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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1구간 (수피령~ 복주산~ 광덕산~ 광덕고개)

호젓한오솔길 2018. 11. 9. 00:40

 

한북정맥 1구간 (수피령~ 복주산~ 광덕산~ 광덕고개)


                                                  솔길 남현태


* 위 치 : 강원 철원군 근남면 - 강원 화천군 사내면

* 일 자 : 2018.10.28(일)

* 날 씨 : 눈, 비

* 동 행 : 알파인님, 산이좋아님, 뜸달님, 호젓한오솔길

* 산행코스 : 수피령- 복계산(1,054m)- 촛대봉- 복주산(1,152m)- 하호현- 회목봉(1,025m)- 회목현- 상해봉삼거리-

                   광덕산(1,046.3m)- 광덕고개

* 산행거리 : 22.75 Km (정맥거리: 22.75 Km)

* 산행시간 : 약 8시간 17분소요(이동시간 7시간 45분)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적폐의 대상으로 발목을 잡으면서, 오로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제로 궁지에 몰린 북한의 폐륜아 김정은 구출에만 올인 하고 있는 듯한 종북 좌파 정부의 실정으로 연일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경제 파탄은 서민들의 삶이 IMF 금융위기 때 보다 팍팍하다고 한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자연의 섭리로 돌고 도는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가을은 어느덧 시월이 며칠 남지 않은 마지막 주말로 접어든다.


지난 주에 호남정맥과 금북정맥을 한꺼번에 마무리를 하고 나니, 이제 1대간 9정맥 중에 한강의 물줄기를 남북으로 끼고 도는 한남정맥과 한북정맥 단 2개만 남기게 된다. 포항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겨울에 눈이 쌓이면 산행이 어려운 한북정맥부터 시작하여, 내년 여름 더위가 오기 전까지는 남은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을 모두 끝내기 위해 당장 이번 주부터 한북정맥을 시작하기로 한다.


밤 11시에 지곡 초등학교 앞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저녁 10시 30분에 장성동을 출발하여, 가는 도중에 나루끝에서 뜸달님을 태워서 후미진 곳에 위치한 지곡으로 가는 길이 시내를 통과하니 생각보다 불편하다. 차라리 고속도로 IC로 가는 것이 가깝고 올 때도 편리할 것 같다고 하여, 차를 돌려 고속도로 입구에서 만나기로 한다. 고속도로 출구 IC에 내 차를 주차한 후 길을 건너서 산아좋아님 차로 옮겨 타고 4명이 강원 철원군에 있는 한북정맥의 출발점인 수피령으로 향한다.


중간 지점쯤 되는 충북 단양휴게소에 잠시 들러 운전을 교대하고 산행들머리 아래 다목리 마을에 도착하여, 24시간 순대국밥 집 앞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니, 영하 1도라고 하던 이곳 날씨가 포항 날씨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춥게 느껴진다. 새벽 시간에 주인 부부가 함께 정성껏 차려주는 뜨끈한 순대국밥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은 후 식당 안에서 등산화를 갈아 신고 산행준비를 하여 수피령으로 향한다.


다목리에서 약 3Km 거리에 있는 수피령으로 이동하여, 새벽 5시경에 영하의 기온인 수피령 고개 아래 어둠 속에 우뚝서 있는 대성산지구 전적비 앞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하고 전적비 뒤로 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하는데, 고개 위에 버스가 한 대 도착하더니 우르르 토해내는 전북 익산에서 온 30명의 산꾼들 속에 함께 어울려 산행을 시작하게 된다.


시작부터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파른 길 밀고 오른 걸음은 촛대봉 삼거리에 도착하여, 정맥 길에서 0.7Km 벗어나 있는 복계산을 언재 이곳에 또 오랴 싶어 다녀오기로 한다. 어둠 속으로 오르내리는 조금 거칠게 느껴지는 바위 길을 따라 사방이 캄캄한 복계산(1,057m) 정상에 도착하여, 전북 익산에서 온 산님들의 도움으로 우리팀 기념사진을 찍은 후 복계산 정상에 설치된 낡은 이정표를 사진에 담아보고, 돌아서 나오는 길에 산님들의 텐트가 있는 복계산 헬기장에서 바라보는 동녘 하늘에는 붉은 여명이 밝아온다.


복계산에서 왔던 길을 따라 촛대봉으로 돌아 나와 다시 이어지는 정맥 길은 어둠이 서서히 밝아오는 속으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는 낙엽 깔린 완만한 능선 길 따라 오르락 내리락 발걸음을 이어간다. 걸어온 길은 차츰 늘어나고 갈 길은 점점 줄어드는 이정표들을 만나면서 이어지는 낙엽 능선 길에 내리기 시작하는 싸락눈은 어느덧 서서히 쌓여가기 시작한다.


