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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일출 및 동부능선 명소탐방 산행

호젓한오솔길 2019. 11. 23. 11:30


지리산 천왕봉 일출 및 동부능선 명소탐방 산행 

 

                                                 솔길 남현태

 

* 위 치 :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 경남 함양군 마천면 벽송사

* 일 자 : 2019. 10. 27 (일)

* 날 씨 : 맑음

* 동 행 : 포항산마루클럽 산악회 동참

* 산행코스 : 중산리~ 장터목 대피소~ 천왕봉(1,915.4m)~ 중봉(1,874m)~ 하봉(1,781m)~ 영랑대~ 두류봉~

                   청이당계곡(중식)~ 허공다리골 갈림길~ 산청(진주)독바위~ 새봉~ 함양독바위~ 와불산~ 벽송사주차장

* 산행거리 : 약 23.26 Km            

* 산행시간 : 약 12시간 06분 (휴식,기다림 : 2시간 44분)

 

지난 8월 25일에 포항산마루클럽 산악회를 따라 지리산 반야봉, 뱀사골 산행을 다녀오고, 두 달 동안 산행을 전혀 가지 않고 있는 동안에 운동 삼아 혼자 내연산을 한 반 다녀온 것이 전부인 듯하다. 산악회에서 간다는 산행지도 대부분 다녀온 그 산이 그 산인 듯하고, 포항 근교의 산들은 대부분 몇 번씩 올라 본 터라 다녀와서 산행기를 적으려 해도 그게 그거인 것 같아 이제 국내 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수백만의 분노한 국민들에 의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쫓겨난 법무부 장관을 대체 할 후보가 없어 쩔쩔 매고 있을 정도로 정권의 도덕성이 침몰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 답답한 국민들의 상실감은 크기만 하다. 청와대의 핵심 이였던 조국 가족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를 중단시키고, 수사하고 있는 검찰을 몰아낸 후 사건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급하게 공수처 설치를 페스트트렉으로 통과시키려고 안달이 나 있는 조로남불 좌파 정권의 도덕성은 타락할 대로 타락하여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접어둔 낚싯대와 배란다 에서 햇볕에 바래가는 낡은 자전거를 보면서, 때로는 이쯤에서 하산을 하고, 옛날 젊을 때 즐기던 낚시로 다시 돌아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동안 적어오던 산행기와 달리 골짜기 마다 박혀 있는 작은 소류지들을 찾아 고요히 밤을 새우면서 인간사와 조금 더 가까운 잔잔한 이야기들을 낚시와 라이딩에 담아 일기를 적어보는 것 또한 다른 재미가 생길 수도 있을 듯하다.

 

포항 산마루클럽 10월 정기 산행에 함께 가자는 전화를 받고 같이 동참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산악회 카페에 들어가서 보니 산행지가 지리산 천왕봉이고 산행거리도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 동안 산행을 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무작정 따라 나서는 것은 지리산 천왕봉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고 하여. 잠들어 있는 종아리 근육이라도 깨우기 위해 지난 주에 비학산, 괘령산을 연계한 산행을 잠시 다녀온다.

 

그 동안 포근하던 가을 날씨가 산행을 가는 주말에는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춥다고 한다. 일기 예보를 찾아보니 일요일 새벽 지리산의 기온이 영하 1도에 바람이 시속 5m 나 분다고 한다. 반면에 하산 지점인 함양군 마천면의 낮 기온은 영상 17도라고 하니, 체감온도의 일교차는 20가 넘을 듯하다. 어떤 옷을 입을까 망설이다가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갈아 입을 얇은 옷은 챙겨 넣으며 배낭을 꾸린다.

 

토요일 밤 11시에 포항시 북구 흥해읍 소방서 앞에서 출발하여 포항온천을 거처서 오는 버스를 지정 장소가 아닌 집 근처로 지나는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탑승하여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오광장 롯데마트, 이동사거리를 경유하면서 회원님들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진입한다. 차내 불을 끄고 모두 잠을 청하여보지만 평소에 잠을 늦게 자는 버릇 때문인지 달리는 차 안에서 잠이 오지 않아 많이 뽀시락 거리며 민폐를 끼친듯하다.  

