서 절개지 철망이 끝나는 지점 철망과 석축 사이로 어렵게 통과하여 잠시 가파른 길 밀어 올리니, 트랭글 알람이 울리면서 서원봉(546m)에 올라선다.


작은 안내판과 산님들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서원봉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능선은 좌측이 바위 벼랑이고, 골짜기를 타고 이어지는 서원리 마을은 흐려지는 날씨에 운무 흐릿하다. 옛날부터 고개를 넘나드는 길손들이 가져다 놓은 돌무더기가 있는 화엄이재를 건너고,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소나무 능선길, 밴치가 놓여진 삼거리봉에 도착하니, 무슨 산인지는 몰라도 정상이 0.5Km 남았다고 한다.


이정표가 보이는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니, 우측 멀리 걸어온 능선 아래 산을 깎아 기와집들을 짓고 있는 곳 똑 같은 기와집을 여러 채 짓고 있는 이채로운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다. 이어지는 걸음은 오늘 정맥길의 종점 말티재에 내려서니, 잘려진 말티고개를 연결하려고 시멘트 터널을 만들고 위에 흙을 덮어 동물 이동 통로를 복원하려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백두대간 속리산 말티재 생태축 복원사업" 공사를 알리는 질퍽거리는 말티고개 건너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현장사무실 모습을 뒤로하고 갈목리 쪽으로 2차선 도로 위를 걸어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갈목리 솔향공원 앞에 내려오니, 말티재로 올라가는 도로 입구가 차단되어 있다. 개울가로 내려가서 진흙투성이 신발을 씻고 오후 5시경에 버스로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9시 20분경에 속리산 천왕봉 아래 도화리 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잔설이 남은 미끄러운 능선길 따라 약 19Km의 거리에 7시간 40분이나 소요된 단체 산행으로는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산행을 마치고, 오후 5시경에 버스에 돌아와 잠시 기다리니, 6시 30분경에 후미 대원들이 모두 무사히 하산을 완료한다.


버스 기사님이 미리 예약해둔 가까운 식당에 들러 산채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하산주를 나누고 저녁 8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포항으로 출발을 한다.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빗길을 달려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에 역순으로 시내를 경유하면서 회원들을 내리고 종점인 두산웨브 사거리에 하차하여,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를 맞으며 밤 11시경에 집으로 돌아오니 맨날 혼자만 산에 간다며 불만이 쌓여가는 마눌이 반가이 맞이한다.


여든한 살의 연세에 오늘 산행에 참여하시어, 축문을 비롯한 시산제 진행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젊은 후배들 못지 않는 체력으로 미끄럽고 험한 산행 길을 끝까지 완주하시며 자리를 빛내주신 정자솔 고문님을 비롯한, 산행에 참여해주신 종주대원님들과 산행준비에 심려를 기울여주신 산악회 임원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고운산정과 함께한 한남금북정맥 첫 산행길을 절찬리에 갈무리해본다.

(2017.02.19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