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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12구간 (어림고개~ 묘치~ 서밧재)

호젓한오솔길 2017. 10. 24. 15:16

 

호남정맥 12구간 (어림고개~ 묘치~ 서밧재)

 

 

                                             솔길남현태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는 주말과 추석 연휴의 중간에 끼인 10월 2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니, 직장인들에게는 사상 유래 없는 10일간의 황금연휴가 된다. 침체된 내수 경기 활성과 북핵 위협으로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민심을 추스리기 위한 방편이라고는 하지만, 정부의 바램과는 달리 서민들은 주머니 끈을 풀어 놓을 여유가 없고,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외국으로 돈을 쓰러 나가느라 연휴 내내 공항이 북새통을 이루었다고 한다.


열흘 간의 추석 연휴 동안 팀원 모두가 시간이 나는 10월 2일과 6일에 진행 중인 호남정맥 산행을 가기로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2일과 6일 이틀 모두 비가 온다고 하여, 산길 내내 수풀이 우거진 너절브레한 코스라서 산행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다가 연휴가 끝나는 9일 날 아침에 야간 교대 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일행의 시간에 맞추어 지난 7월 22일 이후 멈추었던 호남정맥 길을 이어 보기로 한다.


오늘 산행하게 될 호남정맥 12구간은 쓰러진 나무와 가시덩굴이 엉킨 산길이 험하기로 이미 소문이 나 있다. 아침에 늦은 시간에 출발을 하는 관계로 시간이 빡빡하여, 지난 여름에 산행을 하고 하산을 한 전남 화순군 이서면에 위치한 어림고개에서 화순 풍력단지가 있는 별산을 올랐다가 별로 볼거리도 없어 보이고 높은 산도 없는 수풀 우거진 가시밭 길을 걷는 서밧재까지 산행을 진행한 후 시간을 보아가면서 원래 계획했던 돗재까지 이어가기로 한다.


아침 7시 10분에 평소에 만나던 대이동 사거리에 모여서,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산행들머리 어림고개를 향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오전 10시 20분경에 어림고개에 도착한다. 지난 번에 지하수로 샤워를 한 인심 좋은 농가의 마당에 주차하고 산행준비를 하여 가파른 비탈 길 따라 성산을 향하여 오르다.


산행 들머리에서 돌아 본 어림 고개 가파른 대나무 숲 길을 차고 오르니, 무덤 몇 기 조용히 잠든 곳 무덤을 지키는 커다란 도래솔이 200년이 훌쩍 넘은 보호수 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벌목을 하여 조망이 훤하게 트인 곳에서 돌아보니, 어림고개 아래 청궁리 마을 풍경 가을빛에 취해 있고, 바람기 하나 없는 고요한 무더운 날씨에 가을빛 멍든 파란 하늘가엔 하얀 몽실 구름 두둥실 떠 다닌다.


청궁저수지와 청궁리 마을은 따가운 가을 햇살 아래 한가롭게 졸고, 벌목을 하여 훤하게 트인 조망은 바람기 없는 수풀 우거진 오르막 길에 가을 열기가 자글자글 끓어 올라 산행 시작부터 콩죽 같은 땀을 줄줄 흘리게 한다. 도가리 논들은 어느덧 완연하게 배어 나온 황금 빛이고, 인심 좋은 어림고개 마을 풍경 깊어 가는 가을 품속에 잠겨 평화롭기만 하다.

 

파란 하늘가에 떠 도는 뭉게구름 바라보며 잡초 우거진 벌목 구간을 올라 숲 속으로 들어서니, 태풍에 쓰러진 썩은 고목들은 삶이 억울하다는 듯이 양팔을 벌리고 갈 길을 가로 막는다. 그래도 계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바람기 살살 불어주는 능선 숲 속으로 이어진 걸음은 정상 표시는 없고, 리본들이 주렁주렁 달린 지도상으로 표시된 성산(583m)에 올라 서서 더운 날씨에 차오르는 가쁜 호흡 가다듬으며 잠시 쉬어간다. 