 

가는 도중에 논공휴게소에 한 번 들리고, 잠시 후 거창휴게소에 들러 산악회에서 준비한 국밥으로 든든하게 이른 아침을 먹은 후 새벽 2시 53분경에 산행들머리인 중산리에 도착한다. 각자 산행 준비를 하고, 중산리에서 장터목 대피소를 둘러서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팀과 법계사 쪽으로 바로 천왕봉에 올라가는 팀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한다. 

 

욕심내지 않고 각자 체력에 맞는 산행이 중요한 듯 나도 오늘은 잠이 모자라는 조금 고단한 산행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주위에 불이 꺼져 있는 중산리 탐방 안내소 앞을 지나 이어지는 걸음은 어둠 속에 보이는 칼바위 앞을 지난다. 골짜기 싸늘한 물소리를 따라 장터목 대피소를 향하여 오르는 길은 가끔 우렁찬 폭포 소리와 주위에 단풍이 익어가는 모습이 언뜻언뜻 랜턴 불빛에 스치고 지나간다.

 

안타까운 마음에 카메라를 뽑아 들고 겨누어보지만, 결과는 마음이 흔들려서인지 쓸만한 작품은 한 장도 건지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다. 날씨가 춥다고 하여 두꺼운 겨울 옷을 입고 온 나에게는 조금 사늘한 날씨에 간간히 불어주는 찬바람이 고맙게 느껴지는 길, 가끔 고개 들고 올려다 본 깜깜한 밤 하늘엔 별들이 총총 박혀 반짝이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은 참으로 오랜만에 아련한 옛 추억을 느껴보는 기분이다.

 

겨울 기모 티와 바지를 입고도 처음에는 조금 선선하게 느껴지던 걸음이 몸이 달아 오르기 시작하면서 내뿜는 땀이 등허리를 적시고, 모자챙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마치 여름 산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중산리에서 약 2시간 정도 소요된, 새벽 5시경에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천왕봉 일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 동안 젖은 땀이 식으니 으실으실 한기가 느껴진다.


젖은 옷 겉에 그냥 바람막이를 껴입고 새벽 5시 40분경에 한기를 느끼면서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을 한다. 덜덜 떨리는 기분으로 새벽 바람이 차갑게 불어오는 재석봉 돌계단 길을 잠시 오르니, 식었던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장갑을 낀 손끝이 시려온다. 장터목 산장에서 여유 있게 출발하여 천천히 천왕봉의 일출 시간에 맞추어 걷는다는 것이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마음으로 움직이다 보니, 재석봉을 지나 천왕봉 오르는 길은 사람들로 밀려 이동 속도가 느려지니 잠시 조급한 마음은 들었으나, 다행이 해가 뜨기 전에 예정대로 천왕봉에 도착을 한다.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에 천왕봉 정상에 도착하니,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고, 바위에 고인 물은 표면에 얼음이 얼어있다. 바람의지 되는 곳에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보니, 서쪽으로 반야봉과 노고단까지 지리능선이 한 눈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시간, 동녘 하늘 멀리 옅은 운무 속으로 아침 해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옅은 구름을 밀어내고 슬며시 올라와 순식간에 눈을 부시게 하는 일출 천왕봉의 아침 일출은 오랜 시간을 추위에 벌벌 떨면서 기다리는 인내의 시간에 비해 환희의 순간이 너무 짧게 끝나는 아쉬움에 똑딱이로 아침 일출 광경을 살짝 당겨본다. 일출 구경을 위해 올라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정상석으로 몰려들어 정상석 주변에는 접근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혼잡하다.


동쪽으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바위에 앉은 사람들은 일어날 줄은 모르고, 미련이 남은 사람들은 연신 카메라를 겨누어보고 있다. 정상석 구경이나 하고, 사진 한 장 남길까 하고 다가 갔으나 겨우 정상석 뒷모습만 눈으로 한 번 보고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돌아선다. 


