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짝사랑
솔길 남현태
하늘 찌르는 참나무 숲에
무슨 전쟁이라도 일어난 듯
칭칭 감아 올라 붉게 타는 담쟁이
지친 듯 달아오른 표정
가을 숲 속을 핏빛 물들인다
묵묘 옆에 도래솔처럼 자란
참나무 몰래 타고 오른 담쟁이
제각기 곧은 몸뚱어리 꽁꽁 끌어안고
조곤조곤 정겨운 사랑이야기
귀엣말로 속삭인다
뼈대 있는 참나무들은
칭얼대며 못살게 달려드는
개살궂은 담쟁이들이 얄밉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게슴츠레한 표정
질린 모습 석양에 역력하다.
(2019.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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