안개 자욱한 속으로 싸락눈 맞으면서 낙엽 쌓인 봉우리에 올라서면, 다시 내리막 길이 이어지는 촉촉한 낙엽이 부드러운 능선 길은 복주산 정상이 3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잠시 가파르게 밀고 오른다. 쏟아지는 눈은 갈색 낙엽 위를 하얗게 덮어가는 쌓인 눈이 점점 미끄럽게 느껴지는데, 눈보라로 인해 하얗게 성애가 끼어 잘 보이지 않는 안경이 거추장스러워 아예 벗어 배낭에 넣고 걷기로 한다.


원래 오늘 일기예보에는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하여, 영하의 기온에 혹시 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왔는데,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예상외로 너무 많이 쌓여만 가는 것 같아 모두 아이젠을 가지고 오지 않은 하산 길이 은근히 걱정이 된다. 하얗게 퍼부어 대는 눈보라 속을 걸으니, 올해의 첫 눈 산행은 예상보다 빨리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10월의 한북정맥 길에서 맞이하는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하얗게 변해가는 산수화 속으로 걷는 발걸음 나무들이 내려놓은 낙엽 위를 덮은 눈이 미끄럽게 느껴지고, 낙엽을 지운 앙상한 가지에는 하얀 겨울의 영혼들이 아름답게 피어나기 시작한다. 어느새 낙엽 내리막 길은 미끄러운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하고, 바위 봉우리 올라가는 비탈길에서는 걸음이 더디어지기 시작한다.


가을에 눈이 와도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상상도 못한 터라 모두 아이젠 없이 오르는 바위 길이 미끄럽고 위태롭게 느껴진다. 로프를 당기면서 오르는 바위 벼랑길 조심조심 오르고 나면, 가지 마다 하얗게 피어 나는 눈꽃들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서두르는 발걸음이 다시 미끄러운 바위 벼랑길을 로프를 잡고 오른다.


홀 벗은 엉크런 가지 마다 알몸에 하얗게 분 칠을 하고 있는 신비로운 자연의 조화를 바라보면서, 산봉우리를 알리는 트랭글 신호음과 함께 오늘의 최고봉인 복주산(1,152m)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석 뒷면에 철원군 근남면 장곡리 산133-1번지를 알리는 하얀 복주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본다.


복주산 등산로 안내판을 사진에 담아보고 정상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까탈스러운 벼랑길 어렵게 내려서니, 잠시 후 또 다시 로프를 잡고 미끄러운 바위 벼랑길이 이어진다. 바위 벼랑 어렵게 내려서면, 눈꽃들이 피어 나는 하얀 설경 속으로 걷다가 다시 오르막 길 이어지며 차츰차츰 고도를 낮추는 발걸음은 쌓인 눈이 자취를 감추고, 아직 가을 단풍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낙엽 비탈을 급하게 내려선다.


낙엽 속에 눈이 남아 미끄러운 길, 가파른 급경사에 군인들이 폐 타이어로 만들어 놓은 계단 길을 따라 고도를 팍 낮추어 올라오는 낯선 산님들 무리가 보이는 하호현에 내려선다. 이곳 하오현에서 한북정맥 2구간을 시작한다는 단거리 산행 팀이 출발을 하고, 우리는 이곳 하오현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바람을 피하여 조금은 지저분해 보이는 시멘트 벙커 속으로 들어가 오돌오돌 떨면서 점심을 먹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던지, 비 그친 날씨가 잠시 희미한 햇살을 비추어준다. 점심을 먹은 후 땀이 식어 떨리는 몸으로 다시 타이어 계단길 밟아 고도를 높이며 이어지는 능선 길에는 낙엽 위에 잔설이 남아 있고, 등산화 속에서 습기를 빨아 먹은 양말이 축축하게 느껴지는 발걸음은 다시 체온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활기를 찾아간다.


국방부 유해발굴 감식단에서 실시하고 있다는 6.25 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이라는 표지판이 여기저기 붙어있는 안개바람 차갑게 느껴지는 능선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낙엽 위에 미끄러운 눈길이 잠시 솟구치는가 싶더니, 이 곳이 '회목봉'임을 알리는 산마니아 님의 나무판자 팻말이 걸린 1,026m 봉우리에 올라선다.


회목봉에 우리팀 리본도 하나 달아 놓고, 이어지는 내리막 길이 미끄럽게 느껴지면서 일행들이 자꾸 넘어지기 시작한다. 하루에 10Km 정도의 짧은 산행을 한다는 앞에 가던 서울 팀들을 모두 추월하면서 미끄러운 급경사 눈길을 달려 내려서니, 다시 화사했던 지난 가을의 초상화가 남은 마른 단풍길이 이어진다.