아침 햇살에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 지리 능선을 돌아보고, 정상석 주변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에 조금 전에 같이 올라온 우리 일행을 찾아보았으나 아무도 보이지 않고 낯선 사람들만 미련이 남는지 늦은 일출 사진을 찍으라 붐비고 있다. 산행대장님을 만나니 저기 아래쪽 중봉 가는 입구에 바람이 없는 곳으로 모여서 함께 출발을 하자고 한다.

 

해가 떠 오르니 바람 끝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지고 기를 받은 천왕봉 주위에 활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복잡한 바위 봉우리 천왕봉 아래로 내려와서 일행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이정표에서 대원사 쪽으로 중봉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중봉으로 가는 도중에 우측으로 천왕굴이 있다고 하여 답사를 하기로 하고, 알바를 한 번 하고 올라와서 다시 우측으로 바위 벼랑길을 찾아 따라 내려간다. 바위 벼랑 아래로 따라 들어가니 멀리 동굴 입구가 보이고, 바위 밴드락으로 접근하는 길이 조금 까다롭다.

 

드디어 동굴 입구에 도착을 하고 천왕굴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협소하게 느껴지고, 아래쪽에 석축을 쌓아서 바닥을 고른 작은 동굴이 나타난다. 이 곳에서 생활을 했던 흔적은 보이지 않은 것 같고 근처에 샘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천왕샘의 물을 길러다 먹어야 했으면 상당히 불편했을 듯싶다. 

 

동굴 입구에서 중봉 쪽으로 트인 조망, 동굴 안에서 바라본 조망도 앞쪽이 너무 트여서 숨어 살기에는 어려운 곳으로 보이는 것이 포근한 햇살이 좋고 비를 피하기 좋은 곳이니 누군가 기도 처로 쓰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봉으로 건너와서 바라보니 조금 전에 들렀던 천왕굴의 입구가 빤히 보인다. 


중봉에 도착하여 여기서부터는 비 탐방로를 접어들어야 되므로 잠시 대원들이 모두 모이기를 기다린다. 중봉 이정표, 오늘 우리가 갈 길은 여기에 없는 하봉, 두류봉 쪽으로 지리태극 종주 길을 따라 가다 헤어진다. 중봉에서 바라본 천왕봉은 그리 우람하지 않는 것 같아 낯설게 느껴진다.


중봉에서 바라본 써리봉과 치발목대피소 풍경 중산리로 흘러가는 '마야계곡' 능선은 단풍이 모두 지고 겨울 풍경인데, 골짜기는 아주 멀리 아래쪽에 단풍 들어 알록달록해 보인다. 출입금지 구역 울타리를 넘어서는 범법 행위를 하면서 태극 능선을 따라 하봉으로 향한다. 


돌아본 중봉의 바위 봉우리는 구름이 날려가는 듯한 거센 바람에 앙상한 가지들이 겨울 느낌이 들게 하고, 쓰러져 죽은 나무들이 즐비한 조금은 거친 길을 따라 이어지는 발걸음은 바위봉우리 하봉에 도착한다. 하봉에서 바라본 영랑대, 두 바위 봉우리에서 마주 보고 사진을 찍어야 멋진 작품이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하봉에서 바라본 중봉과 천왕봉 모습 아침 햇살이 역광으로 따갑게 비치니 지리산은 완연한 회색빛이고, 가을 단풍은 어느새 골짜기 아래 깊숙한 곳까지 흘러내려 가버렸다. 이어지는 거친 길은 로프를 타고 영랑대에 올라서고, 영랑대에서 돌아본 풍경은 천왕봉에서부터 걸어온 봉우리들이 제각기 머리를 내밀고 있다. 


지리능선 멀리 반야봉과 노고단, 서부능선의 만복대와 고리봉까지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겹겹이 주름진 산줄기들이 거친 파도처럼 바람에 울렁거리며 펼쳐진다. 오늘은 가지 않은 짧은 능선과 바위 봉우리들은 저마다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두류봉을 돌아서 이어지는 걸음은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는 거친 길을 지나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고도를 낮추며 청의당계곡으로 향한다. 


