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홍 피는 어느 봄날의 산책길
솔길 남현태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동
* 일 자 : 2019. 04. 14 (일)
한동안 주변을 달구던 화사한 벚꽃 잔치는 이제 중부지방으로 멀찌감치 올라가고, 주위에는 라일락과 영산홍이 피어나 봄이 한창 무르익은 계절은 4월도 어느덧 둘째 주말을 맞이한다. 며칠 전에 전국적으로 제법 많은 봄비가 내려 메말랐던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산불이 심했던 강원 산간 지방에는 200mm가 넘는 많은 눈이 쌓여 봄 풀이 피어나는 4월에 스키장을 다시 개장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이국적인 환상의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11일에 한미 정상 회담을 위해 미국을 다녀온 좌파 등신 대통령 문재인은 노련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도 한 마디 제대로 나눌 수 없는 약 2분간의 어처구니 없는 단독 회담으로 준비해간 것은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겨우 점심 한끼 얻어 먹은 결과로 10조원이 넘는 첨단 무기들을 강매 당하고 돌아온 대형 외교 참사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하노이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트럼프에게 왕따를 당하고 돌아간 김정은에 이어, 선물 보따리를 들고 찾아간 문재인도 트럼프에게 무시를 당하고 어려운 숙제들만 잔뜩 받아 돌아오니, 국제적으로 나라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개망신을 당하고 왔다고 한다.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오로지 북한 김정은에게만 메달리던 좌파 정권의 자업자득 이라 생각하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참담하고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임기 내내 적폐청산만 부르짖으며 탈 원전 정책, 4대강 보 철거 등 지난 정권의 업적 지우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나라의 경제, 외교, 안보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삐그덕 거리기만 하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천길 벼랑을 향해 굴러가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어리석은 저 촛불 세력들은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다), 이문덕(이개 다 문재인 덕분이다)을 외치는 문비어천가를 부르며 문재인을 찬양하고 있는 꼴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가 없다.
이번 주에는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태풍 급 강한 바람을 동반한 많은 비가 오고, 강원 산간지방에는 눈이 내리며 포항에도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여 모든 휴일 계획을 포기하고 촉촉한 봄비를 기다리게 된다. 하여 일요일에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을 먹은 후 비가 오기 전에 집 사람과 같이 근처 장량산이나 한 바퀴 돌고 오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얼마 전부터 아파트 현관 입구에 만개하여, 드나드는 주민들에게 진한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라일락은 오늘 처음으로 찐한 향기에 카메라를 겨누어 본다. 아파트 화단에 피어 있는 화사하게 피어 나는 영산홍 풍경 사진에 담아보고 근처 장량 산으로 향하니, 미군부대가 있던 곳을 지나 장량농원이 있는 골짜기에 들어서고, 꽃샘 추위 속에서 마지막 자태를 사르는 산벚꽃과 연둣빛 연초록 잎새들이 어우러지는 산자락은 이러다가 계절이 바로 여름으로 훌쩍 넘어 가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골짜기 입구가 미군부대로 막혀 있었을 당시에 장량농원으로 넘나들던 유일한 고갯길은 양쪽으로 자동차 바퀴가 닿는 부분만 콘크리트로 포장한 좁은 도로를 따라 꼬불꼬불 절묘하게 이어지고, 발아래 골짜기에는 어느새 연초록 장막을 짙게 드리운다. 빼곡한 소나무 숲길 따라 장량산 산책길을 오르내리던 걸음은 마장지(창포지) 상류에 농가들이 있는 골짜기로 내려서고, 마장지 물 위에 설치되어 있는 나무데크 길을 건너, 물가에 놀고 있는 거위와 오리들 풍경 바라보면서 저수지 재방으로 걸음을 이어간다.
어린 아이처럼 가슴에 명찰을 달고 창포지(마장지) 재방에 서있는 늙은 벚나무는 40여 년 전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저기 아래쪽 산 너머 나루 끝에 있었던 미군부대 앞에 사는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 따라 포항 시내에서 이 곳으로 오는 유일한 통로였던 일제시대 때 동해안 철도 설치 공사를 진행하다가 해방이 되면서 중단되어버렸다는 무섭게 느껴지던 낡은 터널 두 개를 지나 후미진 강촌이었던 이 곳까지 놀러 왔을 때에도 호젓한 못 둑에 홀로 선 거목 벚나무는 화사한 벚꽃을 피우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시원한 벚나무 그늘 아래 자전거를 세우고 흘린 땀을 식히며 같이 쉬어가곤 하던, 이 곳이 고향인 키가 큰 그 친구는 지금은 소식을 알 수 없건만, 이 곳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이제는 같이 늘어가는 처지가 된 벚나무는 아직도 건제한 모습으로 포항에서 제일 큰 어른으로 대접 받으며 해마다 화사한 벚꽃을 피우고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못 둑에 커다란 교회까지 생기면서 줄을 잇는 포항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 연꽃단지로 개발이 된 창포지(마장지)의 가마득한 전설을 이야기한다.
예쁜 명찰을 단 벚나무는 포항시 최고령 벚나무 옆에 교회가 들어서고 유원지로 변해버린 창포지 못 둑은 한가로운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창포산 자락을 둘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옛날 미군부대 앞에 있는 신제지의 화사한 영산홍 무리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이곳 신제지는 길 건너편에 있다가 지금은 철거가 되고 없어진 미군부대 유류 저장소 아래 위치하여 한 때는 많이 오염된 듯하였으나 지금은 새롭게 준설하고, 연꽃과 수련을 가득 피우니 물속엔 물고기들이 자란다. 봄이면 주위에 화사한 벚꽃을 피우는 주민들의 쉼터가 되어, 해마다 벚꽃 피는 시기에 포항시에서 주관하는 장량떡고개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주에 장량떡고개 벚꽃축제가 열렸던 신제지는 벚꽃은 이미 간 곳이 없고 호수 주변에 심은 영산홍과 모든 나무들이 다투어 연초록과 연둣빛을 토해 내는 봄날의 향연에 아담한 궁전의 정원을 연상케 하고, 작은 호수 주변을 돌면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습 즐겁다.
유난히 붉은 애잔한 빛을 토하여 검은 나비를 유혹하는 화사한 영산홍, 무더운 여름날 연꽃들이 펼치는 수중 발레를 공연을 보기 위해 저수지 주변 객석에는 봄부터 단장을 한 연산홍들이 모여 앉아 갖은 교태로 응원전을 펼치는 신제지 봄을 알리는 꽃들의 함성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면서, 산책을 끝낸 가벼운 발걸음은 집으로 향한다.
전국적으로 강풍을 동반한 비가 오고, 오후 3시부터 포항에도 비가 온다던 날씨가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흐려있다가 맑아지기 시작하니, 괜스레 엉터리 일기예보에 지레 겁을 먹고 농락당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마눌은 약 10Km 거리에 2시간 30분 정도 걷고 온 뒷산 산행길이 체력에 딱 맞다 하면서 즐거운 표정이다.
지난 3월 중순에 1대간 9정맥을 끝내고 몇 주간 산행을 쉬었더니, 어느새 나태해진 육신은 살이 오르기 시작하고 잠들었던 근육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이제 서서히 산행 길로 나서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까운 곳으로 봄나물이나 따러 다니는 알뜰한 산행 길에 봄날은 간다.
(2019.04.14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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