남녘에는 이제부터 서서히 가을 단풍이 절정을 이루어가고 있다지만, 이 곳은 이미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가을의 여운을 즐기면서, 천문대로 오르는 아스팔트 도로가 놓인 회목현에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상해봉 삼거리에 도착하여, 한북정맥 길에서 벗어나 있는 암봉인 상해봉은 젖은 눈길이 위태로워 오늘 산행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조경철 천문대가 있는 광덕산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도로로 변한 마루금을 따라 걷는 걸음은 조경철 천문대를 지나고 기상 관측소 쪽으로 가는 길에 돌아본 천문대에는 사방으로 주차장에 자동차가 한 대도 보이지 않고 조용하기만 하다. 관측소로 가는 길가에 6.25 전투현장 알림판 앞에서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기상 관측소를 지나 우측 등산로에 접어들어 마지막 눈길을 밟으며,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광덕산으로 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여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광덕산(1,046.3m)에 도착하여, 낯선 산님들의 도움으로 우리팀 단체로 기념사진 찍혀보고, 마지막의 아쉬움이 남는 듯 안내판 앞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가을의 여운을 밟으며 광덕고개를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가을이 고운 작은 산봉우리에 우리의 리본을 달아 놓고 화사한 가을날의 추억을 밟으며, 서두르는 발걸음이 멋진 바위 앞에서 잠시 머무르니 후두득 흐두득 내리는 비 소리가 발걸음을 몰아친다.


고운 단풍들의 영혼 속을 걷는 머리 위에서 갑자기 우당탕거리는 천둥소리가 이어지고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이제 다 내려 왔으니 망정이지 산행 중간에서 이런 천둥과 소나기를 만났더라면 낭패를 당할 뻔 했다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그칠 무렵 가파른 비탈길 내려서니, 눈 앞에 반가운 광덕고개 휴게소가 나타난 길가로 내려서서 안내판 앞에서 마지막 기념사진 찍어본다.


새벽 5시경 영하의 추위 속에 강원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 수피령에서 출발하여, 첫 눈이 내린 하얀 산길과 가을의 여운이 남은 화사한 마른 단풍 길을 원 없이 걸은 약 22.7Km 거리에 8시간 17분 정도 소요된 뿌듯한 산행을 마치고, 오후 1시 17분경에 강원 화천시 사내면 광덕리에 위치한 비 내리는 광덕고개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광덕고개 화장실 앞에서 우의를 벗고 찬물로 씻고 나니 젖은 몸에서 오돌오돌 한기가 느껴진다. 잠시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난로 가에서 기다렸다가 도착하는 택시를 타고 수피령으로 돌아오는 길에 눈이 많이 왔어 조금 힘이 들었다고 하니, 택시 기사가 산에 눈이 왔어요? 한다. 눈 사진을 보여줬더니, 아직 10월인데 눈이 그렇게 많이 왔어요 하며 놀라는 눈치다. 광덕고개에서 빗길을 달려 수피령에 도착하니 택시비가 38,000원 정도 나온다.


히터로 따뜻하던 택시에서 내리니, 다시 덜덜 떨리는 몸으로 서둘러 차를 타고 아침을 먹었던 순대국밥 집에 들리니, 문이 열려 있고 TV 도 켜져 있으면서 아무리 찾아도 주인이 없다.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하여 할 수 없이 바로 포항으로 향하면서, 모두 따뜻해진 차 안에서 옷을 갈아 입고, 도중에 마트에 들러 막걸리를 4병이나 싸가지고 와서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만 마시기로 하고, 나는 포항 가서 운전을 해야 하므로 한 잔만 마시고 나니 갈증이 나서 반 잔을 더 마신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혼자 막걸리를 많이 마신 사람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여, 단풍 객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룬 복잡한 안동휴게소에 들렸다가 나오는 길에 주차를 하려는 관광버스가 우리 차를 문지르는 작은 접촉사고가 발생한다. 보험회사를 불러 사고 처리를 하느라 치적치적 내리는 밤비 속에서 1시간 이상 지체된다.


모두 조금 가라앉은 기분으로 포항으로 돌아와 고속도로 IC 에 주차해 둔 내 차로 뜸달님과 함께 타고 오다가 나루끝에서 내려주고, 저녁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집에 도착하여, 마눌이 차려놓은 제육볶음 안주에 혼자 하산 주로 소주 한 잔 마시면서 시월에 하얀 눈 속을 걸어본 한북정맥 1구간 산행 길 추억 하나 갈무리해본다.

(2018.10.28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