낮은 산등성이를 지나다가 우측으로 아래 쪽에 넓은 청이당 계곡으로 내려가서 선두팀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배낭을 챙기고 일어서는데, 후미들이 모두 도착하여 어우러지니, 웅성웅성 거리는 것이 마치 어느 마을에서 야유회를 나온 듯한 분위기다. 선두팀은 먼저 일어나서 산청(진주)독바위 쪽으로 향한다.


고도를 낮추다 보니, 오늘 지리산에서 처음으로 늙은 단풍이지만 만나게 되고, 저절로 카메라를 겨누어 본다. 지나 가는 길 아래쪽에 멀찌감치 바위 동굴이 있어 카메라를 겨누고 살짝 당겨보니, 아래쪽에서도 들어오는 출입구 빛이 보이는 천연동굴 비트인 듯하다. 출발부터 겨울을 느끼는 낙엽 길만 걷다가 초목들이 잎을 지우니, 가을 햇살을 받아 다시 푸르러 오르는 산죽 길로 들어서고, 산죽 밭에 단풍이 아름다운 곳에서, 일행들을 모두 지나 보내고 느긋하게 가을 향취를 만끽하면서 걸음을 멈춘다.


역시 가을 산행은 단풍이 있어야 제 맛이고 먼지 폴폴 날리는 낙엽 길에서 막혔던 가슴이 뻥 뚫려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을 햇살을 받은 노란 단풍의 감미롭고 현란한 색깔에 시린 눈 깜빡이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보고 키만큼 자란 산죽 우거진 길 따라 고개 넘으니, 잎 떨어진 앙상한 가지 사이로 건너편에 우람한 산청독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실컷 먹은 배불뚝이처럼 산비탈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산청독바위' 전경 카메라에 담아보고 서둘러 뒤쪽으로 올라가서 바위 아래 배낭을 풀어놓고 로프를 타고 바위 벼랑을 올라간다. 태극문양 선명한 독바위 꼭대기에 올라 있는 일행들 기념사진 찍어보고, 태극문양 옆으로 난 홈통을 타고 위로 올라간다.

 

겨울빛으로 변해버린 걸어온 두륙봉에서 쫓겨 내려오는 단풍 물결, 건너편 써리봉과 중봉에서 조개골로 흘러내려오는 화사한 단풍 물결, 오색 단풍 물결은 모여 대원사 계곡으로 유유히 흘러 내려가고 멀리 날개를 펼친 웅석봉이 동쪽 하늘 아래 높은 장막을 펼친다. 가을볕이 다사로운 조개골을 화사하게 물들인 단풍 살짝 당겨본 조개골, 여기가 오늘 단풍의 하이라이트인 듯하다.


독바위의 노송도 올 여름 지독한 가뭄에 고생을 많이 했는지, 잎을 많이 지울 듯 노릇노릇 단풍이 들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한참을 뛰어 놀던 '산청독바위'를 뒤로하고 이어지는 걸음은 길 가에 갈라진 커다란 바위 사이에 큰 돌이 끼어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길에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선 곳에 위치한 바위 군락지 속에 자리잡은 문바위 모습은 두 개의 바위 위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걸쳐있다. 문바위 앞에서 선두팀 기념사진 찍어본다. 문바위 주위에는 많은 바위들이 군락을 이루고 제각기 특이한 형상을 하고 숲 속에 숨어 있는 듯하다.


문바위에서 다시 능선 길로 올라와 새봉 모습을 바라보며 걸음을 이어간다. 우측으로 트인 조망은 아직 녹음이 짙은 대원사 계곡으로 밀려 내려가는 오색 단풍 물결이 곱다. 잠시 오르막길 올라선 걸음은 새봉 갈림길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함양독바위 쪽으로 향한다. 

 

새봉에서 잠시 아래쪽으로 고개를 숙여 사립재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 '상대봉삼거리'에 도착하여, 모두 길가에 배낭을 풀어놓고 우측으로 약 1.5Km 지점에 있다는 '함양독바위'에 다녀오기로 하고 찾아 나선다. 낙엽 길과 산죽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조금 까다로운 길은 바위 사이에 통문이 생긴 안락문 앞에 내려선다.