성산에서 내려서는 길은 벌목 구간이라 잡풀이 우거져 있고, 올려다본 별산에는 화순 풍력 발전기들이 줄지어 서서, 오늘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핑계인지, 답답한 더운 날씨에 황금 연휴라고 농땡이를 치는지, 미동도 않은 체 멀뚱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아직 이슬이 남아 있는 수풀 길에 들어서니, 차갑다기 보다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들어 힘이 나는 듯한 오르막 길, 좌측으로 풍력발전기로 올라가는 시멘트 도로와 창고 건물이 있는 곳을 지난다.

 

이어지는 벌목 구간의 잡목 우거진 길은 발걸음을 더디게 하더니, 산소에 벌초를 하러 올라온 사람들이 애초기로 길을 친 능선에서는 덕분에 쉽게 오른다. 길가에 흐드러진 까실쑥부쟁이 사진에 담아가며, 풍력발전기 오르내리는 임도를 가로 질러 등산로를 찾아 올라간다.


오늘같이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는 멍청하게 멈추어 있고, 돌아가는 날은 소음 공해를 일으키는 애물단지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는 정상 부 능선에 올라서니, 가을 전령사 노란 감국이 피어 600고지 산정의 가을 소식을 전한다. 감국은 어린 잎은 나물로도 쓰이고, 꽃은 술을 담그어 마시기도 하는데, 한방에서는 감기, 폐렴, 기관지, 두통, 위염, 장염, 종기 등 여러 가지 약제로 사용된다고 한다. 


억새 사이에 피어난 용담꽃은 어린 싹과 잎은 식용하며, 뿌리를 용담이라고 하여 한방에서는 쓴맛으로 맛의 감각을 자극하여 위의 기능을 증강하는 '고미건위제'로 쓰인다고 한다. 어딘가 모르게 시골티가 나는 쑥부쟁이는 어린순을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기름에 볶아먹기도 한단다.


생김새에 귀티가 흐르는 구절초는 꽃을 따서 술을 담가 먹기도 하며,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를 하는데, 한방과 민간에서는 꽃을 달인 풀 전체를 치풍, 부인병, 위장병 등에 쓰인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산정의 가을 꽃은 구절초가 제일 고귀하고 품위가 있어 으뜸으로 보인다. 바위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구절초와 가을 꽃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별산(690m) 정상에 올라선다. 


가을이 물들어가는 산정에 우뚝 멈추어선 풍차들 위로 무심한 세월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구름 빛 고운데, 걸어온 길 돌아보니, 아직은 여름의 미련이 남아서 인지 녹음 짙은 능선 마다 검은 그림자 얼룩진다. 지난 여름이 무덥던 날 양쪽 다리에 말벌 쏘인 체 절룩거리며 걸어온 멀리 무등산과 아스라한 능선 풍경 바라보니 감개무량한데, 풍차들 마저 숨을 죽인 고요한 산정에는 어느덧 가을빛 스멀스멀 물들어간다.


가야 할 능선에 늘어선 풍차들도 더위에 숨죽인 체 부동자세로 열병을 기다리고, 골짜기 청궁저수지는 가을 햇살 아래 납작 엎드려 있다. 가을 한복판에선 별산 바위 봉우리에 잠시 머물던 걸음은 풍차들 늘어선 능선을 따라 걸음을 이어간다. 추석 벌초를 한 덕분에 걷기가 좋아진 정맥 능선길 좌측 골짜기 멀리 동복호 풍경 눈에 든다.


풍력발전기 옆으로 지나는 길에 돌아 본 걸어온 능선은 군데 군데 벌목 구간에 가시넝쿨 우거져 있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엉기나는 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꼬불꼬불 임도가 올라오고 있는 우측 골짜기 풍경 바라보며, 이어지는 능선 길은 잠시 가을빛 내려앉은 한가로운 임도를 따라 걷다가 화순풍력 7 호기를 알리는 철망 옆으로 둘러가는 길은 온통 '천연정력제'로 잘 알려진 비수리풀(야관문)이 빼곡하게 자라 엉켜있다.


