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에 찾아간 3월 봄나물 산행
솔길 남현태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 일 자 : 2019. 03. 30 (토)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꽃샘추위 속에서도 여느 해 보다 일찍 찾아 온 듯한 봄은 이미 무르익을 대로 익어 아파트 주변의 벚꽃들이 며칠 전부터 화사하게 꽃망울을 터트린다. 간밤에 일부 타 지방에는 봄을 시샘하는 눈이 내렸다고 하지만, 다행히 포항에는 새벽에 비가 살짝 내리고 화창하게 개인 날씨에 꽃잎이 애처롭게 흩날리는 3월의 마지막 주말을 맞이한다.
다음 주 4월초에는 월요일이 내 생일이고, 화요일이 어머님 생신, 목요일이 둘째 손녀의 100일이 몰려 있어 이번 주말에 가족들이 모두 모여 생일과 100일을 겸해서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한다. 하여, 토요일 아침에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을 모시러 가면서 바라보는 비학산과 괘령산에는 지난 주 보다 봄이 성큼 다가 온 산자락이 푸릇푸릇 연둣빛으로 물들어 간다.
매년 4월 둘째 주쯤에 두릅을 찾아 양지바른 야산으로 나물산행을 가곤 하였는데, 길가에 푸르러 오르는 연 초록을 바라보니, 여느 해 보다 계절이 일주일 이상 빨리 찾아온 것 같아 늘 가던 곳에 머위가 있는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머님을 포항에 모셔다 놓고 서둘러 배낭을 꾸려 정오가 막 지나는 시간에 집을 나선다.
아파트 창문 밖에 활짝 핀 벚꽃 풍경을 10층에서 내려다보니, 주차장 주변의 정원수들은 가지마다 연둣빛 새싹을 파릇파릇 밀어낸다. 배낭을 매고 아파트 아래로 내려와 떨어지는 벚꽃을 밟으며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길, 화사한 햇살 아래 만개하여 떨어지는 꽃잎들의 탄식소리 들리고, 연산홍도 볼록볼록 눈을 뜨기 시작하니, 주위에 눈만 돌리면 온통 흐드러진 것이 꽃인데, 일부러 꽃구경하러 멀리까지 가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봄바람에 나부끼는 벚꽃들의 향연을 사진에 담으면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시동을 걸고 포항시 북구 신광면 쪽으로 향한다. 아직 화사하게 진달래가 남아 있는 산자락으로 접어드니 마지막 참꽃들이 비탈에 모여 앉아 오는 봄을 노래한다. 올해도 봄이 한꺼번에 몰려와 지난 주에 한 며칠 초여름 날씨를 보이더니, 봄 꽃들이 순서가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피어 복사꽃이 진달래와 같이 피고 있다.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골짜기에 접어드니, 마지막 열정을 사르는 연분홍 진달래가 불꽃처럼 타오른다. 곱디고운 진달래가 애잔한 핏빛을 토해 내는 골짜기 어느덧 양지쪽에 일찍 핀 두릅도 몇 개 꺾으면서 계곡을 더듬어 올라가니, 몇 년 전부터 찜을 해둔 머위밭에는 최근에 나물꾼들이 이미 훑고 지나간 뒤라서 아뿔싸 했는데, 산비탈 한 곳에 빠트리고 간 머위밭을 발견하고 쾌재를 부르며 잎을 채취한다.
얽이고 설킨 덩굴에 복사꽃 화사한 무릉도원 골짜기에 피어난 제비꽃, 산괴불주머니, 야생화 사진을 카메라에 담으며 올라가다가 만나는 고비나물도 채취를 한다. 대체로 흡족한 머위나물 채취를 끝내고 진달래들의 환송을 받으며, 자동차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아들에게서 언재 오시느냐고 전화가 걸려온다.
바쁘게 자동차로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보드라운 쑥을 발견하고 얼른 먹을 만큼 뜯어서 서둘러 집으로 달려오니, 가족들이 모두 도착하여 저녁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 채취한 고비나물, 두릅나물, 쑥나물, 머위나물 보따리 풀어놓고, 증조할머니 품에 안긴 둘째 손녀 지윤이와 첫 대면을 하니 낯을 가리지 않고 순한 것이 울지를 않는다.
백일을 맞이하는 지윤이, 귀염둥이 채윤이는 동생이 생기고 나니 자기가 언니 라면서 더 점잖아진 듯하다. 간단하게 지윤이 100일 상을 차려놓고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채윤이의 축하 속에 지윤이 백일 기념사진을 찍은 후 생일 축하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이어진 술자리는 두 아들과 같이 세 사람이 4리터짜리 복분자 담금주 한 병을 거들낸다.
일요일 오후에 점심을 먹은 후 큰아들 가족이 먼저 대구로 돌아가고, 잠시 후에 어머님도 시골에 들어가시겠다고 하여 집 사람이 태워드리려고 같이 나간다. 작은 아들은 휴가를 내고 왔다면서 하룻밤 더 자고 월요일 오전에 전주로 돌아가면서 기해년 새봄에 맞이한 내 생일과 어머님 생신, 손녀 지윤이 100일 행사로 모인 가족 만남이 끝이 난다.
(2019.03.31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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