좌측에 한문으로 멋지게 새겨놓은 '안락문'은 '통락문'이라고도 한단다. 안락문 앞에서 기념사진 한 장 남겨보고 함양독바위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안락문을 통과하여, 잠시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함양독바위가 나타난다. 수목에 가린 웅장한 함양독바위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숲이 가리고 덩치가 너무 커서 전경을 사진에 담을 수가 없다. 큰 바위 사이에 돌이 끼어 있는 곳 짧은 로프가 달린 곳으로 두 사람이 올라가고 아래에서 사진을 찍으며 잠시 둘러본다. 외딴 숲 속에 자연스럽게 숨어 살고 있는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바위를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자꾸 찾아와서 난리를 치고 있다.


함양독바위: 함양독바위에서 생성한 상대날등과 황새날등을 좌우로 거느린 음달골이 오죽 깊고 험했으면 "그 곳에 가면 사흘 안으로는 나오기 힘들다"는 말까지 전해 올 지경이다. 한국동란 지리산 전사에서도 등재되어 있는 노장동전투에서는 골짝의 요새 같은 지형 탓에 피아간 혈전이 수 없이 이루어져 아군의 피해가 막심했었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안락문을 통과하여 상내봉삼거리에 도착하고, 후미 대원들이 도착하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함께 벽송사 능선을 따라 하산을 한다. 벽송사로 내려가는 능선길 좌측으로 트인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허공다리골'에도 단풍이 한창 무르익어 내려간다. 무르익은 골짜기 단풍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걸음 멈추고,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꼭 집어 살짝 당겨보니, 자연이 만들어놓은 아름다운 빛깔의 조화가 참으로 신비롭기만 하다.

 

무르익은 단풍 속으로 이어지는 하산 길은 먼 길 걸어온 발걸음들이 가벼워 보인다. 노란 황금빛 단풍 앞에 걸음 멈추니 현란한 색깔에 눈이 시리고, 단풍길 걷는 발걸음들 여유롭다. '허공다리골'의 불타오르는 단풍에 눈길 흘리며 부드러운 능선길 걸어서 단풍이 고운 벽송사 앞으로 내려선다. 가을 햇살이 비치는 벽송사 앞 단풍 햇살에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빛깔에 두 눈이 아린다. 한산하게 느껴지는 벽송사 모습 돌아보고, 약 200m 아래 벽송사 주차장에 세워진 버스로 돌아오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새벽 3시경에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아침 6시 46경에 떠오르는 천왕봉 일출 구경을 마친 후 지리산 태극능선과 벽송능선 곳곳에 산재해 있는 바위 명소들과 민족 분단의 애환이 서린 빨치산 비트들을 탐방하면서 걷는 23.26Km 거리에 12시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오후 3시경에 경남 함양군 마천면 벽송사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땀을 씻으려고 주차장 화장실로 갔더니 수도 시설도 없는 화장실은 오염이 심하여, 도저히 들어 갈 수가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다. 하는 수 없이 상가 옆에 콘크리트 탱크에 받아놓은 조금은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물로 간단하게 머리 감고 발만 씻은 후 버스에 들어가 뽀송한 얇은 옷으로 갈아 입으니, 그래도 홀가분하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잠시 후 회원들이 모두 하산을 완료하고 버스로 이동하여, 산악회에서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가서 오리 불고기와 낙지 볶음으로 푸짐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하산 주를 나눈다. 오후 5시에 출발하여,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버스에 오르자마자 잠이 쏟아진다. 깜박 한숨 자고 일어나니, 저녁 7시경에 와촌 휴게소에 들린다. 

 

저녁 8시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에 역순으로 시내를 경유하면서 회원님들을 내리고, 집 근처인 두산위브 사거리에 내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어려운 무박산행 준비에 수고하신 산악회 임원진들과 곳곳에 숨어 있는 지리산 명소들을 둘러 볼 수 있는 멋진 산행 길을 기획 추진해 주신 산행 대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무르익어가는 가을 날 포항산마루클럽과 함께 걸은 지리산 산행 길을 절찬리에 갈무리해본다. 

(2019.10.27 호젓한오솔길)