야관문 풀밭을 헤치고 오른 능선의 조망바위에 걸음 멈추니, 좌측으로 '동복호' 풍경이 가깝게 펼쳐진다. 빼곡한 산죽 길을 오르내리며 지난 걸음은 단풍이 물들어가는 묵은 임도에 시원한 그늘이 있는 곳에 둘러 앉아 점심을 먹으며 쉬어간다. 마치 장애물 경기를 하듯 쓰러진 나무들이 가로막은 등산로는 삼거리 포장도로가 가로 놓인 묘치에 내려선다.

 

화순 적벽 가는 길을 알리는 커다란 표지석을 지나 따끈 따끈한 아스팔트 도로를 건너, 입구에 산행 리본을 달고 능선길로 올라선다. 멀리 지난 산행길에 걸어온 산봉우리들이 바라 보이는 바람 시원한 목쟁이에 배낭을 풀고 앉아 잠시 쉬면서 올려다 보니, 쪽빛 하늘을 머리에 이고 유유히 흘러가는 뭉게구름이 너무 곱다.


여기저기 고사목 쓰러져 있는 길에서 잠시 잠시 한눈을 팔다가 여러 번 고목에 머리를 들이받아 상처가 생기고 띵해진 머리가 욱신거린다. 산소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언덕길 내려서면서 좌측으로 바라보이는 멀리 여름에 지나온 무등산과 이어지는 능선들이 아스라한 추억을 펼쳐진다. 

 

산소 앞으로 내려선 걸음은 잘록한 주라치 고개를 건너고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능선 길은 수풀 우거진 나지막한 산봉우리 천왕산(427.3m)에 올라선다. 천왕산에서 배낭을 풀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걸음은 잠시 후 우측으로 급경사 길을 내려선다. 

이어지는 능선 길도 장애물 경기를 하듯 쓰러진 나무들을 아래로 기어가고 우회하면서 걷는 너절브레하고 지루한 산행 길이 이어진다. 길을 가로막으며 쓰러진 고사목들이 대부분 소나무이고 보면 이 곳에도 어느덧 소나무들이 멸종의 위기로 몰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어지는 능선 길은 밤나무 농장으로 들어서고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알밤을 주워 먹으며 농장 길을 지나, 이어지는 길에도 소나무가 쓰러져 있다. 소나무 장애물을 통과하여, 이어지는 걸음은 자동차들 쌩쌩 달리는 국도가 가로 놓인 '서밧재'에 내려선다. 도로를 따라 잠시 좌측으로 걸어서 국도 터널을 건너고 오후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건축 공사장이 있는 수돗가에서 걸음을 멈추면서 오늘 산행을 이곳 서밧재에서 접기로 한다.


오전 10시 25분경에 어림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가을답지 않게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쓰러진 나무들과 우거진 수풀로 더디어진 발걸음은 약 14Km의 단거리에 6시간 40분이나 소요되어, 예상보다 늦은 오후 5시가 지난 시간에 서밧재에 도착을 한다. 돗재까지 약 6Km 남은 거리를 야간 산행으로 이어갈까 하다가 명절 후유증으로 체력들도 고갈되어가고, 무엇보다 포항에 도착 할 시간이 자정을 넘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오늘 산행을 여기서 접기로 한다.


화순 택시를 불러서 타고 어림재로 돌아오니 요금이 27,000원이라고 한다. 어림재 농가 지하수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포항으로 달려오는 도중에 지리산 휴게소에 들려 추어탕, 쇠고기 국밥 등으로 저녁을 먹은 후 포항에 도착하여, 이동 사거리에 내려 내 차를 타고 밤 11시경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호남정맥 제 12구간 미니 산행길 하나 갈무리해본다. 

(2017.10.09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